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정오.많은 관광객들이 지옥불을 보기 위해 화장장을 방문했다. 사실, 지금 사회에서 과거에나 진행되던 ‘혹형’을 볼 수 있는 곳은 찾기가 어려웠다. 때문에 이곳은 관광객들이 무조건 방문하는 곳 중 하나였다. 그들의 방문 목적은 살아 움직이는 사람이 어떻게 불에 타서 죽는 지를 보기 위함이었다. 그걸 지켜보는 동시에 지옥불의 의미와 형벌에 대한 의문이 들기 그들의 머릿속에 떠오르긴 했지만 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시각적인 자극에 사로잡히거나 이상한 성적 취향, 또는 돈 때문에 이곳을 방문한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지옥불의 실제 의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오히려 화장장에는 “태워라, 태워라.”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가엾은 사람 한 명이 혼자 화장대에 올라갔다. 그는 자의로 화장대에 올라갔기 때문에 감시하는 사람이 필요 없었다. 또한 타 죽기 싶어 하는 사람을 강요를 하는 사람도 없었다. 곧이어 화장대에 올라간 사람이 하늘을 향해 크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저는 죄가 있습니다. 남의 재력을 탐하지 말았어야 했고,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았어야 합니다. 저는 부도덕하고, 더러운 사람입니다.” “오늘 저는 지옥불을 통해 신에게 용서를 구하려고 합니다.”그는 자신의 죄를 깊이 뉘우쳤다. 하지만 그의 죄는 큰 죄가 아니었다. 그저 다른 사람의 물건을 주운 후, 그것을 돌려주지 않았을 뿐이다. 고작 이런 행동 때문에 신이 분노할 리가 없다.한편,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부락 사람들의 눈빛에는 절망감이 섞여 있다. 그들은 그의 희생이 궤문증의 확산을 멈추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과거, 그보다 더한 사람들의 죽음에도 신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화장대에 올라간 사람을 구하기는 어려웠다. 그때, 족장이 횃불을 들고 화장대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연민에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죄를 알고, 그 죄를 바꾸려는 자. 그대의 죽음은 신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궤문증의 확산을 멈출 것이다. 그대여, 편
강책이 미소를 지었다.“저는 그저 지나가는 행인일 뿐입니다. 하지만 족장님의 지옥불을 제지한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족장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때까지 부락에서 생활하면서 지옥불을 막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이유가 무엇입니까.”강책은 그의 답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를 되물었다.“족장님께서 지옥불을 행하시는 이유에 대해서 여쭙고 싶습니다.”족장이 코웃음을 쳤다.“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지금 부락이 궤문증이라는 불행에 닥쳐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저는 부락을 위해, 신의 분노를 가라앉혀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부락 중에서 죄를 저지른 부원을 찾아 지옥불을 진행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분명 신께서도 용서를 해주실 겁니다. 그리고 궤문증도 막을 내릴 거고요.”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강책을 쏘아붙였다.“지금 당신이 지옥불을 막는 행위는 신에게 저항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부락의 몰락을 그저 묵묵히 지켜보라는 말씀 이십니까?”그는 단숨에 강책을 신과 부락의 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전혀 강책은 당황하지 않았다.“족장님께서 제 뜻을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제가 지옥불을 막는 이유는 족장님을 신의 적에서 물러나게 하기 위함입니다. 동시에 신의 지의 때문이기도 합니다.”족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예? 신의 지의라니요?”강책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장유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제 사부는 저승과 이승, 땅과 하늘을 자유자재로 이동하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사부님은 이동을 통해 신의 뜻을 땅으로 전하기도 합니다.”“얼마 전, 사부님께서 부락의 신과 만남을 가지셨습니다. 신께서는 부락의 죄인이 밝혀지지 않아 분노하셨고, 무고한 사람이 성화에 의해 목숨을 잃는 것에 심히 거부하셨습니다.” “신께서는 저희 사부님께 도움을 요청하시면서 궤문증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전해 주셨습니다. 더 이상의 무의미한 희생을 끊어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현장에 있던
