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준은 전용 헬기를 타고 교토를 떠났다.도착한 곳은 강중 군부대였다. 소요왕이 마중을 나왔다.강서준이 헬기에서 내리자 소요왕이 다가가 포옹을 하며 호탕하게 웃었다.“강서준 씨, 또 국가를 위해 악당들을 물리쳤군요.”소요왕은 자리를 비울 수 없어 교토의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령관 위치에 있다 보면 모든 일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강서준이 형검을 이용해 천자를 죽인 것, 곳곳에 위험이 도사렸다는 것까지 말이다.다행히 강서준은 살아서 돌아왔다.“돌아왔으니 됐어요.”소요왕은 주먹을 뻗어 강서준의 가슴을 툭툭 치며 기뻐했다.“비록 알고 지낸 지 얼마되지 않지만 술을 한 번도 마시지 못했네요. 지난번에 남황에 가는 바람에 마시지 못했지만 내가 기다린다고 했으니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마셔봐요.”“기회가 되면 마셔요.”강서준이 거절했다.“참, 정아는 어떻게 됐어요?”“아.”소요왕이 고개를 끄덕였다.“잘 회복되고 있어요. 이제 퇴원해도 될 거 같아요. 다만 그쪽을 기다린다고 퇴원을 미루고 있네요.”“그동안 보살펴줘서 고마웠어요.”강서준이 감사 인사를 했다.“두 사람 진짜, 고맙다는 말은 이제 그만해요.”“그리고…”강서준이 문뜩 뭔가 생각났다.“저번에 용암 동굴에서 사망한 전우들 개인 정보와 가족 정보를 알려주세요.”의경 하권을 찾는다고 수십 명의 소요군이 사망했다. 그 때문에 자책했었다.전우들 묘 앞에서 가족들을 모두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그리고 하루 세끼 걱정을 덜고 차와 집 대출 때문에 쪼들리는 생활을 하지 않도록 지원할 것이다.“그러죠.”소요왕도 승낙했다. 군인의 가족들은 이미 보상을 받았지만 강서준이 뭐라도 하지 않으면 편하게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최동한테 보내라고 할게요.”“최 장군은 어때요?”“다 나았어요.”“알았어요. 그럼 먼저 윤정아부터 봐야겠어요.”“병원까지 태워 드릴게요.”소요왕의 전화 한 통에 차 한 대가 도착했다.강서준은 사양하지 않고 바로 차에 올라탔다.군용차에
“그게…”김초현은 얼버무렸다.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한참을 머뭇거리다 웃으면서 말했다.“나도 들었어요. 강씨 가문에 절세미녀 강영이 있다고요. 오늘 보니 소문이 진짜였네요.”“소문이라고요?”강영은 의아했다. 아무리 강씨 가문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 안 되었다. 오직 무도 가문만이 자신을 알고 있다.‘김초현이 어떻게 알았지?’하지만 강서준은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따지지 않았다.“왜 여기에 있어요?”김초현이 웃으면서 답했다.“정아 씨는 당신이 고용한 사람이니 우리 가문 고용인이기도 하죠. 당신을 위해서 다쳤는데 내가 와서 보는 게 이상한가요?”강서준이 서청희를 힐끗 쳐다봤다.그러자 서청희가 모르쇠를 했다.“그렇게 보지 말아요. 내가 말한 게 아니니까.”슬며시 강서준에게 다가가 소곤거렸다.“며칠을 사라지더니 완전 딴 사람이 돼서 나타났어요.”“그래요?”강서준이 김초현을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예전과 다르다고 느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면이 다른지 콕 짚어서 말할 수 없었다.“내가 뭐요? 이제 돌아왔으니 정아 씨 퇴원해도 되겠어요. 우리 나가서 밥이라도 먹으면서 축하합시다.”김초현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외식을 하자고 제의했다.“난 됐어요. 아직 처리할 일이 남아서.”강서준은 사망한 소요군들의 가족을 찾아갈 계획이었다. 그들에게 보상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하루라도 편치 않았다.강서준이 윤정아를 보며 말했다.“퇴원하면 일단 송나나 집에 머물러요.”그러면서 서청희에게 물었다.“송나나는 지금 어때요? 또 발작하지 않았어요?”서청희가 고개를 저었다.“아직까진요. 근데 점점 몸이 허약해져요. 어제 저녁에 가서 봤는데 히터를 엄청 틀고도 옷을 두껍게 입었더라고요. 그래도 많이 추운가 봐요.”“나중에 가 봐야겠네요.”전에 송나나의 병에 대해 아무런 해결 방법도 생각나지 않아 일단 약물로 체내의 한기를 제거했다. 하지만 지금은 의경 하권을 통달하고 역천 81침까지 장악했으니 병을 확실히
