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근명은 여전히 의자에 앉아 눈을 흘기면서 말했다.“돌아갔다가 지금 다시 왔어요. 내 의술이 더 좋아졌기 때문이죠. 지난 의술 대회에서 졌으니 오늘 다시 도전장을 내미는 거예요. 난 다시 이 세상에 한의학은 서양 의학에서 분리된 것이고 서양 의학이야말로 정통 의술이라는 걸 증명할 겁니다.”한근명의 말투는 참 뻔뻔스러웠다.“말도 안 되는 소리.”“한근명, 너무 뻔뻔하다. 얼른 꺼져. 의료거리는 너를 환영하지 않아. 대하도 너를 환영하지 않아.”“졌으면 그만이지 무슨 낯짝으로 나와서 설쳐?”“강서준이 오기 전에 얼른 꺼져. 망신을 당하기 전에 꺼지라고!”의원들은 물론 지나가던 일행도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한근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강서준이 가장 큰 위협이니 그를 이긴다면 의료거리의 모든 의원을 이긴 것과 다름없다.하지만 한근명도 그의 실력을 잘 알고 있다. 의술에 있어 강서준보다 못하지만 이번만큼은 두렵지 않았다.“오지 못할까 봐 염려되네요.”한근명이 냉정하게 말했다.“초현 씨. 1시간 더 드릴게요. 1시간 내에 강서준이 나타나지 않으면 도전장을 회피한 겁쟁이라고 떠벌리고 다닐 거예요. 그럼 J 의료원의 체면이 떨어지고 문을 닫게 되겠죠.”“썩 꺼지지 못해?”그때 하연미가 삿대질을 하며 욕을 했다.“넌 뭐하던 놈인데 감히 우리 집 의료원 앞에서 콧대를 세워? 우리 서준의 의술이 천하제일인 거 몰라? 너 따위와 비교할 레벨이 아니야.”욕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하연미가 한근명의 얼굴에 침까지 튕기며 언성을 높였다.그 바람에 한근명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지며 슬슬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눈을 감고 꾹 참았다.김초현은 현재 의원들이 한근명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저번 의술 대회에서 모두 졌기 때문이다.조용히 옆으로 가서 강서준에게 전화했다.“여보, 지금 어디예요?”그 시각 강서준은 택시를 타고 오는 길이었다.“왜 그래요?”“빨리 와요. T 의료원이 도전장을 내밀었어요. 당신이 1시간 내에 오지 않으면
고지민은 강서준이 안중에도 없었다. 강씨 집안에서 강서준을 건드리는 모든 사람을 적으로 돌리겠다고 하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진작에 강서준을 죽여버렸을 것이다.계획대로 강서준을 상대하기 위해 고지민은 약왕곡의 후계자를 찾았다. 의술 분야에서 약왕곡은 명불허전 서열 1위였다. 하지만 그들이 겸손한 관계로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만약 약왕곡의 후계자가 나선다면 강서준은 그의 발끝에도 닿지 못할 것이다."됐어. 이만 가 봐."고지민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네."청년이 공손하게 머리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의료거리.J 의료원 앞에는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의사, 행인, 기자를 가리지 않고 전부 J 의료원의 상황을 구경하고 있었다.한근명 등은 아직 여유작작한 모습이었다. 그들은 강서준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같은 시각, 약왕곡에서 보낸 사람이 도착했다. 이곳에는 약왕곡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한근명은 아주 잘 알았다. 그와 홍준태도 한때는 약왕곡에서 제자, 아니 약이나 따는 그런 심부름꾼 역할을 했었다. 그래도 그는 무서울 정도로 강한 의료 지식을 많이 배웠다.이번에 나타난 사람은 무려 약왕곡의 후계자이니, 의술로 강서준을 수백 번 이기고도 남을 것이다.시간은 일분일초 흘러가고 어느덧 반 시간이나 지났지만 강서준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던 J 의료원의 의사는 김초현과 한문수에게 물었다."저기, 강 신의님은 언제 오시나요?"김초현은 휴대전화로 시간이 많이 지났음을 확인하고 강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 지금 어디 있어요? 왜 아직도 안 와요?""길에 차 사고가 나서 심하게 막히고 있어요. 아무래도 한참 걸릴 것 같아요."강서준의 목소리가 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왔다."최대한 빨리 와줘요. 시간이 별로 없어요."김초현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알겠어요."강서준은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김초현은 J 의료원의 의사들에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지금 오고 있기는 한데
