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서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정말로.”이민혁이 잠시 고민에 잠겼다.“불법 아니고? 너희도 관여 안 하는 일이야?”“그런 것까지 관리할 순 없죠.”서원이 어깨를 으쓱였다.“이런 경매는 모두 합법적인 활동으로 위장해서 조사한다 해도 찾아낼 수 없어요. 게다가 이런 경매회를 여는 사람들은 모두 당지에서 뒷배가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국가와의 관계는 말할 필요도 없죠.”이민혁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렇지. 모든 일을 다 관리할 수 있는 건 아니지.“네가 말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나도 가봐야겠지.”이민혁의 말에 서원이 웃었다.“모레 저녁에 시작하니까 전화번호 드릴 테니 동구원이라는 사람 찾아가 보세요. 형 데리고 들어가줄거예요.”“사람까지 찾아서 가야 해?”“그렇죠. 아무래도 이렇게 음지에서 열리는 경매회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죠. 동구원 씨는 통주에서 갖가지 일을 주선하는 사람이에요. 인맥이 매우 넓은 편이죠.”“그래, 알겠어. 그럼 내일 한번 가볼게. 혹시 좋은 물건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이민혁도 세수단으로 바꾸기 위한 제물이 급히 필요했기에 결국 경매장에 가기로 했다. 혹시 운이 좋아 얻어걸릴지도 모르니까.그리고 서원, 안수연마저 모두 수행자로 된 상황에 남지유가 수행자가 아니라니.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둘은 경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깊은 밤까지 술을 마셨고 이때에야 남지유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섰다.두 사람의 만취한 모습에 남지유가 한숨을 내쉬었다.“두 사람 너무 한가한거 아니에요? 전 바빠서 죽을 뻔했는데.”“별일 없었죠?”이민혁이 물었다.남지유는 자리에 털썩 앉아 컵에 술을 따르고는 한 모금 마셨다.“잘 끝났죠. 원래 내일 오선영 씨에게 한턱내려고 했는데 다음 콘서트가 있다고 급하게 갔어요.”“한물간 스타도 여전히 바쁘네요.”서원이 웃으며 대답했다.“오선영 씨 예전에 인기가 많았어?”“당연하죠. 5년 전에 이라는 노래로 전국을 뒤흔들었죠. 그런데 이후로는 해가 지날
그러나 이런 가격에 이민혁은 개의치 않았다. 몸이 편하면 되었다.거실에 자리를 잡고 앉은 이민혁은 동구원에게 전화했다. 얼마 뒤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동 선생이십니까?”“예. 누구시죠?”“저는 이민혁이라고 합니다. 내일 밤 경매회가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들어갈 수 있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제 번호 어떻게 아셨죠?”“제 의형제에게서요. 이런 건 캐물을 필요 없지 않아요? 하던 대로 처리해 주세요.”“예. 이쪽 규칙 알고 있으면 됐어요. 가격은 2,000만원입니다.”“네. 그럼 언제 만날까요?”“어디 계십니까?”“성진호텔입니다.”“밤 8시에 호텔 화원 연못 옆에서 봅시다.”“좋아요.”전화를 끊고 이민혁은 웃었다.입장료가 무려 2,000만원이라니. 좋은 물건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시계를 보니 이제 5시 남짓 되었다. 방에서 잠시 쉬던 이민혁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밥을 먹고 7시가 넘었을 때 호텔 화원에 내려왔다.화원의 면적은 크지 않았으나 갖가지 종류의 나무, 화초와 기타 각양각색의 경관이 있는 것이 5성급 호텔다운 모습이었다.이민혁은 혼자 산책하며 화원 중앙에 있는 작은 분수대 옆으로 왔다.이곳에는 손님들이 쉬면서 구경할 의자들이 놓여 있었고 이민혁은 그중 비어 있는 의자 하나를 찾아 앉아 브로커를 기다리기 시작했다.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꽃 티셔츠에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걸어와 연못 옆 의자에 앉았다.이민혁은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동 선생이십니까?”남자가 이민혁을 바라보더니 걸어왔다.“이 선생이세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동구원도 본론을 시작했다.“규칙에 따라 일을 처리할 거예요. 들어갈 수 있도록 할게요.”“좋아요.”이민혁이 바로 2,000만을 계좌이체 하자 동구원이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이 선생 시원시원한 사람이네요. 그럼 저도 시간 끌지 않을게요. 내일 밤 7시 이곳에서 이 선생을 데리고 갑니다.”“그럼 수고해 줘요.”이민혁이 웃어 보였
이민혁이 오선영의 앞으로 걸어와 앞을 막아 나섰다.양건호가 이민혁의 얼굴을 확인하고 냉소했다.“지금 이게 누구 앞이라고. 내 일에 감히 끼어들어?”“‘길이 고르지 않으면 삽질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일이 평탄하지 않으면 관리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 말 들어본 적 있어요?”이민혁이 담담히 물었다.절대 오지랖이 넓은 것이 아니라 양건호의 행동이 너무 지나쳤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다. 만일 스캔들이라도 난다면 애써 수습한 선전회가 되려 일을 그르치기 때문에.이민혁의 말에 양건호가 피식 웃더니 이민혁의 코를 가리키며 웃었다.“그래. 네 패기는 인정한다. 통주에서 감히 날 막는 건 네가 처음이야. 얘들아, 밟아.”양건호도 오만방자하기 그지없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렇게 일을 치니.이민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바로 이때 저 멀리서 동구원이 달려오더니 연신 허리를 굽혔다.“양 사장님. 너무 화내지 마시고 이런 일은 말로 해결합시다.”양건호가 동구원을 힐끗 보더니 물었다.“아, 그쪽이었구나. 아는 사이?”“네. 네.”동구원이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양건호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래. 