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안 둔다던 조동호가 정말로 다시 나타났다. 그것도 가문의 경호원을 열 명 넘게 데리고 말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잘 싸워도 강서준의 앞에서는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다.조동호가 쳐들어오더니 강서준과 강영을 발견하고 요란스럽게 소리 질렀다.“이 자식아! 내게 당장 무릎을 꿇으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강서준의 뒤에 숨은 장소연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조씨 가문 사람이에요. 소주에서 알아주는 가문인데 자산도 많고 뒷배가 만만치 않아요.”강서준이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가버리면 조동호가 분명 복수하러 올 거란 걸 예상했었다. 이 일을 해결하려면 조동호의 아버지를 불러와야 했다. 아까 공항에서 나갈 때 임대호가 소주 시 거물들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하지만 임대호의 연락처를 몰라 강중에 있는 소요왕에게 물어서 알아냈다.강서준이 전화를 하자 조동호가 더 험하게 욕을 해댔다.“왕을 불러와도 소용없어! 다들 쳐!”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경호원들이 주먹을 쥐고 달려들었다.“서준 오빠, 저 자식들을 혼내 줘요!”뒤에 숨은 장소연이 재촉했다. 방금 의젓한 모습과 달리 반항적인 소녀로 태도가 변했다.강서준은 몇몇 경호원들을 쳐다봤다.그 사이 덩치 큰 경호원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달려들었다.“도련님한테 무릎 꿇고…”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강서준이 가볍게 피하고 주먹에 힘을 주었다.그러자 덩치 큰 경호원이 튕겨 나가고 뒤 따라오던 경호원들도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학교 근처에 있는 찻집이라 학생들도 많았다. 그 학생들은 싸움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멀리 피해 서 있었다.경호원들이 모두 쓰러지자 그제야 조동호는 두려움을 느끼며 뒷걸음을 쳤다.“너, 너 오지 마.”강서준이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다가갔고 조동호는 계속 뒤로 한 발짝씩 물러났다. 그러다 테이블에 부딪치며 앞으로 곤두박질쳤다.강서준이 의자 하나를 끌고와 앉더니 임대호에게 전화를 걸어 명령식으로 말했다.“소주에 조씨라는 가문이 있어요?”“네,
공개 심판을 한 이후로 강서준의 정체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방의 대부분 손님이 다 학생이었고 나라의 뉴스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을 나이이기에 강서준을 알아본 사람은 없었다. 뉴스를 봤다고 해도 한 번 본 강서준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조동호는 다리를 꼬고 앉아 수입 시가를 꺼내 피웠다. 그는 어린 나이에 벌써 어른 같은 자세로 담배를 피웠다.같은 시각, 소주시의 장군 임대호는 강서준의 연락을 받자마자 버럭 화를 냈다."지금 당장 조천우한테 연락해."마침 안으로 들어오던 부장군이 물었다."장군님, 무슨 일이십니까?"임대호는 버럭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방금 용왕한테 연락받았는데 조천우의 아들이 학교에서 사고 쳤으니 직접 오라고 하시네.""용왕 강서준이요?""지체하지 말고 얼른 연락해. 나도 학교로 가봐야겠으니까 차를 준비하고."임대호가 강서준을 제5고등학교에 보내자마자 문제가 생겼으니 그는 무조건 가봐야만 했다.제5중학교 옆 거리의 다방.조동호는 당당한 표정으로 시가를 피우며 다리를 달달 떨었다. 그는 강서준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무슨 짓을 해낼지 기대하고 있겠어."그는 또 강영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이번 일 쉽게 못 끝낼 줄 알아."강서준은 아주 덤덤했다. 조동호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걱정을 했겠지만 조동호는 절대 평범하지 않은 재벌 2세였다.하지만 강서준도 평범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남황 흑룡군의 총사령권이자 5대 용수 중 한 명인 흑룡이었다. 아니지, 이제는 4대 용수인가? 천자가 죽은 후, 적염군의 총사령권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사람들은 전부 모여 있었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삼십분이 지났다. 몇십 대의 군대 차량이 학교 주변에 나타나 거리 전체를 봉쇄했다.슬슬 기다림에 지쳐가던 조동호가 몸을 일으키며 싸늘하게 말했다."네가 말한 대로 우리 아빠가 왔어. 이젠 어떡할래?"강서준이 덤덤하게 웃었다.이때 군인들이 안으로 들어왔고 선두에 있는
