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연은 그녀에게 속내를 들켜 이내 얼굴을 붉혔다.그녀는 확실히 성연신과 심지안 사이의 관계를 파괴하기 위해 원이를 이용했다.그런데, 그게 뭐 어때서.목적을 이뤘으면 됐지.“네네네, 그쪽이 고상하고 고귀하지만 결국 이혼했잖아요? 남자 하나 못 잡아서 강아지한테 화풀이나 하고. 이 개가 당신 아들이라도 돼요?”김슬비는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명성을 토대로 거리낌 없이 입을 놀렸다.“이제 보니 개 어머니셨네, 하하하.”임시연은 누군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고 있는 것을 보고 표정이 조금 나아졌다. 그러고는 턱을 약간 치켜들며 우스갯소리를 듣기를 기다렸다.동물 병원은 지금 사람이 별로 없어서 아무도 이쪽 상황을 신경 쓰지 않았다.심지안은 김슬비보다 키가 한 뼘 컸다. 그녀는 위에서 아래로 김슬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전 당신의 어머니입니다!”“감히 날 농락해?”김슬비는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심지안은 피식 웃고는 핸드폰을 꺼내 재빠르게 그녀의 엽사 여러 장을 찍었다.심지안은 그녀를 농락할 뿐만 아니라 그녀의 팬들에게 그녀의 진짜 모습을 까발리려 했다.김슬비는 그 모습을 보고 즉시 표정을 가다듬고는 거드름을 피우며 경고했다.“퍼뜨리기라도 하면 변호사한테 말해서 소송 걸 겁니다!”심지안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녀가 직접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너무 미움을 사는 일이었다.이런 일은 파파라치에게 맡기는 게 좋았다.“심지안 씨, 화내지 마세요. 제 친구가 워낙 단순하고 솔직해요.”임시연은 타이밍을 잡아 입을 열었지만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심지안은 웃어 보였다.“어머, 저도 단순하고 솔직합니다.”“...심지안 씨, 이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하지 마세요.”마음이 깨끗하지 못한 사람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리가 없었다. 이번 원이 사건 이후로 심지안은 임시연의 됨됨이를 똑똑히 알아보았다.속이 검고 교활하며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일이 생긴 데는 이유가 있다. 어쩐지 고연
임시연은 발송 버튼을 누르고는 더 머무르지 않고 김슬비와 함께 떠났다.약 10분 후, 심지안이 다시 돌아왔다.의사는 피가 묻은 과일칼을 비닐로 잘 싸매서 심지안에게 건넸다.“감사합니다.”심지안은 감격해하며 감사를 표했다.의사는 웃으며 말했다.“저와 어시스턴트 모두 이 칼을 만져서 지문이 채취될지 모르겠네요. 얼른 감식기관에 보내세요.”그는 이 업계에서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났다. 어떤 사람들이 진심으로 강아지를 대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네, 안녕히 계세요.”심지안은 아침에 이미 감식기관에 연락했던 터라 지금 당장 과일칼을 보내고 결과를 기다리면 되었다.지문 채취만 성공하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범을 찾아낼 수도 있었다.감식기관 센터에서 3일 정도 시간이 걸리기에 3일 뒤에 결과를 찾으러 오면 된다고 했다. 그녀는 알겠다고 했다. 마침 요 며칠 외지로 출장을 가야 했기에 돌아올 때쯤이면 결과를 가질 수 있었다....성연신은 늦은 밤까지 업무를 처리했다. 보광 중신의 많은 직원들도 야근하고 있었다.정욱도 그러했다.그는 창밖이 밝아오는 것을 보고 한 시간만 지나면 곧 아침이 된다는 걸 깨닫고는 성연신에게 말했다.“대표님, 나머지 업무는 저희한테 맡기시고 들어가서 쉬세요.”성연신은 미간을 문지르고 핸드폰을 집어 들어 원이의 사진을 보았다.그는 심지안과의 대화창을 열었는데 아무 메시지도 없었다. 그는 얇은 입술을 오므렸다.어리석은 여자가 양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네.정욱은 곁눈질로 임시연이 보내온 영상을 보고는 심지안이 원이를 보러 갔다는 소식을 성연신에게 전할지 말지 망설였다.첫째, 그는 성연신 몰래 심지안과 연락했다.둘째, 그는 욕을 먹을까 봐 무서웠다.몇 분 동안 망설이다가 카리스마 가득한 남자를 본 정욱은 그냥 이 사실을 숨기기로 했다.그는 도저히 사장의 마음을 모르겠어서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했다....임시연은 오늘 밤도 늦게 돌아갔다. 그녀는 진현수와 연락해서 그가
