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미안하기도 했다. 제자라고 받아놓고 현무의 일을 떠맡겼을 뿐만 아니라 기술이 적힌 책을 던져주고 그들 앞에서 사라졌으니 말이다.이번에 청주에 왔으니, 그들의 수련 성과를 살펴볼 때가 왔다.“두 사람, 오늘 어디 간 겁니까?”최서준이 물었다.“사모님을 도와주러 갔습니다.”염부용이 말하기 전에 우영원이 입을 열었다. “사모님? 내가 언제 결혼했다고요?”최서준이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네? 아직 아닌가요? 하지만 사모님이라고 부르라고 했는데...”우영원은 진지한 최서준의 표정을 보면서 얼른 해명했다.“누구입니까?”“바로 최아현 님입니다.”우영원이 대답했다.최아현이었다니. 최서준은 장난기 가득한 최아현을 떠올리며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그렇군요. 됐습니다. 다른 말을 필요 없고, 검사 한번 해보죠. 내가 청주에 없는 동안 게으름을 피웠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최서준은 화제를 돌리면서 말했다.하지만 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에 두 사람은 더욱 궁금해졌다.“스승님, 그분은 정말 사모님인가요?”우영원이 용기 내 물었다.하지만 그녀를 쏘아보는 최서준의 시선에 우영원은 더 말할 수가 없었다.“수련에 집중을 못 한 모양이군요. 두 사람 다 전력으로 내게 덤벼요. 어디 한 번 뭘 깨달았나 살펴보게.”말을 마친 최서준이 기운을 내뿜었다.염부용과 우영원은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진 것 같았다.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을 짓누르는 힘은 더욱더 커져갔다.이윽고 우영원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먼저 무릎을 꿇었다.염부용은 여전히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다.최서준은 저도 모르게 염부용을 쳐다보았다.사실 염부용은 처음부터 우영원보다 실력이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우영원보다 많이 성장했다.하지만 이내 얼마 가지 못하고 염부용도 무릎을 꿇었다. 최서준은 그제야 기운을 거두었다.“좋습니다. 보아하니 염부용 씨는 그동안 열심히 수련한 것 같네요. 쓸데없는 것에 관심을 갖는 우영원 씨와는 다르게요.”최서준은 두 사람을 비교하면서 말했다.수련은 원래
“누나,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청주의 왕이 이런 모습이라니. 체면을 지켜야죠.”최서준이 얼른 피하면서 말했다.“그게 뭐가 어때서. 청주의 왕은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면 안 돼?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애교를 부리는 것도 안 돼?’최아현은 여전히 최서준의 품을 파고들면서 얘기했다.“그래서 이게 바로 우영원 씨한테 사모님이라고 부르게 한 이유에요?”최서준이 담담하게 웃으면서 말했다.그 말에 최아현은 얼굴을 확 붉혔다.아무래도 최서준의 제자에게 사모님이라고 부르라고 한 일은 약간 이른 일이다.“이야, 누나도 부끄러워할 줄 아네요?”최서준이 얘기했다.얼굴이 붉어진 최아현은 가슴을 쫙 펴고 말했다.“그게 뭐가 어때서. 어차피... 어차피 너랑 결혼하겠다고 예전에 약속했잖아. 설마 후회하는 거야?”최서준은 순식간에 난감해졌다.최서준은 얼른 본론을 말했다.“누나, 다섯째 누나와 넷째 누나를 찾았어요.”그 말에 최아현이 바로 물었다.“그래? 어디 있는데.”“지금 남양에 란희 이모와 함께 있어요.”“그럼 기다릴 것도 없네. 얼른 가자. 남양으로 말이야!”최아현이 바로 떠나겠다고 했다.“누나, 먼저 가요. 전 일이 있어서.”최서준은 최아현을 거절했다.“우리 재회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최아현은 약간 화를 내면서 물었다.“현무 기지에 문제가 생겼어요, 그래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어요.”최서준의 말에 최아현의 화가 바로 사그라들었다.최아현은 현무의 일원으로서 현무가 짊어져야 하는 책임을 잘 알고 있었다.“심각한 문제야?”최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큰 문제는 아니에요. 동영의 천사들이 와서 현무 기지를 덮쳤고 결국 내가 다 죽였어요.”큰 문제가 아니라더니.천사들을 다 죽였다고?최아현은 순간 청주의 왕으로서 자기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동영 천사가 청주에서 현무 기지를 습격했는데 그녀는 전혀 알지 못했다니. 최아현은 죄책감에 시달렸다.그것을 알아본 최서준이 위로했다.“누나의 문제가 아니에요. 동영의 천