장유나는 신이 강책을 고른 이유를 설명하면서 족장에게 큰 망신을 주었다.“당신들 말을 어떻게 믿으라는 겁니까?”옆에 있던 물고기자리가 미소를 지었다.“사실인지 아닌지는 한 번 시도해 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제 사부님께서 궤문증을 치료하신다면 그게 곧 신의 부탁을 받았다는 증거가 되지 않겠습니까.”족장은 어쩔 수 없이 횃불을 다시 제자리에 갖다 두었다. 그는 곧이어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궤문증 환자, 데리고 와!”“네, 알겠습니다!”곧이어 부하들은 궤문증을 앓고 있는 환자를 데리고 왔다. 하지만 그들이 데려온 사람은 평범한 환자와 조금 달랐다. 족장은 일부러 그들에게 곧 죽어가는 환자를 데리고 오라고 지시했다. 그의 양팔에는 고름이 흐르고 있었고, 썩어 문드러져 성한 곳이 없었다.“살릴 수 있겠습니까?”“네.”강책은 자신만만한 확답을 주었다. 한편, 족장은 고개를 돌려 사람들 무리 속에 있는 소태유를 바라보았다. 족장의 눈빛에 소태유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의 눈빛은 곧 ‘절대로 고칠 수 없는 병이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라는 뜻이었다. 그는 자신의 약을 무한히 신뢰하고 있었다.일반인이라면 속수무책으로 치료를 포기하겠지만 강책은 달랐다. 그는 서심산을 제외한 모든 독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어젯밤, 그는 치료에 대해 모든 대책을 마련했고 그에 맞는 해독제까지 준비를 마쳤다. 그는 환자 앞에서 침착하게 편작 신침을 꺼내더니 환자에게 침을 26번이나 놓았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약물을 팔에 바른 뒤, 그 팔을 붕대로 감았다.“뜨거운 물 좀 준비해 주세요.”“네, 알겠습니다.”뜨거운 물이 그의 앞에 놓여지자 강책은 환자의 양팔을 뜨거운 물 안에 넣었다. 곧이어 하얀 연기가 생기면서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환자는 고통 때문에 발버둥 쳤다. 하지만 물고기자리와 다른 사람들이 그를 누르고 있었기에 차마 도망치지 못했다. 서서히 연기는 사라져갔다. 20분 뒤, 강책은 환
족장은 다시 한번 인파속에 있는 소유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조금 전과 다르게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들은 처음부터 신이 치료법을 전수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강책 무리가 궤문증의 치료법과 해독제를 찾은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그렇게 되면 일이 복잡 해진다. 강책이 궤문증을 치료하게 되면 그가 ‘신의 후계자’라는 말도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 족장은 지금까지 이러한 연기로 돈을 챙기고 있었다. 하지만 강책의 등장으로 인해 부락의 주민들은 그를 더 신뢰하고 족장을 멀리하게 될 것이다. 그는 곧 일어날 일을 예상하며 강책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그는 강책도 자신처럼 돈을 벌기 위해 이곳을 찾아온 것이라고 믿으며 미소를 지었다.“아이고, 신의 후계자님이 맞으셨군요. 저희 부락을 살리기 위해 이렇게 친히 찾아와 주시다니,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궤문증이 해결되었으니 저희 부락은 이제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옆에 있던 물고기자리가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족장님의 부락을 지옥에서 꺼내주신 분께 너무 가소로운 태도를 보이시는 게 아니 신지요?”족장은 무릎을 꿇으며 강책에게 감사를 표하는 부원들을 보자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강책 무리가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그도 무릎을 꿇어 강책에게 감사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웃긴 상황 속에서도 강책은 침착함을 유지했다. 하지만 반대로 장유나는 큭큭- 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족장의 심기를 또 한 번 건드렸다. 그는 주먹을 꽉 쥔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고기자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부락에서 궤문증을 앓고 있는 자는 모두 저희를 찾아오십시오. 저희 사부님께서 최선을 다해 치료해 드리겠습니다!”그의 한마디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화장장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심지어 환자 치료를 시작하기도 전에 먼저 강책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저는 궤문증을 앓고 있습니다. 치료 부탁드립니다.”