다방 사장, 그리고 손님들은 전부 깜짝 놀랐다. 장군이 이토록 조심스럽게 대하는 사람이 아주 드물었기 때문이다.그들은 강서준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떤 학생은 휴대전화를 꺼내 용왕을 검색하기 시작했다.휴대전화에는 강서준이 용왕으로 책봉된 기사가 보였다. 이는 원래 기밀이었지만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슬슬 퍼지기 시작했다."용, 용왕 강서준. 흑룡군의 총사령관 강서준이야."한 사람이 소리를 질렀다.강서준의 정체가 밝혀지고 사람들은 전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조동호은 멍한 표정으로 바닥에서 일어나 얼굴을 감싸고 말했다."아저씨, 저예요. 조동호. 왜, 왜 저를 때리는 거예요?"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조동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임대호는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빌어먹을 자식이 얼른 무릎 꿇고 빌지 못할까."그의 언성에 겁먹은 조동호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임대호는 강서준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용왕님, 이 자식이 무슨 짓을 했나요?"강서준은 장소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말해."강서준이 지키고 있으니 장소연도 겁먹지 않고 말했다."어젯밤 조동호가 여자애들을 데리고 노래방을 갔어요. 그리고 취한 여자를 데리고 호텔로 가다가 저한테 들켰어요. 저는 신고를 했고 경찰이 곧 찾아간 모양이에요. 그리고 조동호는 제가 신고했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오늘 보복을 하러 왔어요."강서준이 덤덤하게 말했다."소주시도 참 더러운 모양이네요. 이런 일이 다 벌어지니 말이에요."임대호가 입을 열었다."지금 당장 조사하겠습니다. 연관된 사람은 한 명도 놓치지 않겠습니다."강서준이 말했다."이 아이는 국가 영웅의 동생이에요. 오빠가 순직했다는 말을 듣고 제가 찾아왔죠. 하지만 이런 일을 발견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제가 떠난 다음 아이가 또다시 협박받는 일은 없었으면 해요."임대호가 말했다."그럼요. 제가 앞으로 친동생처럼 보살펴 주겠습니다. 이 아이를 괴롭히는 건 저를 괴롭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그래요?"강서준이 임대호를
강서준은 자신을 위해 전사한 전우의 가족을 전부 만난 후 강중으로 돌아갔다.같은 날 오후, 강서준이 강중에 도착했다.강영이 물었다."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예요?""치료해야 할 사람이 있어."강서준은 송진과 송나나를 치료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송진은 자신의 딸을 아주 사랑했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엇도 아끼지 않았다.저번에 강서준이 돈을 빌렸을 때도 송진은 두말없이 56조 원을 내줬다. 이는 강서준이 흑룡이자 인민의 영웅이어서가 아니라 송나나를 살릴 수 있는 의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공항 밖으로 나온 강서준은 택시를 타고 송나나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의 집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어느덧 저녁 여섯 시가 되었다.강서준은 별장 입구로 와서 초인종을 눌렀다. 곧 대문이 열리고 강서준과 강영이 걸어 들어갔다. 출입문 앞에 도착하니 한 중년 남자가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JN 가문의 집사 이준성이었다.이준성이 말했다."오랜만이에요, 강서준 씨.""그러게요."강서준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나나는 좀 어때요?""하아..."이준성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상황이 좋지 못해요. 최근 따라 몸에 한기가 많아져 약을 달고 살았는데 약도 슬슬 효과가 줄어들고 있어요.""제가 한 번 봐볼게요."강서준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별장의 거실의 온도가 아주 높았다. 마치 찜질방에 들어온 것처럼 말이다.거실의 소파에는 이불로 꽁꽁 싸매고 머리만 빼꼼 내민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송나나였고 그녀의 옆에는 윤정아도 있었다.강서준이 들어온 것을 보고 윤정아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왔어요?""네."강서준이 머리를 끄덕였다."서, 서준 씨..."송나나도 인사를 하려고 했으나 추위에 떠느라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강서준이 걸어가서 그녀의 곁에 앉으며 말했다."손을 내밀어봐요. 맥을 짚어볼게요."송나나는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그리고 피부는 마치 얼음덩이처럼 차가웠다.맥을 짚던 강서준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송나나의