문을 열지 않을 수도 없었다. 최 현무가 들어오려고 하는데 그 누가 감히 막아놔서겠는가.김춘희는 최서준이 시비를 걸러 온 것으로 생각했다.“가주는 안 바뀐 모양이군요.”최서준은 아무 설명도 하지 않고 얘기했다.“그날부터, 우씨 가문 가주는 해룡이가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수를 하고 싶다면 저를 찾으세요. 전 아직 정정하니.”김춘희는 우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체면을 구기기 싫었다. 그래서 최서준의 앞에서 애써 괜찮은 척 얘기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복수하러 온 것은 아니니. 우해룡을 불러줘요. 최서준이 부른다고 전해주세요.”최서준은 김춘희의 생각을 바로 꿰뚫었다.가슴이 넓은 사람인 척, 우해룡을 감싸는 것이 아닌가.하지만 어차피 복수를 위해 온 것도 아니었기에 최서준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우해룡이 달려왔다.“저 우해룡, 최 현무님을 뵙습니다.”우해룡은 자기보다 더 어린 사람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 왜냐하면 그는 최서준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우해룡, 난 오늘 널 찾아 왔다.”최서준이 말했다. 우해룡이 복수하러 온 건가 생각하던 때, 최서준이 말을 이었다.“현무에 들어오겠느냐?”그 말에 우해룡이 멍하니 굳어버렸다.옆의 김춘희도 자기 귀를 의심했다.“최 현무가 우리 가문 사람한테 기회를 준다고...”김춘희가 중얼거렸다.최서준이 또 말을 덧붙였다.“우씨 가문인지는 상관없어. 다만 그날 현무 위임식에서 싸웠던 모습이 보기 괜찮았거든. 다시 한번 묻는다. 우해룡, 우리 현무에 들어올래?”“당연히 영광이죠. 하지만 저는 지금 우씨 가문의 가주라서 맡고 있는 일이 많아...”우해룡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김춘희가 끼어들었다.“최 현무님, 전 아직 정정하니 오늘부터 우해룡의 가주 자리는 제가 계속 맡도록 하겠습니다. 우해룡이 현무에서 나오면 그때 다시 가주 자리를 돌려주도록 하죠.”김춘희는 우씨 가문에서 거의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었다. 그녀가 먼저 자리를
한 그림자가 남양시 고공에 나타났다.그건 바로 경성에서 남양으로 온 킬러, 살수오였다. 살수오는 기운을 느껴보더니 중얼거렸다.“젠장, 여기에도 없어. 무슨 예지 능력이라도 있는 거야?”살수오는 진릉에 있다가 최서준이 남양에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다. 하지만 남양에는 이미 최서준의 기운이 사라진 상태다.“교외에 피 냄새가 있군.”킬러로서 피 냄새에 예민한 그는 빠르게 그곳으로 갔다. 그곳은 바로 최서준이 동영 천사를 죽인 곳이었다.“최서준의 기운이다!”살수오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그 기운을 따라 날아갔다....강주시, 용호산.최서준은 아직 장철수 감독을 만나지 못했다.임지아와 전화해본 후에야 장철수 감독이 아직 촬영지를 섭외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래서 잠시 강주시로 돌아와 호텔에서 묵을 수밖에 없었다.최서준이 호텔에 왔을 때, 장철수는 마침 인맥을 동원하여 사람을 찾아 임지아와 함께 현장 대여에 관한 얘기를 하러 갔다.“지아야, 넌 유명 연예인이기도 하고 이 영화의 여주이기도 하니까 나랑 같이 가자. 그러면 오늘 밤 거래가 성사될지도 모르잖아.”장철수는 임지아가 가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을 보면서 애써 설득했다.“감독님, 지아 씨가 가고 싶지 않다는데, 그만하시죠.”최서준이 앞으로 걸어 나가 말하자 장철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미 남양에서 최서준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느꼈기 때문이다.“최서준 씨, 나도 “에일리언” 영화를 더 잘 찍고 싶어서 그래요. 알다시피 이 부분은 클라이맥스 부분이에요. 마침 용호산에서 촬영해야 하죠. 만약 우리가 용호산을 빌릴 수 있다면 이 영화는 더욱 대박 날 거예요.”장철수는 최서준을 보고 그가 오해하지 않게 해명했다.최서준은 기억을 더듬어 용호선 천사부에서의 촬영 장면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용호산에 정말 천사부가 있는 건 아니겠지?듣기에는 그냥 그런 것 같은데...최서준은 용호산에 약간 흥미가 생겼다.“제가 같이 가죠.”최서준이 얘기했다.최서준이 같이
