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술에 취한 손님 한 분이 소란을 피워서요. 이러다 싸울 것 같아요.”“금방 갈게요.”이민혁이 바로 젓가락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고 서원도 다급히 뒤를 따랐다.집을 나선 둘은 곧바로 차를 타고 경기장으로 달려갔다.홍보를 위한 작은 콘서트였다. KP 사의 하이테크 상권의 프로젝트를 발전시키기 위한 준비였으므로 규모는 크지 않았다.그러나 이러한 규모더라도 몇천 명의 관객이 모이는 자리이므로 무슨 소란이라도 생긴다면 처리하기 힘들 것이다.경기장에 도착한 둘은 신분을 밝힌 후 무대 뒤편으로 들어갔다.남지유와 한 예쁜 여인이 대화하고 있었다.서원이 입을 열었다.“오선영이예요.”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인 후 무대 옆으로 나와 콘서트장 안을 바라보았다.관객들이 흥분한 상태로 환불하라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었다.대량의 경비원들이 몰려와 관중들이 질서를 지키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몇천 명의 관객을 정리하기에 백여 명으로는 역부족이었다.이때 남지유가 달려와 물었다.“어떡하죠?”“경찰이 와서 처리해야 해요. 경비원으로는 부족해요.”“이미 연락해서오는 중이에요..”“어떻게 된 일이에요?”이민혁이 도착하니 남지유는 조금이나마 긴장이 풀린 모습이었다. 남지유가 숨을 돌리고 대답했다.“양건호라는 오선영 씨의 오래된 팬이 술에 취해서는 관객석에서 소란을 피웠어요. 망측한 행동과 동작을 반복해서 결국 오선영 씨가 콘서트를 중단했어요. 그랬더니 관객들이 환불해달라고 외쳐대서...”“그럼 소란을 피운 그 사람, 쫓아내야죠.”남지유가 한숨을 푹 쉬더니 대답했다.“그런데 그게 또 어려운 게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주변에 열 명이 넘는 보디가드를 거느리고 있어요. 경비원이 도저히 다가갈 수 없어서 결국 제가 유진월 씨에게 통제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아직도 귀빈실에서 대치 중이에요.”남지유의 설명을 들은 이민혁이 고민에 빠졌다.이 콘서트는 KP 사의 홍보 위한 것이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끝을 마무리한다면 홍
“왜? 정말 날 구속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 그렇게 쉽게 되지 않을 텐데?”양건호도 물러서지 않았다.그러자 유진월이 앞으로 나서더니 대장의 귓가에 일러주었다.“나가는 것만 보면 돼요. 남 대표님은 이런 것들과 상종하고 싶지 않아 해요.”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더니 양건호를 향해 외쳤다.“같이 가죠. 또다시 소란 피운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양건호가 콧방귀를 뀌고는 뒤돌아 나갔다.대장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친히 따라서 경기장을 나갈 때까지 함께 했다.이민혁 역시 화 나긴 매한가지였다. 돈 좀 있다고 이렇게 앞뒤 모르고 날뛰는 꼴이라니.이때 귀빈실에서 나온 유진월이 이민혁을 보더니 급히 예를 표했다.이민혁은 그의 어깨를 톡톡 치며 위안해 주었다.“수고했어요.”“부하인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죠.”유진월의 시원스러운 대답에 이민혁이 웃어 보였다.둘이 함께 무대 뒤쪽으로 왔을 때 오선영은 남지유의 권유하에 무대에 오르는데 동의했다.음악이 울리자 화려한 치장을 한 오선영이 무대 위에 올랐다. 관객들이 환호하며 박수 쳤고 콘서트는 이어서 진행하게 되었다.이때 서원이 헤벌쭉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오선영 씨 진짜 예쁘시네요.”“왜, 밤에 이부자리 덥혀주라고 해줘?”이민혁이 농담조로 얘기하자 서원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형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제 변호사와 독대하고 싶은 겁니까?”“너 같은 귀공자들이 이런 수작 부리기 좋아하지 않던?”이민혁의 조롱에 서원이 한숨을 내쉬었다.“아니요. 그럼 전 아빠한테 맞아 죽을 거예요.”이때 남지유가 걸어오며 대화에 끼어들었다.“무슨 말 하고 계세요?”“아무것도 아니에요. 농담하고 있었어요.”남지유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양건호라는 사람이 이렇게 성가실 줄이야. 하마터면 사고까지 날 뻔했어요.”“그러게요. 오선영 씨 정말 좋아하나 봐요.”서원의 맞장구에 남지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아요. 오늘 밤 온 사람들 모두 오선영 씨 광팬인가 봐요. 공연을 중단