송나나의 몸속으로 들어간 진기는 바닷속에 빠진 바늘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강서준이 물었다."뭐 좀 알겠어?"강서준은 의경 하권을 읽었다. 그 속에는 주로 역천 81침의 사용 방법, 명상심법의 수련 방법, 그리고 무학이 적혀 있었는데 그는 아직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아직은 송나나의 병을 알아낼 수 없었다.강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잠깐 고민하다가 물었다."추운 것 빼고 다른 증상은 없어요?"송나나가 말했다."가끔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거나, 심장이 크게 뛰어요."강영은 강서준을 힐끗 보며 말했다."제 생각이 맞는다면 아주 희귀한 체질인 것 같아요. 이분은 무술 천재가 아닌가 싶어요.""무술 천재?"강서준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네."강영이 말했다."제가 맥을 짚으며 진기를 넣어보니 순식간에 진기에 흡수당했어요. 이 한기는 아주 강압적이고 이상해요. 만약 어릴 적부터 무술을 연마했다면 한기를 모아 한빙진기를 만들어 내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럼 추위를 느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술 고수가 됐을 거예요."강영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하지만 시기를 놓쳐 지금부터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어요.""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무술은 뭐고... 한빙진기는 또 뭐예요?"송나나가 물었다. 그녀는 추위에 떨며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체내의 한기를 끌어내서 더 강한 힘을 만드는 거예요..."강서준이 설명을 보탰다. 그녀는 또 한참 설명을 들은 후에야 완전히 이해했다.설명을 끝낸 강서준이 강영에게 물었다."그럼 이제는 어떡해?"강영이 답했다."일단 급한 대로 한기를 배출하고 심법을 가르쳐줘요. 그러면 한기가 또 나타났을 때, 흡수해서 진기로 만들 수 있을 거예요.""좋아."강서준이 물었다."너는 한기를 배출할 줄 알아? 안 되면 내가 직접 할게."강서준은 당연히 한기를 배출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 옷을 전부 벗어야 했고 강서준은 남자였다. 남녀가 유별한데 이 일이 소문으로 난다면 송나나의 명성에
강서준은 송나나의 집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SA 별장으로 향했다. 그는 택시 안에서 사색에 잠겼다.강서준과 김초현은 이혼을 했다. 저번에 SA 별장으로 돌아갔을 때, 김초현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위협했고 그는 고독이 발작할까 봐 걱정되어 어쩔 수 없이 그녀의 곁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김초현도 받아들인 듯했고 그는 더 이상 김초현의 곁에 남아있을 필요성을 못 느꼈다."손님, 도착했어요."강서준은 기사의 소리를 듣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네."택시비를 내고 난 강서준은 차에서 내렸다.SA 별장으로 도착하고 나니 하늘은 이미 어둑어둑 해졌지만 SA 별장은 아주 밝았다.강서준은 걸어가서 초인종을 눌렀고 문은 금세 열렸다. 문을 연 사람은 비싼 정장을 입고 있는 20대 남자였다. 그는 다름 아닌 김현이었다."응?"강서준을 발견한 김현은 약간 넋이 나갔다. 그러고는 바로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형부, 왔어요?"강서준이 머리를 끄덕였다."두고 온 물건이 있어서 챙기러 왔어.""얼른 들어와요."김현은 강서준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예전의 그는 강서준에게 온갖 행패를 다 부렸다. 왜냐하면 강서준이 자신의 누나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서준 덕분에 목숨을 한 번 건지고, 또 정체를 알게 된 후로부터는 너무나도 존경하게 되었다.대하의 수호신, 대하 5대 용수 중 한 명이 SA 일가의 데릴사위라니... 비록 현재는 흑룡이 아니지만 그래도 김현은 자신의 누나가 참 복 받았다고 생각했다.별장 안에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하연미의 가족뿐만 아니라 SA 일가도 전부 모여있었다. 그렇게 커다란 거실을 사람으로 꽉 차 있었다."아빠, 엄마, 할아버지! 강서준이 돌아왔어요."김현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강서준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마자 거실은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전부 출입문 쪽을 향해 머리를 돌렸다. 김천용, 하천동, 하 노부인도 강서준만 바라봤다.강서준은 집안에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강서준은 오늘 의경 하권만 챙겨서 떠날 생각이었다."