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신은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임시연에게 그런 능력은 없어요.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오해하지 말아요.”“임시연 씨한테는 없어도 그 배후에 있는 사람은 그럴 능력이 있겠죠. 게다가 임시연 씨 예쁘잖아요. 예쁜 여자 안 좋아하는 남자도 있어요? 상대방은 그녀의 미모를 탐내고 그녀는 상대방의 세력을 탐내는 거죠.”“그렇다면 임시연이 내 아이를 낳는 걸 상대방이 허락할 수 있겠어요?”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심지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성연신의 논리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게다가 자신의 아이를 가진 임시연이었기 때문에 성연신은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아도 마음으로는 내심 곤란할 것이다. 심지안은 생각하면 할수록 짜증이 났다. 자신의 아이가 임시연의 아이와 같은 아빠가 생긴다는 사실이 너무 싫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차라리 아이가 없는 게 훨씬 더 낫다고 생각했다. 좋은 남자를 찾아 심씨 가문에 들이는 게 어찌 보면 더 좋은 일이었다. “경찰에 꼭 신고하고 싶다면 당신 뜻대로 해요. 하지마 난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성연신은 다정하게 입을 열었고 그의 말을 들어보면 임시연에 대해 조금의 연민도 없는 것 같았다. 단지 경찰에 신고하여 수사해봤자 별다른 단서가 나오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상대방의 경계심만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던 것이다. 잠시 고민에 빠졌던 그녀가 고개를 들어 성연신을 쳐다보았다.“신고할 거예요. 당신이 기분 나빠도 어쩔 수 없어요.”뭔가를 알아낼 수 없다 하더라도 임시연의 기를 꺾어놓고 싶었다. ...결정을 내린 심지안은 곧장 오지석을 찾아갔다. 임시연은 음악회에서 연주를 하던 도중에 경찰에 끌려가고 말았다. 이번 음악회는 그녀가 금관성에 돌아온 후 처음으로 하는 공연이었다. 공연장은 순식간에 들끓었다. “당신들은 날 잡아갈 증거가 없어요. 내가 당신들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거예요”취조실에 앉아있는 임시연은 너무 화가 나고 마음이 답답했다. 오지석은 담담하게 입을
성연신은 안색이 어두워졌다.“경찰 조사에 협조하는 게 이렇게까지 할 일이야?”“왜 아니라고 생각해? 연주회에서 그 많은 관객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 잡혀 왔어. 팬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 관객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겠어?”말하면서 임시연은 눈물을 흘렸다.“가뜩이나 할아버지께서 나 마음에 들어 하시지 않는데. 이런 일까지 생겼으니 더 내가 마음에 안 드실 거 아니야!”그녀의 울음소리가 거슬렸던 심지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오늘 이 일이 없다 하더라도 할아버지께서는 당신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실 거예요.”‘자기가 한 일은 떳떳하게 책임질 것이지. 이제 와서 울고불고하기는. 원이한테 그렇게 모질게 대했으면서...’“난 그런 적 없어요...”흐느껴 울던 그녀의 눈은 빨갛게 변해버렸다. “경찰에서 내가 아니라는 걸 증명했어요. 근데 왜 날 이렇게 몰아붙이는 거예요? 연신이를 돌려주면 되나요? 난 그냥 아이가 무탈하게 태어나길 바랄 뿐이에요. 제발 부탁인데 이러지 말아요. 몇 마디 말로 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우지 말라고요.”사람들은 임시연을 향해 동정 어린 눈빛을 보냈다. 마치 그녀가 진짜 피해자인 것처럼 말이다. 그 모습에 심지안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정말 뻔뻔스럽군요.”임시연은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얼굴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욕하고 싶으면 해요. 날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어떻게 해든 좋아요.”한편, 경찰서에서 걸어 나온 오지석은 성연신을 향해 고개를 저으며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예상했던 일이라 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편,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심지안은 임시연을 노려보였다. 임시연이 그녀를 쳐다보는 그 득의양양한 눈빛을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였다. ‘정말 여우 같은 여자라니까.’“경고하는데 언젠가는 꼬리가 밟히게 될 거예요. 내가 증거만 찾아낸다면 당신은 끝장이에요.”임시연은 가여운 표정을 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하
