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최경아라고 합니다. 정 선생님의 개인 비서입니다. 식약 식당, 강책은 가게 문 앞에 서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맑았던 하늘이 서서히 흐려지더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물고기자리는 강책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말했다. “총수님, 안 들어가시고 왜 밖에서 비를 맞고 계세요?”강책은 웃으며 말했다. “몰라서 물어? 오늘 내리는 비는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일이 내 생각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 같아.”물고기자리는 말했다. “총수님의 예상대로라면 지금쯤 정해운은 죽었을 겁니다. 그리고 신태희는 신태열에게 연산을 떠나자고 했겠죠? 총수님, 혹시 신태열이 연산을 떠나지 않을까 봐 걱정이십니까?”강책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신태열도 연산에 있고 싶지 않을 거야. 분명 신태희와 함께 연산을 떠날 거야.”물고기자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무슨 걱정을 하시는 겁니까? 지금 용맥도 문제없고, 신태열도 연산을 떠난다면 용맥을 손에 넣을 수 없어요! 저희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용맥을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이것이야말로 강책의 계획이다. 현재 상황이 이와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하지만…강책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정해운은 절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사람이야. 정해운이 수작을 부릴까 봐 걱정이야.”물고기자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수작이요? 죽은 사람이 어떻게 수작을 부립니까?”“그건 알 수 없지.”잠시 후, 방 안으로 들어온 강책의 얼굴에는 여전히 근심이 가득했다. 신태희가 연산을 떠난다는 소식을 들은 후부터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강책은 정해운이 매우 교활한 사람인 것을 잘 알고 있다. 정해운 같은 사람은 죽었더라도 방비책을 준비해야 한다! 정해운이 정말 순순히 강책과 신태희에 손에 죽을 사람일까?강책은 정해운의 꿍꿍이를 예측할 수 없었다. 이때, 강책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노문강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 강책은 전화
이 시각 화상 그룹 회장 사무실.“최경아?” 신태열은 깜짝 놀란 두 눈으로 눈앞에 있는 여자를 쳐다봤다. 신태열의 머릿속에 정해운과 최경아가 같이 있었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최경아는 정해운의 몇 안 되는 여자이다. 또한 정해운은 그 누구에게도 최경아를 소개해 준 적이 없다. 최경아가 왜 신태열을 찾아온 걸까?정해운이 화상 그룹을 배신했기 때문에 정해운의 지인들은 살 길을 찾기 바빴다. 최경아처럼 당당히 신태열을 찾아오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신태열이 아무리 바닥까지 내려갔다 하더라도 최경아 하나 처리하지 못할까? 신태열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신태열은 최경아를 얕잡아 봤다. 잠시 후, 신태열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정해운이 화상 그룹을 배신했는데 당신이 여기가 어디라고 옵니까? 내가 당신 하나 처리 못할 것 같습니까?!”신태열은 책상을 ‘탁’하고 치며 직원을 불러 최경아를 내보내려고 했다. 이때, 최경아는 말했다. “신 회장님, 우선 진정하시고 제 말 좀 들어보세요.”신태열은 최경아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 최경아는 분명 목숨을 걸고 신태열을 만나러 왔으니 중요한 말을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신태열을 찾아왔을 리 없다. 신태열은 우선 최경아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최경아 씨, 어떤 것이든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을 겁니다. 나를 더 화나게 하면 처참하게 죽여버릴 겁니다.”최경아는 말했다. “신 회장님, 화상 그룹을 배신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죠. 정해운은 죽어도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화상 그룹에 죽여야 할 사람이 아직 남아 있어요.”죽어야 할 사람? 화상 그룹을 배신한 정해운보다 더 비열한 사람이 있다니?“하하, 그게 누군데요?” 신태열은 말했다. 최경아는 아무 말 없이 가방에서 USB를 꺼내어 신태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잠시 후, 최경아는 말했다. “신태열은 겁이 많아요. 겁이 많은 사람은 위험에 처하면 극도의 두려움을 느끼죠. 그래서 정해운은 자기 방에 CCTV와 도청 장비를
