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돼. 어떤 사람들은 보기에는 온화하고 친절하지만 실제로는 속이 검은 사람들도 많아. 우리 회사에도 그런 여자애가 한 명 있어. 귀엽게 생기고 물이나 음료 뚜껑을 비틀어 열지도 못하는데 뒤에서는 고양이 학대 광이라고 그러더라고. 너무 무서워.”진유진은 한번 수다를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심지안은 마음속에 걱정이 많아서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때마침 그녀를 찾는 회사 사람이 들어와 그들은 전화를 끊었다.한의학 진료소.장의사는 고청민이 혼자 오는 것을 보고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도련님.”“장의사님, 제가 요즘 불면증이 심한데 맥을 좀 짚어 주실수 있어요?”고청민은 예의 바르게 물으며 실내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병을 보러 온 사람들은 많았고 얼핏 보아도 대략 10여 명이 있었다.“네, 그럼요. 하지만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오래 기다린 사람들이 많아서.”“네. 저도 새치기를 하고 싶지 않아요.”고청민은 부드럽게 웃으며 흥미진진하게 앞에 있는 한약 장을 바라보았다.“여기서 좀 둘러보아도 될까요?”“도련님 마음대로 보세요. 한의원이 좁지만 괜찮으시다면 마음대로 둘러보세요.”고청민은 한 약장 앞으로 걸어가 서랍마다 적힌 이름을 훑어보며 별다른 기색 없이 주변의 상황을 관찰했다.모든 사람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그는 한약을 달이는 뒷마당으로 걸어갔다.뒷마당에는 조수 한 명만이 불을 지키고 있었다.고청민이 그에게 말했다.“장의사에게 말씀드리고 심심해서 들어와 보는 거예요. 저 상관 마시고 하시던 일 하시면 돼요.”“네. 그래요.”고청민은 마당을 한 바퀴 돌아 책상 위에 있는 한약 봉지에 눈길을 멈췄다.“이건 다 달인 약인가요?”그가 궁금해하며 묻자 조수가 대답했다.“아니에요. 그건 밖에서 가져온 검사를 해야 하는 약이에요.”고청민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장의사가 밖에서 조수를 불러냈고 뒷마당에는 고청민 혼자 남았다.그는 조수가 나가는 것을 보고 잠시도
고청민은 어느 정도 진실한 웃음을 지으며 가지런한 이빨을 드러냈다.심지안이 한숨 돌리는 것을 보고 그의 마음도 그녀를 따라서 묘하게 즐거워졌다.“근데… 저를 왜 도와주신 거예요?”심지안은 진유진의 말이 떠올라 직접적으로 그에게 물었다.“성연신은 늘 청민 씨가 저를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저는 그다지 믿지 않아요. 하지만 이 일은 청민 씨가 저를 왜 도와줬는지 이유를 찾지 못하겠어요.”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질문에 고청민은 얼어붙었고 그가 말을 하지 않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어색해졌다.심지안은 손에 들고 있던 약봉지를 꼭 잡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아니겠지…’‘성연신이 말이 진짜라고? 우리 둘은 별로 만난 적도 없는데 그럴 리가…’“저는 사실 말하고 싶지 않아요…”고청민은 난감한 얼굴로 말하려다 멈추었다. 그가 심지안을 좋아하는 것이 사실로 되자 바로 말을 돌렸다.“제가 나쁜 습관이 있어요. 남의 물건을 훔칠 때의 쾌감을 좋아해요. 제 생활은 규칙적이에요. 앞으로의 10년은 이미 일찍이 안배되어 있어요. 어떤 밥을 먹고 어떤 길을 갈지 운명은 정해져 있어요.”“우연한 기회에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있는데 앞에 있던 사람이 몰래 빵을 주머니에 숨겼고 귀신에 홀린 것처럼 저도 참지 못하고 따라 했어요.”“그 느낌은 마치 머리 위에 보이지 않는 칼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수시로 긴장하고 흥분하고 모든 신경을 움직였어요.”“오랜 시간 동안 저는 늘 도둑질을 했죠. 그러다가 몇 번 잡히기도 해서 착해지는 걸 배웠죠. 먼저 물건을 훔쳐낸 후에 계산하는 것을 잊은 척하고 다시 돌아가서 지불하고 그랬어요.”“지안 씨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전 도둑질을 한 거예요.”고청민은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구차하게 미간을 찌푸렸다.“웃음거리가 됐네요.”심지안은 입꼬리를 심하게 치켜세우며 성연신의 말이 틀렸고 진유진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아니에요. 절 도와줬으니까 제가 고마워해야죠. 어떻게 청민 씨를 말할 수 있겠어요.”비록 이런 도움의 방식은