한편 족장은 강책의 옆에 서서 그를 도왔다. 시간이 갈수록 그의 얼굴에서 미소는 사라졌고 안색은 점점 더 나빠졌다. 환자가 치료될 때마다 자신의 계획이 산산조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궤문증에서 벗어나게 되면 지옥불은 사라진다. 지옥불이 사라지면 관광객의 숫자는 떨어지고 그와 동시에 수입도 떨어지게 된다. 족장은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더 기분이 나빠졌다. 그는 강책을 처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참자.’족장은 자신을 끊임없이 타일렀다. 강책이 부락을 떠나면 다시 소유태,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했던 계획을 다시 진행하면 되지 않는가. 혹은 적당한 기회를 찾아 강책을 암살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는 다시 한번 마음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그의 생각대로 일이 순조롭게 흘러갈 리는 없다. 강책이 그렇게 쉽게 당할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는 현장에 몰려든 모든 사람들의 치료를 끝냈다. 그는 물을 마시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드디어 모든 환자의 치료를 마쳤습니다. 저는 신의 뜻을 순조롭게 전했습니다. 다행히도 제가 전수 잘 받았던 것 같습니다.”부락 사람들은 그에게 금과 은을 갖다 바치며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하지만 강책은 손을 흔들며 그들의 성의를 거절했다.“아니요. 저는 신의 뜻을 따라 여러분을 치료하기 위해 찾아온 것입니다. 보상을 받게 되면 신을 볼 면목이 사라지고 맙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지켜보던 족장은 마음속으로 강책을 욕하기 바빴다.‘별꼴 다 보겠군. 신? 신이 존재하기는 해? 다 돈 벌려는 수작이잖아. 분명히 더 큰 한방을 위해서 가식적으로 행동하는 거야. 과한 욕심은 곧 죽음이지. 기다려, 내가 널 친절히 죽여 줄 테니까.’이때, 강책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손을 모아 사람들에게 인사했다.“궤문증의 치료는 끝났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지옥불을 다시 진행하는 것입니다.”그의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마스터, 병이 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죄인을 찾는 방법이었다. 화장대에 올라간 사람들도, 주위 사람들도 모두 죄인으로는 보이지 않았다.이때, 장유나가 두 손을 공손히 모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누가 죄인인지는 이미 신이 알려주셨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그에게 속고 있는 것뿐입니다.”정말 그런 죄인이 존재한단 말이야? 사람들은 모두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장유나는 몸을 돌려 창백한 안색을 하는 족장을 가리키며 말했다.“그 죄인은 바로 여러분의 족장입니다.”현장에 있던 부락 주민들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족장이 어떻게 죄인이란 말인가. 같은 시각, 족장도 예상치 못한 그녀의 행동에 마음이 철렁했다.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족장은 장유나에게 화를 냈다.“이봐요! 근거 없는 소문은 퍼트리시면 안 됩니다!”이어서 강책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저 사람의 말에는 거짓이 없습니다. 신께서는 이미 죄인이 족장님이라고 말씀 해주셨습니다.”강책의 말 한마디에 민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방금 전 궤문증을 치료한 덕분에 그는 부락 주민들에게 큰 신뢰를 얻었다. 주민들은 하나 둘 씩 의심과 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족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족장도 놀란 마음에 두 걸음 뒷걸음쳤다.“여러분, 침착하세요. 절대로 이 외부인에게 속으면 안 됩니다.”“족장님, 이제 그만 하셔도 됩니다. 왜 신이 당신에게 실력을 전수하지 않으셨는지, 그 이유를 아십니까?”“당신에게 반성할 수 있는 지옥불의 기회를 드린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았어요. 신은 그에 실망했고요.”“왜 신이 저에게만 치료법을 전수했는지 궁금하셨죠?”“그건 신께서 당신에게 실망하셨기 때문입니다. 신은 당신이 사람들 앞에서 죄를 뉘우칠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런 것일 거라고 말씀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당신의 죄를 씻게 도와주라고 부탁을 하신 겁니다.”강책도 족장만큼 뻔뻔하게 연기를 이어 나갔다. 그의 말은 부락 주민들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족장이 만든 이야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주민들은 모두 분노했다. 