성연신을 발견한 소방관이 엄숙하게 물었다.“당신은 저 여인의 가족인가요? 아니면 친구예요?”그가 대답도 하기 전에 소방관은 말을 이어갔다.“당신이 어떤 신분이든 상관없어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저 여인을 진정시키는 거예요. 절대 자극하지 마세요. 알겠어요?”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렸다.“참, 수영할 줄은 알아요?”“네.”“좋아요, 그럼 가봐요.”성연신은 한 걸음 한 걸음 바다로 들어갔고 바닷물에 젖은 슈트가 그의 몸에 착 달라붙어 그의 훤칠한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임시연과 1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가서 멈춰 섰다. 두 사람은 온몸이 흠뻑 젖은 상태였지만 몸에서 풍기는 우아한 분위기는 막을 수가 없었다. 옆에서 핸드폰을 들고 라이브 방송을 하던 한 사람이 심지안에게 말을 걸었다.“역시 부부는 부부인가 봐요. 저리 물에 흠뻑 젖었어도 참 잘 어울리는 걸 보면요.”그 말에 마음이 불쾌했던 심지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연신아, 나 신경 쓰지 마. 어차피 난 암 환자야. 네 인생은 아직 길어. 나와 아이가 네 발목을 잡길 원하지 않아.”임시연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널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언제 아이를 원치 않는다고 했어?”“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너와 심지안 씨 사이의 걸림돌이 될 거야. 난 내 아이가 그런 억울함을 당하는 게 싫고 네가 나 때문에 곤란해지는 게 싫어.”“심지안 씨는 받아들일 거야.”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임시연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해변에 있는 심지안을 쳐다보았다.“정말? 맹세하라고 해. 안 그러면 난 믿을 수 없어.”옆에 있던 소방관은 그 얘기를 듣고 해변을 향해 소리쳤다.“심지안 씨가 누구예요? 이 자리에 있어요?”심지안은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었고 바닷바람에 그녀의 가녀린 몸이 흔들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심지안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저예요.”소방관은 이내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지금 가장
그 말을 들은 임시연의 입꼬리에는 숨길 수 없는 오만함이 드러났다. 그리고 바로 몸에 힘을 풀더니 마침 성연신의 품 속으로 쓰러졌다.성연신은 임시연을 안아 들고 급하게 구급차로 달려갔다.심지안은 성연신의 팔을 잡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만약 내가 임신했다면 임시연 씨를 떠나보낼 수 있나요?”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무슨 뜻이죠? 그녀 배 속의 아기까지 보내라는 건가요?”심지안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도 모르겠어요. 죄 없는 아기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임시연을 다시 보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아까는 어쩔 수 없이 한 약속이었지만 지금 심지안의 마음은 매우 불편해졌다.성연신은 심지안의 손등을 톡톡 두드리면서 말했다.“나도 내 아기한테 무관심할 수 없잖아요. 당신이 이해해 줘요.”심지안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성연신의 각도에서 보면 확실히 그러하다.누가 애를 낳든 그 애는 성연신을 아빠라고 부를 수밖에...구급차가 곧 출발하기 전, 성연신은 심지안의 얼굴에 가볍게 뽀뽀했다.“정욱에게 전화해서 당신을 데리러 오라고 해요. 일 다 보고 당신한테 갈게요.”심지안은 성연신이 탄 구급차가 시야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았다.점차 구경하려고 모였던 사람들이 흩어졌다.끝없이 펼쳐진 해변에 심지안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심지안은 검은색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이 꽉 막힌 거 같았다.이 모든 것이 그녀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아기는 잘못이 없다. 그럼 그녀는? 그녀는 무슨 죄가 있다고.분명히 임시연이 그녀의 결혼생활을 망친 것인데...심지안은 정욱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떠돌이처럼 목적 없이 걸어 다녔다.“지안아! 여기 있을 줄 알았어!”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진유진이 그녀에게로 뛰어오고 있었다.“너... 어떻게 알고 왔어?”“인터넷에서 라이브 방송 봤어. 그 여자 구조되었더라?”진유진이 씩씩대면서 말했다.“응...”“성연신 씨는? 그 여자랑 같이 간 거야