성연신도 병원에 도착했다.심지안과 성연신의 눈빛이 마주쳤고 두 사람은 서로의 눈에서 무거운 걱정을 봤다.기나긴 기다림 끝에 의사가 응급실에서 걸어 나왔다.“성수광 씨는 지금 잠시 괜찮습니다. 하지만 2층에서 1층으로 떨어져서 뇌진탕 증세를 보이고 종아리가 골절되었습니다. 구급 과정에서 성수광 씨의 장기가 쇠약해진 기미가 보이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아마 후자의 가능성으로 지금은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아마 저녁에 깨어날 것 같습니다.”“장기가 쇠약해요?”성연신이 깜짝 놀라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네. 쇠약해진 원인을 구체적으로 검사해서 검사보고서를 보았지만 아직은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나이가 많은 것과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성연신 씨, 가셔서 성수광 씨의 주치의인 장의사와 말씀을 나눠 보시는 것을 건의합니다. 성수광 씨의 병세는 그가 줄곧 관리하고 있습니다.”이때 심지안이 입을 열었다.“장의사님은 지금 병원에 계시나요?”“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장의사는 어젯밤에 야근해서 아침 8시에 집으로 가야 하는데 제가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병원에 있는 것도 봤으니 찾아가 보세요.”“지안 씨는 병실에서 할아버지 옆에 있어요. 제가 가서 장의사를 찾아볼게요.”성연신이 심지안에게 말했다.할아버지는 반년에 한 번씩 전신 정밀검사를 받았다. 예전에도 건강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여러 부위의 기관이 쇠약해지는 것은 너무 이상했다.“네. 알았어요.”심지안은 고분고분 대답했다. 할아버지가 잠시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긴장감이 조금은 풀렸다.그러나 이와 동시에 장기 쇠약이 한 사람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심하지 않다면 괜찮지만 심하다면… 할아버지는 연세도 많으셔서 이겨내기 힘들 것이다.성연신은 당직 간호사에게 물었고 간호사가 대답했다.“장 선생님이 방금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걸 봤습니다. 만날 수 있겠는지 한번 가보세요.”“감사합니다.”성연신은 긴 다리를 뻗어 재빨리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그는 지하 1층에
”누가 밀었어요?”성연신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 그는 빛을 거스르고 서 있었다. 검은 옥처럼 까만 단발머리는 은은한 빛을 발하고 뚜렷한 이목구비는 어둠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심지안도 병상에 누워있는 할아버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흥분한 채 대답을 기다렸다.‘도대체 어떤 자식이 이렇게 비인간적일 수가 있지?’“나도 몰라. 나는 장의사의 의견에 따라 계단을 오르며 신체 단련 중이었어. 절반쯤 올라갔을 때 뒤에 누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곧이어 그 사람이 뒤에서 나를 힘껏 밀쳤어. 눈을 떠보니 지금 여기고.”“상대방을 보지 못하셨어요?”“그래. 난 보지는 못했지만 알아볼 수는 있어.”성수광은 화가 나서 탁자를 두드렸고 조심하지 않아 상처를 건드렸다. 그는 너무 아픈 나머지 이를 악물었다.“병원 CCTV를 확인해봐. 누가 이렇게 겁 없는 짓을 했는지 봐야겠어!”“확인할 필요 없어요.”성연신이 차갑게 말했다.“네? 왜요?”심지안이 멈칫하다가 이어 말했다.“설마 계단에는 CCTV가 없어요?”“네. 제가 이미 확인해 봤어요. 계단에는 카메라가 없어요.”“연신 씨가 어떻게 CCTV를 확인해 봤어요?”할아버지가 막 깨어나셨으니 다른 사람들은 누군가 할아버지를 뒤에서 민 사실을 몰랐다.성연신이 무거운 눈빛으로 말했다.“장의사의 태도가 아주 이상해요. 할아버지가 넘어진 곳으로 가봤지만, 그 계단은 할아버지가 제대로 걷지 못하고 굴러떨어질 계단이 아니에요.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심지안은 무엇인가 떠올랐고 등골이 오싹해 났다.“장의사가 할아버지에게 계단을 오르내리며 신체를 단련하게 했는데 설마 그가 고의로 민 것이 아닐까요...”신체를 단련하는 방법은 아주 많은데 하필이면 계단을 오르게 하다니. 할아버지는 80세도 넘었고 심장병도 있어서 계단을 오르내리기에는 다소 적합하지 않았다.성연신은 서백호를 힐끗 쳐다봤다. 서백호는 바로 뜻을 알아차리고는 다른 사람이 엿듣지 못하게 병실 밖으
