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가 뜯겨나가는 것 같은 고통에 임시연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얘기했다.“고청민, 당신이 내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난 비밀 조직의 사람을 시켜서 당신을 죽이게 할 거예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고청민의 손바닥이 임시연의 뺨을 내리갈겼다. 여자와 남자의 힘 차이는 절대적인 것이다.어제 심지안이 때린 뺨은 아프긴 했지만 참을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고청민이 때린 뺨은 임시연의 눈앞이 캄캄해질 정도였다. 얼굴은 불에 덴 듯이 뜨거웠고 피부가 벗겨지는 기분이었다.거친 호흡을 몰아쉬는 임시연은 화가 나서 몸을 바르르 떨었고 얼굴은 고통으로 인해 일그러져 있었다. “감히... 날 때려?!”임시연의 분노는 이제 극한에 달했다. 이성을 잃은 그녀는 바로 달려들어 고청민을 때리려고 했다.고청민은 당황하지 않고 피하지도 않았다.시기를 잘 잡은 후 그녀의 머리카락을 낚아채고 또 뺨을 날렸다.뺨 두 대를 맞은 임시연은 반항할 힘을 잃었다. 얼굴은 팅팅 부어올랐다.고청민은 천천히 우아하게 임시연을 떼어냈다. 부드럽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차가운 말투로 얘기했다.“지안 씨를 괴롭힐 생각은 하지 마요. 당신 같은 쓰레기가 함부로 손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심지안은 그저 부모도 없는 고아일 뿐이지 않은가! 뒤를 책임져주는 가문도 없고 회사도 그저 조그마한 기업인데!도대체 그런 심지안이 뭐가 잘 나서 임시연은 손 댈 수도 없다는 것인지, 임시연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아 묻고 싶었다.하지만 맞은 뺨이 너무 아파 입을 벌리는 것도 어려웠다....오후 세 시.성연신은 오지석의 집으로 왔다. 오지석은 휴가 중이라 바로 나와 성연신을 맞이했다.“무슨 일로 또 나를 찾아온 거야? 뭘 빌리려고?”“아니, 빌리려는 게 아니라 줄 게 있어서 그래.”오지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뭔데?”성연신은 바로 얘기하지 않고 안쪽을 들여다보며 물었다.“네 아내는?”“침실에 있어. 왜? 집에 큰일이라도 생긴 거야?”“
오지석은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준수하게 생긴 얼굴은 지금 살짝 멍청해 보였다. 놀란 오지석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이렇게 빨리 임신했다고?”낙태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한 달이었나 두 달이었나.그런데 또다시 임신했다고?성연신은 몰랐으니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심지안은 여자로서 자기 몸을 아끼지 않는 건가?어떻게 해도 몸 건강이 최우선인데.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렸다.“뭐가 빨리야.”오지석은 다시 물었다.“너 몰라? 지금이 임신 몇 개월인데?”“4개월이야.”그러면 이해가 되었다.수년간의 형사 경력의 오지석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있었다.심지안은 낙태하지 않고 바로 성연신에게 아이의 존재를 알린 모양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정말 담도 크지.이런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다니.“너 뭘 알고 있는 거야?”성연신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무런 감정도 없어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상위 포식자의 차가운 기운을 담은 시선은 예리하게 오지석을 쳐다보았다. 성수련도 옆에서 재촉했다.“할 말이 있으면 얼른 해요. 왜 그렇게 우물쭈물하는 거예요?”오지석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동정의 시선으로 성연신을 보며 얘기했다.“지안 씨 배 속의 아이가 네 아이가 아닐 수도 있어.”그 말을 들은 성연신은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심장까지 덜컹 내려앉았다.놀란 성수련의 표정도 확 바뀌어 오지석을 비난했다.“함부로 그런 말 하지 마요! 연신 씨 아이가 아니면 누구 아인데요?!”“일단 계속 얘기해 봐.”성연신이 얘기했다.오지석은 전에 심지안이 임신한 사실을 숨겨달라고 한 사실부터 모든 이야기를 다 얘기해주었다.“내 아이가 아니라는 말을 확실히 한 적은 없는 거지?”“그건 없어.”“그럼 내 아이가 확실해. 나는 지안 씨를 믿어.”성연신의 말투는 무겁지는 않았지만 나름 진중했다.심지안이 자기를 속이지 않을 것이라고, 성연신은 굳게 믿었다.예전처럼 그녀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성연신은 이제 열심히 심지안을 사랑할
