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신은 그윽한 눈빛으로 심지안을 바라보며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았다.“진용택이 곧 올 거예요.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기에 그도 감히 거짓말을 할 용기가 없을 거예요.”십분 뒤, 진용택이 비닐봉지를 안고 들어왔다.그는 얼굴에 상처가 있었고 정서도 위축되어 있었다. 요 며칠 잘 지내지 못한 것 같았다.“성… 성 대표님.”성연신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느릿느릿 스테이크를 썰었다.“녹음 펜은요?”“여기 있습니다.”진용택은 비닐봉지 속의 녹음 펜을 모두 꺼냈다.한눈에 봐도 30개는 되어 보였다. 그날 진희수가 가져왔던 그 녹음 펜 외형과 똑같았다.심지안은 미간을 찌푸리고 먼저 그중 하나를 들고 스위치를 눌러 듣기 시작했다.한바탕의 잡음이 들려왔지만, 그녀는 참을성 있게 계속 들었다.그렇게 3분 내내 잡음이 들려왔고 다른 내용은 없었지만, 그녀는 단념하지 않고 곧이어 다른 녹음 펜을 들고 들었다.진유진도 그녀를 도와 현장의 녹음 펜을 전부 다 들었지만 유용한 단서를 얻지는 못했다.진용택이 말했다.“진희수 그 년은 어릴 때부터 남을 속이기를 좋아했어요. 걔는 지안 씨가 연신 씨와 결혼할 수 있다는 것을 부러워했죠. 진희수가 마음이 내키지 않아 돈을 뜯어낼 방법을 생각한 것 같은데 진짜 믿으셨네요.”심지안이 불편한 기색을 띠며 말했다.“경찰서에 있을 때 왜 이렇게 말하지 않았어요?”“저도 제 마음대로 말할 수 없었어요. 아버지께서 그렇게 말하라고 강요하시는 바람에 결국 큰 잘못을 저질렀어요. 하지만 지금 문득 깨달았어요.”진유진이 비웃었다.“문득 깨달았다고요? 막다른 골목에 다 다른 건 아니고요?”심전웅과 같은 사람이었다. 좋은 소리로 달랠 필요도 없고 발로 걷어찰 필요도 없었다.전형적인 이기적인 사람이다.진용택은 그녀를 알지 못했고 더욱이 금관성에서도 본 적이 없어 자기도 모르게 거드름을 피우는 표정을 지었다.“뭘 안다고 그래요? 우리 집안일에 끼어들지 마세요.”“전 끼어든 게 아니라 그냥 비웃은 거예요.”“미친년.”“미친놈
밥을 다 먹고 한남더힐로 돌아갔다.성연신은 고청민과 심지안의 집이 아주 가깝다는 것을 알고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즉시 이삿짐센터에 연락했다.심지안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잠에 빠졌다. 그녀는 밖에서 나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지만 졸려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녀는 성연신이 소란을 피운 것일 거로 생각하고 아랑곳하지 않았다.이사하는 과정에 성연신은 일부 중 약을 발견했다. 한 봉지씩 포장한, 데워서 먹을 수 있는 그런 약들이었고 겉 포장은 아무것도 없었으며 병원 이름만 쓰여 있었다.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리고 한 봉지를 꺼내 보다가 곧 한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제 아내가 병원에서 생리 주기를 관리하는 약을 받아왔는데 이 약 한번 검사해봐 주세요.”중의학 방면에서 그는 자신이 찾은 사람을 더욱 믿었다.금관성의 어느 학교.연구생들은 별도의 침실이 있었는데 보통 두 사람이 한 방을 사용했다.고청민의 룸메이트가 집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방에는 고청민 혼자 있었다.홍지윤은 배달원으로 변장하고 학교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여우 가면을 쓰지 않았다. 뾰족한 얼굴이 인색하고 음산해 보였다. 그녀의 매의 눈을 닮은 눈동자는 특히 인상 깊었다. 한 번 본 사람은 기억하게 되는 그런 얼굴이다.고청민은 눈앞의 여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잘못 배달하신 것 같아요. 저는 배달을 안 시켰어요.”말을 마치고 문을 닫으려 하자 홍지윤이 그를 노려보며 발을 문틈에 끼워 넣었다.“내가 이렇게 성의를 보였는데 아직도 만족 못 하세요?”홍지윤은 팔짱을 꼈다. 그녀는 이목구비가 완벽하고 뽀얀 피부에 조금의 잡티도 없고 여성스럽지 않은 준수한 얼굴이었다.그는 소위 ‘성의’라는 것이 사람들의 참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희한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홍지윤은 손마디를 꺾으며 좋은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얘기 나누실래요?”“무슨 얘기요?”“심지안 씨 좋아하는 거 알아요. 제가 도와줄게요.”고청민은 기지개를 켜며 부인하지 않았다.“필요