가만히 있는 자신에게도 불똥이 튀다니 심지안은 어이가 없었다.“아내도 있고 애인도 있고 생활이 다채로운 삼촌과는 비교할 수 없죠.”성연신은 얇은 입술에 조롱을 머금고 한 마디 한 마디 독한 말을 내뱉었다.성형찬은 옆에 있던 성수광의 실망한 눈빛을 느끼고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성연신은 성형찬과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아 서백호에게 분부하고는 심지안과 함께 자리를 떴다.성연신이 가자 성형찬은 뻔뻔스럽게 성수광에게 말했다.“아버지, 여기서 편안히 치료받으세요. 병원비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내드릴게요.”“이 병원의 절반은 내 것인데 네가 필요하겠니?”“아버지, 저 지금 효도하려는 거잖아요. 최근 아버지 건강도 안 좋으신데 저에게 따지지 마세요. 저도 밖에서 다른 여자 만나는 건 잘못된 일이란 거 알아요. 잘못했어요.”성수광의 표정이 조금은 풀렸다.“백연이와는 이혼했어?”“아니에요. 20년 지기 부부인데 어떻게 그렇게 간단하게 이혼하겠어요.”성형찬은 겉으로는 옛정을 생각하는 척하지만 사실상 그는 백연과 이혼하기 싫은 게 아니라 백연에게 재산분할을 해주기 싫었다.“내연녀와는 연락 끊었어?”“네. 끊었어요.”“네가 그래도 너무 멍청하지는 않구나. 백연에게 잘 사과하고 앞으로 착실하게 살아.”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라 이혼하면 양쪽 모두 다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이득도 얻을 것이 없었다.“네, 아버지 말씀이 맞아요.”성형찬은 어느 정도 상황이 나아진 듯하자 멋쩍게 입을 열었다.“아버지, 아버지 명의의 펀드 부동산을 저에게 맡겨주세요. 제가 잘 관리할 테니 아버지는 안심하고 병 치료나 하세요.”성수광은 숨이 막혀 쓰러질 것 같았다.“이게 네가 오늘 온 목적이냐?”성형찬은 성수광의 눈길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피했다.“아버지, 아버지의 병이 날로 심해지고 있어요. 마지막에 유산으로 남기는 것보다 지금 저에게 줘서 이윤 가치를 최대로 발휘하는 것이 낫죠.”“썩 꺼져. 콜록콜록콜록.”성수광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오장육
총경리 사무실에는 제일 먼저 성수광이 앉았다가 후에는 성연신의 아버지에게 맡겨 관리하게 하였고 지금은 성연신이 관리하고 있었다.조상 대대로 내려왔지만, 성형찬이 앉게 되는 일을 하루도 없었다.성연신은 보광 그룹을 인수한 뒤로부터는 이곳에 거의 오지 않았다.그런데도 성수광은 여전히 성연신을 믿고 총경리 자리를 성형찬에게 넘겨주지 않았다.능력이 안 된다고 해도 참을 수 있었다. 그도 그렇게 큰 야심은 없었다. 성원 그룹을 지킬 수 있고 그는 이사회에서 발언할 권리만 있으면 됐다.하지만 성연신은 욕심을 부리며 먼저 성여광을 내쫓았고 이어서 성형찬도 내쫓았다.이건 분명히 그들 가족을 죽이려는 게 아니고 뭐겠는가!더 참으면 그는 호구가 되는 것이다.총경리 사무실은 이중 비번으로 되어있었는데 그는 모두 알고 있었다. 성연신이 바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성형찬은 한번 시도해 보자는 마음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했다.“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그는 눈앞에 열린 사무실을 바라보았다. 안에는 불을 켜지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귀신이라도 숨어있을 것 같았지만 일단 발을 들여놓았으니 뺄 수가 없었다.성형찬은 문 앞에 몇 초 정도 서 있다가 발을 내디디고 안으로 들어갔다.이 모든 것은 성연신이 자초한 일이다. 그가 잘 살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도 잘살 생각을 하지 말아야 했다.금고 비번도 그는 알고 있었다. 성연신의 아버지가 자살한 뒤 성수광이 그에게 잠시 관리를 맡기며 그에게 알려줬었다. 성형찬은 순조롭게 금고 안에 있던 서류들을 손에 넣었다.연말에 발표될 프로젝트 칩 및 각종 기밀 데이터가 있었다.성형찬은 성연신이 이렇게 방심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의기양양 해했다.칩은 가져갈 수도 없고 인쇄할 수도 없었기에 그는 재빨리 USB에 복사했다. 그러고는 개발팀의 성과 데이터를 가지고 나가서 송준에게 문자를 보냈다.“손에 넣었어요.”다음 날 아침. 성원 그룹의 비서는 총경리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사용한 흔적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상
