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는 자신에게도 불똥이 튀다니 심지안은 어이가 없었다.“아내도 있고 애인도 있고 생활이 다채로운 삼촌과는 비교할 수 없죠.”성연신은 얇은 입술에 조롱을 머금고 한 마디 한 마디 독한 말을 내뱉었다.성형찬은 옆에 있던 성수광의 실망한 눈빛을 느끼고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성연신은 성형찬과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아 서백호에게 분부하고는 심지안과 함께 자리를 떴다.성연신이 가자 성형찬은 뻔뻔스럽게 성수광에게 말했다.“아버지, 여기서 편안히 치료받으세요. 병원비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내드릴게요.”“이 병원의 절반은 내 것인데 네가 필요하겠니?”“아버지, 저 지금 효도하려는 거잖아요. 최근 아버지 건강도 안 좋으신데 저에게 따지지 마세요. 저도 밖에서 다른 여자 만나는 건 잘못된 일이란 거 알아요. 잘못했어요.”성수광의 표정이 조금은 풀렸다.“백연이와는 이혼했어?”“아니에요. 20년 지기 부부인데 어떻게 그렇게 간단하게 이혼하겠어요.”성형찬은 겉으로는 옛정을 생각하는 척하지만 사실상 그는 백연과 이혼하기 싫은 게 아니라 백연에게 재산분할을 해주기 싫었다.“내연녀와는 연락 끊었어?”“네. 끊었어요.”“네가 그래도 너무 멍청하지는 않구나. 백연에게 잘 사과하고 앞으로 착실하게 살아.”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라 이혼하면 양쪽 모두 다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이득도 얻을 것이 없었다.“네, 아버지 말씀이 맞아요.”성형찬은 어느 정도 상황이 나아진 듯하자 멋쩍게 입을 열었다.“아버지, 아버지 명의의 펀드 부동산을 저에게 맡겨주세요. 제가 잘 관리할 테니 아버지는 안심하고 병 치료나 하세요.”성수광은 숨이 막혀 쓰러질 것 같았다.“이게 네가 오늘 온 목적이냐?”성형찬은 성수광의 눈길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피했다.“아버지, 아버지의 병이 날로 심해지고 있어요. 마지막에 유산으로 남기는 것보다 지금 저에게 줘서 이윤 가치를 최대로 발휘하는 것이 낫죠.”“썩 꺼져. 콜록콜록콜록.”성수광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오장육
총경리 사무실에는 제일 먼저 성수광이 앉았다가 후에는 성연신의 아버지에게 맡겨 관리하게 하였고 지금은 성연신이 관리하고 있었다.조상 대대로 내려왔지만, 성형찬이 앉게 되는 일을 하루도 없었다.성연신은 보광 그룹을 인수한 뒤로부터는 이곳에 거의 오지 않았다.그런데도 성수광은 여전히 성연신을 믿고 총경리 자리를 성형찬에게 넘겨주지 않았다.능력이 안 된다고 해도 참을 수 있었다. 그도 그렇게 큰 야심은 없었다. 성원 그룹을 지킬 수 있고 그는 이사회에서 발언할 권리만 있으면 됐다.하지만 성연신은 욕심을 부리며 먼저 성여광을 내쫓았고 이어서 성형찬도 내쫓았다.이건 분명히 그들 가족을 죽이려는 게 아니고 뭐겠는가!더 참으면 그는 호구가 되는 것이다.총경리 사무실은 이중 비번으로 되어있었는데 그는 모두 알고 있었다. 성연신이 바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성형찬은 한번 시도해 보자는 마음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했다.“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그는 눈앞에 열린 사무실을 바라보았다. 안에는 불을 켜지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귀신이라도 숨어있을 것 같았지만 일단 발을 들여놓았으니 뺄 수가 없었다.성형찬은 문 앞에 몇 초 정도 서 있다가 발을 내디디고 안으로 들어갔다.이 모든 것은 성연신이 자초한 일이다. 그가 잘 살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도 잘살 생각을 하지 말아야 했다.금고 비번도 그는 알고 있었다. 성연신의 아버지가 자살한 뒤 성수광이 그에게 잠시 관리를 맡기며 그에게 알려줬었다. 성형찬은 순조롭게 금고 안에 있던 서류들을 손에 넣었다.연말에 발표될 프로젝트 칩 및 각종 기밀 데이터가 있었다.성형찬은 성연신이 이렇게 방심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의기양양 해했다.칩은 가져갈 수도 없고 인쇄할 수도 없었기에 그는 재빨리 USB에 복사했다. 그러고는 개발팀의 성과 데이터를 가지고 나가서 송준에게 문자를 보냈다.“손에 넣었어요.”다음 날 아침. 성원 그룹의 비서는 총경리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사용한 흔적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상