신태열은 아무 생각 없이 동영상을 보다가 신태희가 이보겸을 데리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 ‘쨍그랑’하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신태열은 책상 위에 있던 찻잔을 엎질렀다. 신태열은 동영상 속 신태희와 정해운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넋이 나갔다.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이건 사실이 아니야.”신태열은 최경아를 죽일 듯이 째려보고 버럭 화를 냈다. “당신 도대체 누가 보낸 사람이야? 강책? 아니면 김한철?! 왜 우리 부녀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는 거야?!”최경아는 말했다. “두 사람의 사이를 갈라놓을 필요가 있습니까? 신 회장님, 똑똑하신 분이 왜 딸의 수상함을 눈치채지 못하셨죠? 눈치채지 못하신 게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으신 거겠죠? 본인이 믿는 사람과 친딸이니까요. 저였어도 신태희 씨가 소헌을 죽였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었을 거예요.”“닥쳐!” 신태열은 책상을 세게 치며 벌떡 일어섰다. “이까짓 가짜 동영상으로 나를 속이려고? 내가 그렇게 만만해?”최경아는 웃으며 말했다. “왜 아직도 모르는 척 발뺌하세요? 그렇다면 소헌이 어떻게 죽었는지 왜 신태희와 이보겸만 알고 있나요? 두 사람 이외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그리고 신태희 씨를 도와준 그 무당은 강책이 묘강에서 데려온 사람이에요! 이 모든 걸 다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신 회장님, 이 동영상이 가짜라고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기술자 불러서 가짜인지 아닌지 확인하라고 하세요.”신태열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습니다. 이제 곧 당신 거짓말은 다 폭로될 겁니다!”잠시 후, 신태열은 기술자 중에 제일 믿음이 가는 직원을 불렀다. 동영상을 확인한 기술자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확인한 기술자는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아휴…”기술자는 동영상을 몇 번을 돌려보며 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확인했다. 사실 이 기술자라면 한눈에 사실을 판단할 수 있다. 다만 동영상의 내용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에 쉽사리
최경아는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사무실에서 나왔다. 신태열은 최경아의 예상과는 반대로 신태희 앞에서 매우 침착한 표정으로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역시, 교활한 신태열은 대단하다. 신태열은 기술자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당신도 이만 가보세요.”“네, 알겠습니다.” 직원은 신태열에게 인사를 하고 신태희 옆을 지나쳐 사무실에서 나갔다. 신태희는 두 사람이 나가자 신태열에게 물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이 왜 아버지를 찾아온 거예요?”신태열은 대충 둘러대며 말했다. “최경아는 정해운이 좋아한 여자야. 내 손에 죽을까 봐 정해운과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해명하러 온 거야. 그 기술자는 내 노트북을 고치러 왔어. 운이 없으면 뭘 해도 안 된다더니, 노트북이 갑자기 먹통이 됐지 뭐야.”신태희는 신태열의 말을 들고 자신이 너무 과장해서 생각한 듯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신태희는 비행기표 두 장을 꺼내어 말했다.“비행기표는 일등석으로 예약했어요. 세 시간 후에 출국이에요. 뒷일은 사람 시켰으니 저희는 마음 편히 해외로 나가면 돼요!”신태희는 비행기표를 쳐다보며 말했다. “왜 두 장밖에 없어?”신태희는 어리둥절하며 말했다.“저랑 아버지, 두 장 아닌가요? 설마 누구 데려가시려고요?”“내가 아니라 네가 데려갈 사람이 있지.”“네? 제가요? 제가 누구를 데리고 가요?신태열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네 아버지야. 지난 몇 년 동안 너에게 관심을 갖지 못했지만 너에 대해 꾀 잘 알고 있어. 설마 내가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것 같아?”신태희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네요.”신태열은 말했다. “모르는 척하지 마. 너랑 이보겸, 언제까지 숨길 작정이야?”‘아… 아버지… 다 알고 계셨어요?” 신태희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당연하지.” 신태열은 동영상을 끄고 USB를 뽑은 후 평온하게 말했다. “네가 이보겸이랑 사귀