성연신은 웃긴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봤다.“뭘 그렇게 깜짝 놀라요? 우리 결혼식 끝나고도 중정원에서 사는 줄 알았어요?”“왜 안 돼요?”심지안이 발가락을 쳐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중정원도 살기에 아주 편해요.”“중정원의 위치는 상대적으로 괜찮지만, 부근에 학교가 없고 앞으로 아이가 태어나면 학교 다니기에 불편해요.”심지안은 입을 살짝 벌리며 이내 깨달은 듯했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성연신을 쳐다봤다.“임시연 씨 아이를 위해서 구매하신 거예요?”“그녀는 아직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았어요.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나의 아이라고 할 수 없어요.”성연신은 생존욕이 충만했다.“그럼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만약 연신 씨 아이라면 지금 장식하는 건 너무 빠른 것 같아요. 아기방도 몇 칸을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는데.”심지안은 참지 못하고 비웃었다. 그녀는 그가 짜놓은 아름다운 미래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항상 그들 사이의 위기를 똑똑히 인식해야 했다. 임시연이 요 며칠 동안 잠시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임시연의 존재를 잊을 수 없었다.성연신은 그녀의 말속에 말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그래요. 지안 씨말대로 할게요. 그때 가서 지안 씨가 몇 개의 어린이 방을 만들고 싶으면 만들면 돼요.”심지안이 대답했다.“… 고마워요.”“아니에요. 지안 씨가 기뻐하면 됐어요.”성연신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민첩한 그라도 여자를 달래는 데는 둔했다.그는 신혼집에 대해 원래 아무 느낌도 없었다. 아무리 큰 집이라고 해도 잠자는 곳이라고 생각했다.조용하고, 편안하고 이 두 가지로 충분했지만, 그는 자신의 여자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은 심지안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하고 그는 간섭하지 않으려 했다.심지안은 겉으로 웃어 보이며 자신의 손을 빼려고 했지만 성연신이 깍지를 끼고 있어서 빼기 어려웠다.‘미치겠네. 이 남자는 나의 말속에 말을 이해 못 하는 건가?’성연신의 커다란 몸이 갑자기 다가왔다. 그는 그녀의 몸
성연신은 가볍게 눈썹을 치켜뜨며 슬리퍼를 그녀의 발 옆에 놓았다.“가서 세수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아침 먹어요. 다 먹으면 회사에 데려다줄게요. 저 내일 성남시에 한 번 다녀와야 해요. 신현아가 퇴원했어요. 요 며칠간에 지안씨를 찾아갈 거예요.”심지안이 “네.”하고 대답하며 무슨 생각이 났는지 입술을 오므렸다. “며칠 뒤에 저도 프랑스로 출장을 갈 수도 있어요. 가서 봐야 할 프로젝트가 있어요.”“며칠 가 있어요?”“두 주일 정도요.”그녀는 성연신이 동의하지 않을까 봐 일부러 기간을 짧게 말하며 몰래 그의 표정 변화를 살폈다.성연신이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그렇게나 오래 있어요?”“네… 조금 오래 있어요. 하지만 프로젝트 투자를 하려면 잘 고찰해야 해요. 저도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왔다 갔다 하는데 지체하는 시간이 좀 길 뿐이죠.”이 말은 반은 진실이고 반은 거짓이었다. 고찰과 학습은 진실이다. 배가 커지면 매일 얼굴 보는데 분명히 들킬 것이다. 고청민의 말이 맞았다. 차라리 이 기회를 틈타 나가서 한동안 있는 것이 나았다. 임시연이 유전자 검사를 마친 후 대답을 듣고 돌아가도 늦지 않았기에 떨어져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일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정말 끝내야 한다면 그렇게 괴롭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신현아와 함께 가요. 전 여기 일을 다 끝내고 프랑스로 갈게요.”성연신은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 선진 그룹은 설립된 지 여러 해가 되었다. 현재의 시장 발전 속도에 따르면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곧 도태될 것이다.발전하고 강해지려면 학습 경험이 없어서는 안 된다.“연신 씨는 올 필요 없어요. 저도 연신 씨가 해야 할 일이 많은 거 알아요. 그리고 임시연도 곧 유전자 검사를 하는데 연신 씨는 여기 남아서 결과가 나오면 제일 먼저 저에게 알려줘요.”게다가 그녀가 잔꾀를 부리며 못된 짓을 하는 것을 방지해야 했다.성연신의 눈빛이 변했다.“그러면 신현아를 데려가요. 그녀가 보호해 줄 거예요.”“걔 프랑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