심지안은 눈을 깜빡이면서 말했다.“보광 중신으로 가게요?”“네, 마침 같은 길인데 너무 난처해할 필요 없어요. 비록 연신 형과 헤어졌지만 우린 계속 친구잖아요.”심지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뻔뻔하게 그냥 앉겠습니다. 서비스가 마음에 들면 팁도 드릴게요, 손 기사님.”“네, 안전벨트 꼭 매시고 지금 출발하겠습니다.”...‘출발?’‘왜 이렇게 섬뜩하게 느껴지지?’“연신 형은 왜 찾으러 가는 거예요?”손남영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설마 연신이 형 보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죠?”“애까지 가진 유부남을 보고 싶어 한다고요?”심지안은 비꼬는 듯한 말투로 자신을 비웃었다.“형이랑 임시연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잖아요.”“지금 안 한 거지, 곧 할거잖아요.”“안 할 것 같은데.”손남영은 혼자 중얼거렸다.“연신 형 임시연과 결혼하지 않을 것 같아요.”이진우가 임시연의 과거를 다 까발려 버렸는데 이런 상황에서 성씨 집안 안주인으로 들어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심지안은 손남영을 곁눈질해 보면서 말했다.“그런데 임시연 씨말로는 두 사람 곧 결혼한다고 하던데요. 성연신이 아주 성대하고 로맨틱한 결혼식을 올려주기로 약속했다고 하더군요.”“임시연이 한 말을 그대로 믿는 거예요?”손남영은 의아한 표정을 하고 심지안에게 말했다.“그냥 지안 씨 질투하게 하려고 하는 거죠.”손남영 주변에 여자애들도 서로 질투하면서 스스럼없이 거짓말을 하는 게 일상 루틴이었다.너무 흔한 수단이었다.심지안은 그냥 당사자로서 발견하기 어려울 뿐이었다.심지안은 눈이 휘둥그레서 물었다.“진짜예요? 임시연 씨가 애를 낳는다고 해도 성연신 씨가 그녀완 결혼하지 않을 거란 말인가요?”“당연하죠. 안 그러면 제 절친이 결혼하는데 저를 안 알려줄 리가 없잖아요.”“왜죠?”‘비록 임시연이 싫다고는 하나 성연신을 위해 애까지 낳았는데 마땅히 애 엄마로서 성연신과 결혼해야 하는 거 아니야?’손남영은 심지안 앞에서 임시연의 뒷담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비도덕적으로 느껴졌다
“회사에서는 바빠요.”성연신이 어쩔 수 없이 해명했다.옆에서 손남영이 말을 보탰다.“내가 증명할 수 있어요. 어제 연신 형한테 전화를 계속했는데 안 받더라고요.”정욱이 차를 들고 들어왔다.“성 대표님은 이미 며칠째 밤을 새워 야근 중입니다. 부하들도 야근한 지 일주일이 되고요.”심지안은 그제야 성연신의 얼굴이 까칠해지고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바쁘지 않을 때 오지석을 찾아가요.”성연신은 눈썹을 까딱거렸다. 관심 한 마디도 없는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입을 열자 생각하지 못한 말이 나왔다.“왜 원이를 보러 안 가요?”“갔다 왔어요.”심지안은 당당했다.“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과일칼을 가졌겠어요? 갈 때마다 연신 씨한테 인사라도 해야 해요?”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리고 옆의 정욱을 쳐다보았다.정욱은 씁쓸하게 웃었다. 분명 심지안과 연락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 것은 성연신, 본인이었는데 말이다.하지만 정욱은 말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동네북이 필요한 것 아닌가. “점심에 같이 밥 먹을래요?”손남영이 분위기를 바꾸려고 애쓰며 팔꿈치로 심지안을 쿡 찔렀다.“아니요. 회사로 돌아가 봐야 해요.”“지안 씨, 설마 나랑 진짜 절교하려는 건 아니죠?”손남영은 상처받은 얼굴로 얘기했다.“전 아직 지안 씨랑 사업도 같이 하고 싶은데. 저랑 절교하려는 거면 어쩔 수 없죠.”그 말에 심지안의 눈이 빛났다.“사업이요? 무슨 사업?”“점심을 먹을 때 자세히 알려줄게요.”“알겠어요.”저번 리조트가 실패해서 돈과 인력을 너무 많이 썼다. 회사가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적지 않은 손해였기에 앞으로 1년 동안은 신중하게 움직여야 했다.출장을 하는 것도 많은 사업 파트너를 끌어들여서 회사가 안정기에 접어들게 하기 위해서였다.손남영은 웃으면서 성연신을 향해 윙크했다. 이로써 성연신은 손남영에게 빚을 지게 되었다.사람들은 1층의 양식 레스토랑에 갔다. 전에 심지안과 성연신은 이
