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현장에는 강책을 향한 박수 갈채가 터져 나왔다. 기적 과도 같은 장면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리고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강 선생님, 연산의 미래를 위해 이곳에 꼭 남아주십시오!”사람들이 강책을 향한 태도가 180도 변했다. 그를 못 미더워하던 얼굴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아부를 떨며 붙잡기 바빴다.하지만 강책은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걱정하지 마세요, 연산에 꼭 남을 겁니다.”이어서 무대 위에 서있는 장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장 회장님, 오해가 풀렸습니다. 이제 비난은 멈춰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장훈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아무 말없이 코웃음만 치고 자리를 떴다.그는 매우 화난 것 같은 모습이었다.한편, 인파 사이에 섞여 있던 이용진이 욕을 뱉었다.“지랄하네. 장훈, 강책이 이겨서 기분 째질 것 같지? 아닌 척 연기하고 자빠졌네. 너 같은 인간이 제일 꼴 보기 싫어!”그는 강책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사리도 있고, 뒤에서는 주지 스님의 존재 덕분에 기적을 만들어냈구나. 그래, 신태열과 소헌도 너를 이기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네. 내가 너를 너무 쉽게 생각했어, 하지만 이제부터 각오해야 할 거야.”그리고 그는 자리를 떴다. 강책이 바닥에 엎드려 있는 이창진을 향해 물었다.“회장의 자리를 다시 내어 드려야 합니까?”이창진은 강책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바닥에서 일어나 몸의 먼지를 털었다.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강책에게 말했다.“회장님은 환생하신 몸입니다. 연산 시를 일으키고, 용맥을 회복시킬 분이 회장 자리에 앉지 못하면 누가 앉겠습니까. 강 회장님, 이런 장난은 하지 마십시오.”그의 태도는 순식간에 돌변했다. 1초 전까지만 해도 강책을 비난했지만 지금은 그에게 존경심을 표했다.줏대 없는 인간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강책은 더 이상 그를 상대하지 않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러분들도 들으셨을 겁니다. 상인 동맹회의 회장 자리는 여전히 저 강책의 자
회의 사건은 일단락이 되었다.이용진 일행은 예상과는 다르게 패배한 채 돌아갔다.이용진은 엄수 집안에 도착하자마자 장훈을 향해 소리쳤다.“용맥이 당신을 연산의 ‘신’으로까지 불리게 해줬는데, 그 작은 일 하나도 처리 못해요?”외부인에게 있어 한없이 높아 보이는 장훈은 이용진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그는 장훈에게 욕을 퍼부으면서 일말의 자존심조차 지켜 주지 않았다.하지만 장훈은 습관이 된 덕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오늘 회의만 보셔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강책이 먼저 사리를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주지 스님도 그 사람을 도왔습니다. 제 능력 범위를 이미 넘어섰어요. 주지 스님은 연산에서 저와 비슷한 신분을 가지신 분입니다. 이용진씨, 모든 책임을 저한테 떠넘기는 건 부당합니다.”이용진은 화가 나서 이를 꽉 깨물었다.그는 험악하게 장훈을 바라보았다.“이런 말로 저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셨다면 큰 오산입니다!만약 당신이 강책과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죽일 겁니다. 당장 꺼져요!! 꼴도 보기 싫으니까.”장훈도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자리를 떴다. 이용진은 자리에 앉아 차를 따랐다.답답한 마음에 차를 크게 들이켰다.이때, 김호석이 인상을 지은 채 다가왔다.“그런 얼굴로 다가오지 마. 기분도 안 좋은데, 네 그런 표정 보니까 더 기분 나빠.”“방금 전에 신태열 씨께서 전화로 불만을 토로하셨습니다.”이용진이 코웃음을 쳤다.“당연하겠지. 신태열은 강책을 처리하기 위해서 어떠한 대가도 내놓았잖아, 근데 예상했던 결과랑 다르니까 어떻게 기분이 좋겠어?”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김호석에게 말했다.“신태열한테 오늘 일은 작은 사고 때문에 실패했다고 전해.”이용진이 말을 하다가 눈이 번쩍였다. 머릿속으로는 계속 무언가를 생각했다.“호석아.”“네, 형님.”“우연 치고는 너무 정확해. ‘미신’으로 강책을 속이려고 했는데, 마침 강책이 사리를 가지고 있었어. 게다가 현장에