체면 차려줄게.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면 아까 일은 못 본 척해준다.”동구원이 잠시 굳은 채로 있다가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이민혁의 귓가에 속삭였다.“통주에서 제일가는 부자예요. 몸값이 몇천억이에요. 건드려서 좋을 것 없으니 얼른 사과하고 갑시다.”“제가 사과를 왜 합니까. 몇천억이 뭐요. 제가 두려워할까 봐요?”이민혁이 평온하게 대답하자 동구원이 다급히 말했다.“그쪽이 몰라서 그래요. 양건호에게는 동생이 한 명 있는데 통주의 우두머리에 제일가는 건달이에요. 피도 눈물도 없어서 잘못 건드리면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요.”“오호라. 동생이 제일가는 건달에 형은 통주의 제일가는 부자라. 통주에서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로군.”이민혁이 웃으며 말하자 동구원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러니까, 얼른 사과해요. 우린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니까.
이에 여인이 한숨을 내쉬었다.“선영아, 너 이제 더 이상 5년 전의 네가 아니야. 사장님이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널 청한 건데 이런 부탁도 못 들어주면 매니저인 내가 얼마나 난처하니.”“언니. 나 오늘은 몸이 아파서 안 되겠어.”오선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하자 매니저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양건호 앞에 와서 웃는 얼굴로 타이르기 시작했다.“양 사장님, 선영이가 몸도 안 좋고 하니 오늘 일은 넘어가 줘요. 내일 밤에도 콘서트가 있으니 잘 쉬고 난 후에 하면 안 될까요?”양건호는 매니저를 상대하지 않은 채 이민혁에게 말했다.“너, 내가 너 기억했어. 다음에서 만나면 두고 봐.”말을 마친 양건호는 바로 떠났고 매니저는 두 조수를 데리고 급히 따라갔다.양건호의 부하들은 주인이떠나자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가기에 급급했다.이민혁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는 맞아본 그들만이 느낄 수 있었다.이때 이민혁이 오선영에게 다가와 물었다.“괜찮습니까?”“가까이 오지 마세요.”오선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민혁은 당황스러웠다. 조금 전까지 편을 들어주었는데 이렇게 모른척한단 말인가?그런 이민혁을 보며 오선영이 차갑게 말했다.“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아요. 남자들은 다 똑같아요. 설마 당신이 절 도와줬다고 제가 고마워하고 호감이라도 가질 줄 알았어요? 당신 같은 사람 세상에 넘쳐요.”이민혁은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지?어이없는 상황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혀를 찬 그는 바로 뒤돌아 떠나려 했다. 기왕 이렇게 된 이상 굳이 오선영과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이때 동구원이 빠르게 따라와 이민혁을 붙잡았다.“이 선생, 우리의 협력은 결렬되었어요.”“무슨 말이죠?”이민혁이 냉랭하게묻자 동구원이 탄식하며 대답했다.“양건호에게 미움을 샀잖습니까. 양건호 동생 양건우는 결코 쉬운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비록 돈에 환장한 장사치 이긴 하지만 저는 제 목숨이 더 중요합니다.”이에 이민혁
오선영은 노발대발하며 떠나 자신의 스위트룸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웠지만 심장이 쿵쾅댔다.이 몇 년간 확실히 운이 좋지 않긴 했다. 컴백은 연속적으로 실패했고 인기는 순식간에 하락세를 탔으며 출연료도 점점 줄어들었다. 심지어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지경에 이르러 불안한 걸 넘어 우울감까지 생겼다.그런데 이게 정말 목걸이와 관계가 있는 걸까?오선영은 목걸이를 풀었다. 이는 백금으로 된 목걸이이며 목걸이 아래에는 루비 펜던트가 있었다.그녀가 한창 인기를 끌던 때 가장 절친인 가수 친구가 태국으로 여행을 갔다가 고가로 산 목걸이였다. 심지어 고승을 청해 축성을 마쳐 행운과 평화를 가져다주는 목걸이라고 했다.절친이 이렇게 잘해주는데 본인의 일자리가 마땅치 않은 것을 어떻게 이 목걸이를 탓할 수 있을까.잠시 생각한 오선영은 다시 목걸이를 찼다. 이 목걸이는 그들만의 우정의 표증이다. 어떻게 이 귀한 걸 버릴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이민혁의 말은 기상천외하기 그지없다.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양건호의 성희롱이며 일자리가 석연치 않은 것 등 모든 것이 그녀를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다.그리고 같은 시각, 이민혁도 침대에 누웠다. 저도 모르게 오선영의 목걸이를 떠올린 그는 고개를 저었다.처음 목걸이를 보았을 때부터 이상함을 느꼈다. 정신력을 펼쳐 살펴본 결과 목걸이에는 저주의 힘이 깃들어있었다.이후 오선영을 보니 비록 메이크업한 얼굴이었지만 확실히 안색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그러나 눈이 혼탁하고 초점이 잡히지 않아 있고 정신이 혼잡한 걸 보아 이미 저주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도대체 누가 그녀에게 이렇게 큰 원한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얼마나 원한이 깊었기에 목걸이에 저주의 힘까지 부여한 걸까.그러나 오선영의 태도는 이민혁이 도와주고 싶은 생각마저 사라지게 하였다. 그는 내일 저녁에 있을 경매회를 더 신경 쓰기로 했다. 남지유를 돕기 위한 좋은 물건이 경매장에 나오길 바라면서.그리고 다른 한켠. 동구원은 호텔을 떠나 양건