성연신은 웃긴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봤다.“뭘 그렇게 깜짝 놀라요? 우리 결혼식 끝나고도 중정원에서 사는 줄 알았어요?”“왜 안 돼요?”심지안이 발가락을 쳐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중정원도 살기에 아주 편해요.”“중정원의 위치는 상대적으로 괜찮지만, 부근에 학교가 없고 앞으로 아이가 태어나면 학교 다니기에 불편해요.”심지안은 입을 살짝 벌리며 이내 깨달은 듯했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성연신을 쳐다봤다.“임시연 씨 아이를 위해서 구매하신 거예요?”“그녀는 아직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았어요.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나의 아이라고 할 수 없어요.”성연신은 생존욕이 충만했다.“그럼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만약 연신 씨 아이라면 지금 장식하는 건 너무 빠른 것 같아요. 아기방도 몇 칸을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는데.”심지안은 참지 못하고 비웃었다. 그녀는 그가 짜놓은 아름다운 미래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항상 그들 사이의 위기를 똑똑히 인식해야 했다. 임시연이 요 며칠 동안 잠시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임시연의 존재를 잊을 수 없었다.성연신은 그녀의 말속에 말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그래요. 지안 씨말대로 할게요. 그때 가서 지안 씨가 몇 개의 어린이 방을 만들고 싶으면 만들면 돼요.”심지안이 대답했다.“… 고마워요.”“아니에요. 지안 씨가 기뻐하면 됐어요.”성연신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민첩한 그라도 여자를 달래는 데는 둔했다.그는 신혼집에 대해 원래 아무 느낌도 없었다. 아무리 큰 집이라고 해도 잠자는 곳이라고 생각했다.조용하고, 편안하고 이 두 가지로 충분했지만, 그는 자신의 여자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은 심지안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하고 그는 간섭하지 않으려 했다.심지안은 겉으로 웃어 보이며 자신의 손을 빼려고 했지만 성연신이 깍지를 끼고 있어서 빼기 어려웠다.‘미치겠네. 이 남자는 나의 말속에 말을 이해 못 하는 건가?’성연신의 커다란 몸이 갑자기 다가왔다. 그는 그녀의 몸
성연신은 가볍게 눈썹을 치켜뜨며 슬리퍼를 그녀의 발 옆에 놓았다.“가서 세수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아침 먹어요. 다 먹으면 회사에 데려다줄게요. 저 내일 성남시에 한 번 다녀와야 해요. 신현아가 퇴원했어요. 요 며칠간에 지안씨를 찾아갈 거예요.”심지안이 “네.”하고 대답하며 무슨 생각이 났는지 입술을 오므렸다. “며칠 뒤에 저도 프랑스로 출장을 갈 수도 있어요. 가서 봐야 할 프로젝트가 있어요.”“며칠 가 있어요?”“두 주일 정도요.”그녀는 성연신이 동의하지 않을까 봐 일부러 기간을 짧게 말하며 몰래 그의 표정 변화를 살폈다.성연신이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그렇게나 오래 있어요?”“네… 조금 오래 있어요. 하지만 프로젝트 투자를 하려면 잘 고찰해야 해요. 저도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왔다 갔다 하는데 지체하는 시간이 좀 길 뿐이죠.”이 말은 반은 진실이고 반은 거짓이었다. 고찰과 학습은 진실이다. 배가 커지면 매일 얼굴 보는데 분명히 들킬 것이다. 고청민의 말이 맞았다. 차라리 이 기회를 틈타 나가서 한동안 있는 것이 나았다. 임시연이 유전자 검사를 마친 후 대답을 듣고 돌아가도 늦지 않았기에 떨어져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일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정말 끝내야 한다면 그렇게 괴롭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신현아와 함께 가요. 전 여기 일을 다 끝내고 프랑스로 갈게요.”성연신은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 선진 그룹은 설립된 지 여러 해가 되었다. 현재의 시장 발전 속도에 따르면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곧 도태될 것이다.발전하고 강해지려면 학습 경험이 없어서는 안 된다.“연신 씨는 올 필요 없어요. 저도 연신 씨가 해야 할 일이 많은 거 알아요. 그리고 임시연도 곧 유전자 검사를 하는데 연신 씨는 여기 남아서 결과가 나오면 제일 먼저 저에게 알려줘요.”게다가 그녀가 잔꾀를 부리며 못된 짓을 하는 것을 방지해야 했다.성연신의 눈빛이 변했다.“그러면 신현아를 데려가요. 그녀가 보호해 줄 거예요.”“걔 프랑스어
