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차를 몰고 해호도로 돌아왔을 때는 날이 거의 밝아오고 있었다.이민혁은 곧장 수련단을 꺼내 삼켰다. 수련단은 몸을 강화할 수 있었으며 일정한 시간 동안 에너지의 증폭으로 신체가 폭발하여 사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사무실로 돌아온 양예찬은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문건 하나를 열고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문건 하나를 완성했다.「성역급, 영능이 강대함, 번개 속성의 힘. 붉은색의 특수한 힘, 힘의 속성 모름.」발송을 누르고, 문건 발송이 완료되자 관련 기록을 삭제. 이후에야 양예찬은 새로운 문건을 열고 해골회 사건보고를 쓰기 시작했다....어느 한 호텔.샤워를 마친 추소영이 가운을 두른 채 침대 위에 누웠다. 추소영은 핸드폰을 꺼내 숨겨진 앨범에서 한 사진을 찾았다. 남녀가 함께 찍은 사진으로, 모두 삼십 대의 모습이었다.남자는 수수하고 무던한 얼굴이었지만 여인은 절세미인이었다. 서로에게 기댄 두 사람의 활짝 웃는 모습이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좀 닮긴 했는데. 그 사람이 맞을까.”추소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혼잣말했다.그녀는 일어나서 집안을 서성거리며 한참을 고심했다.“사진 두 장만 남겼는데 어떻게 확신해. 근데 둘 다 성도 이 씨인 데다가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설마 이게 다 우연의 일치는 아니겠지?”추소영은 근심 가득한 모습이다.한참을 서성이던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모르겠다. 일단 자자.”가운을 벗자 하얀 속살의 농염한 몸매가 드러났다. 알몸으로 이불에 들어간 추소영은 잠을 청했다.이민혁은 오후 세 시가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수련단의 약을 흡수한 데다가 잠까지 잘 자고 나니 그는 온몸이 비할 데 없이 개운했다. 전투로 인한 과로가 비에 씻기듯 사라지고 없었다.세수를 마치고 거실에 나와 핸드폰을 꺼냈다.“안녕하십니까. 전속 연락원 도수정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는 이민혁을 더욱 편안하게 했다.“수정 씨, 동제회의 정보를 좀 알아봐 주세요. 그중에서도 추소영
“길버트, 광명교회의 추기경이며 5년 전 교회의 고위층과 의견 충돌이 생겼다. 들리는 데에 의하면 재판장에서 세 명의 거장과 전투를 벌였다. 이후 교황에 의해 바티칸 총 교회에서 추방당했다. 그러나 추기경의 신분은 박탈당하지 않았으며 이후 사처를 떠돌며 수행했고 2년 전 우리나라로 입국했다고 한다.”“그들이 마음대로 입국할 수 있는 겁니까?”“광명교회는 합법 조직으로서 회원 역시 합법이므로 입국에 제한이 없습니다. 다만 길버트는 성역의 강자이므로 저희도 당시에 그를 주목했으나 별다른 이상한 기색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줄곧 가난한 지방에서 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구하는 데에만 정력을 쏟는 것을 보고 우리 조직도 관심을 끊었습니다.”“그렇군요. 알겠어요. 감사합니다.”“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그럼 이만 끊겠습니다.”“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이민혁이 깊은 사색에 잠겼다.이들 중에 누구 하나 쉬운 인물이 없었다. 심지어 비밀이 많은 존재들이었으므로 초방위국마저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그러나 이민혁에게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었으니 더 이상 관여할 필요는 없다.이때 양예찬이 보고서를 들고 왔다.보고서의 사건 경위 내용은 매우 상세했다. 그가 숨긴 피의 알 부분을 제외하고는.한번 훑어보고 난 후 이민혁이 말했다.“상세하게 잘 썼네. 올려보내.”양예찬이 인사를 하고 떠나자 이민혁이 또다시 생각에 잠겼다. 방으로 돌아간 그는 곧바로 피의 알을 던졌던 시공간으로 들어갔다.피의 알은 땅 위에서 마치 심장처럼 느리게 뛰고 있었다.피의 알에는 강대한 에너지가 숨겨져 있다. 그러나 이민혁은 이 에너지에 대해 조금도 흥미를 느끼지 않았고 바로 용신의 제단에 던져버렸다.태고시대의 기운이 내려오면서 피의 알은 뜻밖에도 신생아의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나 빠르게 용은으로 변해 황금 모래시계에 나타났다.어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물건이든 용신제단에서는 예외 없이 모두 용은으로 변한다. 이 역시 이른바 용신의 강대함을 증명하