두 사람은 호텔로 들어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꼭대기 층은 연회장으로서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부터 검은색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복도 전체에 가득 서 있었다. 온통 검은 것이 기세가 늠름해 보였다.이미 폐쇄되어 일반인은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온 두 사람은 바로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에게 가로막혔다.이때 이민혁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같은 쪽 사람입니다. 제가 보장해요.”동구원은 이곳의 단골손님인 듯 익숙해 보였다. 그는 앞장서서 이민혁에게 눈짓하며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이민혁은 걸으면서 복도에 빼곡히 서 있는 검은 정장의 사내들을 힐끗 보며 말했다.“대단한데요?”“하하. 어려서부터 통주에서 지내다보니 다들 알아봐 주네요.”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사람이 있었다. 지위는 높지 않았지만 잘 먹고 사는 사람들, 모두가 일이 생기면 그런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기를 원했다.연회장에 도착했을 때 홀에는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주변은 역시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사무라이 칼을 등에 지닌 채 서 있었다.동구원이 이민혁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이 경매장 주인은 겉치레를 좋아하나 보네요.”“그야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이 경매회는 진작에 망했을 테니까요.”이민혁이 웃어 보이고는 조용히 경매회의 시작을 기다렸다.30분 후 사람이 거의 도착하자 연회장의 대문이 닫히고 경매회가 시작되었다.연이어 네 번의 경매가 끝났고 그중 어느 물건도 이민혁의 흥미를 끌어내지 못했다.설사 물건이 괜찮더라도 그의 엄격한 요구에 도달할 수는 없었다.이때 다섯 번째 경매품이 등장했다. 이는 청동검으로서 국가가 법적으로 판매와 수출을 금지하는 일급 문물이다.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고대 무덤에서 나온 물건임을 알 수 있었으며 상태가 매우 좋았다.이민혁은 정신력을 펼쳐 확인하고는 곧 가져야겠다고 결심했다.이 문물 안에는 모종의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어 제물의 요구에 충분히 도달했다.이민혁은 얼굴에 웃음을 띠
이민혁이 크게 웃으며 물었다.“어디서 굴러온 사람이길래. 제가 그쪽이 누군지까지 알아야 합니까?”이민혁의 말에 경매장이 일제히 술렁였다.양 씨 두 형제 중 양건우는 어릴 적부터 질 나쁜 사람들과 어울렸고 수단이 악랄하고 죄질이 나쁘기로 유명했다.청소년 시기 우연히 고수에게서 무예를 익힌 후 그는 통주를 제패하였다.그리고 머리가 약삭빠른 양건호는 동생의 신분을 이용하여 장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각종 악랄한 수단으로 피비린내를 흩뿌리며 기어코 양씨 집안의 회사를 경영해 냈다.마씨 할아버지가 더 이상 통주의 패거리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 선포하고 은거한 뒤로부터 이 두 형제가 통주를 제패하여 통주 제일이 되었다.무릇 통주 본지의 장사꾼이라면 사업이 얼마나 잘되는지를 막론하고 이 두 형제만 보면 고개를 숙여야 했다.그런데 이 젊은이는 통주에 오자마자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짖어대고 있으니. 크게 망신을 당할 게 분명했다.경매장의 사람들이 이민혁을 보며 분분히 고개를 저으며 안타까움에 탄식했다.그리고 이때 양건우가 차갑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이 상황에 아직도 허세를 부리고 싶으냐? 우리 양 씨 형제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들인지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형님, 이제 나와요.”양건우의 외침과 함께 양건호가 병풍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의 뒤에는 오선영도 함께였다. 오선영은 두 사나이에게 꼼짝없이 붙잡혀있었다.“이제 내 형님이 누군지 알겠어?”양건우가 이민혁을 향해 냉랭하게 외쳤다.이민혁이 양건호의 얼굴을 보고 헛웃음을 쳤다.“아, 그 비열하게 여자만 골라 괴롭히던 사람이네요? 난 무슨 어디 영웅호걸이라도 온 줄.”이민혁의 조롱에 양건호가 단번에 노발대발했다.“죽기 직전까지 말이 많네. 언제까지 그 허세 유지하나 보자.”“콘서트는 안 하기로 한 겁니까?”이민혁은 양건호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오선영에게 물었다.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오선영은 억울하고 슬퍼 보였다.양건호에게 호되게 당해서야 그녀는 지방에서의 우두머리가 얼마나 공
양건우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죽여버려.”그 옆에서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 수백 명이 사무라이칼을 들고 달려와 이민혁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기세로 에워쌌다.오선영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다리가 풀렸다. 다른 사람들도 차마 못 보겠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이때, 문가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마씨 할아버지께서 오십니다.”사람들은 깜짝 놀라 급히 일어섰다. 양건우마저 급히 부하들을 제지한 뒤 문가를 바라보았다.마른 체격에 흰옷을 입은 노인이 젊은이 한 명을 데리고 천천히 들어왔다.양건우는 허리를 숙인 채 웃는 얼굴로 말했다.“할아버지, 오신다 말씀이라도 하시지 그러셨어요. 말씀하셨으면 데리러 갔을 텐데 말입니다.”마씨 할아버지가 손을 내저었다.“아니야, 여기 대단한 게 있다고 해서 보러 온 것뿐이야.”“마음에 드시는 게 있다면 제가 할아버님께 보내드려도 되잖아요.”양건우는 할아버지와 함께 예대로 걸어왔다.모든 사람은 일어나 할아버지에게 허리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오직 이민혁만이 미동도 없었다.