장훈이 강책에게 다른 방법으로 신호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장훈이 이상한 행동 같은 거 한 적 없어?”김호석이 고개를 저었다.“없었습니다. 만약 이상한 행동의 조짐이 보였다면 제일 처음으로 보고 드렸을 겁니다. 24시간 동안 곁에서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저의 눈을 피해 강책에게 연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아, 장유나와 강책은 여전히 친한 사이로 지내고 있습니다. 혹시 장유나 쪽에서 다른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이용진이 눈을 찌푸렸다.“우리 계획을 알고 있는 사람들한테 이미 확인했어. 나도 장유나를 떠보기도 했지만 전혀 모르는 눈치였어.”그들의 추측대로라면 장훈과 장유나 두 사람 모두 스파이 혐의에서 벗어난다.정말로 우연인 건가.“계속 장훈 감시해.”“알겠습니다. 아니면 장유나도 같이 감시할까요?”이용진이 고개를 저었다.“여자애 한 명을 감시한다고? 게다가 장유나는 장훈의 친딸이야. 그렇게 하면 장훈이 우리한테 복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감시는 하지 말고, 우리 계획이나 행동을 장유나가 알 수 없게 만들어. 그리고 장훈이 장유나 만날 때, 똑바로 감시해.”“네.”한편, 강책과 주지 스님이 자리를 떴다. 이어서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타 자운절로 향했다.차 안.강책이 주지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주지 스님, 감사합니다. 오늘 스님이 아니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 지 모릅니다.”이용진의 수법은 자칫하면 강책을 함정에 빠뜨릴 뻔했다. 주지 스님은 두 손 모아 공손히 답했다.“아미타불. 오늘 강 선생님을 도운 이유는 나무를 살려 주신 답례를 해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오늘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다 하늘의 계시가 아니겠습니까.”글쎄, 과연 하늘의 계시 덕분일까.강책이 말했다.“이 모든 건 장 회장님 덕분입니다.”“네?”주지 스님은 강책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장훈 가주는 적의 편이 아니었습니까?”이어서 강책은 자신과 장훈의 사이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염주에 담긴 신호도 간
그들은 식사자리를 끝내고, 작별 인사를 하려던 참이었다. 이때,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다름 아닌 신태열이었다.어린 중이 주지 스님에게 다급하게 뛰어왔다.“주지 스님, 큰일 났습니다. 신태열이라는 사람이 정장을 입은 남자 일행들과 함께 절에 박차고 들어왔습니다! 그 바람에 다른 관광객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경찰에 신고해야 할까요?”주지 스님이 인상을 지은 채로 물었다.“누군가를 때리지는 않았습니까?”어린 중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누군가를 때리지도 않았고, 물건을 향해 발길질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분이 나빠 보였어요.”아무런 피해가 없다면 경찰을 부를 수 없다. 고작 그들의 등장 때문에 경찰을 불러 소란을 피울 수 없었다.주지 스님은 어린 중을 향해 말했다.“그 사람들 어디 있습니까.”이때, 강책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저도 같이 가겠습니다.”주지 스님과 강책 일행은 대전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태열이 신상 앞에서 뒷짐을 지고 있었다. 그의 뒤로 보안요원 2명이 서있다.그는 싸우려고 자운절을 찾아온 것 같았다. 하지만 주지 스님은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그들에게 다가갔다.“신태열 씨, 오랜만입니다.”신태열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이고, 스님! 오랜만입니다. 반년만이지요? 제가 너무 바쁜 탓에 주지 스님과의 친분이 얕아진 것 같습니다.”그는 잠시 머뭇거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주지 스님, 듣자하니 스님께 새로운 사부가 생기셨다고요?”주지 스님의 나이와 경력을 생각하면 ‘사부’ 라는 말은 그에게 모욕적이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신태열의 뜻을 알고 있었다.주지 스님이 미소를 짓고 침착함을 보였다.“벌써 그쪽까지 이야기가 돌았군요. 그렇습니다, 오늘 저한테 새로운 사부가 생겼습니다. 신태열 씨도 아시는 분입니다, 강책 선생님입니다.”‘강책’ 이라는 이름에 신태열의 얼굴 근육이 살짝 움직였다. 이때, 강책이 그들에게 다가갔다.“신태열 회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신태열은 강책을 보기만