김광은 서명한 수표를 성형찬에게 건네주었다.“USB 말고 다른 데이터들은요?”성형찬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제가 은행에 가서 돈을 빼면 기밀문서를 드릴게요.”김광은 표정을 싹 바꾸며 송준을 쳐다봤다.송준은 손을 흔들며 상관없다는 듯이 얼굴에 웃음을 띠며 묘하게 기괴한 표정으로 말했다.“급할 거 없어요. 가서 확인해 봐요.”그는 별로 개의치 않아 했다.“네. 그럼 이렇게 하죠.”성연신과는 다르게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에 성형찬은 만족했다.송준은 USB를 들고 차를 타고 사라졌다.성형찬이 가려고 할 때 갑자기 많은 기자가 몰려들었다. 무수한 플래시가 눈이 부실 정도로 그를 향해 터졌다.성형찬이 욕을 내뱉기도 전에 그의 손목은 차가운 무언가에 고정됐다.아래를 내려다본 그는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졌다.“누가 내게 수갑을 채운 거야!”“우리는 제경 경찰청 경찰입니다. 절도 혐의로 지금 당신을 체포합니다.”반대편에서 수갑을 든 경찰이 간신히 기자 더미 속을 비집고 들어왔다.“누가 절도했어. 난 아니야. 내가 너를 명예 훼손죄로 신고할 수도 있어!”“성연신 씨가 성원 그룹에 몰래 잠입한 CCTV 영상을 저희한테 제출했습니다.”성형찬은 위축된 채로 자신이 왜 들켰는지 몰랐다.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건 제집이에요. 제가 제집에 들어가도 문제가 되나요?”경찰은 근거를 쥐고 말했다.“형찬 씨는 이미 일주일 전부터 성원 그룹의 일원이 아니었습니다. 설사 그렇다 해도 그것도 절도 행위입니다.”성형찬은 말문이 막혔다.곧이어 다른 경찰 몇 명이 연달아 도착해서 기자들을 밖으로 내쫓고 성형찬을 경찰차에 태웠다.성형찬은 수표를 꼭 쥐었다. 그는 상황이 복잡한 틈을 타서 수표를 테이블 아래에 끼워 넣었다.뒤이어 성여광이 경찰의 통지를 받고 경찰청에 도착했다.성형찬은 수표를 숨긴 위치를 몰래 성여광에게 알려주고는 작은 목소리로 자백했다.“전부 꺼내 달러로 바꿔서 스위스 은행에 입금하고 할아버지한테 말해서 날 꺼내 달라고 해.”성여광
금호그룹 대표사무실.송준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부자들이 기밀문서를 빼돌린 성형찬에게 빈정대는 말들을 쏟아내는 것을 보고 있었다.입가에 웃음을 지은 그는 통쾌하기 그지없었다.김광이 USB를 들고 들어왔다.“송 대표님, 방금 개발팀에서 USB에 있던 내용들을 검토했습니다. 그쪽 말로는 계획서가 완벽하지 않고 조금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창의력도 좋고 실용적이어서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만 우리의 것으로 녹여내면 다음 달 시에서 승인하는 프로젝트는 우리 금호의 것이 될 겁니다.”송준은 상당히 만족했다. 성연신의 사업 재능은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아래 직원들한테 진도를 맞추라고 해.”“네.”“성형찬 일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감옥에 있는 놈들이 보살펴 줄 테니까.”“알겠습니다. 아, 대표님. 그 의사가 어제 전화를 하고 온 것 같습니다. 성수광 씨를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들킬 뻔했습니다. 성연신이 벌써 의심하기 시작한 것 같고요.”송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깟 일 하나도 제대로 처리 못 하는 놈. 한 달만 더 시간을 줘. 늙은이를 죽이지 못하면 아내와 아이를 만날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해.”그 시각, 병원.장 의사는 김광이 내린 마지막 통지를 받았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성수광의 처방에 약을 더 많이 쓰고 간호사에게 주었다.간호사는 머리를 저었다.“성수광 어르신은 이미 퇴원했어요. 백호 아저씨께서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장 의사는 삽시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뭐... 뭐라고...”“집에 일이 있어서 당분간은 병원에서 지내기 어려우시대요. 그래서 앞으로 어르신께서 드실 약은 저택으로 보내달라고 하셨습니다.”“그게 다야?”“네, 선생님 왜 그러세요? 안색이 안 좋아요.”그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괜찮아...”...심지안은 프랑스에 가기로 결정했고 고청민과 얘기해 이틀 후의 비행기표를 샀다.고청민은 학교에 수업이 있어서 이틀 늦춰서 가야 했다.저녁에 본가에서 밥을 먹는데 성여광이 왔다