심지안은 눈이 휘둥그레서 말했다.“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하하하, 이 업계가 크다면 크고 좁다면 좁죠. 대부분 이 업계에 들어오고 나면 서로 다 알고 지내는 법이에요.”심지안이 말했다.“저는 그저 잠시 들어왔을 뿐이에요.”성원 그룹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성씨 가문을 알고 지낼 리도 없었고 세움의 엠버서더가 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말 참 재밌게 하네요. 저의 아버지께서 심지안 씨가 만든 계획안을 마음에 들어 하시던데 혹시 저희와 합작할 의향이 있으신지요? 가격은...”손남영은 손으로 숫자를 세며 심지안에게 보여줬다.“받을게요!”심지안은 기업 총괄 매니저가 계획안을 써줄 사람 하나 못 찾는다는 걸 믿지 않았다. 아마 그녀의 능력을 시험하려고 그러는 것일 것이다. 예상과 부합된다면 후에 그녀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아무튼, 돈은 그대로 받았으니까.손남영은 심지안의 결연한 모습을 보고 웃어 보이며 말했다.“돈이 필요하세요?”“아니요, 돈보다 기회가 더 필요해요.”심씨 가문 회사는 아래로 비기면 여유로운 존재이고 대신 위에 있는 회사들과 비기면 많이 부족한 상태였다. 아래로 떨어지기는 쉬우나 위로 올라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회사였다.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성연신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손남영은 아까 심지안과 했던 얘기를 성연신에게 알려줬다.성연신은 심지안과 손남영 사이에 있었던 대화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는 화제를 돌려 손남영에게 물었다.“아버지가 제경에서 하시는 프로젝트 나도 함께해도 될까?”손남영은 멈칫했다.“그건 어떻게 알았어요...”손남영의 아버지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심지안을 끌어들일 예정이었다.‘귀신도 아니고 어떻게 알았지?’“함께 해도 될까?”“당연히 되죠. 돌아가서 아버지한테 말해볼게요.”성연신은 짧게 응답하고는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웨이터들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서 매운 음식들을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다.손남영은 의문스러운 듯 물었다.“형이 주
심지안은 손남영의 말을 듣고 눈빛이 흔들렸다. ‘할아버지가 알게 되면 할아버지도 두 손주가 싸우는 걸 원치 않을 거야.’‘할 말이 있으면 앉아서 차근차근 말하고, 정말 말이 안 통한다면 성연신 보고 성여광을 한 대 때리게 해서 화를 풀게 만들면 되지. 너무 어긋나는 일만 없으면 돼.’끝내 심지안은 손남영의 제안을 승낙했다....성연신이 너무 무서웠던 성여광은 15분 후에 성형찬까지 데리고 같이 나타났다.“연신아, 여광이가 철이 없어서 그런 거야. 그냥 좋게 넘어가 줘. 이제 자금 문제가 해결되고 돈이 들어오면 다시 그 집을 사 오면 되잖니.”“지금 당장 다시 사들이세요.”성연신은 더는 반박하는 말을 듣지 않을 셈이었다. 그의 눈빛은 전혀 온기가 없이 아주 차가웠다.성형찬은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지금 돈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니니. 게다가 네가 여광이 창업하는 걸 도와주면서 돈이라도 조금 보태어 줬어도 얘가 집을 팔려고 하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이사회에서 나가시든지 집을 다시 구매해 들이시든지 한 가지만 고르세요.”“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넌 어른을 존중하는 법도 다 잊었니?”심지안과 손남영도 옆에서 보고 있었는지라 성형찬 두 사람에게 웃음거리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는 화를 내면서 성연신을 호되게 혼내려고 자신이 성연신보다 나이가 더 많은 집안 어른이라는 티를 냈다.“형, 왜 그렇게 인색하게 구는 거야. 그 집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도 않았잖아. 게다가 집을 산 사람도 그 집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걸 꺼리지도 않고 돈도 푼푼이 줬잖아. 몇 달 후에 내가 돈을 벌면 집값을 그대로 형한테 주면 되잖아. 이자 1억도 보태어서 줄게. 그러면 되지?”심지안은 성여광의 말을 들으면서 눈살을 찌푸렸다.‘사람이 죽은 걸 꺼리지 않는다고?’‘저 뜻은 죽은 사람이 가족이 아니라 남이란 말이야?’‘추억으로 남긴 집을, 게다가 다른 집을 함부로 팔고도 왜 억울한 척하는 거야?’성연신은 살기를 내뿜으며 눈살을 찌푸리고 성여광에 앞에 서 있던 성형찬