의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적어도 16주, 즉 4개월부터 가능해요. 환자분은 지금 몸 상태가 일반인보다 안 좋아요. 임신이 이미 큰 부담이에요. 유전자 검사는 빨라도 4개월 이후부터 가능해요. 상황이 안 좋으면 5개월, 6개월 때 해야 할 수도 있어요.”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돌아섰다.성연신이 병실로 돌아오니 임시연은 이미 깨어있었다. 그녀의 눈은 빨갛게 부어있었고 그 모습이 상당히 가여워 보였다.“빨리 지안 씨한테 가봐. 난 이미 괜찮아. 오늘 밤엔 내가 실수했어.”“왜 일부러 이 난리를 벌인 거야?”깊어진 성연신의 검은 눈동자가 임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임시연은 흠칫하더니 성연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감정이 북받쳐 올라 얘기했다.“심지안 씨가 아무 이유도 없이 경찰을 시켜 나를 심문하게 했잖아. 연신아, 난 유명인이야. 명예가 나한테는 굉장히 중요해. 난 나를 지켜야 해. 이런 일로 나의 결백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 게다가 내 배 속의 아기도 지켜야 해.”“심지안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하지만 지안 씨는 항상 나를 싫어하잖아. 그날 밤 일어난 실수는 나도 원하지 않았어. 하지만 임신한 건 임신 한 거잖아. 나도 어쩔 수가 없어.”“하지만 넌 확실히 혐의가 있어.”임시연은 한숨을 크게 쉬더니 실망한 듯 성연신을 바라봤다. “경찰도 나를 풀어줬는데 넌 아직도 무슨 의심을 하고 있는거야. 네가 이렇게 지안 씨만 편애할 줄 알았어. 그래서 나도 그런 극단적인 방법으로 나를 지킨 거야. 사람들도 보는 눈이 있어. 만약 내가 진짜 그런 나쁜 짓을 했다면 내가 감히 이렇게 관심을 끌려고 했을까? 널 탓하는 게 아니야. 널 잡지 못한 나를 탓하는 거지. 그만 가.”성연신은 차분하고 냉담하게 말했다.“다시 한번 말할게.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온 후, 내 아이라면 내가 책임질 거야. 그전까지 안정을 취하고 있어. 문제 만들지 말고. 난 인내심이 그렇게 많지 않거든. 너와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아.”성연신은 임시연의 자살 쇼에 신경 쓰고
심지안은 순간 멈칫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됐어요. 충전을 마치고 다시 전화하죠. 급한 일은 아닐 거예요.”“그래요, 어느 단지에 살아요?”“5동이요.”“전 6동이요. 마침 바로 옆이네요?”심지안은 눈을 가늘게 떴다.“우리 정말 인연인 가봐요. 전 청민 씨 학교가 제경 쪽에 있는 줄 알았어요.”“학사 과정은 제경 쪽에서 했고요. 이제 곧 대학원생이 되거든요. 대학원 과정은 금관성에서 하기로 했어요.”그 말에 심지안은 이해가 되었다. 대학원은 9월 쯤에 개강이었다. 지금은 8월이니 기숙사에 있지 않을 것이면 셋집을 찾아봐야 했다.물론, 고청민은 한남 더힐에 집을 산 것이었다.두 사람은 대화를 하면서 각자의 아파트까지 와서 작별 인사를 했다.심지안은 집에 돌아와 핸드폰을 충전하고 성연신에게 전화를 걸었다.“아까는 핸드폰에 배터리가 없어서 꺼졌어요. 지금 충전했고요.”전화기 너머에서 성연신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집에 도착했어요?”“네... 임시연은 어떻게 됐어요?”“괜찮아요. 이미 얘기해 뒀어요.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거예요. 오늘 고생했어요.”심지안은 그 말을 들으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그래서 우리가 만약 다시 결혼하게 되면 저는 임시연의 아이를 제 아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죠?”“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고 나서 다시 얘기해요.”“전 지금 그 답을 듣고 싶어요.”성연신은 침묵하더니 한숨을 쉬었다.“그건 임시연의 아이일 뿐만 아니라 내 아이기도 해요. 난 책임감 없는 아빠가 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앞으로 영원히 임시연을 만나지 않게 해줄 수는 있어요.”심지안의 마음은 모래주머니처럼 무거워졌다.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알겠어요. 잘게요. 잘 자요.”성연신은 이미 끊어진 통화를 보며 머리가 아팠다.중정원으로 돌아와 그는 손남영에게 연락했다.손남영은 클럽에서 재미나게 놀다가 그의 부름을 받고 야식거리와 맥주를 사서 중정원으로 갔다. 갑작스러운 부름이었지만 재밌는 이야기를 들을 것 같다는 촉이 왔다