가득한 금괴가 부처님을 위한 선물이라니, 이상하지 않은가.주지 스님은 그의 행동에 갸우뚱거렸다. 상대방이 돈을 준다는 사실은 기쁜 일이다. 하지만 그는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기분이 들었다.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신태열이 먼저 말을 꺼냈다.“주지 스님, 강책이 자운절에 십억을 기부한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만약 제 옆에 서게 되시면 더 많은 금액을 기부 받으실 수 있습니다.”신태열은 주지 스님이 돈 때문에 강책을 도왔다고 생각했다.이 세상에 높은 수양을 가진 스님이 어디 있으랴, 그는 강책보다 더 큰 금액으로 주지 스님을 ‘사들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는 놓친 게 하나 있었다. 기부 이외에 나무를 고쳐 주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몰랐다. 주지 스님은 돈보다는 나무를 살려준 은혜를 갚기 위해 강책을 도운 것이다.소헌이 떠난 지금, 신태열은 상황 파악을 잘 하지 못했다. 일을 간단하게 생각할 뿐이었다.주지 스님은 허허 웃으며 두 손을 모았다.“신태열 씨가 큰 오해를 하고 계십니다. 제가 강 선생님을 도운 건 기부 때문이 아닙니다. 다름 아닌…”“이십억.”주지 스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태열이 값을 올렸다. 마치 경매장을 연상케 했다.주지 스님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신태열의 눈에 자신이 속물로 비친다는 느낌이 들었다.“신태열 씨, 적당히 하십시오!”주지 스님의 언성이 점점 높아졌다. 하지만 신태열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값을 불렀다.“오십억!”“신태열 씨…”“백억!”신태열이 차갑게 말했다.“주지 스님, 백억이 제 최선입니다.”주지 스님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소 귀에 경 읽기와 다름이 없었다.“신태열 씨, 저는 당신의 돈을 받지 않습니다. 이 금괴도 가져가십시오.”신태열의 안색이 돌변했다. 주먹을 꽉 쥔 모습이 화난 것처럼 보였다.“주지 스님, 후회하시면 안됩니다.”“후회는 하지 않습니다.”“강책의 기부는 받으시고, 제 금괴를 거부하시겠다는 겁니까?”“네, 그렇습니다.”“좋습니다. 주지 스님, 이건 스님
깊은 밤.주지 스님이 침대에 누워 수면을 취하고 있다. 나이와 체력 때문에 금방 잠에 들었다.이때, 젊은 스님 한 명이 주지 스님의 방 안에 들어왔다.그 사람은 주지 스님의 제자, 아현이다. 그들은 한 사람씩 번갈아 가면서 주지 스님을 지킨다. 오늘은 아현이 주지 스님을 지키는 날이다.“주지 스님, 차를 가져왔습니다.”아현이 차를 들고 침대 앞으로 다가갔다. 주지 스님은 잠에 들기 전에 항상 차를 마시곤 했다.차는 몸에 있던 나쁜 기운을 없애고, 독을 깨끗하게 씻겨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하지만 그는 차를 마시기도 전에 잠에 들어버리고 말았다. 아현은 조심스럽게 탁자 위에 차를 올렸다. 그리고 방 안의 불을 껐다.주지 스님의 방 안에는 정상적인 전등 이외에 특별한 ‘전등’이 있다. 촛불이 또 다른 전등의 역할을 해주는 동시에 방 안을 지켜주었다.그리고 아현이 주위를 살피기 시작하더니 촛불 하나를 쓰러뜨렸다. 그 바람에 옆에 있던 커튼에 불이 붙었다.아현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스승님, 저를 너무 미워하지는 마세요. 다 스승님께서 불러온 재앙입니다.”그리고 살포시 문을 닫았다.만약 모든 게 순조롭다면 주지 스님은 오늘 밤 불타는 방안에서 숨을 거두게 된다.현장을 조사한다고 해도 아현이 범인이라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 결국 주지 스님의 실수로 인한 화재로 일단락될 것이다.아현은 완전범죄를 확신했다. 하지만 암흑 속에서 그를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다름 아닌 황금 십이궁의 전갈자리다.암흑의 남자라고 불리는 전갈자리는 항상 중요한 인물을 지키는 임무를 맡는다. 이번에는 주지 스님을 지키기 위해 그가 나섰다.아현의 모든 행동은 전갈자리가 이미 목격한 뒤였다. 정작 아현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그가 자리에서 떠나려고 하자 눈 앞이 검게 변하더니 순식간에 자리에 쓰러졌다.곧이어 전갈자리가 아현을 들고 다시 주지 스님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밧줄로 아현을 기둥에 묶었다. 그리고 침대 위에 자고 있던 주지 스님을 안고 자리를 떴다
