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점심 시간, 아직 오후 수업 시작 전이다.학생들이 한 곳에 모여 누가 누구와 어울리고 학교 어느 여자 선생이 어느 남자 선생과 가까워졌다고 수근거렸다.“장소연, 나와!”그 순간 쩌렁쩌렁한 소리가 들려왔다.한 남자가 한 무리 꼬봉들을 데리고 기세등등하게 교실로 들어왔다. 교실 가장 뒷자리에서 검정색 긴 머리를 드리운 한 여자애가 이어폰을 끼고 한창 음악을 듣고 있었다. 음악에 따라 머리를 흔들거리다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고개를 들었다.눈앞에 다가오는 남학생 무리를 보고 얼굴색이 변하더니 이어폰을 빼고 바로 밖으로 도망쳤다.맨 앞에 선 두 남학생이 목 터지게 소리질렀다.“가서 잡아! 저 빌어먹을 계집이!”뒤에서 따라오던 꼬봉들이 바로 쫓아갔다.장소연은 재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황급히 달리다 사람을 밀치는 바람에 뒤에서 욕이 끊기지 않았다.그때 강서준이 제5고등학교에 도착했다. 교복을 입고 들락날락하는 학생들은 하나같이 청순했다.저도 모르게 학교 다닐 때가 떠올랐다. 그도 자유분방하던 학창 시절이 있었다.학교 다닐 때 강서준은 전설적 인물이었고 서청희는 학교에서 가장 예쁘게 생긴 학생이었다.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사귀게 되었다. 추억을 회상할 때 갑자기 한 여학생이 뛰쳐나오고 뒤에서 한 무리 남학생이 욕을 퍼부으며 쫓아왔다.“장소연! 너 거기 서!”“응?”장소연이라는 이름을 들은 강서준이 얼굴을 찡그렸다.‘장소연? 장대용 여동생 아니야?’돌아섰을 때 여학생은 이미 멀리 도망쳤다.강영에게 말했다.“가서 보자.”“네.”강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강서준은 계속 따라오는 임대호에게 말했다.“임 장군, 돌아가세요. 군복을 입고 학교에 나타나면 큰 소동이 일어나요.”“하지만 용왕님…”“돌아가세요. 명령입니다.”강서준이 언성을 높였다.“알겠습니다!”임대호는 차렸 자세로 군례를 올리고 돌아섰다.“가자.”강서준이 재빠르게 장소연을 따라 달렸다.몇 골목을 줄행랑 치던 장소연은 더는 뛸 힘이 없었다. 한 모퉁이에 몸
조동호가 어떤 인간인지 장소연은 잘 알고 있다.학교 불량학생으로 꼬봉들과 맨날 기세등등해 다녔다. 그런 녀석에게 걸리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 시급한 건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다. “이 년아, 내 일을 잘도 망쳤더라?”조동호가 잔뜩 굳은 얼굴로 다가오며 장소연을 살펴봤다. 얼굴과 몸매 확실히 나쁘지 않았다. 반지르르 윤기가 감도는 얼굴은 보기만 해도 만족스러웠다.“주제를 잘 아는 거 같으니 나랑 가자. 날 기분 좋게 해주면 우리의 원한은 없던 걸로 해줄게.”“고, 고마워. 동호 도련님.”장소연이 활짝 웃더니 갑자기 한 사람을 힘껏 밀어버리고 도망쳤다.하지만 남학생들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바로 잡혔다.남학생들은 장소연의 머리채를 잡아 벽에 밀어붙였다.조동호가 다가와 머리채를 잡더니 다른 손으로 뺨을 후려쳤다.“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감히 수작을 부려? 또 도망쳐봐.”장소연의 얼굴에 시뻘건 손자국이 남고 입가에 피가 흘러나왔다.장소연은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하얗게 변하는 거 같았다.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동, 동호 도련님. 내가 잘못했어. 한 번만 용서해줘.”“이제 와서 잘못했다고 빌어도 소용없어! 늦었다고, 끌고 가.”“너희들 뭐하는 거야?”그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나타났다.뒤 따라오던 강서준과 강영이다.강영을 보던 조동호의 눈이 번쩍 뜨였다.비록 17살 고3 학생이지만 중학교 시절부터 여학생들과 잠자리를 해왔다.그동안 또래 여자애들만 봤지 섹시하고 성숙한 미녀는 만난 적이 없었다.그러니 강영이 절대적인 여신급 존재로 보였다.늘씬한 다리, 검은 긴 머리, 볼륨 있는 몸매에 한눈에 반해버렸다.조동호가 다가가 인사했다.“예쁘네. 안녕, 난 조동호야. 우리 아빤 WH 그룹 회장이야. 내 애인이 된다면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줄게.”“하!”강영이 헛웃음을 쳤다.지금까지 감히 그녀를 꼬시는 남자가 없었다.아직 젖비릿내 풍기는 애송이가 처음으로 애인하라고 꼬시다니...강서
