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차선생님, 이건 불가능합니다. 전 이미 결혼까지 한 유부남이고, 곧 있으면 아이아빠가 될 사람입니다. 제가 어떻게 다시 결혼을 하겠습니까?” 차정민은 코웃음을 쳤다.“그건 그쪽 사정이고, 만약 제 딸과 결혼하지 않는다면 소나무잔나비버섯은 절대로 가져갈 수 없을 겁니다.” 앞 두 단계에서 너무 순조롭다가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차정민이 옆에서 “아 그리고, 제 딸이 그쪽을 마음에 들지 않아해도 버섯을 가져갈 생각은 버려야할겁니다.” 라고 말했다. 그는 손가락을 치며 집사를 불렀다.“아가씨 좀 불러와줘, 이번에 골라준 사람은 어떤지 한 번 봐달라고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집사는 계단으로 올라가 아가씨를 불렀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강책의 안색은 여전히 나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 한명, 여자 한명이 같이 내려왔다. 남자는 안경을 썼고, 여자는 분홍색 원피스를 입었다.“제 아들과 딸 입니다. 아들 차민수, 딸 차수진!” 예전에 있었던 경험을 토대로 차정민은 자신의 소개가 끝나면 자신의 딸 차수진이 찾아온 사람에게 욕설과 수치심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차수진은 욕도 하지 않고 오히려 강책과 눈을 계속 마주쳤다.두 사람이 주고 받는 눈빛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차정민은 서로가 한눈에 반한 줄 알고 기뻐했다. 하지만 그의 기쁨도 차수진의 말 때문에 오래가지 못했다.“아빠, 저 사람이 아빠가 찾아오신 사람이에요?” “어떠냐?” “아빠, 제가 그 얘기 해드렸던 거 기억하세요? 제가 어떤 개자식한테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창피를 당했었다고요.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되면 그 개자식을 사방팔방으로 찢겨 놓겠다고 말씀 드렸죠.” “응, 기억해.” “그럼 제 방식 대로 할게요.”차수진이 강책을 가리키고는 집사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저 개자식을 산산조각 내서 개 밥으로 주세요!” 순간 차정민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차정민은 강책의 ‘수라군신’ 이라는 말에 귀 기울였다. 그는 존재만 알 뿐, 그런 위대한 사람이 자신의 앞에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당신이...수라군신이라고요?” 강책이 웃으며 답했다.“증명이라도 떼서 가져다 드릴 수 있습니다.” “아니요 아니요, 괜찮습니다.”차정민은 자신의 고민이 해결 될 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기뻐했다. 이어서 주위를 둘러보고는 속삭였다.“저희 자리를 옮길까요? 저와 함께 서재로 가시죠.” 강책과 양자리는 차정민을 따라 서재로 자리를 옮겼다. 차정민은 서재의 문을 잠구었다. 안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해도 밖에서 전혀 들리지 않을 만큼 방음이 좋았다. 차정민은 두 사람에게 자리를 안내한 뒤 말했다.“강선생님, 사실 제가 난처한 일에 처해서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강책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네, 말씀하시죠.” 라며 말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드려야 할까요? 음.. 강선생님께서는 저희 차씨 집안이 왜 운령산의 수호자 또는 감시자라고 불리우는 지 아십니까?” “글쎄요.” “사실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운령산의 가장 큰 산맥인 와룡 산맥이 제 차씨 집안의 소유이기 때문입니다!”거대한 산맥을 소유하는 집안은 흔치 않았다. 차정민이 다시 말을 이었다.“운령산은 안개가 자주 나타나서 장기가 많습니다. 자칫하다 잘못하면 생명에 위험이 갈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위험을 와룡 산맥이 잡아주고 있는 거지요. 그 산맥은 ‘폐’ 와도 같습니다. 운령산에게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주면서 장기를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운령산의 공기 정화 시스템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희 차씨 집안은 최선을 다해 산맥을 관리하고 있어요. 그래야 운령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이번에 저희 집안에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요 몇년 사이 운령산의 자원을 사고 싶어하는 상인들이 많아졌어요. 그 중 자원이 제일 풍부한 와룡 산맥을 노리고 있습니다. 조상부터 관리를 잘한 덕에