수천 리 내에 인적이 없는 사막.사막의 한가운데에는 공포스러운 땅이 존재한다.이곳은 무수한 해골들로 이루어진 수십 리 면적의 해골 땅이다.수천수만 개의 해골이 함께 엉겨 붙어 쌓여있다. 해골의 땅의 중앙에는 사람의 두개골로 만들어진 거대한 왕좌가 있다.두개골 왕좌 위에 키가 크고 몸집이 거대한 사람이 마치 잠든 것처럼 왕좌의 팔걸이에 비스듬히 기대 있다.몸에 붉은 두루마기를 두른 채 머리 역시 붉은 천에 가려져 있어 알아볼 수 없다. 그는 마치 이 해골의 원천지와 두개골 왕좌와 융합된 듯 얼마나 오래 존재했는지 알 수 없다.얼마 지나지 않아 회색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이 두개골 지팡이를 짚고 왔다. 그는 해골의 땅을 건너와 왕좌의 앞에 멈춰 서더니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위대한 피의 지존이시여. 제7호 피의 알이 진화에 실패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라졌습니다.”왕좌의 남자는 꿈쩍하지 않았다. 그에게서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 아직 피의 알의 힘을 감당할 사람이 없나보구나.”노인이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게 말입니다. 원지안 같은 투명한 영혼도 철저히 흡수하지 못했으니 더 적합한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급해 할 필요 없어. 여태 기다린 시간이 얼만데 충분히 더 기다릴 수 있어.”“예. 위대한 지존이시여.”“일곱 번째 사도를 경성에 보내서 사건의 경위를 조사하도록 해. 그리고 피의 알이 어찌 사라졌는지까지 알아봐.”“예. 지존 나으리.”왕좌 위의 남자가 손을 젓자 전체 사막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노인은 무릎을 꿇고 절을 한 후 떠났다.피의 지존은 여전히 해골의 땅과 융합되어 있었다. ...해호섬.서원과 안수연이 10여 개의 도시락과 술을 들고 이민혁의 방으로 들어왔다.이민혁이 침실을 나서며 두 사람에게 의아하게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술 좀 마셔야죠. 며칠간 못했잖아요. 형 저녁에 아무 일 없죠?”서원이 싱글벙글한 얼굴로 물었고 이민혁은 고개를 저었다.셋은 나란히 테이블에 앉아 들고 온 도시락과
이민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술에 취한 손님 한 분이 소란을 피워서요. 이러다 싸울 것 같아요.”“금방 갈게요.”이민혁이 바로 젓가락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고 서원도 다급히 뒤를 따랐다.집을 나선 둘은 곧바로 차를 타고 경기장으로 달려갔다.홍보를 위한 작은 콘서트였다. KP 사의 하이테크 상권의 프로젝트를 발전시키기 위한 준비였으므로 규모는 크지 않았다.그러나 이러한 규모더라도 몇천 명의 관객이 모이는 자리이므로 무슨 소란이라도 생긴다면 처리하기 힘들 것이다.경기장에 도착한 둘은 신분을 밝힌 후 무대 뒤편으로 들어갔다.남지유와 한 예쁜 여인이 대화하고 있었다.서원이 입을 열었다.“오선영이예요.”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인 후 무대 옆으로 나와 콘서트장 안을 바라보았다.관객들이 흥분한 상태로 환불하라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었다.대량의 경비원들이 몰려와 관중들이 질서를 지키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몇천 명의 관객을 정리하기에 백여 명으로는 역부족이었다.이때 남지유가 달려와 물었다.“어떡하죠?”“경찰이 와서 처리해야 해요. 경비원으로는 부족해요.”“이미 연락해서오는 중이에요..”“어떻게 된 일이에요?”이민혁이 도착하니 남지유는 조금이나마 긴장이 풀린 모습이었다. 남지유가 숨을 돌리고 대답했다.“양건호라는 오선영 씨의 오래된 팬이 술에 취해서는 관객석에서 소란을 피웠어요. 망측한 행동과 동작을 반복해서 결국 오선영 씨가 콘서트를 중단했어요. 그랬더니 관객들이 환불해달라고 외쳐대서...”“그럼 소란을 피운 그 사람, 쫓아내야죠.”남지유가 한숨을 푹 쉬더니 대답했다.“그런데 그게 또 어려운 게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주변에 열 명이 넘는 보디가드를 거느리고 있어요. 경비원이 도저히 다가갈 수 없어서 결국 제가 유진월 씨에게 통제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아직도 귀빈실에서 대치 중이에요.”남지유의 설명을 들은 이민혁이 고민에 빠졌다.이 콘서트는 KP 사의 홍보 위한 것이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끝을 마무리한다면 홍