“당신이 바로 그 유명한 감독, 장철수입니까?”도장은 시선을 들어 세 사람을 보더니 얘기했다. 그리고 이윽고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접니다. 제가 찾아온 이유에 대해서도 아실 테니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상천 마을에 20억을 기부할 테니 용호산을 3일 동안 빌려 촬영을 할 수 있게 해주십쇼. 제발 부탁드립니다.”장철수는 도장 앞에서 약간 비굴해졌다.그들의 연기에 이미 홀라당 속아 넘어간 것이었다.최서준의 힘을 보고 난 후, 장철수는 이 세상에 여러 가지 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용호산의 수련자 앞에서, 장철수는 한껏 비굴해졌다.게다가 아까의 모습에 장철수는 도장이 최서준과 같은 무술 고수라고 생각했다.“촬영일 뿐인데 용호산을 다 빌릴 이유가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지금은 성수기고 매일 수많은 여행객들이 용호산을 방문합니다. 그로 인한 수익은 천문학적인 수자죠. 고작 영화 촬영 때문에 모든 곳을 빌려주는 건 불가능합니다.”장 도장이 거절하자 장철수는 표정이 어두워져 자리를 뜨려고 했다.하지만 이내 장 도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렇지 않으면 합리한 이유를 대세요.”아직 기회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장철수가 물었다.“도장님, 뭐든지 얘기하세요!”장철수의 반응에 장 도장은 음산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장철수라는 이름은 저도 들어봤습니다. 확실히 재능 있는 감독이더군요. 뒤에 계신 그분은 아마 여자 주인공인 임지아 씨겠죠? 제 요구는 간단합니다. 임지아 씨가 여기서 며칠 머물면 동의하겠습니다.”그 말에 임지아는 멍해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화를 내뿜을 뻔했다.최서준도 똑같이 분노가 치솟았다.두 사람이 뭐라고 하기 전에 장철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장 도장님, 수련인으로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실 수 있죠?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면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장철수는 도장의 말뜻을 알아채고 얼른 두 사람을 데리고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장철수 씨, 장난합니까? 여기가 마음대로 오고 마음대로 가는 곳인 줄 알아요
임지아는 원래 이 도장한테서 신비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다시 보니 짐승과 다를 바가 없었다.“어디로 가게요. 이미 왔으니 가지 마세요.”장 도장은 임지아를 놀리면서 도복을 벗었다. 도장은 안에 정장을 입고 있었다.이윽고 그가 명령하자 정원에는 건장한 사내가 10명 정도 뛰쳐나왔다. 아까 길을 안내해주던 무동도 뛰쳐나왔다.그들은 다 손에 각목을 들고 세 사람을 포위하고 있었다.장 도장은 뚱뚱한 몸에 정장을 걸친 채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걸어왔다.“장 도장님, 이게 지금 뭐 하는 겁니까.”장철수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 여행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도장은 무슨, 나는 상천 마을의 장 이장이다. 여기서는 내가 바로 법이고 하늘이야. 아까는 너희들 장단에 맞춰주느라 연기를 한 것뿐이야. 이 봐라, 이들을 잡아. 저 여자는 이따가 내 방에 넣어두고. 오늘 연예인이 어떤 맛인지 한 번 맛봐야겠네.”장 도장, 아니, 장 이장은 이제 본색을 드러냈다.장 이장의 명령에 각목을 든 사람들이 돌진해왔다.익숙한 몸짓을 보아하니 이런 짓이 한두 번이 아닌 듯했다.“죽고 싶어?!”최서준은 발로 그들을 차버리더니 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을 때려눕혔다. 임지아는 발차기로 장 이장의 두툼한 뱃살을 차버렸다. 그러자 장 이장은 중심을 잃고 바닥에 고꾸라졌다.어차피 다들 일반인이라 최서준은 그들을 죽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전치 2주 정도를 안겨주고 싶었다.“장철수, 감히 날 때려? 두고 봐! 너희가 강주에서 촬영하지 못하게 내가 어떻게든 막을 테니까!”바닥에 고꾸라진 장 이장이 여전히 기고만장한 태도로 외쳤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임지아가 또 발로 그를 찼다. 하이힐이 몇 번 밟자 피부가 빨갛게 부어올랐다. 장 이장은 그제야 조금 조용해졌다.임지아는 최서준, 장철수와 함께 자리를 떴다.돌아가는 길, 장철수는 약간 심장이 옥죄는 기분이 들었다.최서준이 같이 와서 다행이지, 만약 임지아와 장철수뿐이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는 누구도 모
