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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진료소를 열어서 20년 만에 오늘이 처음인듯했다.

"천웅아."

김천용은 지팡이를 짚고 걸어오며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재산 문제로 싸우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벌써 관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구나. 이쯤이면 예전의 원한도 내려놓을 때가 되었지."

김천웅 일가는 일제히 김천용을 바라봤다. 그들은 김천용이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의심하는 표정이었다.

"지금 이게 무슨 태도에요?"

김위헌은 오만하게 김천웅 일가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제 할아버지가 인사하는 게 안 들려요?"

"김위헌 넌 입 다물고 있어."

김천용이 언성을 높였다.

"네, 할아버지."

그러자 김위헌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김천용은 안색이 어두운 김천웅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SA그룹이 이번 고비를 겪은 후 나도 생각을 달리했네. 지나간 일은 그냥 지나가도록 하지. 어차피 다 한 가족인데 죽을 때까지 안 보고 살 필요는 없잖아."

김천용이 생각을 바꾼 것을 보고 김초현은 신난 말투로 말했다.

"할아버지, 너무 다행이에요. 앞으로는 가족끼리 화목하게 지내요."

"누가 누구랑 가족이라는 거예요?"

김용의 아들인 김소준이 불만 가득한 말투로 투덜거렸다. 승승장구를 할 때의 SA 일가는 그들을 보는 척도 안 하더니 나락으로 떨어지고 나서야 입에 발린 말을 했다.

안색을 회복한 김천웅이 말했다.

"그럼 상속에 관한 일은 지나간 걸로 하죠."

오랜만에 만난 두 노인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20 여 년을 안 만난 데다가 연결 고리도 별로 없어 마음의 짐이 전부 사라지지는 않았다.

김천용은 김초현과 짧게 인사만 하고 SA 일가를 데리고 SL로 돌아갔다.

김초현이 강서준에게 물었다.

"여보, 이제는 어떡해요?"

강서준은 SJ 진료소의 문턱에 앉아서 길가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는 아침에 자신에게 독약을 먹인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많은 수의 사람에 PF까지 꺼낸 걸 보면 상대는 필시 유명한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강서준을 죽이지는 않고 의술 대회만 참석하지 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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