양자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와룡 산맥은 차씨 집안의 소유이고, 차씨 집안이 반대를 하면 상인들은 건드리지 못하는 거 아닙니까? 만약 몰래 산 안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면 정부에 접근금지령을 요청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양자리의 질문에 차정민이 고개를 저었다.“맞습니다. 저 차정민이 허락만 하지 않으면 그럴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요. 말씀대로 정부와 손잡고 행동하면 되는 겁니다. 하지만, 이게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강책이 눈살을 찌푸리고는 “무슨 뜻입니까?” 라며 물었다. 이어서 차정민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저희 차씨 집안은 규칙이 있습니다. 매 가주의 나이가 60살이 되는 해에는 가주자리를 후대에 물려줘야 하는 겁니다. 저 차정민은 이번 해에 벌써 59살입니다. 내년이면 내려가고 싶지 않아도 내려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강책이 질문을 던졌다.“자리를 선생님의 아들인 차민수씨에게 주시면 되는 일 아닙니까. 선생님의 뜻을 따라 차민수씨가 계속 상인으로부터 산맥을 보호하면 되지 않습니까.” “저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그애의 생각은 다르더군요. 민수 그 애는 운령산의 산맥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경성같은 화려한 큰 도시를 오히려 더 동경하고 있어요. 민수는 제 생각을 바꾸기 위해 저한테 설득도 했어요. 산맥을 팔아 돈을 받고, 경성에서 지내면서 더 이상의 잡일은 생각하지 말자고 말이죠. 그래서 저는 이 자리를 쉽게 내어줄 수가 없어요, 제가 이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면 순식간에 산맥을 팔아 그 돈으로 경성으로 도망갈 수 있는 애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운령산, 운령산에 사는 시민들 그리고 대대손손 지켜온 재산은 어떻게 될까요?” 강책은 그제서야 차정민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아챘다. 유일하게 가주를 넘겨줄 수 있는 아들이 자신의 적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금 시대에 조상이 남겨준 재산과 뜻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게다가 시골 촌보다는 도시를 좋아하
차정민은 예상외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의 말대로 강책의 재력과 인맥을 사용하면 산맥을 지키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와룡 산맥을 강책에게 넘겨준다면 차정민이 원하는 대로 ‘영원한 보호’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망설였다. 강책이 “저를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라며 물었다. 차정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저한테 팔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제가 받게 된다면 ‘발굴 금지’ 조건과 함께 와룡 산맥을 바로 정부에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정부는 믿으시겠지요? 그러니 걱정하실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차정민은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강책이 내민 두 가지 해결방안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강책은 차정민의 마음을 알아채고는 다시 말을 꺼냈다.“차선생님, 그래도 와룡 산맥은 차씨 집안이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으신 거지요?” 차정민이 한숨을 내쉬었다.“정확히 꿰뚫어보셨습니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저는 저희 차씨 집안이 와룡 산맥을 보호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그 이유도 간단합니다, 이 산맥덕에 저희가 먹고, 쓸 수 있는 상황이라서 그렇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 산맥의 자원이 풍부하여 계획적으로 발굴하면 환경도 지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맥을 보호하는 작용도 있습니다. 발굴한 자원은 높은 수익을 자랑합니다. 저희 집안이 갑부가 된것은 모두 산맥에서 나온 자원 덕분이지요. 하지만 만약 이 산맥을 팔게 된다면 저희 집안에게 남는 건 결국 아무것도 없게 될겁니다.” 차씨 집안의 위대함은 모두 와룡산맥의 풍부한 자원에서 나온다. 산맥을 보호하는 이유도 조상의 뜻을 이어 받는 동시에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다. 그래서 차정민은 차씨 집안의 미래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기부하는 게 아닌 자신이 보호하면서 ‘사윗감’ 이라는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 강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도 상황은 대충 이해했습니다.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정부와 연락해서 와룡 산맥의 보호를 더 강화하는 겁니다. 하지만 산맥을 보호하면서 차씨 집안의 소유로 지
