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책은 로라의 말에 당황했다.“그 말씀은 로형민을 상대하라는 겁니까? 로라 씨는 로형민이 범인이라는 것을 안 믿잖아요, 이렇게 되면 말의 앞뒤가 다른데요?” 로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진범이 자신의 오빠라는 것을 믿고 싶지 않지만 지금까지 나온 모든 증거는 진범이 로형민이라는 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실 로라는 로형민을 절벽까지 몰아서라도 진실을 듣고 싶었다. 독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이번 기회를 통해서 오빠를 궁지로 몰 생각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진실을 이야기해주겠죠.” 강책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제가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의 보답이라고 생각해주시죠. 근데, 대안은 만들어 놓으신 겁니까? 자칫해서 그쪽까지 피해를 입으면 안될텐데요.” 로라는 헛웃음을 짓고는 “걱정하지 마세요. 그쪽이 입는 손해는 없을 겁니다.” 라며 말했다. 곧이어 자신의 대안을 강책에게 일일이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강책의 마음은 썩 좋지 않았다. 오히려 로라가 막대한 손해를 입기 때문이었다. “진짜로 이렇게 하실 생각인겁니까?” “네. 제가 위험에 빠져야만 오빠의 생각을 알 수 있어요. 어렸을 때, 독사로부터 저를 구해준 것 처럼요.” “어렸을 때요?” 로라는 고개를 돌리고는 다시 말을 꺼냈다.“그건 그쪽이랑은 상관 없는 이야기에요. 당신은 그냥 제 연기에 맞춰주면 되는 겁니다.” “네, 그래요.”두 사람은 마지막 대화를 나눈 뒤, 강책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는 조연진과 함께 식사를 즐겼다. 조연진은 호기심이 발동했다. “강 선생님, 로라언니가 무슨 말 했어요? 위험하다고 하던데, 진짜에요?” 강책은 그녀의 질문에 미소를 짓고는 윗 층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위험하지 않습니다. 지금 제일 위험한 건, 제가 아니라 로라 씨에요.” “네?”조연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로라 언니는 불쌍한 사람이에요, 차가워보이지만 마음 속은 외로움 잘 타는 사람이에요. 강 선생님, 로라 언니 도와주시면 안
순간, 집 안 전체가 얼음장 분위기로 변했다. 조연진의 예상치 못한 큰 소리에 로라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조연진도 방금 전 자신이 내뱉은 말을 떠올리며 민망해했다. 두 사람은 강책을 서로 밀어주기 바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강책이 자신의 곁에 붙기를 원했다. 그 중, 제일 민망한 사람은 다름 아닌 강책이였다. 두 여자의 다툼의 원인이 자신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책은 헛기침을 하고는 “저..회사에 일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라며 말했다. 이때, 로라와 조연진이 이구동성으로 “밥은 먹고 가요.” 라며 그를 말렸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고는 눈치를 챘다. 로라가 아무리 강책을 미워한다고 한들, 강한 남자를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 강책에게 항복을 하면 할수록 그에게 대한 존경심은 더욱 높아졌다. 게다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함으로 강책이란 남자는 손색이 없었다. 사실 로라는 자신도 모르게 강책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강책은 두 사람의 저지에 다시 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는 밥을 먹었다. 수라군신이라고 할지여도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식사자리가 끝나고 밤 10시가 다 넘었지만 두 사람 모두 강책을 보내지 않았다. 떠들썩하지도 않았지만 오히려 조연진과 로라는 더 편한 마음이 들었다. 강책과 같이 있기만 해도 외로움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강책은 그 다음 날 조연진의 별장에서 아침을 먹고 나서야 다시 모리 하이테크로 돌아 갈 수 있었다. 사무실로 들어가자마자 뒤에서 정단의 의미심장한 말투가 들려왔다.“아이고, 돌아오셨네요? 저녁 밥만 드시고 오시겠다고 하시더니 하룻 밤 지내고 오셨네요? 밥이랑 잠자리 까지 모두 해결하시고 오시다니요, 강남구에 있는 사모님한테는 어떻게 말씀 하실 건데요?” 강책은 민망한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설명을 하고 싶어도 정단은 들으려고 하지 않는 눈치였다. 정단은 강책이 이미 조연진의 영역에 푹 빠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강책이 무슨 말