“도담아, 우리 일곱 명 나중에 크면 다 너한테 시집갈게!”“좋아요! 내가 크면 누나들한테 장가갈게요!”장난스럽고 유치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렸다.“됐어요, 장난치지 마요, 누나. 장소의 일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내일 용호산에서 하루 노는 게 어때요? 여기 여행지도 둘러보고요.”최서준이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좋아.”임지아도 얼굴이 붉어졌다.두 사람은 말을 마친 후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용호산 전체 단톡방”장 이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장철수가 오늘 용호산에 왔어.]그 말에 단톡방에 알람이 가득 떴다.[장철수? 그 대하의 유명한 감독?][그 사람이 우리 용호산에?][듣자 하니 “에일리언”이라는 영화를 찍는다고 하던데, 우리 용호산에서 찍을 건가 봐.][맞아, 바로 그 사람이야. 유명한 감독이라고 얼마나 자랑하고 나대던지, 결국 난 그 사람들을 쫓아냈어.][유명 감독이잖아. 성격이 안 좋을 만도 하지.][감독 따위가 감히 용호산에서 잘난 척을 해? 본때를 보여줘야겠어.][쫓겨났다고? 거짓말하지 마. 뭐가 안 맞았나 보지. 너 자꾸만 자기가 무술 수련자라고 사람 속이잖아. 감독이 네 연기를 못 알아챘을까 봐?][말 할 줄 모르면 입 닫고 빵이나 먹어.][입 닫고 어떻게 빵을 먹어. 저런 빵 대가리 같은 놈][이 영화 괜찮은 것 같은데? 웹툰을 본 적이 있는데 재미있었어. 만약 여기서 촬영을 한다면 용호산 홍보도 되고 좋을 것 같은데? 도와주는 거로 할까? 우리를 위해서 말이야][그건 나도 당연히 알아. 하지만 장철수가 너무 무례하게 말하잖아. 돈도 내지 않겠다고 하고 용호산 사람들이 자기들 촬영에 협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어. 그래서 내쫓은 거야. 지금 이 사실을 알려주는 건 장철수한테 본때를 보여줬으면 좋겠어서야. 절대로 장소 대여해주지 마.][정말이야?][아무리 유명하다고 해도 그렇지, 막 나가네. 감히 용호산에서 이런 말을 해? 죽고 싶은 모양이네.][내가 직접 보고 들었는데 거짓일 리가 있어?
깊은 밤, 청주의 하늘. 유성이 반짝이더니 이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유성에 관심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살수오는 눈을 감고 있다가 갑자기 외쳤다.“저쪽이다!”이윽고 그는 사라졌다. 그리고 눈 깜빡할 사이에 예전의 현무 기지에 나타났다.“여기서 무후 급의 고수가 싸웠다니.”살수오는 놀라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곳에 남아있는 진법의 기운을 약간 읽을 수 있었다.한 사람의 기운은 익숙하니 아마도 최서준일 것이다.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누구인가?아무도 없는 기지를 보면서 살수오는 화가 약간 났다.최서준이 무슨 쥐새끼도 아니고, 예지 능력이 있는 사람처럼 살수오가 오기 전에 도망간다.무혼전 장로의 명령을 떠올린 살수오는 다시 기운을 따라 최서준을 찾아 나섰다....이튿날 아침. 선남선녀가 용호산 아래에 나타났다. 모자를 쓰고 얼굴을 약간 가려도 연예인의 기질은 숨기기 어려웠다. 여행객들도 두 사람의 신분을 추측하기 시작했다.“사장님, 배 대여해주세요.”“네. 5만6천 원입니다. 어떻게 결재하시겠어요?’남자가 그렇게 말하면서 배를 꺼내주었다.그리고 돈을 받았다.“누나, 오늘 여기서 잘 놀다 가요.”최서준은 만 원짜리 여섯 장을 꺼내서 준 후 거스름돈을 사양하고 같이 배에 올라탔다.참대로 만든 배라서 더욱 신기했다.시냇물을 따라 흘러가면서 산봉우리를 구경했다. 가이드는 그 산봉우리의 이름을 정확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설명까지 덧붙이니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었다.그렇게 몇 시간이 훌쩍 지났다.배를 탄 임지아는 이번에는 산길을 걸어보고 싶다고 했다.최서준은 반대하지 않았다.용호산에 왔으니 산을 타봐야 하지 않겠는가.아까 배를 타고 수로로 갈 때, 최서준은 어딘가에서 자기를 부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서 최서준은 그 느낌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두 사람은 입구에서 출입권을 끊고 상천 마을로 들어섰다. 어제는 차에 앉아서 몰랐지만 오늘 보니 상천 마을은 현대식으로 리모델링 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