신태희는 이보겸에게 상황을 설명한 후 함께 신태열의 사무실로 향했다. 이보겸은 신태열이 자기를 사위로 인정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두 집안의 형편이 비슷하다고 하지만 신태희와 이보겸의 지위가 하늘과 땅 차이 아니겠는가?이보겸은 신태희에게 어울리는 상대가 아니다. 부잣집 가주인 신태열은 자신의 딸이 평범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이보겸은 단지 신태희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며, 결혼은 꿈도 꾸지 않았다.이보겸은 만약 신태열이 신태희를 다른 남자와 결혼시킨다고 하면 먼발치에서 축복해 주고 몰래 떠날 생각이었다. 이렇듯 이보겸은 마음속으로 슬픈 결말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신태열은 다른 무정한 부잣집 가주들과 다르게 신태희만 좋다면 받아들였다. 신태열은 이런 면에서 다른 사람들 다 훨씬 뛰어났다. 잠시 후, 이보겸은 신태열의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이보겸은 신태열의 사무실에 수도 없이 찾아왔지만 지금처럼 긴장한 적은 없었다. “신... 신 회장님.”이보겸은 마치 수줍은 소녀같이 고개를 숙였다. 신태열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왜 이렇게 기가 죽었어? 내가 너 같이 나약한 놈한테 우리 딸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어?”이보겸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신태열을 쳐다봤다. “신 회장님, 절대 신 회장님의 기대에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더욱이 부회장님의 사랑에도 보답하겠습니다.”“아직도 부회장님이라고 부르니?”“아… 태… 태희 씨요.”신태열은 웃으며 서랍 속에서 비단 상자를 꺼내었다. 비단 상자 안에는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잠시 후, 신태열은 비단 상자를 이보겸에게 건네주었다. “이 목걸이는 우리 신 씨 집안 가문의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귀중한 거야. 우리 부모님이 결혼하실 때 아버지가 어머니께 걸어 주셨고, 나도 아내에게 걸어줬어. 이보겸, 이제 네가 태희에게 걸어줘. 이제부터 너는 우리 신 씨 집안사람이야. 두 아들이 모두 죽었으니 사위인 네가 신 씨
“보겸 씨? 보겸 씨!”싸늘한 이보겸의 시체를 본 신태희는 넋을 잃었다. 방금까지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던 신태희는 눈 깜짝할 순간에 가슴이 찢어질 듯한 비극을 맞이했다. 신태희는 이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보겸 씨!”신태희는 미친 듯이 울며 소리쳤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이보겸은 바닥에 쓰러져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아직 눈을 감지 못한 이보겸의 눈빛에는 여전히 행복함이 가득했다. 신태희는 이보겸을 부여잡고 절망스럽게 울부짖었다. 신태희는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잠시 후, 한참을 울던 신태희는 고개를 들어 신태열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왜요?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예요? 저희가 만나는 걸 반대하실 거면 그냥 말로 하시면 되지, 왜 사람을 죽여요? 정말 악독하네요!”만나는 것을 반대한다?하하, 그건 아니다. 신태열은 의자에 앉아 권총을 책상 위에 놓고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왜 죽였냐고? 그걸 아직도 몰라? 너희 둘이 소헌에게 한 일은 더 악독하지 않아?”신태희는 순간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신태열은 두 사람이 한 짓을 알고 있었다. 신태열의 더없이 평온한 행동에 신태희는 신태열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신태열의 연기 실력은 대단했다.신태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소헌은 제가 죽인 거예요. 그러니까 죽이려면 저도 같이 죽이세요!”“내가 너를 안 죽이고 싶은 줄 알아?” 신태열은 신태희를 노려보며 말했다. “소헌은 나의 십년지기 친구야, 네 엄마보다 더 소중한 친구라고! 화상 그룹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소헌이 나를 정말 많이 도와줬어. 그런데 감히 소헌을 죽인 불효녀인 너를 안 죽이고 싶겠어? 만약 네가 내 딸이 아니고, 마지막 남은 유일한 자식이 아니었다면 이미 죽였을 거야!”감정이 북받친 신태열은 더욱 매정하게 말했다. 신태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신태희가 소헌을 죽인 이유는 단지 신태열와 이보겸과 함께 연산을 떠나 행복한