홍지윤은 물러서지 않았다.“외국은 편해요. 청민 씨도 비밀조직의 실력을 믿어야 해요.”“비밀조직은 저와 상관없어요. 제가 말했듯이 저는 단지 제 개인적인 면에서만 고려해요. “홍지윤이 웃는 듯 마는 듯했다.“저도 청민 씨를 믿을 가치가 없는 것 같네요.”홍지윤이 그를 한참 쳐다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청민 씨 매우 의외네요.”그녀는 처음에는 고청민도 여느 부잣집 아이들과 같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능력도 있었고 계략도 꽤 있었다.조금 전 그녀는 김민수가 정말 청민의 손에 있는지 확인해보느라고 떠본 것이었는데 정말 그의 손에 있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임시연이 김민수에게 한 짓도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여기까지 알게 된 홍지윤은 조용히 다른 일을 계획하면서 자세히 생각해보니 이 녀석도 성연신처럼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네. 그럼 장소는 청민 씨가 정해요. 임시연이 유전자 검사를 하는 시간은 다음 달 10일이에요. 아직 20여 일이 남았어요.”고청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투명한 눈동자로 문 쪽을 바라봤다.“멀리 안 나갈게요.”성연신은 한의원의 조수가 찾아와 약을 가져간 뒤 목욕을 마치고 나와 침실에 들어가 잠을 자려고 했지만 휴대전화가 울렸다.“성 대표님, 손남영 씨가 우리 림원에서 술에 취하셨으니 데리러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성연신은 오늘이 김자연의 기일인 것이 생각나서 익숙한 듯 말했다.“네. 갈게요.”한 시간 후 성연신은 림원에 도착하여 술에 만취한 손남영을 보았다. 그는 묘비를 끌어안고 눈시울을 붉히며 울다가 웃었다 하며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었다.“손남영 씨는 아침에 와서 온종일 여기에 있었습니다.”림원의 경비원은 묘비에 있는 여자 사진을 보고 감탄했다.“손남영 씨는 정말 애정이 깊은 분이신 것 같네요.”3년 동안 이날은 매번 찾아왔다. 결석한 적이 없었다.성연신이 미간을 찌푸렸다. ‘애정이 깊은 사람이라고?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데.’살아 있을 때는 소중히
한의사는 환자의 맥을 짚으며 조수 쪽을 바라보았다.“오후에 바쁘지 않으면 그때 볼게.”병원에서 처방한 생리불순을 조리하는 약은 몇 가지뿐이었다. 그는 젊었을 때 시 병원에 한동안 있었었다. 이변이 없는 한 처방은 그가 남긴 몇 가지일 것이니 조급해하지 않았다.조수도 말을 듣고는 다른 일을 하러 갔다.심지안은 정리를 마치고 옷장을 열었고 성연신이 다 옮기지 않고 자기에게 남겨준 몇 벌의 옷을 발견했다.오늘은 날씨도 흐린 데다 아파트 앞에 있던 나뭇잎이 땅에 떨어져 멀리서 보면 너무 쓸쓸해 보였다.찬 바람이 불어 들어오자 심지안은 추위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창문을 닫은 뒤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그녀는 지금 임신 3개월이 넘어서 그런지 배가 부풀어 오를 기미가 보였다.다행히 팔다리는 살이 찌지 않아 매일 오버 핏 스타일의 옷을 입으면 가릴 수 있었다.그러나 임신 중기에는 아기가 크는 속도가 빨라져 한 달만 지나면 임신 사실을 숨기기 어려웠다.심지안은 간단한 준비를 마치고 외출하려고 했지만 무슨 일을 까먹은 것 같았다.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생각하다가 괴로워하며 이마를 쳤다.오늘 안태약을 먹지 않은 것이 떠올라 약을 가지러 되돌아갔다. 그녀는 문득 한 봉지가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심지안은 머리가 띵해 났다. 설마…‘연신 씨가 가져간 건가?’그녀는 얼른 핸드폰을 찾아 그에게 연락했다.손가락이 계속 떨려와 여러 번 누르고서야 전화를 걸 수 있었다.성연신은 회의 중이이었지만 심지안이 걸어온 것을 보고 망설임 없이 받았다.아래 직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숨을 죽이고 누구도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않았다.모두 알고 있었다. 성연신은 냉정하고 업무에 매우 진지하여 보통 회의에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그들은 성 대표가 회의 시간에 전화를 받으며 크게 체면을 챙겨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추측했다.조각 미남 성연신의 준수한 얼굴에 부드러움이 스쳐 지나갔다.“왜요?”‘전화를 끊은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다시 걸어온 걸 보니 밤새 못