형부."군복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걸어들어왔다. 그는 하일찬이었는데 강서준 덕분에 특훈에 선택될 수 있었다. 특훈이 아직 끝나지 않기는 했지만 그는 강서준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어렵게 돌아왔다.강서준은 하일찬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며칠 사이에 많이 단단해졌네."하일찬이 웃으며 답했다."특훈이 힘들기는 하지만 열심히 임했습니다. 언젠가 형부처럼 멋진 영웅이 되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말입니다."강서준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영웅은 무슨. 나는 더 이상 남황 흑룡군의 총사령관이 아니야. 그저 일개 평민일 뿐이지.""제 마음속에서 형부는 영원한 영웅입니다."하일찬이 단호하게 말했다."서준아."이때 하천동도 걸어왔다."네."강서준이 답했다.강서준은 어른들을 아주 존경했다. 이런 어른들이 있기에 대하가 가장 힘든 시절을 이겨내고 현재를 이룩할 수 있었다."네 일은 나도 들었다. 확실히 SA 일가가 잘못하고 초현이가 잘못했지. 오해는 이미 풀렸으니 너도 이만 집으로 돌아오거라. SA 일가는 언제나 너를 환영하고 나도 마찬가지야."강서준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고맙습니다만 거절할게요. 평민인 제가 초현 씨 같은 사람을 넘볼 수는 없어요."하연미가 걸어오며 윽박질렀다."너 그게 무슨 뜻이야? 다들 너한테 좋게 좋게 말하니까 뭐라도 된 것 같지? 네가 예전에 한 일만 아니었어도 우리 집안에 발도 못 들였어.""엄마, 왜 그래요?"김초현이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서준 씨가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좋게 말하면 안 돼요?""내, 내가 틀린 말 했니?"하연미는 모두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의기소침해져서 말했다."어르신 두 분이 먼저 말을 꺼냈는데 아직도 빼고 있잖아.""저는 물건만 챙겨서 바로 나올게요."강서준은 별 다른 말 없이 2층으로 올라갔다. 김초현이 바로 따라갔다.2층 방안.강서준이 의경 하권을 챙겨 들 때, 김초현이 다가가며 말했다."서준 씨, 가고
김초현은 강서준과 헤어지기 싫은 모습이었다. 그녀는 잃은 다음에야 강서준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해서 떠나간 강서준을 탓하는 건 아니다. 이곳도 결국 그녀 자신의 잘못이니 최선을 다해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강서준은 침묵에 잠겼다. 김초현의 모습을 보고 그도 남고 싶기는 했지만 윤정아와의 약속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초현 씨도 정아 씨에 대해 알고 있죠?""네."김초현은 강서준을 풀어주며 말했다."가요."강서준은 말없이 밖으로 나갔다.김초현은 약간 슬픈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아주 굳건해 보였다. 그는 멀어지는 강서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했다."나는 포기하지 않을 거야. 세상 끝까지 쫓아간 데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김초현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녀는 자신이 더 좋은 사람이 되기만 한다면 언젠가 강서준과 다시 만나 평생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강서준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사람들은 전부 그만 바라봤지만 그는 말없이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SA 일가는 강서준이 나간 다음에야 작은 목소리로 의논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김초현이 내려오고 김천용이 물었다."초현아, 이게 무슨 일이야? 서준이 그냥 이렇게 가는 거야?"김초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가게 내버려 두세요. 제가 언젠가 꼭 다시 되찾아올거니까요."SA 별장 밖으로 나온 강서준은 몸을 돌려 환한 별장을 바라봤다. 비록 그는 SA 일가와 짧은 시간 밖에 보내지 않았지만 김초현에 대한 인상이 아주 깊었고 시간이 지나서도 그리울 것 같았다.슬프게도 운명은 아주 잔혹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강서준 스스로 초래한 것일지도 모른다.강서준은 사랑과 책임 사이에 후자를 선택했다. 그는 잘못을 했고 책임도 져야 했다. 그리고 윤정아는 꽤 좋은 사람이었다."초현 씨, 미안해요."강서준은 자책 가득한 표정으로 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좋은 남편감이 아니에요. 나는 초현 씨한테 최선을 다하지 못했어요. 이번에도 초현 씨의 기대를 저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