강책이 잠시 눈을 붙인 후, 기윤미가 곧바로 모리 하이테크로 찾아왔다. 기윤미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강 회장님, 오늘 제가 좋은 소식을 들고 왔습니다!” 요며칠동안 일어난 일이 많았기에 희소식이라는 말에 강책도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무슨 소식이시길래 아침부터 오셔서 말씀해주시는 겁니까?” 기윤미는 데이터 분석표를 꺼내 부하를 통해 강책에게 넘겨주었다. “들어온 광고회사들의 투자 데이터에요. 약속대로 돈을 전해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어때요, 좋은 소식이죠?” 돈 받는 것 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게다가 강책은 돈이 필요했기에 딱 좋은 타이밍에 기윤미가 돈을 전해주러 온 것이다. 강책은 서류를 꺼내 살폈다. ‘10억’ 이라는 돈이 적혀져 있었다. 막대한 숫자를 바라보며 강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이 짧은 시간에 10억이라는 이익분배를 받을 수 있었던 것 보면 프로그램이 아주 좋은 홍보가 되었겠어요. 계속 하다보면 이익이 더 높아 질겁니다.” “당연하죠, 모두 강 회장님 덕분이에요. 회장님께서 자객열전을 처리해주시고 나니까 광고사에서도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투자를 해주더라고요.” 이어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도중, 강 씨 집안의 강예리가 도착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 기윤미와 마찬가지로 환한 표정을 지으며 “강 회장님, 제가 희소식을 들고 왔습니다.” 라고 말했다. 아침부터 좋은 일들이 연속으로 생기자 강책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강예리는 기윤미를 발견하고는 다가가서 악수를 청했다.“아이고, 기윤미 씨도 계셨네요.” “저도 온 지 얼마 안됐습니다. 강여사님께서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아 강 회장님께 좋은 소식을 알려주러 오신 것 이겠지요?” “네 그렇습니다!”곧이어 강예리가 서류를 꺼내 강책에게 건네었다.“강 회장님, 강 회장님의 리바이탈라 크림의 후기가 매우 좋습니다. 그 덕분에 제품을 올리자마자 완품됐어요. 지금 저희 쪽에서는 야근까지 해가면서 제작 작업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만약 로형민이 직접 밝히지 않았다면 한승재가 그의 부하라는 것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공개적으로 한승재는 한광 하이테크의 소지인이지만, 사실상 그는 대리 소지인으로 한광 하이테크의 진정한 소지인은 로형민이다. 한승재는 오랜 시간동안 로형민의 지시대로 항상 긍정적이고, 선한 영향을 펼쳤다. 사실 모두 이미지메이킹으로 로형민에게 막대한 이점을 가져다 주기 위함이였다. 로형민은 이번에도 같은 방법으로 한승재의 이미지를 이용해 강책에게 미끼를 던지려고 준비를 한 것이다. 하지만 여동생인 로라가 자신을 배신해 강책에게 이 모든 걸 알렸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드디어 온건가?” 강책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윤미와 강예리에게 공손히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다른 손님이 와서 마중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강책은 사무실에서 나와 대기실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한승재의 모습이 보였다. 상대의 속셈을 알고 있지만 미소를 지어 로라의 지시대로 환영하는 연기를 펼쳤다.“한 선생님, 어떻게 저희 모리 하이테크를 방문해 주셨습니까?” 한승재는 손을 모아 강책에게 인사를 하고는 “강 회장님, 통보도 없이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온 게 아닌가 싶어 죄송스럽습니다. 회장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해서 무작정 달려왔습니다. 넓은 아량으로 베풀어 주십시오.” 라며 말했다. 강책은 손을 저으면서 “아닙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말씀 해주시죠.” 라고 답했다. 이어서 한승재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 회장님께서 저희 한광 하이테크를 매수해주십시오.” 한승재의 부탁에 강책의 눈살이 자연스럽게 찌푸려졌다. 그는 대기실의 문을 잠구고는 한승재의 옆 자리에 앉아 물었다.“한 회장님, 지금 저랑 장난 하시는 겁니까?” “장난이라니요, 진지하게 말씀 드리는 겁니다!”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알기론 한광 하이테크는 경성에서 대기업이라고 불릴 정도의 큰 규모를 가진 회사로,