"죄송합니다."심지안은 고통스러운 듯 이마를 만지며 얼른 사과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요?”익숙한 소년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고청민이 체크 무늬 셔츠에 검은색 백팩을 메고 활짝 웃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양 볼에는 보조개도 있었다.심지안은 풀이 죽은 채 머리를 숙이고 우는 것보다 더 못생기게 웃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분명히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요.”고청민은 그녀보다 한 뼘 정도 더 컸기에 두 사람이 대화할 때 그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그녀를 온화하고 맑은 눈으로 쳐다봤다.심지안은 참지 못하고 마음속의 고민을 털어놨다.“성연신이 곧 내가 임신한 걸 알게 될 거예요.”고청민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화했고 그는 등골이 빳빳해졌다.“어떻게 된 일이예요?”심지안은 난감해하며 고청민에게 사실을 말했다.그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정말 짜증이 났다.성연신이 자기가 아빠가 된 사실을 알고 기뻐할지 아니면 그를 이렇게 오랫동안 속여 온 사실에 화를 낼지 몰랐다.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사실과 모든 것이 자기 생각처럼 되지 않자 그녀는 매우 당황스러웠다.고청민은 심지안을 한참 쳐다봤다.“지안 씨가 병원에서 가져온 한약은 어떤 모양이에요?”“투명한 봉지로 개별 포장되어있는 약이에요.”“성연신 씨가 찾은 한의사 얼굴 알아요?”“마른 편이고 키가 크지 않으며 수염도 기르고 있고 대략 40대예요.”“장 씨인가요?”“아마 맞을 거예요.”“저 누군지 알 것 같아요.”고청민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시간을 쳐다보며 그녀를 위로해 줬다.“그분은 아주 유명한 사람이에요. 우리 할아버지도 그분 한의원에 가본 적이 있어요. 제가 한 번 가볼게요. 아직 한약 성분 검사를 시작하지 않았을 수도 있잖아요.”심지안은 멍해졌다.“만약 한약을 검사하지 않았으면요? 그다음엔…”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농담인지 진지한 건지 구분 안가는 말투로 말했다.“가만히 바꿔치기해야죠.”성연신은 심지안이 임신한 것을 알면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돼. 어떤 사람들은 보기에는 온화하고 친절하지만 실제로는 속이 검은 사람들도 많아. 우리 회사에도 그런 여자애가 한 명 있어. 귀엽게 생기고 물이나 음료 뚜껑을 비틀어 열지도 못하는데 뒤에서는 고양이 학대 광이라고 그러더라고. 너무 무서워.”진유진은 한번 수다를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심지안은 마음속에 걱정이 많아서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때마침 그녀를 찾는 회사 사람이 들어와 그들은 전화를 끊었다.한의학 진료소.장의사는 고청민이 혼자 오는 것을 보고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도련님.”“장의사님, 제가 요즘 불면증이 심한데 맥을 좀 짚어 주실수 있어요?”고청민은 예의 바르게 물으며 실내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병을 보러 온 사람들은 많았고 얼핏 보아도 대략 10여 명이 있었다.“네, 그럼요. 하지만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오래 기다린 사람들이 많아서.”“네. 저도 새치기를 하고 싶지 않아요.”고청민은 부드럽게 웃으며 흥미진진하게 앞에 있는 한약 장을 바라보았다.“여기서 좀 둘러보아도 될까요?”“도련님 마음대로 보세요. 한의원이 좁지만 괜찮으시다면 마음대로 둘러보세요.”고청민은 한 약장 앞으로 걸어가 서랍마다 적힌 이름을 훑어보며 별다른 기색 없이 주변의 상황을 관찰했다.모든 사람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그는 한약을 달이는 뒷마당으로 걸어갔다.뒷마당에는 조수 한 명만이 불을 지키고 있었다.고청민이 그에게 말했다.“장의사에게 말씀드리고 심심해서 들어와 보는 거예요. 저 상관 마시고 하시던 일 하시면 돼요.”“네. 그래요.”고청민은 마당을 한 바퀴 돌아 책상 위에 있는 한약 봉지에 눈길을 멈췄다.“이건 다 달인 약인가요?”그가 궁금해하며 묻자 조수가 대답했다.“아니에요. 그건 밖에서 가져온 검사를 해야 하는 약이에요.”고청민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장의사가 밖에서 조수를 불러냈고 뒷마당에는 고청민 혼자 남았다.그는 조수가 나가는 것을 보고 잠시도