송준은 나른하게 프런트에 기대 심지안을 쳐다보았다. 여우 같은 눈을 가늘게 뜬 그가 교활하게 웃었다.“제가 뭘요? 더러운 손이라니. 제 손이 얼마나 예쁜데요.”“예쁜지 아닌지는 관심 없어요. 그 손으로 절대 우리 직원을 만질 생각 하지 마요.”심지안이 차갑게 얘기하며 프런트 직원을 자기 뒤로 끌어당겼다.송준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거렸다.“왜 그렇게 화를 내요. 저는 사업 얘기를 하러 온 건데.”“전 당신 같은 사람이랑 사업 얘기 안 해요. 이만 가세요.”“좋아요. 원래는 좋게 얘기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매몰차게 나오니 나도 어쩔 수 없군요.”불안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심지안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송준이 매매계약서를 그녀 앞에 던져주더니 미친 듯이 웃고 얘기했다.“당신들이 일하는 이곳, 이젠 내 땅이에요.”심지안은 그 계약서를 들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검사했다.회사의 직원들은 순식간에 놀라서 웅성댔다.“우리 실직자 되는 거예요?”“아니... 그게...”“회사가 망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여기에 뼈를 묻을 생각이라고요!”“걱정하지 마. 이 땅이 아니더라도 심 대표님이 다른 곳에 사무실을 마련해줄 거야. 큰일이 아니야.”오래된 직원이 다른 직원들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하지만 심지안을 보면서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이른 시일 내에 적당한 사무실을 찾는 건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심 대표는 지금 임신중이니...송준은 비웃으며 얘기했다.“아직 나가라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뭐가 그리 급해요?”“무슨 사업 얘기를 하고 싶은 건데요?”심지안이 먼저 물었다.“나랑 같이 자면 이 계약서를 찢어버릴게요.”심지안은 사악하게 웃는 송준을 보더니 헛웃음을 쳤다.“하,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요? 안되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되죠. 이게 협박이 된다고 생각해요?”“나는 협상을 하는 거예요. 그렇게 심각하게 얘기하지 말아요. 사실 금호그룹이 금관성의 부동산 산업을 시작하고 있거든요. 얼마 지나지 않으면 상업가의 빌딩들이
심지안은 자조적으로 웃으며 얘기했다.“그런 편이죠. 그럭저럭 잘살고 있어요.”“시간 돼요? 같이 식사라도...”심지안은 입술을 말더니 대답했다.“죄송해요. 시간이 없어요. 다음에 저랑 연신 씨가 같이 식사를 대접할게요.”진현수는 어색해하며 물었다.“전에 제가 지안 씨를 속인 것 때문에 그래요?”“아니요. 다 지나간 일이잖아요. 전 임신한 몸이라 다른 남자와 단둘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에는...”심지안이 진지하게 대답했다.“성연신 씨가 질투해요?”심지안은 그저 웃어넘기며 대답하지 않았다.성연신이 질투할까 봐 걱정되는 게 아니었다. 그냥 성연신에게 해명하는 것이 귀찮았다.어차피 해명해도 듣지도 않을 것이 아닌가.진현수는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더니 물었다.“아직 퇴근할 시간이 아니죠?”“네, 왜요?”“줄 선물이 있어요. 이따가 가져올게요.”“괜찮아요. 오늘 이미 절 도와주셨잖아요. 아직 식사 대접도 못했는데 또 선물이라뇨...”심지안은 몸 둘 바를 몰랐다.“너무 귀한 물건도 아니에요. 일단 일부터 처리해요. 선물은 프런트에 놓을게요. 퇴근하고 와서 가져가요.”손을 뻗어 심지안의 어깨를 두드린 진현수는 말을 마치고 떠났다.심지안이 입을 열어 진현수를 부르려고 했지만 그는 이미 멀리 떠난 후였다. 그러다 난장판이 된 홀을 보니 화가 나서 송준을 다시 데려와 흠씬 패고 싶었다.일단은 청소부 아주머니한테 정리를 맡기고 전체 직원회의를 열었다.사무실은 옮겨야 했다. 오늘 송준이 그들한테 옮겨가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다음 달이면 임대계약도 만료되고 재계약은 힘들 것 같았다.송준의 오만한 얼굴을 떠올리면 메스꺼워서 계약을 진행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송준도 계약을 해줄 생각이 없을 것이다.보광 중신 주변에 있는 빌딩이 마음에 들었지만 가격이 조금 비쌌다.저녁, 심지안을 데리러 온 성연신은 송준이 깽판을 치고 갔다는 것을 알았다.성연신의 얼굴은 바로 차갑게 굳었다. 감히 심지안을 건드리다니. 사는 게