강책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 다는 표정을 하며 다시 물었다.“그래도 한광 하이테크 같은 우수한 회사를 매수하려는 사람이 저 말고도 다른 사람이 있을 텐데요?” 한승재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네, 그렇습니다. 지금 많은 회사들이 저희 회사를 매수하려고 온갖 방법을 써가면서 저희 회사 내부 상황을 파악한 뒤에 가격을 깎으면서 매수하려고 달려들고 있어요. 제일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그 사람들은 기술의 ‘기’ 자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강 회장님도 아무것도 모르는 외문한 기업에게 자신의 회사를 넘겨 주지는 않으실 거 아닙니까? 한광 하이테크의 신뢰는 제가 어렵게 쌓아온 것입니다, 지금까지 출시한 제품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이 회사가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한테 매수당해서 오로지 돈의 도구로만 쓰이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 한승재는 진심 가득한 눈빛으로 강책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강 회장님, 경성에서 기술 업계라고 하면 모리 하이테크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게 오늘 제가 찾아와서 매수를 부탁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한광 하이테크는 이제 더 이상 가망이 없으니, 다른 회사를 찾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강 회장님이 계신 모리 하이테크면 소원이 없습니다.” 한승재의 성실한 답변에는 전혀 꿍꿍이가 없어 보였다. 만약 평범한 사람이였다면 큰 감동을 얻었을 것이다. 특히 강책처럼 마음이 여리고, 열정적인 사람이라면 더욱 더 도울 것이다. 강책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답했다.“네, 제가 매수하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지금 한광 하이테크의 시장가치가 어느정도 되는 지 잘 모릅니다. 사실 저희 모리 하이테크도 도가집안을 벗어나기 위해 배상을 많이 한터라 큰 돈이 있는 건 아닙니다.” 한승재는 계산을 하고는 “만약 지금 시가라면 50억 정도 됩니다.” 라며 답했다. 강책은 마음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절묘한 타이밍이였다. 도국영에게 30억을 받고, 아침에 조가집안과 강 씨 집안에 각각 10억을 받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서 강예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강 회장님께서 돈이 많이 급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사실 한광 하이테크를 매수하려 급하게 준비 중에 있습니다. 그래서 50억이 필요한 거고요.” 강예리는 깜짝 놀라고는 “한광 하이테크는 꾸준하게 높은 이익을 유지하고 있는 회사에요, 근데 매수를 한다고요? 문제 있는 거 아닙니까?” 라며 물었다. 옆에 있던 기윤미가 “강 회장님, 조심하세요.” 라며 말했다. 강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걱정 마세요, 별 일 없을 겁니다.” 한편, 한승재가 돌아가는 길에 로형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회장님. 성공했습니다! 강책 그 놈 바보같이 한번에 걸리던데요? 한광 하이테크가 정말로 파산 위기인 줄 아는 것 같아요.” 전화기 너머로 로형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계약하기로 한거야?” “네, 내일 한광 하이테크로 와서 계약서에 사인 하기로 했습니다. 회장님 말씀처럼 시가 50억으로, 강책이 딱 맞출 수 있는 숫자로 불렀어요. 아마 속으로는 기뻐하고 있겠죠? 자기가 파놓은 함정에 빠진 줄도 모르고 말이죠, 하하하하!” “잘했어, 하지만 끝까지 긴장을 놓치 말아야 할거야. 그리고 강책 그 놈은 그렇게 쉬운 놈이 아니야. 아직 정식으로 계약하기 전에는 확실하지 않아.” “저도 알고 있습니다! 내일 끝까지 연기해서 강책이 계약서에 사인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좋은 소식 기다릴게.”통화가 끝나고 로형민의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곧이어 기쁜 마음으로 담배를 피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때, 로라가 다가왔다.“오빠, 무슨 좋은 일 있어?” “계획이 아주 순조로워, 강책이 내일 의향 계약서에 사인하러 온데. 이제 미끼 한번 물면 절대로 빠져나오지 못할거야!” 로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책 그 새끼가 유사와 아버지를 죽이더니 이제 우리 남매 손으로 직접 복수를 할 수 있겠어. 때가 되면 실컷 괴롭힐 수 있겠어.” 라며 답했다. 로라의 반응에 로형민