할아버지는 예대에 와 이민혁을 흘깃 보고는 청동검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자세히 검을 관찰하고는 두 손으로 검을 받쳐 들고 그것에 영적 에너지를 주입했다. 순간 청동검에서 푸른빛이 번쩍했다. 묘한 위압감이 사람들의 심장을 조여들었다.“좋아, 바로 이거야. 내가 갖겠어.”할아버지가 기쁜 얼굴로 말했다.“좋죠. 얼른 할아버님 댁으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양건우가 웃으며 대답했다.“할아버님이 저희 물건을 마음에 들어 하시다니, 저희 형제의 영광입니다.”양병우도 끼어들었다.마씨 할아버지가 껄껄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희 둘은 늘 잘해왔어. 앞으로도 열심히 해.”“네, 네. 할아버님이 계시는 한 모든 일이 순조로울 겁니다.”양병우가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이때, 이민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물건은 내가 이미 샀는데, 내 의견은 물어본 건가?”할아버지가 인상을 찌푸린 채 이민혁을 돌아보았다. 양건우가 급히 해명했다.“할아버님
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마설현도 급히 이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괜찮아요?”전화를 받자마자 마설현이 다급히 물었다.“괜찮아. 거기 사장이 나랑 친해서 얘기 좀 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마설현이 한시름 놓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너무 무서워요.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해요.”“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시에서는 좀 힘이 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꼭 해결해 줄 테니까.”“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가 괜찮다니 이제 됐어요.”“그래. 안녕.”“안녕.”전화를 끊은 마설현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혹이 생겼다.(듣고 보니 오빠 말처럼 민혁 오빠의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 근데 민혁 오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오빠도 말해주지 않고, 참 이상하네.)그때, 백수민이 상심한 얼굴로 들어왔다.김하늘이 물었다.“왜 그래?”“연락이 안 돼. 전화가 아예 꺼져있어.”백수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우하영이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같이 높으신 분이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걱정하는 건, 민혁 오빠가 이렇게 난리를 쳐서 만약 고 대표님이 화가 나시면 앞으로 다들 가깝게 지내지 못할 게 뻔하잖아.”백수민이 마설현을 보며 말했다.마설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 침대로 가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마설현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화장을 지우러 갔다. 누가 봐도 그녀는 마설현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다. 필경 고기명은 그녀 마음속의 황금알 낳는 거위니까.이민혁은 막 해호도에 도착하자마자 안수연의 연락을 받았다.안수연이 웃으며 말했다.“덕분에 또 한 건 했네요.”“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이민혁이 대답했다.“걱정 하지 마세요. 이제 밥 살게요.”“그 약속 언제 지키는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민혁이 전화를 끊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앞으로 고기명 패거리는 설현이를 건드릴 생각을 못 하겠지.)이민혁이 허허 웃고는 방
유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 사람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대단하신 선배님도 못 알아보고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선배님이 너희들의 한쪽 다리만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늘 내 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었을 거야!”고기명은 유천이 계속 다가오자, 무서움에 말까지 더듬었다.“유 사장, 당신 나한테 손대기만 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유천은 망설이지 않고 고기명의 복부를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고기명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몸을 움츠렸다.유천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곧이어 이민혁의 명령대로 고기명의 한 쪽 다리를 사정없이 부러뜨렸고, 고기명은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노호와 석한 또한 놀란 표정으로 한순간 제압당한 고기명을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유천은 두 명의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들은 노호와 석한을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유천은 주저 없이 그들한테 다가가서 한 쪽 다리를 밟아 부러뜨렸다.고기명과 친구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울부짖으며 식은땀을 흘렸다.유천은 이민혁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한 후, 또다시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제가 더 할 일이 있습니까?”