김초현은 모든 걸 알게 되었다.지금 김초현은 천왕전의 소주이니 지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천왕전에서 강천 다음으로 권력이 높은 사람으로서 천왕전 4대 호법마저 김초현의 지시를 따른다. 하지만 강천이 특히 강서준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했기 때문에 함부로 말을 할 수 없었다.그동안 강서준이 한 일을 알게 된 김초현은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었다. “여보, 돕게 해줘요. 난 인형이 아니에요. 나도 할 수 있어요.”“어떻게 다 알고 있어요?”강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게…”김초현은 말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했다.“누, 누가 알려줬어요.”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누군데요?”강서준이 다시 물었다.“나, 나도 몰라요.”김초현이 고개를 세게 가로저었다.“나도 모르는 사람이에요.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어요.”“거짓말 아니죠?”강서준은 살짝 의심스러웠다.어떤 사람이 자신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고 김초현에게 말할 수 있을까?“정말이에요. 거짓말 아니에요.”서청희가 봐도 김초현은 많이 변했다.“서준 씨, 허락해줘요. 내가 회사를 관리하는 게 너무 벅차서 그래요. 요즘은 매일 새벽 2,3시에 자는데 피곤해 죽겠어요. 누구라도 옆에서 도와주면 나도 편하잖아요. 게다가 서준 씨 아내인데 돕는 게 좋지 않아요?”그 말에 김초현이 감동한 눈빛을 보냈다.“마음대로 해요.”강서준은 더는 말하지 않고 병실을 나왔다.강서준이 떠난 뒤 서청희가 김초현에게 물었다.“요즘 바빠서 묻지 않았는데 너 어떻게 알았어?”김초현이 말했다.“그만 해. 아무튼 서준 씨를 해치지 않아. 이혼했다고 해도 내 남편이야. 재결합은 언젠가 할 테니 그냥 성심성의껏 돕고 싶어. 내게 지금 그럴 능력이 있거든.”김초현은 자신이 있었다. 천왕전의 소주라는 신분이면 얼마든지 강서준을 도울 수 있다.서청희, 윤정아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두 사람이 강서준을 좋아한다고 해도 괜찮았다.공평하게 경쟁하면 되니까.‘지금 내 세력이
“네, 메일로 보낼 테니 확인해보세요.”최동이 휴대폰을 꺼내더니 메일로 자료를 보냈다.“솔직히 자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군인으로서 사명을 다한 것이니까요. 비록 사망했지만 용왕을 지켜냈잖아요. 천자를 죽였으니 그들도 기뻐할 겁니다.”하지만 강서준은 아니었다.“사적인 일로 목숨을 잃었으니 너무 미안해요.”최동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강서준은 메일 도착 알람을 받자마자 자료를 열어 보았다.그리고 서청희에게 연락했다.“서준 씨, 무슨 일이에요?”“돈 있으면 좀 빌려줘요.”“얼마요?”46명이니 한 명당 20억을 준다고 치면 900억이 필요하다.“900억이요.”“뭘 그렇게나 많이. 내가 무슨 돈나무예요?”“나한테 있어요…”휴대폰 너머로 김초현의 목소리가 들렸다.김초현의 돈은 모두 강서준이 준 것이다. 서청희 옆에서 통화하는 걸 듣고 있었다.강서준도 거절하지 않았다.“알았어요.”통화를 끊자마자 김초현이 빠르게 입금했다.돈을 확인한 강서준은 사망한 전우들의 가족 증명서를 자세히 들여다봤다.전국 각지에 퍼져 있었다. 그래도 한 명씩 찾아가야 한다.20억이 많지 않지만 가족들이 남은 생을 걱정없이 살 수 있다.“서준 오빠, 영웅들의 가족을 찾아갈 차례인가요?”강영이 물었다.“그래. 나 때문에 죽었어. 전엔 치료하고 교토 일 때문에 뒤로 미뤘어. 시간이 있을 때 이것부터 해결해야 돼. 아니면 평생 마음이 편치 않을 거야. 가자. 가장 가까운 강중부터 시작하면 되겠어.”강서준은 영웅들의 가족을 위로하려고 정부에서 내려온 보조금이라고 돈을 드렸다.그렇게 며칠 동안 전국 곳곳을 돌아다녔다.5일 뒤, 대하국 소주시 공항에서 1남1녀가 걸어 나왔다.강서준이 휴대폰을 보며 말했다.“마지막으로 이지용이라는 사람은 아주 훌륭한 전사였어. 초현 씨가 방심하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적들을 유인하려고 총에 맞아 죽었지.”강서준이 한숨을 내쉬었다.‘초현 씨가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면 적들을 해치울 기회가 있었어. 그러면 이지용도 죽지 않