차민수가 술잔을 들고 있다. 그리고는 답답한 마음에 술을 들이켰다. 방 안에는 7-8명의 남자도 있다. 모두 대기업, 단체들의 책임자로 와룡산맥을 노리고 있는 상인이였다. 운령산에서 오래 지내온 사람들 이였기에 자원 발굴은 이미 거의 수없이 한 사람들이였다. 아쉬운 점은 자원이 풍부한 와룡 산맥을 차정민이 꽉 물고 놓아주지 않는 것이다. 이 모임은 골드제약의 회장 노영진이 만든 ‘상인동맹’ 이다. 노영진은 오랫동안 차정민을 찾아 상의했지만 항상 돌아오는 건 욕 뿐이였다. 1000억을 내어 구매하겠다고 해도 차정민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희망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순간, 그의 앞에 차민수가 나타난 것이다. 차민수는 자신의 아버지 차정민과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차민수는 이런 시골 촌을 극도로 싫어했다.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산을 지키는 것도 원하지 않기에 자신의 아버지가 노영진에게 산을 팔기를 기도했다. 1000억을 들고 경성으로 간 뒤, 회사를 차리고 대도시의 생활을 즐기며 사는 것이 그의 바램이였다. 차민수는 차정민의 나이가 60살에 도달했을 때쯤, 자신이 가주를 이어받게 되면 산의 소유권은 자신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기뻐했다. 하지만 눈치 빠른 차정민은 차민수의 생각을 꿰뚫어 보고는 다른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인 것이다. 차민수는 술로 마음을 달랬다. 노영진이 술을 한입 마셨다.“민수씨, 보아하니 아버지가 당신에 대한 믿음이 전혀 없던데? 그래서 지금 온 곳에서 사위를 찾고 있다고 하잖아. 외부인한테 줘도 너한테 줄 생각은 없는 거지. 쯧쯧쯧 , 이게 무슨 가족이야?” 말을 들은 차민수가 술을 끝까지 들이켰다.“아버지 진짜 미친 거에요! 무슨 조상이 남긴 재산을 다른 외부인 한테 주려는 겁니까? 진짜 이해가 안돼요.” “화나도 어쩔 수 없어. 만약 그때 되서 딱 좋은 사윗감이라도 나타나면 그 가주 자리는 그 사위한테로 넘어가겠지. 우리 상인동맹은 와룡 산맥도 못얻고, 너도 경성 근처는 얼씬도 못하지. 배 안 굶는 게 어디야.”
차민수 깜짝 놀라 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네? 영진이 형, 이렇게 독한 술은 왜 꺼냈어요?”노영진은 웃으며 말했다. “네가 방금 차정민 죽인다고 하지 않았어?”차민수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거렸다. “그건 순간 화가 나서 한 말이죠. 어떻게 진짜 죽일 수 있겠어요? 제가 어떻게 제 아버지를 죽여요? 형, 미쳤어요?”“하하, 네 말도 맞아. 그런데...” 노영진은 잠시 고민하고 말했다. “차정민이 살아 있는 한 계속 사위를 찾을 거야. 그런데 차정민이 죽으면 가주 자리는 자연스레 하나뿐인 아들인 너한테 넘어가게 되어있지. 그럼 와룡 산맥의 결정권은 너한테 있는 거야. 네가 와룡 산맥을 우리한테 팔면 너는 그 돈으로 먹고 즐기면 되고, 우리는 산맥을 얻어서 채굴하면 되니까 서로가 윈윈이지.”차민수는 노영진의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노용진은 큰돈을 벌어 이 시골을 떠나 대도시로 가서 살기를 갈망했다. 돈, 노영진은 돈을 원한다!“안 돼요.” 차민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예요. 저는 절대 아버지를 죽일 수 없어요. 게다가 살인은 범죄예요. 아버지를 죽이면 분명히 사형에 처할 텐데, 어떻게 가주 자리를 물려 받을 수 있어요? 아버지를 죽이는 건 너무 어리석은 짓이에요.”노영진은 피식하고 웃었다. 노영진은 차민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다른 사람이 죽이면 되잖아?”이게 무슨 뜻이지?차민수는 매우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노영진을 쳐다봤다. 노영진은 차민수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혼자 곰곰이 생각해 봐. 우리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 볼게.”잠시 후, 노영진과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고 혼자 남겨진 차민수는 방금 전에 노영진이 했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 뜻이지?차민수는 괴로움에 빠져 술을 한잔 마셨다. 날이 밝았다. 술에 잔뜩 취한 차민수는 와인병을 손에 들고 비틀거리며 집으로 향했다. 그 시각, 차수진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있었다. 차수진은 아침에 배가 고파서 잠에서 깼다. 어제저녁에 강책이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아.”차수진은 자기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차민수는 웃으며 와인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와인은 내가 특별히 주는 거야. 