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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29화

죽음을 앞둔 노인의 입을 열기란 쉽지 않다. 돈과 권력을 이용해 유혹하는 방법은 앞서 찾아 온 사람들도 써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강책은 정기영을 보고 순간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의 의술은 정기영이 가지고 있는 병증 이외에도 일반인 눈엔 보이지 않는 증상을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정기영에 몸에는 다름아닌 얼룩무늬가 있었다! 사실 노인의 몸에 얼룩 무늬가 생기는 건 정상적인 일이다. 특히 정기영은 여러 질병을 겪었고, 여러 흉터가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강책이 본 얼룩무늬는 일반 얼룩무늬가 아니라 서심산에 중독 된 뒤 나타나는 증상이 확실했다. 그는 강남구에 있었을 때 부터 여러 사람들의 몸에서 비슷한 무늬를 본 적이 있다. 어쩌면 정기영도 서심산에 중독되어 신태열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선생님, 혹시 서심산을 복용하신 겁니까?”

‘서심산’ 이라는 세 글자를 듣자 정기영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서심산? 신태열이 연산시를 통제한 그 ‘보배’ 말하는 거죠? 허허, 그건 쓰레기입니다. 그걸로 나를 조종하려 했지만, 되지도 않는 소리!”

강책이 눈살을 찌푸렸다. 서심산을 복용하지 않았지만 정기영 몸의 얼룩무늬는 서심산에 중독된 것과 비슷하다. 만약 중독이 되었다고 해도 현재 아무런 가치도 없는 사람에게 신태열이 매달 해독제를 가져올 수도 없는 노릇아닌가. 또 해독제가 없으면 82세까지 살 수도 없다. 그렇다면 얼룩무늬는 어떻게 된 일인가.

이때, 정기영이 강책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젊은이, 그만 가세요. 연산시를 정복하겠다는 헛된 꿈은 접으세요. 여긴 다른 지역과 달라요, 물이 깊을 겁니다.”

죽기 전에 내뱉은 말은 그저 착한 말 일까 아니면 정기영의 마지막 유언일까. 그는 말을 끝내고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강책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물고기자리, 의사 불러줘. 선생님이 돌아가셨어.”

물고기자리는 아무말 하지 않고 의사를 찾으러 자리를 떴다. 마지막으로 강책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기영의 시체에 허리를 숙였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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