그러자 이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괴로운 얼굴로 고통을 호소하는 고기명과 친구들에게 다가갔다.“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의견이 없지만 설현이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의 의미로 다리 하나만 부러뜨렸지만, 다시 내 귀에 이런 일이 들리면 각오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에 겁나서 고개만 끄덕였다.이민혁은 고기명의 주위에 떨어진 파란 알약에 시선이 갔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물었다.“그녀들한테 감히 이런 걸 먹이려고?”고기명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설명했다.“그냥 저희끼리 먹으려고 가지고 다녔을 뿐, 그녀들에게 먹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내 생각
유천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기며과 친구들이 VVIP였기 때문에 이민혁의 진정한 신분을 알기 전까지는 움찔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유천에게 자기 신분을 말했다.“잘 들어! 장호를 주먹으로, 민경호를 칼로 베어 죽인 사람이 바로 나야! 이제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일에 내가 나선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말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가 더욱 오만한 태도로 나오는 것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아 유천에게 따졌다.“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네!”“유 사장,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으니 빨리 처리해!”그들은 이민혁의 싸움 실력을 본인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걸 알기에 유천이 빨리 나서서 처리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천은 전에 장호와 민경호가 모두 이씨 성을 가진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민혁의 말이 사실임을 알기에 얼굴이 창백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민혁이 소문으로 들었던 그 젊은이라면 네 사람이 결코 무사하게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민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유천을 보고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물었다.“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한테 연락해서 확인까지 시켜줘야 하나?”이때 유천은 겁에 질린 얼굴로 갑자기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제가 눈이 멀어서 높으신 분한테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유천은 이민혁이 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까지 안다는 걸 보면 그 전설 속의 인물이 틀림없는 것 같아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기명과 친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유천이 갑자기 몇 마디에 무릎까지 꿇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기명이 먼저 멀뚱멀뚱 유천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유
이민혁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넌 또 누구야?”유천은 어이없는 듯 웃었다.“서경에서 나 유천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유천? 처음 들어보는데?”유천은 그 말에 안색이 완전히 굳어졌다.“좋게 해결하려고 했더니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면 나도 더 이상 못 참지!”고기명도 이민혁의 도발에 더욱 화가 났다.“유 사장, 당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유천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장사꾼인지라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차갑게 말했다.“고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거야? 당장 이분들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여기서 두 발로 걸어 나갈 수 없도록 만들 테니까 조심해!”이민혁도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사과? 먼저 건방지게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 심기를 건드린 건 저놈들인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 당신이 저놈들 정신 차리게 한다면 나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 그렇지 않다면 네 사람 모두 다시는 서경에서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하게 될 거야!”고기명과 친구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유천에게 한마디씩 했다.“유 사장, 건방지게 떠드는 걸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아?”“유 사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저놈이 다시는 건방진 말을 못 하도록 당장 처리해!”하지만 유천은 오랫동안의 사업 경력으로 보아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반응하는 이민혁이 믿는 구석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이민혁을 떠보기로 마음먹었다.“젊은이, 쓸데없는 유혈 사태는 피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이 강호 쪽 사람이라면 얼른 이름을 말해.”이민혁은 그 말에 유천을 더 비웃었다.“당신 보아하니 강호 쪽 사람인 것 같은데 어디 함부로 겁도 없이 내 이름을 묻는 거지?”유천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당신 설마 민씨 가문에 대해서 아는 거야? 장호에 대해서 아는 거야?”“그럼, 네가 민씨 가문의 사람인 건가?”하지만 유천은 쉽게 답할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민씨 가문이 정씨 가문,