고청민은 어느 정도 진실한 웃음을 지으며 가지런한 이빨을 드러냈다.심지안이 한숨 돌리는 것을 보고 그의 마음도 그녀를 따라서 묘하게 즐거워졌다.“근데… 저를 왜 도와주신 거예요?”심지안은 진유진의 말이 떠올라 직접적으로 그에게 물었다.“성연신은 늘 청민 씨가 저를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저는 그다지 믿지 않아요. 하지만 이 일은 청민 씨가 저를 왜 도와줬는지 이유를 찾지 못하겠어요.”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질문에 고청민은 얼어붙었고 그가 말을 하지 않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어색해졌다.심지안은 손에 들고 있던 약봉지를 꼭 잡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아니겠지…’‘성연신이 말이 진짜라고? 우리 둘은 별로 만난 적도 없는데 그럴 리가…’“저는 사실 말하고 싶지 않아요…”고청민은 난감한 얼굴로 말하려다 멈추었다. 그가 심지안을 좋아하는 것이 사실로 되자 바로 말을 돌렸다.“제가 나쁜 습관이 있어요. 남의 물건을 훔칠 때의 쾌감을 좋아해요. 제 생활은 규칙적이에요. 앞으로의 10년은 이미 일찍이 안배되어 있어요. 어떤 밥을 먹고 어떤 길을 갈지 운명은 정해져 있어요.”“우연한 기회에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있는데 앞에 있던 사람이 몰래 빵을 주머니에 숨겼고 귀신에 홀린 것처럼 저도 참지 못하고 따라 했어요.”“그 느낌은 마치 머리 위에 보이지 않는 칼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수시로 긴장하고 흥분하고 모든 신경을 움직였어요.”“오랜 시간 동안 저는 늘 도둑질을 했죠. 그러다가 몇 번 잡히기도 해서 착해지는 걸 배웠죠. 먼저 물건을 훔쳐낸 후에 계산하는 것을 잊은 척하고 다시 돌아가서 지불하고 그랬어요.”“지안 씨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전 도둑질을 한 거예요.”고청민은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구차하게 미간을 찌푸렸다.“웃음거리가 됐네요.”심지안은 입꼬리를 심하게 치켜세우며 성연신의 말이 틀렸고 진유진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아니에요. 절 도와줬으니까 제가 고마워해야죠. 어떻게 청민 씨를 말할 수 있겠어요.”비록 이런 도움의 방식은
성연신도 병원에 도착했다.심지안과 성연신의 눈빛이 마주쳤고 두 사람은 서로의 눈에서 무거운 걱정을 봤다.기나긴 기다림 끝에 의사가 응급실에서 걸어 나왔다.“성수광 씨는 지금 잠시 괜찮습니다. 하지만 2층에서 1층으로 떨어져서 뇌진탕 증세를 보이고 종아리가 골절되었습니다. 구급 과정에서 성수광 씨의 장기가 쇠약해진 기미가 보이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아마 후자의 가능성으로 지금은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아마 저녁에 깨어날 것 같습니다.”“장기가 쇠약해요?”성연신이 깜짝 놀라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네. 쇠약해진 원인을 구체적으로 검사해서 검사보고서를 보았지만 아직은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나이가 많은 것과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성연신 씨, 가셔서 성수광 씨의 주치의인 장의사와 말씀을 나눠 보시는 것을 건의합니다. 성수광 씨의 병세는 그가 줄곧 관리하고 있습니다.”이때 심지안이 입을 열었다.“장의사님은 지금 병원에 계시나요?”“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장의사는 어젯밤에 야근해서 아침 8시에 집으로 가야 하는데 제가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병원에 있는 것도 봤으니 찾아가 보세요.”“지안 씨는 병실에서 할아버지 옆에 있어요. 제가 가서 장의사를 찾아볼게요.”성연신이 심지안에게 말했다.할아버지는 반년에 한 번씩 전신 정밀검사를 받았다. 예전에도 건강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여러 부위의 기관이 쇠약해지는 것은 너무 이상했다.“네. 알았어요.”심지안은 고분고분 대답했다. 할아버지가 잠시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긴장감이 조금은 풀렸다.그러나 이와 동시에 장기 쇠약이 한 사람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심하지 않다면 괜찮지만 심하다면… 할아버지는 연세도 많으셔서 이겨내기 힘들 것이다.성연신은 당직 간호사에게 물었고 간호사가 대답했다.“장 선생님이 방금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걸 봤습니다. 만날 수 있겠는지 한번 가보세요.”“감사합니다.”성연신은 긴 다리를 뻗어 재빨리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그는 지하 1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