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안은 눈을 깜빡이며 성연신이 문을 박차고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문을 어찌나 세게 닫았는지 문틀이 흔들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그녀는 화가 나고 또 웃겼다.‘사실을 말하지 말라고?’‘성깔 한번 엄청 나네.’성연신이 떠난 후, 심지안은 수리부 직원을 불러 문틀을 고정한 뒤 다시 업무에 몰두했다.저녁까지 바빴던 그녀는 원래 야근을 해야 했는데 의사가 한 말이 생각나서 그냥 제때 집에 가서 쉬기로 했다.임신 3개월 전까지는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했다.심지안은 회사 근처에서 밥을 먹고 집에 돌아와 씻고 잤다.한밤중에 그녀는 마치 개가 짖는 듯한 기척을 들었다.그녀는 비몽사몽인 채로 눈을 뜨고 침대에서 내려와 살펴보았다.어둠 속에서 그녀는 마당에 가엾게 앉아 있는 원이를 보았다. 검고 큰 두 눈은 막막함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고 원이는 그녀를 보자마자 반갑다는 듯이 꼬리를 흔들며 그녀에게로 달려가 부드러운 머리로 그녀의 손을 문질렀다.심지안은 밖이 캄캄하고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놀랐다.‘원이는 어떻게 온 거지?’그녀는 별생각 없이 침실로 가서 휴대폰을 집어 들고는 성연신에게 전화를 걸었다.두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아마 자고 있겠지.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해 두는 것은 그의 습관이었다.심지안은 웅크리고 앉아 원이를 만졌다.“혼자 온 거야?”두 사람이 헤어진 뒤, 임시연이 한 번 원이와 오레오를 데리고 집에 와서 동물 간식을 만드는 법을 배운 적이 있었다.그녀는 가르치고 싶지 않았지만 전보다 홀쭉해진 오레오와 원이를 보고 마음이 약해져 직접 동물들 간식을 많이 만들어 임시연에게 가져다주었다.딱 한 번 그렇게 한 뒤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다.설마 원이가 한 번 왔다고 길을 기억한 건가?그녀는 보더콜리가 다른 품종의 개보다 더 똑똑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것 말고는 한밤중에 원이가 여기에 나타난 것을 설명할 원인이 없었다.심지안은 윤기 나는 원이의 털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너 혹시 내가
심지안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초조한 듯 성연신에게 말했다.“빨리, 원이를 동물 병원으로 보내요!”성연신은 눈앞의 광경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지며 즉시 동물 병원 의사에게 차를 몰고 오라고 연락했다.칼이 아직 몸에 꽂혀 있어 쉽사리 건드릴 수 없었다.임시연은 원이 배에 꽂혀 있는 과일칼을 가리키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심지안씨, 원이 배에 있는 이 칼 당신네 집꺼죠?”심지안은 다시 보니 머리가 곤두섰다.그녀의 집이 있던 과일칼이 맞았다.누군가 밤중에 그녀의 집에 침입해 원이를 공격했다.만약 이 사람의 목표가 자신이었다면...원이와 같은 결말을 맞이했을까.아니면, 원이가 없었다면 지금 저 피바다에 누워있는 게 자신이었을 수도 있다...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어떻게 이렇게 천박한 짓을 저지를 수 있죠? 당신이 저를 미워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원이는 아무 잘못 없는 강아지일 뿐이라고요.”임시연은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눈물을 흘렸는데 정말 화가 난 것 같았다.하지만 심지안은 그녀의 눈에 비치는 득의양양함을 똑똑히 보았다.심지안은 임시연을 죽일 듯이 쳐다보며 물었다.“당신이 한 짓이죠? 그렇죠?”지난번에 일부러 집에 원이와 오레오를 데려온 건 이런 짓을 벌이기 위한 밑거름이었다.그렇지 않고서야 그녀가 어떻게 간식을 만드는 방법만 배우려고 이렇게 먼 길을 올 수가 있을까!그리고 원이와 오레오가 납치를 당했을 때 간식으로 사각지대까지 유인했던 것도 사전에 계획되었던 것일 수도 있다.“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원이는 당신 집에서 이런 일을 당했고 흉기도 당신 집 물건이었는데 왜 생사람 잡고 이래요!”“이런 말은 서에 가서 하시죠!”과일칼은 그녀가 건들지 않았기에 반드시 범인의 지문이 찍혔을 것이다.심지안은 임시연을 붙잡고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다.임시연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음흉함이 스쳤고 이내 심지안의 손을 잡고 자기 쪽으로 힘껏 당겼다.그녀는 갑자기 몸이 뒤로 기울여졌고 다행히 눈치가 빠른 성연신이 그녀