심지안은 이 순간만은 성연신에게 포옹을 해주고 싶었다.그녀는 그를 안고 최선을 다해 그에게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심지안은 두 손을 뻗었다가 그대로 제자리에 멈춰버렸다.하지만 지금 두 사람 사이 관계는 이런 친밀한 행동을 허용치 않았다.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띠더니 성연신과 거리를 두려고 마음먹었다.그러나 성연신이 갑자기 그녀를 껴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성연신은 턱을 심지안의 어깨에 기대고는 피곤함으로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조금만 기대고 있을게요.”심지안은 입술을 오므리고 작은 손으로 달래듯 성연신의 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네.”두 사람은 서로를 꼭 껴안고 있었는데 상대방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게 평화로운 분위기였다.심지안은 하늘에 떠 있는 달을 올려다보았다. 옥상에 있는 덕분에 이 각도에서 달이 아주 크고 둥글게 가까이 있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 또 아득히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성연신은 한동안 마음을 추스르더니 계속 심지안을 안은 채 그녀의 목에 얼굴을 파묻고는 탐욕스럽게 그녀의 온기를 느꼈다.“우리 싸우지 말고 화해해요.”성연신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한 글자 한 글자마다 가볍게 말했는데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마치 혼자서 중얼거리는 듯했다. 그의 얇은 입술은 심지안의 피부에 닿는 듯 마는 듯하면서 그녀를 간지럽혔는데 심지안은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듯했다.“지금 뭐라고 했어요...”성연신은 두 손으로 심지안의 얼굴을 감싸고 그녀의 콧등에 자신의 콧등을 맞대고 다시 말했다.“우리 화해해요.”심지안은 빨간 입술을 오므리고 말했다.“진심이에요?”“제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요?”“싫어요, 바람피웠었잖아요.”그녀는 그날 밤에 일에 집착하면서 그를 용서하려고 하지 않았다.“실수예요. 절대적인 실수요. 바람피운 것과 실수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잖아요.”“연신 씨가 실수라면 실수인 거예요?”‘바람피운 남자들은 항상 이렇게 변명하곤 하지.’심지안은 성연신의 사랑 넘치는 눈빛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재결합에 동의한 적 없어요. 그날 밤은 실수였어요.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우리 둘 다 신중하게 생각해 봐요.”임시연을 제외하더라도 두 사람 사이에는 재결합이 망설여지는 이유가 많았다.성연신은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보 같은 여자가 분명 마음속으로는 엄청 기뻐하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아닌 척하기는. 그래, 당신의 연기에 나도 장단 맞춰줄게.’한편, 임시연은 성연신의 전화를 받고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그녀는 정성스럽게 화장을 하고 하얀 원피스를 차려입은 채 들뜬 마음으로 보광 그룹으로 향했다. 사무실 안, 손남영과 성여광은 이미 자리를 뜬 상태였다. 성여광이 다시 집을 구입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성연신은 구매자에게 연락해 보라고 정욱에게 당부했다. 곧 임시연이 올 때가 된 것 같아 심지안은 성연신을 향해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이따가 난 화장실에 가 있을 테니까 임시연 씨한테 내가 여기 있다는 거 말하지 말아요.”그녀가 있으면 임시연은 분명 자연스럽지 못하게 자신의 마음을 숨길 것이다. 심지안의 속셈을 눈치챈 성연신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임시연이 신경 쓸까 봐 그래요?”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의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 3분 뒤, 밖에서 들려오는 엘리베이터 소리에 심지안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 들어간 그녀는 문틈 사이로 밖의 상황을 몰래 살폈다. 그 모습에 성연신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이마를 짚었다. ‘도둑질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연신아, 무슨 일로 보자고 했어?”임시연은 옅은 화장을 한 채 고급스러운 카멜 색상의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수줍게 사무실로 들어와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성연신을 빤히 쳐다보았다. 성연신은 며칠 동안 그녀한테 연락하지 않았었다. ‘왜 갑자기 날 부른 거지? 그것도 이 늦은 시간에. 혹시... 내가 보고 싶었나?’남자는 두 종류로 나뉜다고 굳게 믿고 있는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