이따가 아버지 얼어나시면 아침밥 차려드리고 와인도 드려. 절대 내가 가져왔다고 하지 말고, 네가 샀다고 해.”“내가 샀다고 하라고?”차민수는 한 마디 덧붙여 말했다. “응, 네가 샀다고 해. 그래야 아버지가 감동해서 화가 풀리실 거야. 가족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 이제 더 이상 아버지랑 다투지 마.”차수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알겠어.”“그럼 난 올라가서 씻고 쉴게. 내가 만들어 준 기회 망치지 말고 아버지랑 이야기 잘 해봐.”“알겠어. 내가 무슨 세 살짜리 얘도 아니고.”차민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가기 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차수진을 쳐다봤다. 차수진은 알 수 없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한 시간 후, 집안 식구들이 모두 일어났다. 차정민이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차수진은 식탁에 젓가락과 숟가락을 놓고 아침밥 준비를 했다. 차수진은 쭈뼛거리며 말했다. “아버지, 제가 아침 준비했으니 와서 드세요.”“음...”차정민도 의외였다.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항상 자기 마음대로 굴던 차수진이 아침밥을 준비하다니?차정민은 속으로 매우 기뻤다. 차정민은 자리에 앉아 차수진이 차려준 아침밥을 먹었다. “음, 맛있네.”차수진은 말했다. “아버지, 얼마 전에는 제가 죄송해요. 아버지한테 그렇게 대들면 안 됐었는데... 오늘 아침밥은 사과의 의미로 받아주시면 안 될까요?”차민수는 웃으며 말했다. “흥, 한 끼로 잘못을 만회하려고?”차수진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네? 아버지, 전부 제 잘못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가 아버지한테 제 신랑감 찾아 달라고 했어요? 마치 제가 시집 못 가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에요.”“아휴...” 차정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도 이 아버지가 왜 그런지 알잖아.”“알죠. 아버지가 아끼는 와룡 산맥 때문 아니에요? 저를 상품처럼
차정민은 테이블 위에 있는 와인 잔을 들어 강책을 향해 흔들며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이 와인은 저만 마실 수 있겠네요.”옆에 있던 차수진은 얼굴을 찌푸리고 강책을 쳐다봤다. 강책은 그저 웃으며 한쪽에 앉아 아침을 기다렸다. 차정민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입술을 핥았다. “음, 정말 좋은 와인이구나. 정말 맛있어. 수진아, 네가 네가 사 온 와인 맛이 너무 좋구나. 아버지는 원래...”차정민은 말을 하다 갑자기 명치 통증을 느껴 매우 괴로운 표정으로 명치를 부여잡았다. 차정민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차수진은 말했다. “아버지, 왜 그러세요?” 차정민은 그냥 배가 조금 아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차정민의 상태는 점점 심각해지자 식은땀을 흘리며 너무 아파서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 얼굴과 몸의 피부 색깔도 변하기 시작했다. 차정민의 얼굴은 금방 새파랗게 질렸다. 그리고 마치 뭔가를 바른 듯 이상하게 변했다. “아버지! 왜 그러세요? 장난치지 마세요.”차수진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차정민을 기쁘게 해주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된 걸까?강책은 차수진의 고함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강책은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의 상황을 보니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상태가 안 좋아요!”강책은 쏜살같이 달려가 차정민의 맥박을 짚었다. 차수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강책에게 물었다. “저희 아버지 왜 그러는 거예요?”강책은 차수진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은침을 꺼냈다. 하지만 침을 놓기도 전에 차정민은 피를 토했다. 식탁 위에는 온통 차정민의 피로 물들었다. 출혈량이 어마 무시했다.게다가 차수진의 몸에도 피가 튀었다. 차수진은 본인의 몸에 묻은 피를 보고 넋을 잃었다. 침을 들고 있던 강책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강책은 차정민의 목숨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강책의 의술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이미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다.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것은 의술이 아닌, 선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