“정말?”서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정말로.”이민혁이 잠시 고민에 잠겼다.“불법 아니고? 너희도 관여 안 하는 일이야?”“그런 것까지 관리할 순 없죠.”서원이 어깨를 으쓱였다.“이런 경매는 모두 합법적인 활동으로 위장해서 조사한다 해도 찾아낼 수 없어요. 게다가 이런 경매회를 여는 사람들은 모두 당지에서 뒷배가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국가와의 관계는 말할 필요도 없죠.”이민혁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렇지. 모든 일을 다 관리할 수 있는 건 아니지.“네가 말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나도 가봐야겠지.”이민혁의 말에 서원이 웃었다.“모레 저녁에 시작하니까 전화번호 드릴 테니 동구원이라는 사람 찾아가 보세요. 형 데리고 들어가줄거예요.”“사람까지 찾아서 가야 해?”“그렇죠. 아무래도 이렇게 음지에서 열리는 경매회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죠. 동구원 씨는 통주에서 갖가지 일을 주선하는 사람이에요. 인맥이 매우 넓은 편이죠.”“그래, 알겠어. 그럼 내일 한번 가볼게. 혹시 좋은 물건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이민혁도 세수단으로 바꾸기 위한 제물이 급히 필요했기에 결국 경매장에 가기로 했다. 혹시 운이 좋아 얻어걸릴지도 모르니까.그리고 서원, 안수연마저 모두 수행자로 된 상황에 남지유가 수행자가 아니라니.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둘은 경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깊은 밤까지 술을 마셨고 이때에야 남지유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섰다.두 사람의 만취한 모습에 남지유가 한숨을 내쉬었다.“두 사람 너무 한가한거 아니에요? 전 바빠서 죽을 뻔했는데.”“별일 없었죠?”이민혁이 물었다.남지유는 자리에 털썩 앉아 컵에 술을 따르고는 한 모금 마셨다.“잘 끝났죠. 원래 내일 오선영 씨에게 한턱내려고 했는데 다음 콘서트가 있다고 급하게 갔어요.”“한물간 스타도 여전히 바쁘네요.”서원이 웃으며 대답했다.“오선영 씨 예전에 인기가 많았어?”“당연하죠. 5년 전에 이라는 노래로 전국을 뒤흔들었죠. 그런데 이후로는 해가 지날
그러나 이런 가격에 이민혁은 개의치 않았다. 몸이 편하면 되었다.거실에 자리를 잡고 앉은 이민혁은 동구원에게 전화했다. 얼마 뒤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동 선생이십니까?”“예. 누구시죠?”“저는 이민혁이라고 합니다. 내일 밤 경매회가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들어갈 수 있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제 번호 어떻게 아셨죠?”“제 의형제에게서요. 이런 건 캐물을 필요 없지 않아요? 하던 대로 처리해 주세요.”“예. 이쪽 규칙 알고 있으면 됐어요. 가격은 2,000만원입니다.”“네. 그럼 언제 만날까요?”“어디 계십니까?”“성진호텔입니다.”“밤 8시에 호텔 화원 연못 옆에서 봅시다.”“좋아요.”전화를 끊고 이민혁은 웃었다.입장료가 무려 2,000만원이라니. 좋은 물건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시계를 보니 이제 5시 남짓 되었다. 방에서 잠시 쉬던 이민혁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밥을 먹고 7시가 넘었을 때 호텔 화원에 내려왔다.화원의 면적은 크지 않았으나 갖가지 종류의 나무, 화초와 기타 각양각색의 경관이 있는 것이 5성급 호텔다운 모습이었다.이민혁은 혼자 산책하며 화원 중앙에 있는 작은 분수대 옆으로 왔다.이곳에는 손님들이 쉬면서 구경할 의자들이 놓여 있었고 이민혁은 그중 비어 있는 의자 하나를 찾아 앉아 브로커를 기다리기 시작했다.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꽃 티셔츠에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걸어와 연못 옆 의자에 앉았다.이민혁은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동 선생이십니까?”남자가 이민혁을 바라보더니 걸어왔다.“이 선생이세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동구원도 본론을 시작했다.“규칙에 따라 일을 처리할 거예요. 들어갈 수 있도록 할게요.”“좋아요.”이민혁이 바로 2,000만을 계좌이체 하자 동구원이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이 선생 시원시원한 사람이네요. 그럼 저도 시간 끌지 않을게요. 내일 밤 7시 이곳에서 이 선생을 데리고 갑니다.”“그럼 수고해 줘요.”이민혁이 웃어 보였