문밖에 있던 심지안은 말없이 고개를 숙이며 쓸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성수광은 기침 몇 번을 하며 말했다.“됐어, 마음대로 해. 하지만 말해두는데, 만일 그 아이가 너희 두 사람 관계에 영향을 준다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지안 씨는 이미 동의 했어요. 지안 씨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에요.”성수광은 성연신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마음이 넓은 게 아니야, 너를 사랑하니까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하는 거야.!”“지안 씨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고 두 배로 더 잘해 줄 겁니다.”성연신은 수려한 얼굴로 진지하게 말했다.“저희에게도 아이가 생길 거니까 두 아이에게 서로 친구가 생기는 것도 좋은 일이지 않습니까.”성수광은 손을 흔들며 그에게 나가라고 했다.“지안이를 불러.”성연신은 이에 응했고 방문을 열자마자 밖에 있던 심지안과 눈이 마주쳤다.그를 바라보는 심지안의 눈빛은 차가웠고 얼굴에는 불쾌한 감정이 가득했다.그녀는 이복형제를 싫어했다. 아이가 어릴 때는 괜찮겠지만 커서 세상에 대해 알게 되면 자연스레 총애를 다투는 일이 생길 것이다.심지안은 자기가 임시연의 아이를 성심성의껏 보살피지 못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안아, 이리 오거라.”심수광이 그녀를 향해 손을 저으며 인자하게 말했다.“너에게 줄 물건이 있어.”심지안은 답답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허리를 곧게 펴고는 성연신을 지나 싱글벙글 웃으면서 들어섰다.그리고 쾅 하고 힘껏 문을 닫았다.거센 바람이 성연신의 얼굴로 불었는데 마치 소리 없는 따귀 같았다.성연신은 어두운 낯빛으로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굳게 닫힌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성수광이 노랗게 바랜 편지를 건네며 말했다.“저놈 아비가 남긴 유서야. 이제 너한테 줄 때가 된 것 같구나. 난 기껏해야 몇 년만 더 살다 갈 것 같다.”장기 노화는 좋은 의사를 찾으면 나아질 수도 있지만 원래대로 되돌리기는 어려웠다. 할아버지께서는 또 연세가 있으셔서 큰 상관이 없었다.“할아버지... 그런 말씀 하지
심지안이 물었다.“내가 어렸을 때 제일 궁금했던 게 뭔지 아세요?”성연신이 움찔했다.“네?”“왜 나는 심연아와 아빠를 공유하고 있지?”그녀는 창가에 서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창밖의 밤하늘을 보며 말했다.심전웅의 무관심, 심연아의 괴롭힘, 은옥매의 겉과 속이 다른 모습.시간이 흘러도 심지안에게는 여전히 그날들이 눈에 선했다.그녀의 아이도 그녀와 같은 운명이어야 하는 건가.성연신은 그녀를 품에 안은 채 말했다.“아이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심지안은 그를 밀어내며 물었다. “말하지 않으면 영원히 모를 거라고 생각해요?”“알면 어때요. 임시연은 그 아이를 키울 기회를 놓쳤고, 당신에게는 감사하게 생각할 텐데.”임시연이 그런 더러운 일들을 벌이지 않았다면 아이를 그녀에게 맡겨서 키우게 했을 것이다.하지만 임시연은 그럴 자격이 없었다.“그건 그저 당신의 생각이에요.”“약속할게요. 임시연의 아이가 당신을 거역하는 일도 없을 거고 우리의 아이를 괴롭히는 일도 없을 거예요.”“하지만 제가 싫어요!”심지안은 눈살을 찌푸렸다.“다른 사람의 새엄마가 되기 싫다고요.”성연신이 말했다.“새엄마가 아니에요. 당신은 그 애의 엄마예요. 전에 약속 했잖아요.”심지안은 그를 노려보다 힘이 빠져 유서를 건네며 말했다.“알겠어요. 유서나 빨리 확인해요.”성연신도 더는 싸우고 싶지 않아 편지봉투를 건네받았다.글씨체는 힘이 있었고 편지지는 노랗게 바랬으며 접힌 자국도 선명했다.심지안은 성수광이 이 편지를 몇 번이나 열어보며 읽어봤다는 것을 편지를 건네받을 때부터 알 수 있었다.장담하건데, 어르신도 아들의 죽음을 계속 마음에 두고 있었을 것이다.성연신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읽기 시작했다.「2020년 1월 5일, 송석훈은 내가 사랑하는 남하영을 빼앗아 갔다. 남편으로서 아내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아버지로서 아이의 엄마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나는 남편으로서도, 아버지로서도 실패한 사람이다. 가정을 지키지 못한 나는 가족을 볼 면목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