“왜? 정말 날 구속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 그렇게 쉽게 되지 않을 텐데?”양건호도 물러서지 않았다.그러자 유진월이 앞으로 나서더니 대장의 귓가에 일러주었다.“나가는 것만 보면 돼요. 남 대표님은 이런 것들과 상종하고 싶지 않아 해요.”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더니 양건호를 향해 외쳤다.“같이 가죠. 또다시 소란 피운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양건호가 콧방귀를 뀌고는 뒤돌아 나갔다.대장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친히 따라서 경기장을 나갈 때까지 함께 했다.이민혁 역시 화 나긴 매한가지였다. 돈 좀 있다고 이렇게 앞뒤 모르고 날뛰는 꼴이라니.이때 귀빈실에서 나온 유진월이 이민혁을 보더니 급히 예를 표했다.이민혁은 그의 어깨를 톡톡 치며 위안해 주었다.“수고했어요.”“부하인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죠.”유진월의 시원스러운 대답에 이민혁이 웃어 보였다.둘이 함께 무대 뒤쪽으로 왔을 때 오선영은 남지유의 권유하에 무대에 오르는데 동의했다.음악이 울리자 화려한 치장을 한 오선영이 무대 위에 올랐다. 관객들이 환호하며 박수 쳤고 콘서트는 이어서 진행하게 되었다.이때 서원이 헤벌쭉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오선영 씨 진짜 예쁘시네요.”“왜, 밤에 이부자리 덥혀주라고 해줘?”이민혁이 농담조로 얘기하자 서원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형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제 변호사와 독대하고 싶은 겁니까?”“너 같은 귀공자들이 이런 수작 부리기 좋아하지 않던?”이민혁의 조롱에 서원이 한숨을 내쉬었다.“아니요. 그럼 전 아빠한테 맞아 죽을 거예요.”이때 남지유가 걸어오며 대화에 끼어들었다.“무슨 말 하고 계세요?”“아무것도 아니에요. 농담하고 있었어요.”남지유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양건호라는 사람이 이렇게 성가실 줄이야. 하마터면 사고까지 날 뻔했어요.”“그러게요. 오선영 씨 정말 좋아하나 봐요.”서원의 맞장구에 남지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아요. 오늘 밤 온 사람들 모두 오선영 씨 광팬인가 봐요. 공연을 중단
“정말?”서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정말로.”이민혁이 잠시 고민에 잠겼다.“불법 아니고? 너희도 관여 안 하는 일이야?”“그런 것까지 관리할 순 없죠.”서원이 어깨를 으쓱였다.“이런 경매는 모두 합법적인 활동으로 위장해서 조사한다 해도 찾아낼 수 없어요. 게다가 이런 경매회를 여는 사람들은 모두 당지에서 뒷배가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국가와의 관계는 말할 필요도 없죠.”이민혁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렇지. 모든 일을 다 관리할 수 있는 건 아니지.“네가 말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나도 가봐야겠지.”이민혁의 말에 서원이 웃었다.“모레 저녁에 시작하니까 전화번호 드릴 테니 동구원이라는 사람 찾아가 보세요. 형 데리고 들어가줄거예요.”“사람까지 찾아서 가야 해?”“그렇죠. 아무래도 이렇게 음지에서 열리는 경매회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죠. 동구원 씨는 통주에서 갖가지 일을 주선하는 사람이에요. 인맥이 매우 넓은 편이죠.”“그래, 알겠어. 그럼 내일 한번 가볼게. 혹시 좋은 물건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이민혁도 세수단으로 바꾸기 위한 제물이 급히 필요했기에 결국 경매장에 가기로 했다. 혹시 운이 좋아 얻어걸릴지도 모르니까.그리고 서원, 안수연마저 모두 수행자로 된 상황에 남지유가 수행자가 아니라니.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둘은 경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깊은 밤까지 술을 마셨고 이때에야 남지유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섰다.두 사람의 만취한 모습에 남지유가 한숨을 내쉬었다.“두 사람 너무 한가한거 아니에요? 전 바빠서 죽을 뻔했는데.”“별일 없었죠?”이민혁이 물었다.남지유는 자리에 털썩 앉아 컵에 술을 따르고는 한 모금 마셨다.“잘 끝났죠. 원래 내일 오선영 씨에게 한턱내려고 했는데 다음 콘서트가 있다고 급하게 갔어요.”“한물간 스타도 여전히 바쁘네요.”서원이 웃으며 대답했다.“오선영 씨 예전에 인기가 많았어?”“당연하죠. 5년 전에 이라는 노래로 전국을 뒤흔들었죠. 그런데 이후로는 해가 지날
