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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박정후는 신가람을 안아서 침대에 눕히고는 아예 그녀의 속옷까지 벗겨냈다.

“그만... 이제 그만 가요.”

눈이 부시게 비춰대는 불빛들 때문에 적나라하게 보일 그곳에 부끄러워진 신가람이 다리를 움직이며 말했다.

“괜찮아요, 남자친구 있으면 긴장도 풀리고 좋죠.”

하지만 의사는 신가람의 마음도 모르고 아무렇게나 말하며 그녀를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뒤집으며 샅샅이 살펴봤다.

한참 동안 보던 의사는 박정후를 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

“남자친구가 돼서 여자친구가 아파하면 좀 조절을 했어야죠. 이렇게 거칠게 대하면 어떡해요? 지금 여자친구분 상태가 어떤지는 알아요?”

의사의 말에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 신가람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지만 이내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때는 출혈이 조금 생긴 게 전부라 피만 빼고 나왔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심각해졌을까 봐 걱정되었다.

“CT 찍어야 할까요? 황체낭종파열일 수도 있다던데...”

박정후의 말이 끝나자 진료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의아하다는 듯 박정후를 응시하던 의사가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걸 아는 사람이 이렇게 힘을 쓴 거예요? 여자친구가 이렇게 아파하는 걸 꼭 보고 싶었어요? 여자 몸이 아주 약한 존재예요. 그러니까 아껴주셔야 한다고요. 앞으로는 조심 좀 하세요.”

“네.”

의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박정후를 보고 있던 신가람은 몰려오는 수치심에 그냥 이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죽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럼 적어도 저런 얘기를 당사자 앞에 두고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의사의 권유에 CT까지 다 찍어봤지만 다행히 황체에는 문제가 없고 그저 생리 올 때가 되어서 반응이 격해진 것뿐이라는 진단 결과 신가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의사에게서 염증을 없애는데 좋은 연고와 열이 조금 있는 탓에 해열제를 함께 받은 신가람은 박정후의 겉옷을 걸치고 병원을 빠져나왔다.

깔끔한 정장 차림에 긴 다리를 휘적이며 걷는 박정후는 한눈에 봐도 귀티가 철철 흐르는 외모 탓에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까지 풍겨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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