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8화

욕실은 어느덧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박정후는 눈을 감으니 다른 감각들이 더 강렬해졌고 내면의 폭군 기질이 점점 더 미친 듯이 거세졌다.

그는 신가람의 허벅지를 꽉 잡고 여지없이 밀어붙였다.

그녀의 신음은 끊이질 않았고 욕실 안의 열기가 온몸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30분 후 박정후는 그녀를 안고 침대로 가서 계속하려고 했다.

이때 그만 빨간 피가 새어 나왔고 그녀의 얼굴도 빨갛게 달아올랐다.

“대표님, 저 생리 왔어요.”

박정후는 늘 오래 하는 법이라 이번에도 덜 만족한 상태였다.

“사흘 미뤘네?”

“네. 피임 주사 부작용이 바로 내분비 장애와 생리불순이거든요.”

그는 결국 신가람을 내려놓고 흐릿한 불빛 아래에서 옷을 주워입었다. 별장에 쟁여둔 생리대를 다 써서 그녀는 마지못해 근처 마트로 나가야 했다.

차가 이제 막 멈췄을 때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오피스텔에 사는 이웃 주민한테서 온 메시지였다.

[가람 씨, 요즘 들어 어떤 남자가 계속 가람 씨네 집 앞을 서성거리더라고요. 뭐 하는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람 씨 외출할 때 꼭 조심하라고 미리 말해주는 거예요.]

이웃이 사진도 한 장 보내왔는데 사진 속 남자는 카메라를 등지고 서 있었다. 그는 훤칠한 키에 넓은 어깨, 좁은 허리를 지녔고 살짝 마른 편이었다.

신가람은 사진을 들여다본 순간 온몸이 얼어붙고 몇 분 뒤에야 겨우 정신을 다잡았다.

생리대를 다 사고 마트에서 나오자 어둠 속 길 건너편에 벤틀리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젊고 잘생긴 남자가 차 옆에 서서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더니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짧디짧은 십여 미터지만 그녀에겐 몇 세기처럼 느껴졌다.

신가람이 도망치려 하자 남자가 걸음을 재촉했고 하마터면 달려오는 차에 부딪힐 뻔했다.

기사가 창문을 열고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다만 그 남자는 거들떠보지 않은 채 빨개진 눈시울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가람아.”

신가람은 손에 든 쇼핑백을 바닥에 내던지고 허겁지겁 도망쳤다. 이 모든 게 너무 갑작스럽게 펼쳐졌으니까.

그는 마치 그해 갑자기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