고기명은 마설현이 계속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이상 볼 것 없으니 그냥 때려!”그 말에 노호와 석한은 술병을 집어 들고 이민혁을 에워쌌다.마설현은 놀라서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백수민은 마설현을 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너 미쳤어? 그냥 겁주는 거잖아! 설마 무슨 일 있겠어? 학교에 알려지면 복잡해지니까 빨리 돌아가자!”그녀들이 나가자, 이민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친구 여동생 앞이라 너희들 체면을 세워줬더니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까부는 거야?”그 말에 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제기랄, 아무것도 아닌 놈이 죽지 못해서 안달 났네!”이민혁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발로 고기명을 구석으로 걷어차 버렸고, 소파에 천천히 걸터앉으면서 말했다.“이놈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뛰네!”노호와 석한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멍해 있었고, 고기명은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 쥐면서 발악했다.“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끝났어!”“그래, 네가 뭘 하든 기꺼이 상대해 줄게.”이민혁은 남자들이 돈만 믿고 싹수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소롭게만 느껴졌다.이때, 고기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누군가에게 급히 연락했다.“유 사장, 내가 황족 노래방에서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르는 놈한테 맞았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할 줄 알아!”잠시 후, 고기명은 전화를 끊고 이민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넌 끝났어! 오늘 널 내 앞에 무릎 꿇게 못 하면 내가 네 성을 따르지.”“하하하! 난 너같이 재수 없는 아들을 둘 생각이 없는데?”고기명은 계속되는 비꼬는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딱 기다려! 유 사장이 오고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고!”“유 사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너 같은 놈이 알 수가 없지! 유천이라고 황족 노래방의 대표이자 서
고기명은 썩은 웃음을 한번 짓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서경에서 누가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내가 만든 자리를 망치려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그러자 백수민이 마설현에게 말했다.“설현아, 네 맘은 알겠지만 더 이상 고 대표님 심기 건드리지 말고 빨리 보내.”백수민은 고기명과 친구가 된 반년 동안 그의 주변 부자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그에게서 값비싼 선물과 돈도 받았었다.그녀는 젊고도 돈 많은 부자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고기명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은 인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백수민은 갑자기 나타난 이민혁 때문에 고기명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녀는 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별 볼 일 없는 이민혁을 감싸고 도는 마설현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설현은 끝까지 방을 나가려고 했다.“됐어, 민혁 오빠랑 먼저 갈 테니 재밌게 놀아!”마설현과 이민혁이 방을 나가려고 일어서자, 석한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이민혁 씨, 오늘 당신이 두 발로 방을 빠져나간다면 내가 당신 성을 따르지.”마설현은 그의 선포에 놀랐다.“뭐 하려는 거야?”노호도 덩달아 일어나면서 소리쳤다.“네가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우리도 네 체면을 세워줄 필요 없는 거 아니야?”그러자 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설현아,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너 먼저 가.”백수민은 당당한 이민혁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웃겨! 당신이 뭐라고 여기를 맡기고 가라는 거죠?”마설현은 무례한 백수민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민혁 오빠, 안 돼요! 같이 가야죠!”고기명은 계속되는 고집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설현, 그만해! 