성연신이 차가운 얼굴로 무슨 말을 하려 할 때 동물 병원 의사가 도착했다.그는 의사와 함께 원이를 조심스레 베드에 올렸고 이내 즉시 병원으로 향했다.심지안은 홀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괴로움이 차 넘쳐서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오후에 원이에 대한 관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정욱에게 메시지를 보내 물어보았다.정욱이 답하길 원이는 비록 고비를 넘겼지만 오늘 밤을 지켜보아야 한다고 말했다.답을 듣고 그녀는 하루 종일 가슴이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하지만 지금 또 다른 중요한 일이 있었다. 바로 집에서 이사 나오는 것이었다.이곳은 너무도 위험한 곳이었다.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계속 여기 있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 것이다. 이날 그녀는 중개업체에 연락해 진해 아파트를 추천받았다.회사와도 가깝고 슈퍼마켓과 쇼핑몰도 있었기에 안성맞춤이었다.아파트 내부를 간단히 살펴보니 그렇다 할 단점은 없었다.그녀는 통쾌히 석 달 치 월세를 내고 이삿짐센터를 불러 일상에 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그곳으로 옮겼다.청소업체를 불러 집 안 청소를 다 하니 벌써 밤이 되었다.심지안은 여전히 원이가 마음에 걸려 다시 한번 정욱에게 문자를 보냈다.한편.동물 병원에서 정욱은 핸드폰의 진동을 감지하고는 폰을 꺼내 답장을 보냈다.“수술 성공적입니다. 원이 깨어났습니다.”핸드폰을 거두고 원이를 지키고 있는 임시연을 보던 그는 문득 성연신이 떠나기 전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임시연 씨. 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원이는 오늘 밤 당직 선생님께 맡기면 됩니다.”임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네.”돌아오는 길에 임시연이 물었다.“연신이 오늘 밤 여기로 오나요?”“모르겠습니다. 직접 한 번 물어보시죠.”성연신은 보광그룹에 일이 생겨서 원이가 고비를 넘긴 것을 확인하고는 곧장 회사로 향했다.임시연은 정욱의 대답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설마 심지안 보러 간 건 아니겠죠?”정욱은
기사는 심연아를 농가에 버리고 제경으로 돌아왔다.“도련님, 분부하신 대로 다 했습니다.”고청민은 느릿하게 응답했다.심연아는 이렇게 해결했으니 앞으로 남은 건 남진영이었다.심지안의 신원을 밝힐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이어야 한다.성연신은 꿈도 꾸지 마.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남진영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남진영은 부하를 혼내고 있다가 전화가 온 것을 보고 손짓하며 나가라고 했다.그는 마우스를 움직여 수신을 클릭했다.화면에 나타난 소년은 활짝 웃으며 남진영을 바라보고 있었다.“당신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남진영은 호기심이 생겼다.“무슨 일?”이 녀석은 아무 일 없으면 이렇게 자신을 찾지 않기에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이 궁금해졌다.“성유진 씨의 따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찾았어?!”남진영은 곧장 몸을 일으켜 세웠다.“아니요.”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지금 문제는, 성유진 아주머니의 쥬얼리들이 시중에 나오고 있어요. 아마 다른 사람한테 이용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당신과 저는 이 일을 외부에 비밀로 해야 합니다.”“알겠어.”그의 표정은 엄숙했다. 세움의 재산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만약 누군가가 성유진의 이름을 내걸고 무슨 일을 꾸미거나, 누군가가 심연아처럼 성유진의 딸인 척 연기를 한다면, 성씨 집안의 두 어르신이 병이라도 나면 빈틈을 노리기 쉬웠다.고청민의 얼굴은 휴대폰 화면에서 굴절된 빛에 의해 약간 병적으로 하얗게 보였다.“비밀 유지 작업만 잘하시면 됩니다. 누가 당신에게 뭘 물어보든 절대로 말하지 마세요. 저도 실마리를 좀 잡은 것 같습니다.”“알겠어, 도와줄 건 없고?”“아니요.”그는 담담한 어투로 무심결에 물었다.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성유진 아주머니께서 성씨 집안을 나온 뒤 이름을 바꾸셨다면서요?”“그래.”남진영은 한숨을 쉬었다. 바로 이 때문에, 가장 중요한 정보를 바꿔서 수년간 찾아다녀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청민의 무고한 눈이 이상하리만큼 반짝였다.성연신이 뭔가를 알아냈다고 해도 이