이민혁이 오선영의 앞으로 걸어와 앞을 막아 나섰다.양건호가 이민혁의 얼굴을 확인하고 냉소했다.“지금 이게 누구 앞이라고. 내 일에 감히 끼어들어?”“‘길이 고르지 않으면 삽질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일이 평탄하지 않으면 관리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 말 들어본 적 있어요?”이민혁이 담담히 물었다.절대 오지랖이 넓은 것이 아니라 양건호의 행동이 너무 지나쳤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다. 만일 스캔들이라도 난다면 애써 수습한 선전회가 되려 일을 그르치기 때문에.이민혁의 말에 양건호가 피식 웃더니 이민혁의 코를 가리키며 웃었다.“그래. 네 패기는 인정한다. 통주에서 감히 날 막는 건 네가 처음이야. 얘들아, 밟아.”양건호도 오만방자하기 그지없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렇게 일을 치니.이민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바로 이때 저 멀리서 동구원이 달려오더니 연신 허리를 굽혔다.“양 사장님. 너무 화내지 마시고 이런 일은 말로 해결합시다.”양건호가 동구원을 힐끗 보더니 물었다.“아, 그쪽이었구나. 아는 사이?”“네. 네.”동구원이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양건호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래. 체면 차려줄게.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면 아까 일은 못 본 척해준다.”동구원이 잠시 굳은 채로 있다가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이민혁의 귓가에 속삭였다.“통주에서 제일가는 부자예요. 몸값이 몇천억이에요. 건드려서 좋을 것 없으니 얼른 사과하고 갑시다.”“제가 사과를 왜 합니까. 몇천억이 뭐요. 제가 두려워할까 봐요?”이민혁이 평온하게 대답하자 동구원이 다급히 말했다.“그쪽이 몰라서 그래요. 양건호에게는 동생이 한 명 있는데 통주의 우두머리에 제일가는 건달이에요. 피도 눈물도 없어서 잘못 건드리면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요.”“오호라. 동생이 제일가는 건달에 형은 통주의 제일가는 부자라. 통주에서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로군.”이민혁이 웃으며 말하자 동구원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러니까, 얼른 사과해요. 우린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니까.
이에 여인이 한숨을 내쉬었다.“선영아, 너 이제 더 이상 5년 전의 네가 아니야. 사장님이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널 청한 건데 이런 부탁도 못 들어주면 매니저인 내가 얼마나 난처하니.”“언니. 나 오늘은 몸이 아파서 안 되겠어.”오선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하자 매니저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양건호 앞에 와서 웃는 얼굴로 타이르기 시작했다.“양 사장님, 선영이가 몸도 안 좋고 하니 오늘 일은 넘어가 줘요. 내일 밤에도 콘서트가 있으니 잘 쉬고 난 후에 하면 안 될까요?”양건호는 매니저를 상대하지 않은 채 이민혁에게 말했다.“너, 내가 너 기억했어. 다음에서 만나면 두고 봐.”말을 마친 양건호는 바로 떠났고 매니저는 두 조수를 데리고 급히 따라갔다.양건호의 부하들은 주인이떠나자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가기에 급급했다.이민혁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는 맞아본 그들만이 느낄 수 있었다.이때 이민혁이 오선영에게 다가와 물었다.“괜찮습니까?”“가까이 오지 마세요.”오선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민혁은 당황스러웠다. 조금 전까지 편을 들어주었는데 이렇게 모른척한단 말인가?그런 이민혁을 보며 오선영이 차갑게 말했다.“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아요. 남자들은 다 똑같아요. 설마 당신이 절 도와줬다고 제가 고마워하고 호감이라도 가질 줄 알았어요? 당신 같은 사람 세상에 넘쳐요.”이민혁은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지?어이없는 상황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혀를 찬 그는 바로 뒤돌아 떠나려 했다. 기왕 이렇게 된 이상 굳이 오선영과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이때 동구원이 빠르게 따라와 이민혁을 붙잡았다.“이 선생, 우리의 협력은 결렬되었어요.”“무슨 말이죠?”이민혁이 냉랭하게묻자 동구원이 탄식하며 대답했다.“양건호에게 미움을 샀잖습니까. 양건호 동생 양건우는 결코 쉬운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비록 돈에 환장한 장사치 이긴 하지만 저는 제 목숨이 더 중요합니다.”이에 이민혁