강영은 여자의 입장에서 김초현의 문제를 설명해줬다.그것도 아주 세심하게 말이다.10년 전의 김초현은 용감하고 강한 아이였다. 하지만 아무리 용감하고 강한 사람도 10년 동안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고 냉대를 받았다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그래도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좋은 여자이니 소중히 여겨야 돼요. 잃은 뒤에 후회하지 말고요. 첫사랑 서청희는 10년이나 기다려서 좋은 여자이긴 하지만 오빠가 SA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갔을 때 엄청 무시했다고 했잖아요. 흑룡이라는 신분을 알게 되자 그제야 배려했죠.”“그리고 윤정아는 사고로 엮인 사이예요. 오빠 신분을 알기 전에 윤정아는 오빠를 미워했고 그 아버지는 감옥에 보내려고 했어요. 영웅이라는 걸 알게 돼서야 태도가 바뀌었죠.”강영이 조용히 얘기했다.“가자.”강서준은 복잡한 감정 문제에 대해 반박하지 않았다.지금 매우 혼란스러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누구도 저버리고 싶지 않았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한 사람을 선택하면 남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게 되니까.두 사람은 공항 밖으로 걸어 나왔다.“이지용의 본명은 장대용이야. 어렸을 때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여동생이 남아 있어. 올해 17살, 이름은 장소연. 소주시 제5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이네.”“바로 학교로 가죠.”“그래.”공항 밖으로 나오자 군용차가 몇 대 서 있었다.군복에 별 하나를 단 중년 남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은 원기 왕성하고 카리스마가 흘러 넘쳤다.강서준과 강영을 발견한 장군은 경례를 올리며 우렁차게 말했다.“소주 주둔 장군 임대호라고 합니다. 용왕님을 모시겠습니다!”강서준이 이마를 찌푸렸다. 아무도 모르게 전국을 다니고 있었다. 게다가 좌천된 후 다시 복직하는 사실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내가 소주에 온 걸 어떻게 알았지?’“임 장군, 지금 뭐하는 겁니까?”강서준은 여전히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임대호가 웃으며 대답했다.“용왕님, 소주 시에
지금은 점심 시간, 아직 오후 수업 시작 전이다.학생들이 한 곳에 모여 누가 누구와 어울리고 학교 어느 여자 선생이 어느 남자 선생과 가까워졌다고 수근거렸다.“장소연, 나와!”그 순간 쩌렁쩌렁한 소리가 들려왔다.한 남자가 한 무리 꼬봉들을 데리고 기세등등하게 교실로 들어왔다. 교실 가장 뒷자리에서 검정색 긴 머리를 드리운 한 여자애가 이어폰을 끼고 한창 음악을 듣고 있었다. 음악에 따라 머리를 흔들거리다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고개를 들었다.눈앞에 다가오는 남학생 무리를 보고 얼굴색이 변하더니 이어폰을 빼고 바로 밖으로 도망쳤다.맨 앞에 선 두 남학생이 목 터지게 소리질렀다.“가서 잡아! 저 빌어먹을 계집이!”뒤에서 따라오던 꼬봉들이 바로 쫓아갔다.장소연은 재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황급히 달리다 사람을 밀치는 바람에 뒤에서 욕이 끊기지 않았다.그때 강서준이 제5고등학교에 도착했다. 교복을 입고 들락날락하는 학생들은 하나같이 청순했다.저도 모르게 학교 다닐 때가 떠올랐다. 그도 자유분방하던 학창 시절이 있었다.학교 다닐 때 강서준은 전설적 인물이었고 서청희는 학교에서 가장 예쁘게 생긴 학생이었다.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사귀게 되었다. 추억을 회상할 때 갑자기 한 여학생이 뛰쳐나오고 뒤에서 한 무리 남학생이 욕을 퍼부으며 쫓아왔다.“장소연! 너 거기 서!”“응?”장소연이라는 이름을 들은 강서준이 얼굴을 찡그렸다.‘장소연? 장대용 여동생 아니야?’돌아섰을 때 여학생은 이미 멀리 도망쳤다.강영에게 말했다.“가서 보자.”“네.”강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강서준은 계속 따라오는 임대호에게 말했다.“임 장군, 돌아가세요. 군복을 입고 학교에 나타나면 큰 소동이 일어나요.”“하지만 용왕님…”“돌아가세요. 명령입니다.”강서준이 언성을 높였다.“알겠습니다!”임대호는 차렸 자세로 군례를 올리고 돌아섰다.“가자.”강서준이 재빠르게 장소연을 따라 달렸다.몇 골목을 줄행랑 치던 장소연은 더는 뛸 힘이 없었다. 한 모퉁이에 몸