이번엔 강서준이 직접 나서 조동호 손목을 잡았다.조동호가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이내 얼굴이 시뻘개지며 소리를 질렀다.“자식아! 손 놓지 못해?”강서준은 손목을 놓으면서 발로 차버렸다.이번에도 몇 미터 밖으로 튕겨나간 조동호는 꼼짝도 못하고 바닥에 떨어지며 비명소리를 냈다.그 장면을 본 꼬봉들이 충격을 받았다.“힘이 너무 센 거 아니야?”“뭐해? 다 죽여버려!”조동호는 바닥에 나자빠져 있어도 입은 살았다.그제야 꼬봉들이 반응하고 모두 용수철 칼을 꺼내 들었다.강서준은 겁을 먹지 않고 오히려 빠르게 걸어왔다.꼬봉들도 몇 초 뒤에 전부 바닥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장소연이 이상한 표정으로 강서준을 바라봤다.‘재주가 너무 좋은데? 이렇게 많은 애들을 가볍게 해치우다니.’“도와줘서 감사합니다.”장소연은 그 말만 하고 돌아섰다.“장소연, 잠깐만.”강서준이 불러 세웠다.장소연이 돌아서며 물었다.“저를 아세요?”“난 네 오빠의 전우야.”“어쩐지 남다르다 했어요. 근데 우리 오빠는 죽었는데 왜 찾아왔어요?”얼마 전에 군측에서 장소연을 찾아와 오빠가 전사했다면서 보상금을 주고 갔다.“오빠가 사망하기 전에 가장 맘에 걸리는 게 동생이라고 했다. 내게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어.”강서준은 17살짜리 소녀를 보며 겨우 입을 열었다.“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내가 할 수 있는 한 얼마든지 도와줄게.”장소연이 강서준을 뚫어지게 쳐다봤다.눈에 익지만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한참 뒤에야 경악하며 물었다.“강, 강서준 맞죠?”그제야 생각났다. ‘흑룡군 총사령관 흑룡이자 대하 전신 강서준이잖아?’전에 강서준의 재판을 라이브로 봤었다. 어쩐지 익숙하다 했다.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와, 진짜 강서준, 전신이 맞네요. 우리 영웅이라고 오빠가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몰라요.”장소연은 격동하면서 강서준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가방에서 펜을 꺼내고 치맛자락을 펴며 말했다.“사인해 주세요!”강서준은 난처했다.
장소연은 강서준을 알아보자마자 한바탕 사진을 찍어 댔다.비록 마지막 사진은 강서준에게 매달려 이상하게 보였지만 말이다.“맞다.”사진을 찍은 뒤 장소연이 말했다.“무슨 일로 찾아오셨어요?”“네 오빠 일 때문이야.”강서준은 너무 미안했다. 요 며칠 사망한 전우들의 가족을 뵈러다니면서 가족들이 원하는 건 다 들어줬다.“우리 조용한 곳에 가서 얘기하자.”“좋아요.”장소연은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세 사람은 학교 근처 찻집에 왔다.강서준은 그날에 있었던 일들을 낱낱이 알려줬다.“네 오빠는 나 때문에 목숨을 잃었어. 너를 돕고 싶어서 내가 온 거야.”“휴.”장소연이 한숨을 내쉬었다.“오빠는요. 어려서부터 고생 많이 했어요. 중학교도 제대로 졸업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했거든요. 그 뒤로 제대했는데 집에 거의 오지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본 게 6개월 전이에요.”오빠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너무 슬퍼서 며칠은 밥을 먹을 수 없었다.지금은 슬픔속에서 벗어났고 그냥 운명의 불공평함을 한탄했다.“도움이 필요하면 말해.”강서준이 자책했다.“지용의 동생이면 내 동생이나 마찬가지야. 지금부터 내가 돌볼 테니까 언제든지 말해도 돼. 다 들어 줄게.”장소연은 강서준을 원망하지 않았다. 비록 자신이 군인은 아니지만 오빠는 군인이라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게다가 오빠를 죽인 사람이 강서준이 아니라 천자가 파견한 심복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국가에서 준 보상금으로 대학교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어요.”장소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이러자. 계좌를 알려주면 내가 돈을 입금할게. 내가 네게 주는 보상금이라고 생각해.”그러자 장소연이 황급히 손을 흔들며 사양했다.“됐어요. 안 줘도 돼요.”그리고 활짝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며칠 전에 천자의 죽음이 세상 들썩했잖아요. 남황 이혁 장군이 누가 형검을 이용해 그자를 죽였다고 하던데, 그때 눈치챘거든요. 형검을 들 수 있는 사람은 흑룡밖에 없어요.
