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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4장

하현은 냉엄한 표정으로 일관할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용전 항도 지부에 오기 전 일찌감치 그는 만반의 준비를 한 터였다.

이제 일의 전말도 대충 알았고 사건의 배후에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하구천이 있음도 알았다.

이렇게 된 마당에 하현이라고 생면부지의 하구천이 목숨을 잃은들 무슨 상관있으랴.

제복을 입은 십여 명의 요원들의 안내로 하현은 더 넓은 공간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곳은 예전의 법정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앞에는 높은 재단이 있었고 양쪽에는 실탄이 장전된 총을 메고 있는 남자들이 제복을 입고 도열해 있었다.

홀의 양쪽에는 낡은 구호가 훈장처럼 걸려 있었다.

“국가에 충성! 국민에 충성!”

“청렴결백한 관청!”

“위대한 기사도 정신!”

등등...

과거의 영욕을 상징하듯 걸려 있는 구호들을 하현은 심드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가 이 구호들을 참관하러 오거나 공무를 수행하러 온 줄 알 것이다.

하현이 구호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밖에서는 시끄러운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곧 문이 열리고 냉랭한 표정으로 무장한 용전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 뒤편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한 명은 최영하, 또 한 명은 최문성이었다.

얼굴빛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최문성의 얼굴엔 선명한 손자국이 나 있었다.

잡혀왔을 때 용전 사람들에게 맞은 것이 분명했다.

하현의 눈에 그 손자국이 들어온 순간 그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대표님.”

홀 안에 있던 하현을 보며 어리둥절해하던 최문성이 미안한 얼굴로 발걸음을 멈추었다.

하현은 잠시 최문성을 바라본 뒤 시선을 하수진에게 옮겼다.

“최문성이 이 일과 무슨 관련이 있어? 왜 최문성을 잡아온 거야?”

하수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을 열었다.

“희망호에 그가 나타났잖아. 그럼 이 일과 아무 상관이 없을 순 없지. 최 씨 남매를 취조하는 건 절차상 엄연히 필요한 일이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

하현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했을 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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