오선영은 노발대발하며 떠나 자신의 스위트룸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웠지만 심장이 쿵쾅댔다.이 몇 년간 확실히 운이 좋지 않긴 했다. 컴백은 연속적으로 실패했고 인기는 순식간에 하락세를 탔으며 출연료도 점점 줄어들었다. 심지어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지경에 이르러 불안한 걸 넘어 우울감까지 생겼다.그런데 이게 정말 목걸이와 관계가 있는 걸까?오선영은 목걸이를 풀었다. 이는 백금으로 된 목걸이이며 목걸이 아래에는 루비 펜던트가 있었다.그녀가 한창 인기를 끌던 때 가장 절친인 가수 친구가 태국으로 여행을 갔다가 고가로 산 목걸이였다. 심지어 고승을 청해 축성을 마쳐 행운과 평화를 가져다주는 목걸이라고 했다.절친이 이렇게 잘해주는데 본인의 일자리가 마땅치 않은 것을 어떻게 이 목걸이를 탓할 수 있을까.잠시 생각한 오선영은 다시 목걸이를 찼다. 이 목걸이는 그들만의 우정의 표증이다. 어떻게 이 귀한 걸 버릴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이민혁의 말은 기상천외하기 그지없다.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양건호의 성희롱이며 일자리가 석연치 않은 것 등 모든 것이 그녀를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다.그리고 같은 시각, 이민혁도 침대에 누웠다. 저도 모르게 오선영의 목걸이를 떠올린 그는 고개를 저었다.처음 목걸이를 보았을 때부터 이상함을 느꼈다. 정신력을 펼쳐 살펴본 결과 목걸이에는 저주의 힘이 깃들어있었다.이후 오선영을 보니 비록 메이크업한 얼굴이었지만 확실히 안색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그러나 눈이 혼탁하고 초점이 잡히지 않아 있고 정신이 혼잡한 걸 보아 이미 저주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도대체 누가 그녀에게 이렇게 큰 원한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얼마나 원한이 깊었기에 목걸이에 저주의 힘까지 부여한 걸까.그러나 오선영의 태도는 이민혁이 도와주고 싶은 생각마저 사라지게 하였다. 그는 내일 저녁에 있을 경매회를 더 신경 쓰기로 했다. 남지유를 돕기 위한 좋은 물건이 경매장에 나오길 바라면서.그리고 다른 한켠. 동구원은 호텔을 떠나 양건
두 사람은 호텔로 들어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꼭대기 층은 연회장으로서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부터 검은색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복도 전체에 가득 서 있었다. 온통 검은 것이 기세가 늠름해 보였다.이미 폐쇄되어 일반인은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온 두 사람은 바로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에게 가로막혔다.이때 이민혁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같은 쪽 사람입니다. 제가 보장해요.”동구원은 이곳의 단골손님인 듯 익숙해 보였다. 그는 앞장서서 이민혁에게 눈짓하며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이민혁은 걸으면서 복도에 빼곡히 서 있는 검은 정장의 사내들을 힐끗 보며 말했다.“대단한데요?”“하하. 어려서부터 통주에서 지내다보니 다들 알아봐 주네요.”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사람이 있었다. 지위는 높지 않았지만 잘 먹고 사는 사람들, 모두가 일이 생기면 그런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기를 원했다.연회장에 도착했을 때 홀에는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주변은 역시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사무라이 칼을 등에 지닌 채 서 있었다.동구원이 이민혁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이 경매장 주인은 겉치레를 좋아하나 보네요.”“그야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이 경매회는 진작에 망했을 테니까요.”이민혁이 웃어 보이고는 조용히 경매회의 시작을 기다렸다.30분 후 사람이 거의 도착하자 연회장의 대문이 닫히고 경매회가 시작되었다.연이어 네 번의 경매가 끝났고 그중 어느 물건도 이민혁의 흥미를 끌어내지 못했다.설사 물건이 괜찮더라도 그의 엄격한 요구에 도달할 수는 없었다.이때 다섯 번째 경매품이 등장했다. 이는 청동검으로서 국가가 법적으로 판매와 수출을 금지하는 일급 문물이다.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고대 무덤에서 나온 물건임을 알 수 있었으며 상태가 매우 좋았다.이민혁은 정신력을 펼쳐 확인하고는 곧 가져야겠다고 결심했다.이 문물 안에는 모종의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어 제물의 요구에 충분히 도달했다.이민혁은 얼굴에 웃음을 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