한근명이 피식 웃었다."제가 곧 국의회를 만들어 한의사 협회를 대체할 생각이거든요. 때가 되면 오직 국의회에서 발급한 면허가 있는 사람만 의사를 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안 그러면 위법 행위가 되겠죠?""당신 말을 누가 듣는다고 그래요?""주제도 모르고 떠들어대는구나!"사람들은 하나같이 믿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직 김초현만 한근명에게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근명의 대단한 뒷배로 봤을 때 국의회를 만드는 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김초현은 다급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강서준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김초현 씨, 다시 한번 물을게요. 제 도전에 응할 거예요, 말 거예요?"한근명이 또다시 재촉했다.SA 일가 중에는 의술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고 한근명과 같은 신의를 상대할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저 말없이 김초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당연히 응하죠."김초현은 당당한 모습으로 한근명에게 말했다."우리 의료원 문 앞까지 찾아왔는데 도전을 받아들이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어요? 만약 T 의료원도 이기지 못한다면 저희도 문을 닫는 게 마땅한 거예요."김초현은 강서준이 무조건 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의 의술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한근명 따위는 결코 이기지 못할 것이다."그래서 강서준은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거예요? 설마 이 하찮은 의사들로 도전하려는 건 아니죠?"한근명은 J 의료원의 의사들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들은 의사 생활을 한 지 수십 년이 되는 명의들이었다. 하찮다는 평가를 듣고 안색이 나빠지지 않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반박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속으로 한근명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다는 생각만 할 뿐이다.김초현이 말했다."여기까지 왔으면 우리 의료원의 모든 의사와 겨뤄봐야 하지 않겠어요?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법이죠."김초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한근명을 바라고는 뒤에 있는 의사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무
사람들의 시선은 전부 김초현에게 향했다. 아무도 의술 초짜 김초현이 나서서 한근명과 같은 의술 대선배와 겨룰 줄은 몰랐다. 그것도 목숨을 걸고 말이다."초현 씨가요?"한근명은 김초현을 힐끗 보더니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좋아요. 그러면 펜과 종이로 동의서를 작성하죠."한근명이 말을 끝내자마자 누군가가 펜과 종이를 갖고 왔다.김초현은 의료원 앞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생사가 걸린 동의서를 작성하고 사인과 지장을 남겼다. 그녀는 펜과 종이를 한근명에게 건네며 말했다."그쪽 차례예요."한근명은 고민 없이 동의서에 사인했다.김초현이 물었다."종목은 무엇으로 할 건가요?"한근명이 웃으며 말했다."의술대회와 마찬가지로 직접 고른 약재로 독약을 만든 후 서로 복용하고 해독약을 만드는 건 어때요? 단 이번에는 조수 없이 직접 해야 할 거예요.""좋아요."김초현은 전혀 겁먹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녀는 해독약을 만드는 법을 전혀 몰랐다. 하지만 독약을 먹고도 멀쩡히 살아있을 자신은 있었다. 그래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약재를 준비해 줘요."J 의료원같이 큰 의료원에는 약재가 아주 다양했다. 의사 한 명이 김초현의 지시에 따라 약재를 준비하러 갔고 곧 수천 가지 약재를 들고 와 상자, 테이블, 의자 등이 마련된 의료원 앞 거리에 펼쳐 놓았다.김초현은 한근명을 힐끗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어른이니까 먼저 시작해요."한근명은 김초현의 당당한 모습에 약간 의아했다. 그녀가 그 새로 의술을 배운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어찌 됐든 의술은 짧은 몇 년 사이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적어도 10년, 많게는 평생 배워야 했기에 대결이 걱정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한근명은 기괴한 미소와 함께 독약을 만들기 시작했다.김초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김초현은 뭘 하는 거야?""왜 아직도 시작 안 해?"구경꾼들은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김초현이 도대체 어떻게 할 작정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하연미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걸어와 작