주지 스님의 방 안.기둥에 묶여 있던 아현이 소란스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그의 눈 앞에는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이게…”아현이 주위를 살폈다. 이곳은 주지 스님의 방이 아닌가.주지 스님의 방에 방화하고 그를 죽일 계획이었지만 자신이 오히려 위기에 처한 상황이 되었다.침대에 누워있던 주지 스님은 보이지 않았고, 자신이 언제부터 기둥에 묶였는지 알 수 없었다.불길이 점점 커지고 아현은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살려줘! 사람 살려! 죽고 싶지 않아!”하지만 소리를 내도 그를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만약 그가 불을 내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과연 그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을까.한편, 멀지 않은 아현의 방에 주지 스님이 누워있다.그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에서 서서히 깼다. 그가 눈을 뜨자마자 전갈자리가 보였다.게다가 자신의 방이 아닌 아현의 방에서 눈을 뜬 상황이 당황스러웠다.“누, 누구십니까.”전갈자리는 침착한 말투로 답했다.“저는 전갈자리라고 합니다. 주지 스님의 안위를 지키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전갈자리? 안위를 지키다니요?”이때, 주지 스님은 강책의 말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렇게 신비로운 사람 인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자리에서 일어나 밖을 향해 눈을 돌렸다.다름 아닌 자신의 방 안에서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스님의 제자인 아현 스님께서 신태열 회장의 돈을 받고 살인 의뢰를 받았습니다. 주지 스님께서 주무실 때, 방에 불을 붙여 살해할 계획을 세웠던 것 같습니다. 주지 스님을 구출했고, 아현을 방 안에 가두었습니다. 지금쯤, 아현 스님은 이미 먼지가 되었을 겁니다.”말을 하면서 아현 스님의 방 안에서 작은 상자를 찾아냈다. 상자 안에는 금괴가 가득했다.아마 신태열이 절에서 떠날 때, 아현에게 금괴를 주면서 자신의 편으로 사들였을 것이다.주지 스님은 사건의 발단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어렸을 때부터 저를 잘 따르던 아이였습니다. 고작 금괴 때문에 저를 배신했다는
“주지 스님! 살아 계셨습니까.”“정말 다행입니다, 다행이에요.”“그럼, 살려 달라는 소리는 누가...”주지 스님은 제자의 체면을 위해 하얀 거짓말을 했다.“사실 아현 스님의 방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그만 잠에 들었습니다. 아현 스님은 마땅히 쉴 곳이 없어서 결국 제 방에서 쉬고 있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아현이 돈을 탐하다가 방에 불을 질렀지만 결국 그가 죽었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현장에는 한숨소리가 가득했다.“하늘의 계시라고 생각하십시오. 아현 스님께서 주지 스님의 목숨을 살리고 무사히 떠나셨을 겁니다. 아미타불.”스님들은 두 손 모아 아현을 위해 기도했다.한편, 산 꼭대기 부분에서 한 무리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다름 아닌 신태열 일행이었다.그들은 자운절을 떠나고 바로 화상그룹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산 주위에서 휴식을 취하며 진행상황을 지켜볼 생각이었다.신태열이 망원경을 들고 자운절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내 금괴는 필요 없다고 했잖아, 다 늙어서 고집 부리면 이렇게 되는 거야.”신태열은 욕을 뱉으면서 기뻐했다. 드디어 강책에게 작은 복수를 한 셈이다.한창 기뻐하고 있을 때, 하얀 차량이 그들의 주변에 멈추었다.차 문이 열리고 강책과 물고기자리가 차에서 나왔다. 신태열은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허허거리며 웃었다.“아이고, 감도 참 빠르네.”신태열은 두 사람이 복수를 하러 자신을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신태열의 부하들은 그를 보호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쌌다.두 사람이 5미터 간격을 남겨두고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강책이 주머니 안에서 담배를 꺼내 폈다.“당신이 한 짓 맞습니까?”신태열은 사실 그대로 답했다.“그래, 내가 한 거야. 이 사건을 통해 연산에서 나한테 대드는 놈은 모두 죽는다고 알게 되겠지. 네 옆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도 무사하지 못 할 거야, 흥.”강책이 연기를 뿜었다.“금괴로 스님을 이용하는 방식이 덜 떨어진 수준이라고 생각은 안 하십니까.”“그게 뭐. 대책 세우다가 죽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