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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강인이가 애쓰네.”

부드럽게 웃던 이정미는 얼굴이 빨개진 신가람에게로 눈길을 돌리며 물었다.

“근데 가람이는 왜 그래?”

아까 들어올 때도 안겨있더니 혹시 어디 다친 건 아닌가 싶어 걱정스레 묻는 이정미에 신가람이 해명하려고 했지만 박정후가 그보다 더 빨리 답했다.

하지만 이유가 좀 급조한 느낌이 다분했다.

“길 가다가 실수로 벽에 부딪혔어요.”

“네, 앞을 잘 못 봐서...”

이렇게 유머러스한 면이 있는지는 몰랐는데 박정후의 그 유머에 맞춰야 하는 신가람은 괴롭기만 했다.

이정미는 덤벙대는 딸을 나무라면서도 자상한 남편이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또 2세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너희들도 이젠 어린 나이는 아니잖아. 몇 년만 더 있으면 가람이도 서른인데, 그때 가서 애 낳으면 위험하기도 하고. 아이는 아직 생각 없는 거야?”

“엄마, 나 아직 스물다섯이에요.”

“스물다섯이면 어리진 않지, 엄마는 스물다섯일 때 너는 집안일도 돕고 그랬었어.”

이정미는 신가람을 끌어당기며 나지막이 말했다.

“남자도 서른 넘으면 정자 질량이 안 좋아진대. 지금이 적기니까 빨리 애부터 낳아, 그래야 엄마도 살아있을 때 손자 안아보지.”

“그런 말 하지 말라니까.”

또 죽는다는 소리를 하는 이정미에 코끝이 찡해진 신가람이 투덜대자 이정미는 그녀의 손을 토닥이며 말했다.

“알겠어, 안 할게.”

엄마와 얘기할 때는 한없이 고분고분한 신가람에 박정후는 얌전한 고양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녀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이내 이정미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사위”로서의 본분을 다했다.

신가람은 천하 그룹 대표로서 카리스마 있게 일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이럴 때는 또 한없이 싹싹해지는 박정후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때마침 고개를 돌리는 박정후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참... 얘기도 잘하시네요.”

“그래?”

“한 집안사람끼리 뭘 그렇게 존대를 해? 너무 바빠서 다 까먹은 거 아니야?”

둘 사이에 대해서 정확히는 모르는 이정미가 웃으며 말하자 신가람도 들킬까 봐 대충 둘러대며 말을 맞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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