심지안은 그 순간 의아해했다. 믿지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진심이에요?”성연신은 웃으며 심지안의 코를 가볍게 꼬집더니 얘기했다.“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요?”심지안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거짓말한 적은 없는 거 같네요. 매일 당당하게 명령만 내렸죠.”성연신은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기나긴 30년 동안 그에게는 공부와 사업뿐이었다. 그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이렇게 사람을 대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빠르고 직접적이니 효율이 높지 않은가.심지안은 고개를 들어 성연신을 쳐다보았다.“그러면 임시연의 아이는 어떡해요.”“오지석네 부부가 둘째를 갖고 싶어 하는데 개인 사정으로 인해서 가질 수 없는 상태예요.”심지안은 알아들었다. 오지석네 부부한테 입양 보내도 괜찮았다. 조건이 나쁜 것도 아니고 성연신과 임시연이 연락하는 것도 방지할 수 있으니까.성연신은 심지안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조심스레 심지안을 품에 안으며 물었다.“이 방법도 싫어요?”“아니요, 연신 씨 말이 맞아요. 임시연이 임신한 지 6개월이 되어가니 지우는 건 불가능하죠. 게다가 몸도 안 좋잖아요.”성연신은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심지안을 더욱 꽉 껴안으며 말했다.“앞으로 우리 다시는 헤어지지 말아요.”“쳇, 우리 며칠 전에 헤어졌잖아요. 나한테 떠나라고 하던 사람은 어디 갔나 모르겠네요.”“...그건 그냥 위협 같은 거였어요. 하지만 지안 씨는 바로 고청민이랑 붙어있었잖아요.”그 일을 떠올리자 성연신의 검은 눈동자에 원망스러움이 담겼다.성연신은 자기가 이미 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심지안이 더 매정할 줄은 몰랐다.성연신의 아이를 임신한 채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하다니. 얼마나 매정한 사람인가.“누가 연신 씨더러 나를 집에 가두라고 했어요? 고청민 씨가 나를 꺼내줘서 다행이지.”심지안은 컴퓨터 전원을 끄고 당당하게 가방을 성연신에게 건네주었다.“가방 좀 들어줘요.”성연신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앞으로 잡혀 살고 싶지 않았던
성연신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매력적인 목소리로 차갑게 얘기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송준은 기분 나쁘게 웃으며 얘기했다. “다른 뜻이 아니라 그냥 귀띔해 주는 거야. 오늘 오후에 네 아내를 찾아온 남자가 하는 얘기를 들었거든. ‘우리’의 아이를 위한 옷을 준비했다던데, ‘우리’라는 단어가 너무 잘 들려서 말이야.”그 말을 들은 성연신은 바로 통화를 끊었다.그리고 차갑게 회사 문 앞의 쓰레기통을 쳐다보았다.심지안은 성연신의 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자 멈춰서서 몸을 돌렸다.노을 아래서, 성연신의 몸에는 주황색 빛이 쏟아졌다. 곧게 뻗은 코에는 그늘이 졌고 깊은 눈은 감정을 알 수 없었으며 얇은 입술을 꽉 다물고 있었다.옆에서 보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비주얼이었다.심지안이 물었다.“무슨 생각 해요?”진현수의 선물을 던져버린 것으로 풀리지 않은 건가? 다시 곱씹는 건가?성연신이 드디어 시선을 심지안에게로 돌렸다. 빛을 등지고 선 성연신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진현수랑 마지막으로 언제 만났어요?”고개를 갸웃거리던 심지안이 대답했다. “아마도 4, 5개월 전에요. 갑자기 그건 왜요?”성연신은 말을 하지 않더니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와 얘기했다.“아니에요. 얼른 가요. 저녁에 뭐 먹을래요? 요리사한테 얘기해 놓을게요.”“연어 먹고 싶어요.”“알겠어요.”돌아가는 길, 심지안은 연습할 겸 운전을 하겠다고 했다.신호등 앞에 멈춰서니 오픈카를 탄 한 노란 머리 남자가 성연신을 향해 중지를 내밀며 얘기했다.“호스트바 놈.”성연신은 바로 차갑게 물었다.“뭐라고?”“여자한테 빌붙는 놈!”남자는 여전히 성연신을 보며 멸시했다. 하지만 심지안을 보며 부드러운 시선을 보냈다.“돈 많은 누나. 이런 자식 스폰하지마요. 관상을 딱 보니까 누나 돈 때문에 빌붙는 놈이에요.”심지안은 재미있어서 웃음을 터뜨렸다.“왜 이 사람이 빌붙는다고 생각해요?”“누나가 돈이 많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비싼 차를 몰 수 없죠.”노란 머리 남