그러나 이런 가격에 이민혁은 개의치 않았다. 몸이 편하면 되었다.거실에 자리를 잡고 앉은 이민혁은 동구원에게 전화했다. 얼마 뒤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동 선생이십니까?”“예. 누구시죠?”“저는 이민혁이라고 합니다. 내일 밤 경매회가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들어갈 수 있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제 번호 어떻게 아셨죠?”“제 의형제에게서요. 이런 건 캐물을 필요 없지 않아요? 하던 대로 처리해 주세요.”“예. 이쪽 규칙 알고 있으면 됐어요. 가격은 2,000만원입니다.”“네. 그럼 언제 만날까요?”“어디 계십니까?”“성진호텔입니다.”“밤 8시에 호텔 화원 연못 옆에서 봅시다.”“좋아요.”전화를 끊고 이민혁은 웃었다.입장료가 무려 2,000만원이라니. 좋은 물건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시계를 보니 이제 5시 남짓 되었다. 방에서 잠시 쉬던 이민혁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밥을 먹고 7시가 넘었을 때 호텔 화원에 내려왔다.화원의 면적은 크지 않았으나 갖가지 종류의 나무, 화초와 기타 각양각색의 경관이 있는 것이 5성급 호텔다운 모습이었다.이민혁은 혼자 산책하며 화원 중앙에 있는 작은 분수대 옆으로 왔다.이곳에는 손님들이 쉬면서 구경할 의자들이 놓여 있었고 이민혁은 그중 비어 있는 의자 하나를 찾아 앉아 브로커를 기다리기 시작했다.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꽃 티셔츠에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걸어와 연못 옆 의자에 앉았다.이민혁은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동 선생이십니까?”남자가 이민혁을 바라보더니 걸어왔다.“이 선생이세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동구원도 본론을 시작했다.“규칙에 따라 일을 처리할 거예요. 들어갈 수 있도록 할게요.”“좋아요.”이민혁이 바로 2,000만을 계좌이체 하자 동구원이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이 선생 시원시원한 사람이네요. 그럼 저도 시간 끌지 않을게요. 내일 밤 7시 이곳에서 이 선생을 데리고 갑니다.”“그럼 수고해 줘요.”이민혁이 웃어 보였
이민혁이 오선영의 앞으로 걸어와 앞을 막아 나섰다.양건호가 이민혁의 얼굴을 확인하고 냉소했다.“지금 이게 누구 앞이라고. 내 일에 감히 끼어들어?”“‘길이 고르지 않으면 삽질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일이 평탄하지 않으면 관리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 말 들어본 적 있어요?”이민혁이 담담히 물었다.절대 오지랖이 넓은 것이 아니라 양건호의 행동이 너무 지나쳤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다. 만일 스캔들이라도 난다면 애써 수습한 선전회가 되려 일을 그르치기 때문에.이민혁의 말에 양건호가 피식 웃더니 이민혁의 코를 가리키며 웃었다.“그래. 네 패기는 인정한다. 통주에서 감히 날 막는 건 네가 처음이야. 얘들아, 밟아.”양건호도 오만방자하기 그지없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렇게 일을 치니.이민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바로 이때 저 멀리서 동구원이 달려오더니 연신 허리를 굽혔다.“양 사장님. 너무 화내지 마시고 이런 일은 말로 해결합시다.”양건호가 동구원을 힐끗 보더니 물었다.“아, 그쪽이었구나. 아는 사이?”“네. 네.”동구원이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양건호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래. 체면 차려줄게.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면 아까 일은 못 본 척해준다.”동구원이 잠시 굳은 채로 있다가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이민혁의 귓가에 속삭였다.“통주에서 제일가는 부자예요. 몸값이 몇천억이에요. 건드려서 좋을 것 없으니 얼른 사과하고 갑시다.”“제가 사과를 왜 합니까. 몇천억이 뭐요. 제가 두려워할까 봐요?”이민혁이 평온하게 대답하자 동구원이 다급히 말했다.“그쪽이 몰라서 그래요. 양건호에게는 동생이 한 명 있는데 통주의 우두머리에 제일가는 건달이에요. 피도 눈물도 없어서 잘못 건드리면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요.”“오호라. 동생이 제일가는 건달에 형은 통주의 제일가는 부자라. 통주에서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로군.”이민혁이 웃으며 말하자 동구원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러니까, 얼른 사과해요. 우린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