그의 이야기 때문에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을 당한 것이다.물고기자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크게 외쳤다.“여러분들이 지금까지 겪은 불행들 전부 족장의 짓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무고한 사람을 불에 태움으로 관광객들의 주목을 받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런 사람이 죄인이 아니라면 어떤 사람이 죄인이란 말입니까! 이러한 인간이야말로 지옥불을 당해야 하지 않습니까!”그의 말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주민들은 더욱더 크게 분노하며 족장에게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머릿속에 지금까지 무고하게 죽은 주민들과 궤문증으로 인해 힘들었던 나날들이 떠올랐다. 그들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 찼다. 주민들은 족장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에게는 족장을 산채로 죽이고 싶은 심정이 가득했다. 같은 시각, 족장은 이미 두려움에 이성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는 무리에 있는 소태유를 향해 소리쳤다.“소 사장님, 살려주세요!”그의 외침으로 인해 소태유가 족장과 같은 편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장유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크게 소리 질렀다.“소 사장이라는 인간도 족장과 함께 궤문증을 만들어서 수많은 희생을 만든 사람입니다! 여러분, 절대로 쉽게 풀어줘서는 안 됩니다!”소태유는 도망치려 했지만 도망 칠 곳은 없었다. 그는 두 걸음도 떼지 못한 채로 주민들의 공격에 의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는 손과 발이 묶인 상태로 화장대 위로 던져졌다.곧이어 그와 같이 행동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씩 화장대 위로 던져졌다. 족장까지 포함해서 총 8명이었다. 8명이 ‘궤문증계획’에 참여하여 부락에 불행을 불러왔다.족장은 거짓된 소문을 퍼뜨리며 주민들을 지옥불로 죽게 했고, 관광객들을 통해 큰돈을 손에 넣었다.그렇게 그들의 모든 음모는 강책에 의해 폭로되었다. 그는 마스터인 척 연기를 하며 주민들의 궤문증을 치료해 주었고, 그와 동시에 족장의 죄를 만천하
주민들은 강책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며 선물을 받아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그제야 자신의 ‘진짜 목적’을 드러냈다. 그는 헛기침을 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실 제가 꼭 필요로 하는 것이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여러분들을 도운 이유도 여기에 있고요.” 주민들은 그의 솔직한 발언에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실, 그들에게는 신앙 하나가 있었다. 도와준 사람에게는 무조건 최선을 다해 보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당신은 저희의 은인이십니다. 뭐든 말씀해 주세요.”“말씀만 하시면 저희가 최선을 다해 얻어 오겠습니다.”“생명을 바쳐서라도 드리겠습니다.”강책은 미소를 지었다.“아니요. 여러분들의 목숨까지 내세울 필요는 없습니다.”곧이어 그는 화장대를 가리키며 대답했다.“제가 원하는 건, 저 성화입니다. 이에 주민분들께 양해를 구합니다.”그의 부락의 주민들은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 성화를 남에게 주지 않는 것이 부락의 규칙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강책에게는 큰 은혜를 빚졌고 그의 요구를 무시하는 것은 그들의 신앙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일이었다.한 주민이 나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성화가 존재하는 이유는 저희의 신앙을 지지해 주기 위함입니다. 당신은 저희를 살려준 은인입니다. 은인에게 성화의 일부분을 나눠주는 것은 저희의 신앙을 나누어주는 것과 같은 것이니, 가져가셔도 좋습니다.”다른 사람들 모두 그의 의견에 하나 둘 씩 동의를 표했다. 이때, 물고기자리와 장유나가 서로를 바라보며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방금 전 제일 먼저 나서 큰 소리로 말한 주민은 강책이 찾은 ‘연기자’였다.강책도 성화가 부락의 성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부락을 도와줬다고 해도 성화를 가져가기에는 쉽지 않았다. 그들은 또 다른 대책을 세워 인파 속에 ‘보험’을 심어 넣은 것이다.‘연기자’는 부락 주민으로 꾸미며 기회를 노리다가 강책의 신호 하에 방금 전 그 말을 뱉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강책은 주민들의 동의를 얻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