“내가 네 아빠야? 나한테 돈 맡겨놨어?”성여광은 굴복하지 않았다. “제 형님이시잖아요. 게다가 항상 제가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으니, 이번에는 무조건 저 도와주셔야 합니다.”성연신은 두 손을 턱에 되고 생각에 잠겼다.성여광은 그 모습을 보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고는 계속 허풍을 떨었다.“반도체 연구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네? 그럼 무슨 생각 하세요?”“너 언제 꺼지나.”“...”성여광은 화를 내며 보광 중신 대문을 박차 나갔고 이때 백연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받았는지 물어보았다.“말도 마세요. 절대 뜻을 굽히지 않는다니까요.”“그 애는 정말 이기적이야. 성씨 가문이 그 혼자만의 것도 아니잖아. 네가 이사회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데다가 이젠 자립하려는 너에게 조금의 지원도 해주지 않잖아. 그 애는 성씨 가문의 권력자 신분일 자격이 없어!”“엄마, 그 사람 말하지 마세요. 일단 돈을 모으는 게 우선이에요. 이런 프로젝트는 벌기만 하고 손해는 안 볼 거예요.”백연은 머뭇거리면서 성여광에게 물었다.“아들, 정말 돈과 명예를 다 얻을 수 있는 거니?”“그렇다니까요, 리카제국 갑부도 다 참여했다고요.”“아니면... 부동산을 잠시 팔았다가 돈을 벌면 다시 살까?”성씨 가문에 시집을 온 날부터 세 식구는 성연신의 아버지에게 눌려 살았다. 그의 아버지가 죽고 성수광은 모든 권력을 성연신에게 넘겼다.이제 아들이 출세했으니 반드시 지지해 줘야 했다.성여광의 눈이 반짝거렸다. “하지만 큰 집과 제경의 성을 제외하고는 모두 성연신의 명의로 되어 있어요.”“잊었나 본데 할아버지한테 한 채 더 있어.”“성연신 아버지가 물려주신 그거 말씀하시는 거예요?”“맞아, 어차피 아무도 안 사는데 우리가 임시로 쓴다고 해서 안 될 게 뭐 있어?”“엄마, 난 엄마가 최고야.”그 집은 적게 잡아도 2000억 이상은 팔릴 것이다. 이런 가격에 인수할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에 달렸다.집을 내놓은 지 하루 만에 누군가 이 집을 샀다고 누가 생각이
임시연은 그녀에게 속내를 들켜 이내 얼굴을 붉혔다.그녀는 확실히 성연신과 심지안 사이의 관계를 파괴하기 위해 원이를 이용했다.그런데, 그게 뭐 어때서.목적을 이뤘으면 됐지.“네네네, 그쪽이 고상하고 고귀하지만 결국 이혼했잖아요? 남자 하나 못 잡아서 강아지한테 화풀이나 하고. 이 개가 당신 아들이라도 돼요?”김슬비는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명성을 토대로 거리낌 없이 입을 놀렸다.“이제 보니 개 어머니셨네, 하하하.”임시연은 누군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고 있는 것을 보고 표정이 조금 나아졌다. 그러고는 턱을 약간 치켜들며 우스갯소리를 듣기를 기다렸다.동물 병원은 지금 사람이 별로 없어서 아무도 이쪽 상황을 신경 쓰지 않았다.심지안은 김슬비보다 키가 한 뼘 컸다. 그녀는 위에서 아래로 김슬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전 당신의 어머니입니다!”“감히 날 농락해?”김슬비는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심지안은 피식 웃고는 핸드폰을 꺼내 재빠르게 그녀의 엽사 여러 장을 찍었다.심지안은 그녀를 농락할 뿐만 아니라 그녀의 팬들에게 그녀의 진짜 모습을 까발리려 했다.김슬비는 그 모습을 보고 즉시 표정을 가다듬고는 거드름을 피우며 경고했다.“퍼뜨리기라도 하면 변호사한테 말해서 소송 걸 겁니다!”심지안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녀가 직접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너무 미움을 사는 일이었다.이런 일은 파파라치에게 맡기는 게 좋았다.“심지안 씨, 화내지 마세요. 제 친구가 워낙 단순하고 솔직해요.”임시연은 타이밍을 잡아 입을 열었지만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심지안은 웃어 보였다.“어머, 저도 단순하고 솔직합니다.”“...심지안 씨, 이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하지 마세요.”마음이 깨끗하지 못한 사람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리가 없었다. 이번 원이 사건 이후로 심지안은 임시연의 됨됨이를 똑똑히 알아보았다.속이 검고 교활하며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일이 생긴 데는 이유가 있다. 어쩐지 고연