한승재는 한광 하이테크의 현상황에 대해 소개했고, 시장가치를 계산하며 50억이라는 수치를 내놓았다. 이어서 한승재는 의향 계약서를 가져와 강책에게 보여주었다. 매 문장마다 한승재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계약서에서는 조금의 가식도 보이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이라면 분명히 속아 넘어갔을 것이다. 강책은 계약서를 살피고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한 회장님께서는 정말 믿음직스러운 파트너입니다. 걱정 하지마세요, 한광 하이테크를 매수하게 되어도 회장님께서는 여전히 한광을 지키고 계시게 될겁니다.” 한승재는 감동한 표정을 짓고는 “강 회장님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라며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의향 계약서 작성이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법적 규정으로 강책은 시가의 5분의 1인 10억을 계약금으로 선불해야하며, 매수 절차에 따라 2주 안으로 남은 돈을 지불해야한다. 2주라는 시간동안 매수를 원하지 않는다면 계약 파기가 가능하지만 계약금은 환불이 불가능하다. 계약 기간 동안 한광 하이테크는 강책에 맞춰 절차를 진행해야하며, 다른 어떠한 회사에게도 매수건을 넘길 수는 없게 된다. “베르 하이테크로 한광 하이테크를 매수하겠습니다.” 한승재는 처음 듣는 회사에 잠시 멈칫했다.“잠시만요. 회장님, 베르 하이테크라면 어떤 회사인지요? 모리 하이테크가 매수하는 거 아니였습니까?” “모리 하이테크가 매수하는 거 맞습니다. 베르 하이테크는 모리 하이테크의 종속 기업입니다. 회사의 지분 또한 모두 제 명의입니다. 찾아보셔도 좋습니다.” 한승재는 “아, 그래요?” 라며 부하에게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결과, 베르 하이테크는 강책의 소유로 밝혀졌다. 한승재는 그제서야 마음을 놓았다. 모리 하이테크가 아니여도 크게 상관이 없었다. 모든 조사가 끝나고 한승재와 강책은 마지막 계약을 완료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서로의 지장을 찍었다. 이제 두 회사 모두 무작정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 한승재는 강책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악수를 청했다.“강
돈이 채워지니 일 실행도 훨씬 쉬워졌다. 사람들은 로형민의 지시대로 각자 분배받은 돈으로 한광 하이테크의 주식을 무작정 사들였다. 3일 이라는 짧은 시간내에 50억이라는 시가에서 80억까지 빠르게 올라갔다. 돈을 쓰면서 자신의 회사를 사는 것 같아보이지만, 사실 한승재는 대리 소지인으로 사실상 한광 하이테크의 회장은 로형민이기 때문이다. 한광 하이테크의 주식을 사들인다고 해도 한승재가 아닌 로형민의 주머니 안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어서 한광 하이테크의 시가는 오르고, 다시 돈을 나눠 똑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한광 하이테크의 주식을 사도록 지시했다. 즉, 로형민은 자신의 돈을 가지고 놀면서도 한광 하이테크의 시가가 올라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시가가 80억까지 오르고 곧이어 130억까지 도달했다. 열흘 뒤, 시가는 몇 배로 늘어나 200억까지 상승했다. 로형민은 사람들에게 들킬까 싶어 초반에는 부하들에게 주의를 줬지만, 후반에는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계속 돈을 굴렸다. 한 순간, 한광 하이테크의 시가는 업계에서 큰 뉴스가 되었다. 높은 가치를 자랑하고 있는 듯 하지만 사실상 다른 수단을 쓴 ‘빈털털이’ 라는 것은 모두가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리고 큰 돈을 들여 한광 하이테크를 매수하게 된다면 빠른 시일 안으로 주식이 바닥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100억이라는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이상, 다른 회사들은 그저 가만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리 하이테크는 달랐다. 강책은 이미 한광 하이테크에 대한 매수 의향 계약서에 사인을 한 상태였다. 만약 구매를 원하지 않는 다면 10억이라는 계약금은 환불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법적 다툼이 일어나게 된다면 규정 위반으로 법에 심판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성 같은 지역에서 무작정 계약을 파기하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 모리 하이테크는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곳도 없었다. 이번 매수로 인해 모리 하이테크는 또 한번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