심지안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젠 그 이름이 지겨울 정도다.점심을 정욱에게 건넨 심지안이 짜증스레 발로 사무실 문을 박찼다.임시연은 놀라서 비명을 잠깐 지르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막고 성연신 뒤에 숨었다.김슬비는 심지안을 훑어보더니 얘기했다.“왜 노크도 안 해요? 깜짝 놀라게.”“내가 내 남편 찾으러 오는데 왜 노크를 해요? 뭐 이상한 일이라도 하고 있었어요?”“하... 아니요!”김슬비는 몰래 성연신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성연신과 이상한 일이 생기길 바라고 있었다. 성연신만 넘어와준다면...그렇게 되면 그녀도 심지안처럼 막 나갈 수 있을 텐데, 얼마나 짜릿할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같이 점심 먹으러 온 거예요?”성연신이 꿀 떨어지는 눈으로 심지안을 보며 물었다.심지안은 차갑게 성연신 뒤의 임시연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얼굴은 왜 가려요? 뱀파이어가 해를 무서워하는 것도 아니고.”김슬비가 화를 내며 얘기했다.“우리 시연이 충분히 불쌍한 애예요. 말조심해요.”“불쌍?”성연신이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얼굴이 심하게 부어서 흉이 남을 수도 있대요.”심지안이 멈칫했다.“무슨 일이래요?”“고청민 씨가 때렸대요.”“무슨 소리예요.”고청민과 임시연은 엮일 일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고청민은 항상 부드럽고 예의 있는 사람인데, 갑자기 임시연을 때릴 사람이 아니었다.“거짓말이 아니에요! 고청민이 때렸다니까요!”임시연이 화가 난 듯 나서서 얘기했다.그제야 심지안은 임시연의 얼굴을 확인했다.양 볼이 붉게 부어올랐는데 예전의 청순가련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만두처럼 부어오른 볼만 보일 뿐이었다.살짝 웃기기도 한 게 드라마에서 나오는 특수분장 같기도 했다.하지만 가까이 가서 보니 피부가 찢어진 흔적이 보였다.손톱에 긁혀서 찢긴 게 아닌, 정말 힘 때문에 찢긴 흔적이었다.심지안의 머릿속에는 임시연이 피부가 찢길 정도로 맞는 장면이 상상되었다. 그러자 괜히 자기 뺨도 아파지는 기분에 저도 모르게 얼굴을 매만졌다.“지안 씨,
심지안은 비웃듯이 웃었다. 고청민의 집안이 두려운지 묻는 건 성연신을 자극하기 위해서다.팔짱을 낀 심지안은 위협하는 듯한 시선으로 성연신을 쳐다보았다.성연신은 그런 심지안의 시선을 보고 마음이 씁쓸해졌다.솔직히 얘기하면 그는 고청민을 불러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이참에 그 자식을 손봐주고 싶은 생각이었다.임시연의 일과는 별개로 말이다.“고청민을 불러올게.”성연신이 입을 열었다.임시연의 눈에는 기쁨의 눈물이 엿보였다. “고마워, 연신아. 날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다니.”심지안은 화가 치밀어 올라 얘기했다.“오늘 고청민 씨를 찾아가기만 해봐요. 오늘 밤 내 방에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마요!”성연신은 심지안의 손을 잡고 한쪽으로 가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얘기했다.“임시연 편을 드는 게 아니에요. 고청민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임시연이 대면할 수 있다고 얘기한 걸 보면 고청민은 꼭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심지안에게 위선의 가면을 벗어던진 고청민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청민 씨가 때린 거라고 해도 뭐 어때요. 날 위한 거잖아요. 연신 씨는요? 지금 임시연 씨를 도와주고 있는 거예요!”심지안은 불쾌한 듯 도리 있게 성연신의 말을 반박했다. 잠시 침묵하던 성연신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고청민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사람이 아니에요. 임시연을 저렇게 심하게 대한 걸 봐요. 앞으로 지안 씨가 고청민과 사이가 틀어지기라도 하면 똑같은 처지가 될 수도 있어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거예요. 난 지안 씨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예요. 그리고 그냥 고청민을 불러오는 것만 할 거예요. 더는 끼어들지 않을게요.”성동철의 체면도 생각해 줘야 했다. 심지안은 눈을 깜빡이며 반신반의했다.“정말요? 사심 없는 거 확실해요?”성연신은 큰손으로 심지안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얘기했다.“하늘에 맹세해요. 사심은 없어요. 오직 당신뿐이에요.”“됐어요. 말 몇 마디로 날 유혹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