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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결국 신가람은 이를 악물고 티슈를 치우고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나른한 몸짓에 과일 향의 샴푸 냄새가 이 남자의 코끝을 찔렀다.

그는 주먹을 꽉 쥐더니 충혈된 두 눈이 유난히 더 요염하게 빛났다.

신가람은 마치 사냥꾼에게 감시당한 듯 바짝 긴장했다.

이제 막 뒤로 물러나려고 하는데 박정후가 그녀의 뒤통수를 받치고 집어삼킬 듯이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뜨거운 열기가 그의 혀를 통해 그녀의 입안에 전해졌다.

신가람은 몸이 나른해지고 나지막이 신음했다.

‘미치겠네, 이 소리.’

박정후는 그녀를 다리 위에 덥석 안아 올렸다. 방금 맞은 주사는 이대로 수포가 된 듯싶었다.

“땀 닦겠으면 그냥 닦으면 될 것이지 왜 사람을 유혹해? 또 차에서 한 번 더 하고 싶어?”

박정후는 그녀의 귀를 깨물고 잠긴 목소리로 질문했다.

이에 신가람은 목을 움츠리며 그에게 답했다.

“아니에요, 그런 거.”

그 시각 조민형은 감히 차에 오를 엄두가 안 나 가까운 곳에서 바람을 쐬었다. 차 안에서 이제 곧 불꽃 튀는 ‘전쟁’이 일려고 할 때 소지율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왔다.

조민형은 가볍게 기침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지율 씨.”

순간 차 안에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신가람은 애매한 신분이라 계속 머무를 순 없었다. 안방마님이 왔으니 그녀는 얼른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이때 박정후가 그녀의 손목을 확 잡고 힘껏 누르면서 말했다.

“감히 이주원이랑 자기만 해봐. 그때부턴 일 전 한 푼도 없어.”

신가람은 온몸이 움찔거렸다. 그녀는 머리를 푹 숙인 채 곧바로 맹세했다.

“걱정 마세요. 죽는 한이 있어도 그럴 일은 절대 없어요.”

차에서 내린 그녀는 바로 옆에 서 있다가 소지율이 오른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제야 졸였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으니까.

창문 너머로 소지율이 한창 박정후에게 기대 다정하게 그의 가슴을 만져주고 있었다.

외적으로 보나 가정환경으로 보나 두 사람은 그야말로 천생배필이었다.

신가람은 문득 심장이 저릿해지고 쓴웃음이 번졌다. 그녀는 단지 도구에 불과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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