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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립스틱, 쿠션 그리고 잡다한 물건들 사이로 반짝이는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신가람의 손이 박정후보다는 빠르지 못했기에 그녀가 아차 싶었을 때 반지는 이미 박정후의 발아래에 가 있었다.

“주워.”

차가운 목소리에 차 안의 공기까지 서늘해지자 조민형은 괜히 운전대를 더 세게 잡았다.

찬물을 뒤집어썼을 때도 괜찮았던 신가람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박정후가 밟고 있는 그 반지는 그냥 엄마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꺼내 들었던 건데 보여주고 나서 집에 둔다는 걸 깜빡해서 가방에 있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신가람, 내 인내심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아보고 싶은 거야?”

신가람을 노려보던 박정후가 발을 치우자 그녀는 할 수 없이 허리를 굽혀 반지를 주워서 박정후에게 건넸다.

“얼마 전에 산 액세서리에요.”

“나도 눈은 멀쩡해. 이게 뭔지 내가 정말 모를 것 같아?”

차 안에 그나마 켜져 있는 불빛 덕분에 반지 내부에 새겨진 강, 람이라는 두 글자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다.

누가 봐도 커플 반지인데 그걸 둘러대는 신가람에 박정후의 표정은 더욱더 굳어버렸다.

“신 비서가 이 정도로 순정파인 줄은 몰랐네. 3년이나 지났는데 이 반지를 아직도 가지고 있었어?”

말을 마친 박정후가 손가락을 튕겨내니 반지는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실 그 반지는 그저 옛날의 실수를 상기시키는 용도로 간직하고 있었던 것인데 박정후에게도 들켰고 어차피 더는 필요 없기도 했기에 신가람은 반지를 다시 주워 매만지다가 창밖으로 던져버렸다.

“그렇게 아쉬우면 남겨두지 그랬어. 누가 보면 강요한 줄 알잖아.”

오늘따라 박정후는 유독 말에 감정을 실어 얘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신가람도 자꾸만 말문이 막혀왔지만 그와 부딪쳐봐야 좋을 게 없었기에 고분고분하게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

“강요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엄마가 왜 반지 안 끼냐고 걱정하시니까 보여드린 것뿐이에요.”

“그래? 그럼 네가 원해서 버렸다는 걸 증명해봐.”

달리는 차 안에서 입술을 살짝 깨물던 신가람은 손을 아래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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