강책이 식약 식당에 도착하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강책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신태희에게 연락이 올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연락되지 않는 것을 보니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이 틀림없다. 강책은 마음속으로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때, 노문강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노문강은 ‘신태열이 엄수 집안에 왔습니다.’라는 한 마디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노문강의 한 마디로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물고기자리는 강책에게 말했다. “총수님, 신태열은 지금쯤 신태희와 해외로 나간 거 아니었습니까? 왜 엄수 집안에 간 거죠?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신태희 씨는 왜 아직도 연락이 없는 거죠?”강책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실패했어.”실패?물고기자리는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말했다. “실패요? 저희 계획이 실패했다는 말씀인가요? 지금까지 모두 완벽했는데 어떻게 실패할 수 있어요?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가요?”강책은 말했다. “세상에 완벽한 계획은 없어. 아무리 완벽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면 망칠 수도 있는 거야.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듯이 우리도 실수할 수 있어.”사실 강책도 정해운을 상대할 때 예상치 못할 일이 생길 거라고 짐작했다. 교활한 정해운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지금 신태열이 엄수 집안에 갔다는 것은 신태희는 계획을 실패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엄수 집안이 어떤 곳인가? 바로 용맥이 있는 곳이다. 즉, 신태열은 엄수 집안에 용맥과 손을 잡으러 간 것이다. 신태열은 강책과 싸워서 이길 수 없으니 용맥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이때, 식약 식당 앞에 차 한 대가 멈추어 섰다. 차 안에 연산시 청장 김한철이 내렸다. “김 청장님?” 강책은 김한철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합시다.” 김한철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강책과 김한철은 식당으로 들어와 문을 잠갔다. 그리
신태열은 장훈을 만났다. 사이가 좋지 않은 두 사람은 마주치고 인사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인사할 필요가 없었다. “용맥을 만나러 왔습니다.”신태열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장훈은 신태열을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 “당신이 용맥을 만나고 싶다고 만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용건이 있으면 저한테 먼저 말씀하세요. 연산의 상황은 방금 제가 용맥에게 알렸습니다. 그러니 신태열 씨가 딱히 전할 말은 없을 것 같네요.”장훈의 말도 일리가 있다. 엄수 집안은 중간에서 말을 전달해 주는 중개인이 존재한다. 때문에 신태열이 용맥과 만날 수 없는 것이 맞다. 용맥에게 용건이 있으면 반드시 중개인을 통해 전달된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달랐다. 신태열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제가 직접 용맥을 만나야 합니다. 이제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지 않습니까?”신태열은 용맥을 만나고자 하는 의지는 강했다. 장훈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신태열 씨도 규칙을 잘 알고 계시죠? 용맥을 만나고 싶으면…”장훈을 칼 한 자루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중개인 외에 다른 사람은 용맥을 볼 수 없다. 만약 정말 꼭 만나야 할 이유가 있다면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대가는 바로 칼로 자신의 몸 한 군데를 찌르는 것이다. 평생 칼과 함께 한 신태열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잠시 후, 신태열은 테이블 위에 있는 칼을 주저하지 않고 집어 허벅지를 찔렀다. 신태열의 다리에는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이때, 장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태열은 이미 규칙대로 자신의 몸을 칼로 찔렀다. “따라오세요.” 장훈은 신태열에게 말했다. 장훈이 돌아서자 신태열은 즉시 허벅지에서 칼을 뽑고 대충 옷을 찢어 간단하게 피를 지혈했다. 그리고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황급히 장훈의 뒤를 따라갔다. 신태열은 걸을 때마다 다리가 아팠다. 팔을 찔렀으면 걸을 때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신태열의 실수였다. 잠시 후, 신태열은 고통을 참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