가만 안 둔다던 조동호가 정말로 다시 나타났다. 그것도 가문의 경호원을 열 명 넘게 데리고 말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잘 싸워도 강서준의 앞에서는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다.조동호가 쳐들어오더니 강서준과 강영을 발견하고 요란스럽게 소리 질렀다.“이 자식아! 내게 당장 무릎을 꿇으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강서준의 뒤에 숨은 장소연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조씨 가문 사람이에요. 소주에서 알아주는 가문인데 자산도 많고 뒷배가 만만치 않아요.”강서준이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가버리면 조동호가 분명 복수하러 올 거란 걸 예상했었다. 이 일을 해결하려면 조동호의 아버지를 불러와야 했다. 아까 공항에서 나갈 때 임대호가 소주 시 거물들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하지만 임대호의 연락처를 몰라 강중에 있는 소요왕에게 물어서 알아냈다.강서준이 전화를 하자 조동호가 더 험하게 욕을 해댔다.“왕을 불러와도 소용없어! 다들 쳐!”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경호원들이 주먹을 쥐고 달려들었다.“서준 오빠, 저 자식들을 혼내 줘요!”뒤에 숨은 장소연이 재촉했다. 방금 의젓한 모습과 달리 반항적인 소녀로 태도가 변했다.강서준은 몇몇 경호원들을 쳐다봤다.그 사이 덩치 큰 경호원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달려들었다.“도련님한테 무릎 꿇고…”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강서준이 가볍게 피하고 주먹에 힘을 주었다.그러자 덩치 큰 경호원이 튕겨 나가고 뒤 따라오던 경호원들도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학교 근처에 있는 찻집이라 학생들도 많았다. 그 학생들은 싸움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멀리 피해 서 있었다.경호원들이 모두 쓰러지자 그제야 조동호는 두려움을 느끼며 뒷걸음을 쳤다.“너, 너 오지 마.”강서준이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다가갔고 조동호는 계속 뒤로 한 발짝씩 물러났다. 그러다 테이블에 부딪치며 앞으로 곤두박질쳤다.강서준이 의자 하나를 끌고와 앉더니 임대호에게 전화를 걸어 명령식으로 말했다.“소주에 조씨라는 가문이 있어요?”“네,
공개 심판을 한 이후로 강서준의 정체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방의 대부분 손님이 다 학생이었고 나라의 뉴스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을 나이이기에 강서준을 알아본 사람은 없었다. 뉴스를 봤다고 해도 한 번 본 강서준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조동호는 다리를 꼬고 앉아 수입 시가를 꺼내 피웠다. 그는 어린 나이에 벌써 어른 같은 자세로 담배를 피웠다.같은 시각, 소주시의 장군 임대호는 강서준의 연락을 받자마자 버럭 화를 냈다."지금 당장 조천우한테 연락해."마침 안으로 들어오던 부장군이 물었다."장군님, 무슨 일이십니까?"임대호는 버럭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방금 용왕한테 연락받았는데 조천우의 아들이 학교에서 사고 쳤으니 직접 오라고 하시네.""용왕 강서준이요?""지체하지 말고 얼른 연락해. 나도 학교로 가봐야겠으니까 차를 준비하고."임대호가 강서준을 제5고등학교에 보내자마자 문제가 생겼으니 그는 무조건 가봐야만 했다.제5중학교 옆 거리의 다방.조동호는 당당한 표정으로 시가를 피우며 다리를 달달 떨었다. 그는 강서준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무슨 짓을 해낼지 기대하고 있겠어."그는 또 강영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이번 일 쉽게 못 끝낼 줄 알아."강서준은 아주 덤덤했다. 조동호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걱정을 했겠지만 조동호는 절대 평범하지 않은 재벌 2세였다.하지만 강서준도 평범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남황 흑룡군의 총사령권이자 5대 용수 중 한 명인 흑룡이었다. 아니지, 이제는 4대 용수인가? 천자가 죽은 후, 적염군의 총사령권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사람들은 전부 모여 있었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삼십분이 지났다. 몇십 대의 군대 차량이 학교 주변에 나타나 거리 전체를 봉쇄했다.슬슬 기다림에 지쳐가던 조동호가 몸을 일으키며 싸늘하게 말했다."네가 말한 대로 우리 아빠가 왔어. 이젠 어떡할래?"강서준이 덤덤하게 웃었다.이때 군인들이 안으로 들어왔고 선두에 있는