조동호가 어떤 인간인지 장소연은 잘 알고 있다.학교 불량학생으로 꼬봉들과 맨날 기세등등해 다녔다. 그런 녀석에게 걸리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 시급한 건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다. “이 년아, 내 일을 잘도 망쳤더라?”조동호가 잔뜩 굳은 얼굴로 다가오며 장소연을 살펴봤다. 얼굴과 몸매 확실히 나쁘지 않았다. 반지르르 윤기가 감도는 얼굴은 보기만 해도 만족스러웠다.“주제를 잘 아는 거 같으니 나랑 가자. 날 기분 좋게 해주면 우리의 원한은 없던 걸로 해줄게.”“고, 고마워. 동호 도련님.”장소연이 활짝 웃더니 갑자기 한 사람을 힘껏 밀어버리고 도망쳤다.하지만 남학생들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바로 잡혔다.남학생들은 장소연의 머리채를 잡아 벽에 밀어붙였다.조동호가 다가와 머리채를 잡더니 다른 손으로 뺨을 후려쳤다.“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감히 수작을 부려? 또 도망쳐봐.”장소연의 얼굴에 시뻘건 손자국이 남고 입가에 피가 흘러나왔다.장소연은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하얗게 변하는 거 같았다.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동, 동호 도련님. 내가 잘못했어. 한 번만 용서해줘.”“이제 와서 잘못했다고 빌어도 소용없어! 늦었다고, 끌고 가.”“너희들 뭐하는 거야?”그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나타났다.뒤 따라오던 강서준과 강영이다.강영을 보던 조동호의 눈이 번쩍 뜨였다.비록 17살 고3 학생이지만 중학교 시절부터 여학생들과 잠자리를 해왔다.그동안 또래 여자애들만 봤지 섹시하고 성숙한 미녀는 만난 적이 없었다.그러니 강영이 절대적인 여신급 존재로 보였다.늘씬한 다리, 검은 긴 머리, 볼륨 있는 몸매에 한눈에 반해버렸다.조동호가 다가가 인사했다.“예쁘네. 안녕, 난 조동호야. 우리 아빤 WH 그룹 회장이야. 내 애인이 된다면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줄게.”“하!”강영이 헛웃음을 쳤다.지금까지 감히 그녀를 꼬시는 남자가 없었다.아직 젖비릿내 풍기는 애송이가 처음으로 애인하라고 꼬시다니...강서
이번엔 강서준이 직접 나서 조동호 손목을 잡았다.조동호가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이내 얼굴이 시뻘개지며 소리를 질렀다.“자식아! 손 놓지 못해?”강서준은 손목을 놓으면서 발로 차버렸다.이번에도 몇 미터 밖으로 튕겨나간 조동호는 꼼짝도 못하고 바닥에 떨어지며 비명소리를 냈다.그 장면을 본 꼬봉들이 충격을 받았다.“힘이 너무 센 거 아니야?”“뭐해? 다 죽여버려!”조동호는 바닥에 나자빠져 있어도 입은 살았다.그제야 꼬봉들이 반응하고 모두 용수철 칼을 꺼내 들었다.강서준은 겁을 먹지 않고 오히려 빠르게 걸어왔다.꼬봉들도 몇 초 뒤에 전부 바닥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장소연이 이상한 표정으로 강서준을 바라봤다.‘재주가 너무 좋은데? 이렇게 많은 애들을 가볍게 해치우다니.’“도와줘서 감사합니다.”장소연은 그 말만 하고 돌아섰다.“장소연, 잠깐만.”강서준이 불러 세웠다.장소연이 돌아서며 물었다.“저를 아세요?”“난 네 오빠의 전우야.”“어쩐지 남다르다 했어요. 근데 우리 오빠는 죽었는데 왜 찾아왔어요?”얼마 전에 군측에서 장소연을 찾아와 오빠가 전사했다면서 보상금을 주고 갔다.“오빠가 사망하기 전에 가장 맘에 걸리는 게 동생이라고 했다. 내게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어.”강서준은 17살짜리 소녀를 보며 겨우 입을 열었다.“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내가 할 수 있는 한 얼마든지 도와줄게.”장소연이 강서준을 뚫어지게 쳐다봤다.눈에 익지만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한참 뒤에야 경악하며 물었다.“강, 강서준 맞죠?”그제야 생각났다. ‘흑룡군 총사령관 흑룡이자 대하 전신 강서준이잖아?’전에 강서준의 재판을 라이브로 봤었다. 어쩐지 익숙하다 했다.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와, 진짜 강서준, 전신이 맞네요. 우리 영웅이라고 오빠가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몰라요.”장소연은 격동하면서 강서준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가방에서 펜을 꺼내고 치맛자락을 펴며 말했다.“사인해 주세요!”강서준은 난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