회사 아래.성연신은 직접 운전하고 왔다. 심지안에 차에 앉아 안전벨트를 했다.“감옥 쪽은 예약한 거예요?”“오늘 오후 두 시로 예약했어요.”성연신은 심지안을 흘깃 보고 물었다.“가방이 마음에 안 들어요?”“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그렇게 많이 줘서 뭐 해요. 다 들지도 못하는데.”“그럼 그대로 둬요.”“그건 너무 아깝잖아요. 좋아하는 것 몇 개만 남기고 다 중고 시장에 올렸어요.”“그래도 돼요.”성연신은 생각보다 반응이 없었다. 성연신도 매일 화려한 가방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가방이란 물건을 담는 용기일 뿐이니까.차는 신호등을 건너 차량이 적은 큰길로 들어섰고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그가 운전하는 동안 보광의 임원들이 전화를 걸어 몇 가지 일을 물었다. 그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수려한 손가락으로 여유롭게 핸들을 잡고 있었는데 묘한 지배욕이 있는 사람 같았다. 그는 여유롭게 통화를 하면서 회사의 일도 처리했다.통화가 끝나고 심지안이 입을 열었다.“오늘 회사의 일도 다 처리 못 한 거예요?”“조금 남았을 뿐이에요.”“저 혼자 가도 되는데.”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리고 이 문제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운전하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를 세운 그는 깊은 눈동자로 심지안을 쳐다보았다.“아직도 화가 났어요?”심지안은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아니요.”“아닌 게 아닌데?”심지안은 깊이 숨을 들이켰다.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심지안은 앙칼진 목소리로 얘기했다.“그럼 어떻게 하라는 건데요! 당신과 임시연의 아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라고요? 미안하지만 난 그렇게 못해요!”아이의 존재는 항상 그날 밤의 기억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임시연도 그 목적일 것이다.임시연이 없어도 아이를 이용해서 심지안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지안 씨가 억울한 것은 알아요.”성연신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바로 심지안에게 돈을 보냈다. 심지안의 핸드폰이 울렸다. 성연신이 문자를 보냈으리라 생각하며 핸드폰을 꺼내 들자 성연
심지안은 그저 웃음만 나왔다. 그리고 또박또박 얘기했다.“하지만 연신 씨는 그렇게 했잖아요.”성연신은 화를 거두고 멈칫하더니 이내 진정하고 대답했다.“알겠어요.”앞에서 걸어가는 성연신의 뒷모습을 보며 심지안은 의문이 들었다.‘뭘 알았다는 거지?’...심전웅이 있는 감옥은 교외에 있는 감옥이었다. 지금 시간대에 범인들은 단체 활동을 하는 중이었다. 죄수복을 입고 밖에 나와있던 심전웅은 교도관의 목소리에 따라 면회실로 왔다.심전웅은 머리를 깎아 대머리가 된 상태였는데 그 모습마저 변태 같았다.“지안아, 네가 여기는 무슨 일로...”심전웅은 기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한 것 같았다.“제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해서요. 어디서 온 것인지. 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살아계시는지.”그 질문에 심전웅의 낯빛이 확 변했다. 성연신을 보는 그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나를 여기서 꺼내주면 알려주마. 어찌 됐든 나는 네 친아버지잖아. 내가 남은 인생을 여기서 살다가 죽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을 거잖아!”심지안은 잠시 멈칫하고 두 손을 꽉 쥐었다.“여기서 내보내 주지 않으면 얘기하지 않을 건가요?”심전웅은 믿지 못하겠다는 심지안의 눈빛을 보며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고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난 이제 마흔이야. 제발 내 생각을 좀 해줘. 이곳에 있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그럼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는 잊었어요?”성연신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다 잘못했어... 우리는 지금 남은 유일한 가족이잖아. 넌 정말 네 아버지가 감옥에서 남은 생을 보내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거야?”심지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 감정도 없이 얘기했다.“당신은 내 아빠가 아니에요. 내 어머니를 죽인 사람이지.”심전웅이 대답을 하기 전에 심지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성연신을 향해 얘기했다.“이만 가요.”이미 심전웅에게 실망했다.성연신은 커다란 손으로 심지안의 머리를 만지며 얘기했다.“밖에서 기다려요. 몇 마디하고 갈게요.”심지안은 미간을 살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