수민이만 아니었으면 진작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이때 김하늘과 우하영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일어나서 말렸다.“설현아, 그만해! 고 대표님도 진정하시고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헤어지고 다음에 기분 좋게 또 마셔요.”백수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마설현의 말에 세 남자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소파에 앉으면서 이민혁에게 물었다.“설현이 친구면 뭐라고 불러야죠?”“이민혁입니다.”그러자 백수민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마설현에게 말했다.“마설현, 사람이 왔으면 네가 소개를 해줘야지.”“아는 사이에 그냥 놀면 되지 무슨 소개가 필요해.”백수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민혁에게 말했다.“그러면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수민은 노래를 부르던 남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분은 JS그룹의 고기명 대표님이신데 자신이 600억 원 정도 되고 저와는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고 대표님, 안녕하세요.”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고, 고기명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리고 이분은 HT그룹 노호 사장님이시고 연봉이 6억 원 정도 되십니다.”“노 사장님, 안녕하세요.”“마지막으로 이분은 음료를 만드는 에너지 회사의 석한 대표님이시고 연간 매출이 100억 원이 넘습니다.”“석 대표님, 안녕하세요.”백수민은 소개를 하면서 자기가 이러한 고위계층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했다.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고기명이 물었다.“이민혁 씨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지금은 별일 없이 한 기업의 잔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이민혁은 KP그룹에서 아직 제대로 된 직함이 없어 잔심부름을 해준다고 말했다.고기명은 그를 비웃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테이블 위의 양주 몇 병을 가리켰다.“이민혁 씨, 테이블 위에 있는 이 술들이 가격이 얼마인지 아시나요?”이민혁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더니 말했다.“글쎄요, 제가 양주는 잘 안 마셔서 모르겠네요.”고기명은 계속 비꼬면서 말했다.“양주 몇 병에 600만 원 이상이 나오니까, 오늘 전체 소비가 적어도 1000만 원은 나오겠네요.”이민혁은 고기명의 돈 자랑에도 끄떡없이 웃으면서 말했다.“역시 사장님들이라 그런지 규모가 남다르시네요, 대단하세요!”이민혁이 살짝 비꼬면서 말하자, 고기명의 얼굴이 급
남지유는 이민혁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민혁 씨, 또 무슨 일이에요?”이민혁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마장현의 여동생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녀는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면서 이민혁의 팔을 붙잡았다.“그래요, 선영이랑 좋은 시간 보냈으니, 이제는 대학생을 만나러 가는 건가요?”이민혁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무슨 소리예요? 친구 동생일 뿐이에요.”남지유는 이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계속 물었다.“그럼, 중해에서 선영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죠?”이민혁은 황급히 답했다.“맹세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선영이도 민혁 씨랑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그래도 명색에 연예인이잖아요.”이민혁은 몹시 당황했지만, 더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급하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설현이가 지금 급하다고 연락이 와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남지유는 이민혁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소파에 기대어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오선영이 이민혁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민혁이 중해에 가 있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속 시원하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엄청 괴로웠다.이민혁의 공식 여자 친구로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들을 대하고 싶어도 엄청난 능력과 매력을 겸비한 이민혁을 여자들이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럼에도 남지유는 자기의 선택을 원망도 후회도 할 수 없었고 이민혁을 믿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소파에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이민혁은 떠나기 전, 그는 마설현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마설현의 말로는 백수민이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 자기를 포함한 세 명의 룸메이트를 데리고 나갔고 백수민의 친구들이 2차로 기어코 노래방을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했다.하지만 과음으로 인해 수위와 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