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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돌아오는 길에서 억제제 덕분에 박정후는 어느덧 많이 진정됐다.

다만 널브러진 바닥을 보더니 여전히 화가 치밀었다.

그는 신가람의 몸이 유독 좋다. 그녀와 꼭 붙어 있으면 미치도록 극에 치닫는 환희를 느낄 수 있다.

박정후는 이를 딱히 소지율에게 해명하지 않았다. 종래로 그런 적이 없으니까.

한편 소지율도 그 뒤로 며칠 동안 잠잠했다.

어느덧 금요일이 다가왔고 구씨 집안 어르신이 이틀 뒤에 생신 연회를 연다면서 박정후를 초대했다.

그의 여자 파트너는 영락없이 소지율이었다.

퇴근 무렵, 박정후는 신가람을 사무실로 불렀다.

“배는 왜 가려? 또 인스턴트 식품 먹었어?”

그녀의 모습에 박정후가 안색이 어두워졌다.

신가람은 바늘로 콕콕 찌르듯 위가 아팠다.

“아니요. 좀 체한 것 같아요.”

어젯밤에 거사를 마친 후 그녀는 스스로 음식을 차리고 확실히 평소보다 많이 먹었다.

“넌 이젠 밥도 못 먹을 정도로 가난해진 거야?”

박정후가 정곡을 찌르자 그녀는 난감한 듯 머리를 푹 숙였다.

“대표님 셔츠 사느라고 월급의 절반을 썼어요. 신용카드 긁었거든요.”

그녀는 지금 그 누구보다 사정이 딱했다.

박정후 이 남자는 그런 것도 모르고 또다시 그녀의 몸과 마음을 괴롭혔다. 그야말로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

“그러니까 나랑 자는 게 업무이고, 일을 마쳤더니 배 터지게 밥을 먹었다는 거네?”

그야말로 가차 없이 그녀의 체면을 짓밟는 박정후였다.

“대표님, 말이 너무 심하잖아요. 배 터지게 먹다니요? 저는 그저 열심히 일해서 위병에 걸린 거라고요. 이건 엄연히 따지면 업무상 부상이니 직원에게 마땅한 보상을 줘야 한다고 보는데요!”

“병원 가서 검사받고 영수증 나한테 보내.”

말을 마친 박정후는 펜을 들고 서류에 사인했다.

신가람은 입술을 앙다물고 떠보듯이 그에게 물었다.

“혹시 월급을... 가불할 수 있나요?”

“안돼. 대신 가람 씨가 정 수요된다면 하루 세끼 식비로 먼저 지급할 순 있어.”

이 남자는 절대 경솔한 사람이 아니다.

다만 일단 한번 경솔해지면 그땐 인간도 아니다...

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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