SA 일가의 설득에 김초현은 손을 저었다."걱정하지 마요. 서준 씨가 금방 온다고 했으니까 저는 시간만 끌면 돼요."김초현은 휴대전화를 꺼내 강서준에게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여보, 어디까지 왔어요?"강서준의 목소리가 휴대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왔다."저 방금 차에서 내렸어요. 길이 너무 심하게 막혀서 안 막히는 곳까지 걸어가 다시 택시를 잡으려고요. 한 반 시간만 더 있으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쪽 상황은 어때요?""제가 한근명의 도전을 받아들였어요. 규칙은 의술대회와 같아요..."김초현은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말했다."말도 안 돼요."강서준이 큰 소리로 말했다."한근명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왜 그랬어요? 한근명의 의술은 방영길도 감당 못 해요. 그런데 사망 동의서라니요.""걱정하지 마요. 제가 진기로 독소를 누를 수 있잖아요."김초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안 돼요. 제가 최대한 빨리 갈 테니까 꼼짝 말고 있어요."강서준은 전화를 끊자마자 달리기 시작했다.의료거리.한근명은 10분도 채 되지 않아 금방 독약을 만들어 냈다.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약재의 수량에 제한이 있었기에 그는 절대 풀지 못하는 독약을 만들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제한이 있다고 해도 김초현과 같은 초짜를 상대하기는 충분했다.독약을 만들고 난 한근명은 웃으며 김초현에게 말했다."초현 씨, 왜 아직도 시작 안 했어요?"김초현은 차갑게 답했다."독약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요. 당신이 만든 독약을 먹고 풀기만 하면 제 승리가 아닐까요?""그건 그렇죠."한근명이 웃으며 말했다."내 독을 풀 수만 있다면 패배를 인정하고 떠날게요. 그리고 두 번 다시 J 의료원 근처에 오지 않으리라 약속하죠.""좋아요. 독약을 주세요."김초현이 손을 내밀었다.한근명은 자신이 만든 독약을 건넸다. 김초현은 아무런 고민도 없이 독약 가루를 물에 탔다. 투명한 물은 순식간에 검은 액체로 변했다. 이 장면에 안색이 창백해져서는 뒷
김초현이 독약을 먹고도 멀쩡한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자신의 독약에 언제나 자신감이 넘쳤던 한근명도 이게 무슨 일인지 의아하기 시작했다.이때 한 기자가 가까이 다가와 카메라에 김초현의 얼굴을 담았다. 김초현은 드디어 몸을 일으켜 의아한 표정의 한근명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아... 제가 무슨 말을 더 해야 할까요? 독약을 먹었는데도 아무 일도 없으니, 심지어 해독약을 먹지 않았는데도 아무 일도 없으니,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죠? 제가 약물에 대한 이해가 틀린 건가요? 아니면 한근명 씨가 약재를 잘 못 기억한 건가요?"김초현은 한근명에게 티끌만 한 체면도 남겨주지 않았다. 그러고는 또 기자들을 향해 말했다."여러분의 카메라에도 담겼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T 의료원의 의사 한근명 씨가 만든 독약이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이건 즉 T 의료원이 졌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이건 사기예요!"한근명은 안색이 파래진 채로 김초현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외쳤다."내가 만든 약을 아예 안 먹은 거 아니에요? 아니면 그 새로 약을 바꿔치기 했죠.""당신 바보예요?"김초현이 말하기도 전에 하연미가 나서서 윽박질렀다."그 나이를 처먹고 집에 가만히 앉아 벌어 놓은 돈을 세는 게 아니라 왜 나와서 젊은이들을 귀찮게 하는 거예요? 보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초현이 무슨 수로 바꿔치기를 했겠어요?""그러니까요. 패배를 인정하지 못해서 억지 부리는 거 아니에요?"김현의 아내 오유민이 무시하는 표정으로 말했다.김위헌은 펄쩍 뛰며 한근명 등을 가리키며 말했다."T 의료원 의사는 당장 꺼져요. 우리 의료원 앞에서 꺼지라고요."김위헌은 주먹까지 쥐고 그들을 때릴 기세였다. 김초현이 멀쩡한 것을 보고 SA 일가는 전부 나서서 한근명을 쫓아내려 했다.한근명의 안색은 아주 나빴다. 그는 김초현이 왜 아직도 멀쩡한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독성이 퍼지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김초현은