다방 사장, 그리고 손님들은 전부 깜짝 놀랐다. 장군이 이토록 조심스럽게 대하는 사람이 아주 드물었기 때문이다.그들은 강서준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떤 학생은 휴대전화를 꺼내 용왕을 검색하기 시작했다.휴대전화에는 강서준이 용왕으로 책봉된 기사가 보였다. 이는 원래 기밀이었지만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슬슬 퍼지기 시작했다."용, 용왕 강서준. 흑룡군의 총사령관 강서준이야."한 사람이 소리를 질렀다.강서준의 정체가 밝혀지고 사람들은 전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조동호은 멍한 표정으로 바닥에서 일어나 얼굴을 감싸고 말했다."아저씨, 저예요. 조동호. 왜, 왜 저를 때리는 거예요?"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조동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임대호는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빌어먹을 자식이 얼른 무릎 꿇고 빌지 못할까."그의 언성에 겁먹은 조동호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임대호는 강서준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용왕님, 이 자식이 무슨 짓을 했나요?"강서준은 장소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말해."강서준이 지키고 있으니 장소연도 겁먹지 않고 말했다."어젯밤 조동호가 여자애들을 데리고 노래방을 갔어요. 그리고 취한 여자를 데리고 호텔로 가다가 저한테 들켰어요. 저는 신고를 했고 경찰이 곧 찾아간 모양이에요. 그리고 조동호는 제가 신고했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오늘 보복을 하러 왔어요."강서준이 덤덤하게 말했다."소주시도 참 더러운 모양이네요. 이런 일이 다 벌어지니 말이에요."임대호가 입을 열었다."지금 당장 조사하겠습니다. 연관된 사람은 한 명도 놓치지 않겠습니다."강서준이 말했다."이 아이는 국가 영웅의 동생이에요. 오빠가 순직했다는 말을 듣고 제가 찾아왔죠. 하지만 이런 일을 발견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제가 떠난 다음 아이가 또다시 협박받는 일은 없었으면 해요."임대호가 말했다."그럼요. 제가 앞으로 친동생처럼 보살펴 주겠습니다. 이 아이를 괴롭히는 건 저를 괴롭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그래요?"강서준이 임대호를
강서준은 자신을 위해 전사한 전우의 가족을 전부 만난 후 강중으로 돌아갔다.같은 날 오후, 강서준이 강중에 도착했다.강영이 물었다."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예요?""치료해야 할 사람이 있어."강서준은 송진과 송나나를 치료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송진은 자신의 딸을 아주 사랑했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엇도 아끼지 않았다.저번에 강서준이 돈을 빌렸을 때도 송진은 두말없이 56조 원을 내줬다. 이는 강서준이 흑룡이자 인민의 영웅이어서가 아니라 송나나를 살릴 수 있는 의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공항 밖으로 나온 강서준은 택시를 타고 송나나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의 집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어느덧 저녁 여섯 시가 되었다.강서준은 별장 입구로 와서 초인종을 눌렀다. 곧 대문이 열리고 강서준과 강영이 걸어 들어갔다. 출입문 앞에 도착하니 한 중년 남자가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JN 가문의 집사 이준성이었다.이준성이 말했다."오랜만이에요, 강서준 씨.""그러게요."강서준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나나는 좀 어때요?""하아..."이준성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상황이 좋지 못해요. 최근 따라 몸에 한기가 많아져 약을 달고 살았는데 약도 슬슬 효과가 줄어들고 있어요.""제가 한 번 봐볼게요."강서준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별장의 거실의 온도가 아주 높았다. 마치 찜질방에 들어온 것처럼 말이다.거실의 소파에는 이불로 꽁꽁 싸매고 머리만 빼꼼 내민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송나나였고 그녀의 옆에는 윤정아도 있었다.강서준이 들어온 것을 보고 윤정아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왔어요?""네."강서준이 머리를 끄덕였다."서, 서준 씨..."송나나도 인사를 하려고 했으나 추위에 떠느라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강서준이 걸어가서 그녀의 곁에 앉으며 말했다."손을 내밀어봐요. 맥을 짚어볼게요."송나나는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그리고 피부는 마치 얼음덩이처럼 차가웠다.맥을 짚던 강서준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송나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