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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7장

하현은 여전히 담대한 표정으로 총구의 방향을 틀었다.

이번에는 화천강의 이마를 겨누었다.

총구의 방향을 틀었을 뿐인데 화천강의 몸은 사시나무 떨 듯 부들부들 떨렸다.

어디선가 죽음의 냄새가 스멀스멀 엄습해 오는 것 같았다.

하현의 총은 이미 발사될 준비를 마쳤기 때문에 오발이 되었든 의도한 것이든 총알이 나가기만 하면 화천강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는 것이었다.

“자, 잠깐만.”

화천강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핏기를 잃어갔다.

비록 그는 제멋대로에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했지만 그도 사람이었다.

죽음이 두렵지 않을 수는 없었다.

특히 하현처럼 자비 없는 잔인한 사람 앞에서는 자신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불안이 극에 달하는 것이다.

지금 심정이 답답하고 초조하기로 화천강만 한 사람이 또 있을까?

그도 쩨쩨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외치고 싶지 않았다.

기껏해야 죽기 밖에 더하겠냐 싶어 하현을 안고 함께 죽으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삼엄한 총구 앞에서 그는 깨달았다.

과거의 그에게 있어 죽고 사는 것은 그리 두려운 게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다른 사람의 생사였기 때문에 전혀 두려울 것도 거리낄 것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 생사의 기로가 자신에게 닥치고 보니 그는 누구보다 죽는 것이 두려웠다.

생사의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자 화천강은 그런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두렵지 않은 척 호기로운 척하려고 해도 도저히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하현은 화천강의 고뇌는 안중에도 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길을 비켜.”

한 무리의 용전 사람들이 언짢은 표정으로 버티고 서서 총구를 들이대며 하현의 앞길을 막았다.

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화천강의 다리에 상처가 심상치 않은 것 같은데. 이대로 치료받지 못하면 피를 너무 많이 흘려 10분 안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그가 도대체 용전에서 무슨 직책을 맡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잘못 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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