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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34화

주민들은 강책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며 선물을 받아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그제야 자신의 ‘진짜 목적’을 드러냈다. 그는 헛기침을 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제가 꼭 필요로 하는 것이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여러분들을 도운 이유도 여기에 있고요.”

주민들은 그의 솔직한 발언에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실, 그들에게는 신앙 하나가 있었다. 도와준 사람에게는 무조건 최선을 다해 보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신은 저희의 은인이십니다. 뭐든 말씀해 주세요.”

“말씀만 하시면 저희가 최선을 다해 얻어 오겠습니다.”

“생명을 바쳐서라도 드리겠습니다.”

강책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요. 여러분들의 목숨까지 내세울 필요는 없습니다.”

곧이어 그는 화장대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제가 원하는 건, 저 성화입니다. 이에 주민분들께 양해를 구합니다.”

그의 부락의 주민들은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 성화를 남에게 주지 않는 것이 부락의 규칙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강책에게는 큰 은혜를 빚졌고 그의 요구를 무시하는 것은 그들의 신앙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일이었다.

한 주민이 나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

“성화가 존재하는 이유는 저희의 신앙을 지지해 주기 위함입니다. 당신은 저희를 살려준 은인입니다. 은인에게 성화의 일부분을 나눠주는 것은 저희의 신앙을 나누어주는 것과 같은 것이니,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다른 사람들 모두 그의 의견에 하나 둘 씩 동의를 표했다. 이때, 물고기자리와 장유나가 서로를 바라보며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방금 전 제일 먼저 나서 큰 소리로 말한 주민은 강책이 찾은 ‘연기자’였다.

강책도 성화가 부락의 성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부락을 도와줬다고 해도 성화를 가져가기에는 쉽지 않았다. 그들은 또 다른 대책을 세워 인파 속에 ‘보험’을 심어 넣은 것이다.

‘연기자’는 부락 주민으로 꾸미며 기회를 노리다가 강책의 신호 하에 방금 전 그 말을 뱉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강책은 주민들의 동의를 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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