이때 한 기자가 나서서 물었다."방금 전의 말을 증명할 증거가 있나요? 대기업을 상대로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것은 분명한 범죄행위예요.""증거는 없습니다. 저 역시 SA그룹의 상황을 말씀드리는 것뿐입니다. 저희가 사회의 보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두렵지는 않습니다."김초현은 말을 끝내자마자 의료원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왜냐하면 그녀는 곧 독을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았기에 배출 과정이 급히 필요했다.김초현은 의료원으로 들어가자마자 2층 사무실로 가서 문을 잠그고 진기를 이용해 독을 배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기 운용에 미숙했던 그녀는 바로 실수하기 시작했고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퍼지는 독소에 안색이 확 변했다. 독소가 날뛸수록 그녀는 더 초조했고, 초조할수록 실수가 더 잦아졌다.밖에서 기자는 아직도 떠나지 않고 있었다. SA 일가 중에서 김천용이 나서서 인터뷰를 받았다. 그는 SA그룹을 대거 홍보했고 나쁜 세력에 타협하지 않을 것을 발표했다.강서준도 곧이어 달려왔다. 하지만 그가 도착했을 때, 한근명은 진작에 떠났고 기자도 대부분 흩어진 상태였다. J 의료원 앞에는 구경을 위해 남은 몇몇 행인만 남았다.강서준이 SA 일가를 향해 걸어오며 물었다."초현 씨는요?"김현이 의료원을 가리키며 말했다."안으로 들어갔어요."강서준은 별 말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또 여러 사람에게 물은 다음에야 김초현이 2층 사무실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빠르게 사무실 앞으로 와서 노크했다."누구세요?"사무실 안에서 연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저예요."사무실 안의 김초현은 강서준의 목소리를 들은 후에야 한시름 놓았다. 진기를 이용해 독소를 배출하는 과정에 실수가 생겨 결국 온몸에 독소가 퍼지고 말았다. 그녀의 안색은 무서울 정도로 까맸고 문을 열 힘도 없어서 축 늘어져 있었다.강서준은 김초현의 목소리를 듣고 불안한 마음에 방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김초현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그는 한걸음에 달려가 그녀를 안아
얼마 후 김초현은 따듯한 느낌과 함께 온몸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강서준은 연속으로 8 침이나 놓았다. 하지만 곧 진기가 모자라 더 이상 침을 놓을 수 없게 되었다. 다행히 김초현 체내의 독소는 대부분 빠졌고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진기가 모자란 관계로 독소를 깨끗하게 빼지 못한 게 아쉽기는 하지만..."초현 씨, 잠깐만 기다려요. 제가 은침을 갖고 올게요.""네."김초현은 소파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그녀는 체감상 완전히 회복한 것 같았다.은침을 갖고 온 강서준은 사무실 문을 닫고 은침으로 두 번째 해독을 시작했다. 짧은 몇 분 동안, 김초현 체내의 독소는 드디어 완전히 배출되었다.기운이 돌아온 김초현은 스스로 옷을 입기 시작했다. 강서준은 곁에서 걱정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왜 그렇게 무모한 짓을 했어요? 제가 조금만 늦게 왔어도 초현 씨는 죽었을 거예요.""저, 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독소를 누르는 데 성공했으니 배출하기도 쉬울 줄 알았는데 생각처럼 잘되지 않아 너무 당황했어요."김초현은 잘못을 저지른 어린아이처럼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에 강서준은 과하게 탓하지 않았다."앞으로는 절대 이러지 마요. 매번마다 운이 좋을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요.""네."김초현은 짧게 대답했다."참, 청희 씨가 어디에 있는지는 도대체 아는 거예요, 모르는 거예요?"강서준이 또다시 물었다. GS그룹이 열세에 처한 상황에 경영 능력이 좋지 못한 강서준은 서청희가 도움이 간절히 필요했다.김초현은 약간 실망한 표정으로 머리를 숙였다. 그녀는 강서준이 아직도 서청희를 찾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녀도 물론 GS그룹의 상황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리고 능력 있는 사람이 나타나 상황을 중재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김초현은 머리를 들어 강서준을 바라보더니 단호하게 말했다."여보, 저도 할 수 있어요. 제가 청희보다 못한 건 없잖아요. 저한테 기회만 준다면 무조건 GS그룹를 제대로 관리할게요.""이건 어린아이의 소꿉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