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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빨리 보내기나 해.]

문자를 다 보낸 박정후는 핸드폰을 책상 위로 던져버리고 한숨을 쉬더니 그제야 휴게실로 향했다.

그러자 침대에 누워 하얀 다리를 드러내며 유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소지율이 보였다.

“정후 씨, 나 좀 졸려서 그러는데 여기서 자도 돼?”

풀린 눈으로 빨간 입술을 오물거리는 소지율은 보면서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던 박정후는 그저 웃으며 말했다.

“응, 일어나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응.”

침대에 누워 베개를 끌어안던 소지율은 그 위에서 느껴지는 박정후의 향기에 미소를 짓다가도 신가람도 여기에 누웠을 생각을 하니 다시 화가 치밀어오르며 당장이라도 침대를 내다 버리고 싶었다.

그래도 박정후가 신가람을 도구로만 여기니 소지율은 자신이 참아주기로 했다.

한편 사무실로 돌아온 신가람은 갑자기 사라져버린 서류에 깜짝 놀라며 조민형에게 CCTV를 돌려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방에 들어왔다 간 사람들은 기획팀의 하지영, 마케팅팀 팀장, 그리고 소지율뿐이었다.

CCTV에 찍힌 걸 보면 이방에 들어왔다간 사람은 세 명뿐이었는데 하지영과는 개인적으로 사이가 나쁘긴 했지만 이 서류들을 몰래 가져가는 게 그녀한테 큰 의미가 있진 않았다.

범인을 찾지 못한 신가람이 미간을 찌푸리고 있을 때 대표실에서 호출이 걸려왔다.

“신 비서, 들어와.”

박정후의 목소리를 들은 신가람은 누군가 자신에게 누명의 씌웠을 것만 같은 불안함에 천천히 대표실로 들어갔다.

역시나 그 안에는 표정을 굳힌 박정후가 앉아있었다.

“이 서류가 왜 인터넷에 떠도는 거지?”

그에 어리둥절해진 신가람이 놀라고 있을 때 사무실의 전화기로 하나둘 울리기 시작했다.

핸드폰을 켜보니 마케팅팀, 기획팀에서 다들 신가람에게 인터넷에 떠도는 서류에 대해 묻고 있었다.

여러 계정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서류의 스캔본을 “천하 그룹 내부 계약서”라는 제목과 함께 전파하고 있었다.

계약서를 유출은 회사의 금지조항이기도 했고 회사 명성에 영향을 주는 건 물론 심하면 주가까지 폭락할 수 있는 큰 사건이었다.

“지금 바로 홍보팀 가서 기사 내리고 서류공유 막으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걸 인터넷에 올린 사람이 누군지도 꼭 찾아내겠습니다. 하지만 서류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만든 제 책임도 있으니 사후에 어떤 징계를 내리시든 다 받겠습니다.”

“신 비서가 나랑 일을 한 지도 3년이야. 난 쓸모없는 사람은 곁에 두지 않아, 만약 신 비서가 해결을 잘 못 해서 이 일이 회사에 손해를 끼친다면 그 결과가 어떨지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 생각해.”

차갑게 말하는 박정후에 신가람은 빠르게 사무실을 빠져나와 홍보팀으로 향했다.

다행히 기사는 금방 내릴 수 있었고 서류가 더 퍼져나가는 것도 막을 수 있었지만 또 다른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계약서상에 명시되어 있었던 거래처 회사에서 항의 전화가 온 것이다.

계약서가 유출된 데 대해 언짢아하며 상대방은 배상금 20억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에 냉동고에 갇혔다 나온 사람처럼 낯빛이 창백해진 신가람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채 거래처의 회사 이름을 들여다보았다.

거래처가 주강인 아버지 회사인 부원그룹이라 명시된 계약서를 보며 신가람은 마른세수를 해댔다.

몇 년 전 주강인 말도 없이 이별을 통보했을 때 신가람은 그의 집에 가서 주강인을 만나려고 했지만 결국 김현정이 뿌린 구정물을 뒤집어쓰고 그녀의 손에 이끌려 거울 앞에 서서 더러운 자신의 모습을 보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었다.

그날 겪은 수모는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왔지만 그래도 일은 해야 했기에 신가람은 다시 박정후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그를 보며 큰 충격을 받은 사람마냥 담담히 말했다.

“제가 직접 부원그룹 프로젝트 팀장님 만나서 해명하겠습니다. 제 실수도 있으니 책임도 끝까지 지겠지만 이번 일은 누가 서류를 일부러 가져가서 저한테 덮어씌운 겁니다.”

그때 방금 일어난 듯 하품을 하며 휴게실에서 걸어 나오던 소지율이 말했다.

“누가 신 비서님 괴롭혔어요? 눈까지 빨개졌네.”

그에 박정후가 낮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회사에 일이 좀 생겨서 얘기 중이니까 넌 먼저 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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