임시연은 발송 버튼을 누르고는 더 머무르지 않고 김슬비와 함께 떠났다.약 10분 후, 심지안이 다시 돌아왔다.의사는 피가 묻은 과일칼을 비닐로 잘 싸매서 심지안에게 건넸다.“감사합니다.”심지안은 감격해하며 감사를 표했다.의사는 웃으며 말했다.“저와 어시스턴트 모두 이 칼을 만져서 지문이 채취될지 모르겠네요. 얼른 감식기관에 보내세요.”그는 이 업계에서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났다. 어떤 사람들이 진심으로 강아지를 대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네, 안녕히 계세요.”심지안은 아침에 이미 감식기관에 연락했던 터라 지금 당장 과일칼을 보내고 결과를 기다리면 되었다.지문 채취만 성공하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범을 찾아낼 수도 있었다.감식기관 센터에서 3일 정도 시간이 걸리기에 3일 뒤에 결과를 찾으러 오면 된다고 했다. 그녀는 알겠다고 했다. 마침 요 며칠 외지로 출장을 가야 했기에 돌아올 때쯤이면 결과를 가질 수 있었다....성연신은 늦은 밤까지 업무를 처리했다. 보광 중신의 많은 직원들도 야근하고 있었다.정욱도 그러했다.그는 창밖이 밝아오는 것을 보고 한 시간만 지나면 곧 아침이 된다는 걸 깨닫고는 성연신에게 말했다.“대표님, 나머지 업무는 저희한테 맡기시고 들어가서 쉬세요.”성연신은 미간을 문지르고 핸드폰을 집어 들어 원이의 사진을 보았다.그는 심지안과의 대화창을 열었는데 아무 메시지도 없었다. 그는 얇은 입술을 오므렸다.어리석은 여자가 양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네.정욱은 곁눈질로 임시연이 보내온 영상을 보고는 심지안이 원이를 보러 갔다는 소식을 성연신에게 전할지 말지 망설였다.첫째, 그는 성연신 몰래 심지안과 연락했다.둘째, 그는 욕을 먹을까 봐 무서웠다.몇 분 동안 망설이다가 카리스마 가득한 남자를 본 정욱은 그냥 이 사실을 숨기기로 했다.그는 도저히 사장의 마음을 모르겠어서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했다....임시연은 오늘 밤도 늦게 돌아갔다. 그녀는 진현수와 연락해서 그가
심지안은 눈을 깜빡이면서 말했다.“보광 중신으로 가게요?”“네, 마침 같은 길인데 너무 난처해할 필요 없어요. 비록 연신 형과 헤어졌지만 우린 계속 친구잖아요.”심지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뻔뻔하게 그냥 앉겠습니다. 서비스가 마음에 들면 팁도 드릴게요, 손 기사님.”“네, 안전벨트 꼭 매시고 지금 출발하겠습니다.”...‘출발?’‘왜 이렇게 섬뜩하게 느껴지지?’“연신 형은 왜 찾으러 가는 거예요?”손남영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설마 연신이 형 보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죠?”“애까지 가진 유부남을 보고 싶어 한다고요?”심지안은 비꼬는 듯한 말투로 자신을 비웃었다.“형이랑 임시연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잖아요.”“지금 안 한 거지, 곧 할거잖아요.”“안 할 것 같은데.”손남영은 혼자 중얼거렸다.“연신 형 임시연과 결혼하지 않을 것 같아요.”이진우가 임시연의 과거를 다 까발려 버렸는데 이런 상황에서 성씨 집안 안주인으로 들어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심지안은 손남영을 곁눈질해 보면서 말했다.“그런데 임시연 씨말로는 두 사람 곧 결혼한다고 하던데요. 성연신이 아주 성대하고 로맨틱한 결혼식을 올려주기로 약속했다고 하더군요.”“임시연이 한 말을 그대로 믿는 거예요?”손남영은 의아한 표정을 하고 심지안에게 말했다.“그냥 지안 씨 질투하게 하려고 하는 거죠.”손남영 주변에 여자애들도 서로 질투하면서 스스럼없이 거짓말을 하는 게 일상 루틴이었다.너무 흔한 수단이었다.심지안은 그냥 당사자로서 발견하기 어려울 뿐이었다.심지안은 눈이 휘둥그레서 물었다.“진짜예요? 임시연 씨가 애를 낳는다고 해도 성연신 씨가 그녀완 결혼하지 않을 거란 말인가요?”“당연하죠. 안 그러면 제 절친이 결혼하는데 저를 안 알려줄 리가 없잖아요.”“왜죠?”‘비록 임시연이 싫다고는 하나 성연신을 위해 애까지 낳았는데 마땅히 애 엄마로서 성연신과 결혼해야 하는 거 아니야?’손남영은 심지안 앞에서 임시연의 뒷담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비도덕적으로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