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책은 자신의 스승이 ‘권력’이라는 것에 세뇌 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강책은 ‘신라군신’ 이라는 명칭만 빼면 아무런 권력도 없는 일반인에 불과했기에, 윤석현은 다른 사람을 새로 뽑아 권력의 중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였다. 결국 자신을 위해 애쓴 사람을 버리고, 가치가 사라지면 살해한다. 윤석현은 머지 않아 이영호를 죽일 것이다. 양자리가 물었다.“총수님, 죄송하지만 혹시 교관이 정말로 총수님을 건드리려고 한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강책은 자신의 스승을 죽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대로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것은 강책이 스타일이 아니였다. 강책은 다른 방법이 전혀 떠오르지 않아 복잡한 마음에 침묵을 유지했다. 그저 창 밖을 바라보며 “출발해.”라고 말할 뿐이였다. 적어도 지금까지 강책은 전혀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어쩌면 윤석현이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건드리지 않을 거라는 희망도 품었다. 한 편, 외각 도시의 호위대 통나무 집 안에서 윤석현이 차를 마시고 있다. 아내 안지영이 아무 것도 신지 않은 채로 그에게 다가와서 “끝났어요, 강책 갔어요.”라며 말했다. 윤석현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결과는?” 안지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실망할 거 아는데요, 이영호는 강책한테 완패했어요. 명성에서나 능력에서나, 강책의 상대가 아니잖아요.” 윤석현이 미소를 지었다.“당연한 결과잖아. 내가 왜 실망을 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로 다가갔다.“강책은 지금 제일 높은 자리에 있고, 이영호는 아직 상승세야. 같은 레벨이 아닌거지, 만약 지금의 이영호가 강책을 이긴다면 내가 그 녀석을 훈련 시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그냥 바로 선발에 나가라고 하면 되는거 잖아?” 안지영이 갸우뚱하며 “이영호가 질 줄 알았다면 왜 오늘 서로 만나게 한거에요?”라고 물었다. 윤석현은 깊은 뜻이 담긴 한마디를 건넸다.“이영호가 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 “네?” “이영호는 선천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적합
강책이 회사로 돌아오자 팀장 한명이 다가왔다.“회장님, 회장님의 제자라는 분이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강책은 자신에게 없는 제자가 찾아왔다는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이름이 뭐지?” “이름은 모지안, 늘 푸른 약국의 주인 아들이라고 합니다.”강책은 이름을 듣자 뇌리에 예전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경성에 금방 도착했을 때, 모리 하이테크의 약사선발에서 모지안을 알게 되었다. 당시에 강책은 거만한 그에게 혼을 내주었었다. 다행히도 모지안은 강책을 미워하지 않고, 그를 스승으로 섬겼다. 요근래에 강책이 아버지 강한비에 대한 일들을 처리하는 바람에 잠시 이 일을 잊었던 것이다. 게다가 강책은 제자를 받아드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만약 싸움이나 전투 쪽이면 당당하게 그의 스승이 될 수 있었지만, 신가 쪽에서도 완전한 의사가 되지 못했기에 의술 쪽에서 자신이 스승이 되기에는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강책의 기분은 나쁘기 그지 없었다. 자신의 스승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하고 복잡한 심경 이였다. 강책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모르는 사람이야.” 강책의 답은 매우 확실하게 모지안과의 사이를 끊어 버렸다. 하지만 팀장이 “하지만 모지안씨가 회장님을 만나기 전까지 회사를 떠나지 않겠다고 합니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 찾아왔다고 하는데요.” 라며 말했다. 강책은 인상을 계속 찌푸린 채로 아무 말 하지 않고 대기실로 향했다. 양자리도 인상을 쓰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 강책의 밑에서 몇 년동안 일한 덕에 강책의 성격을 잘 알 수 있었다. 지금 강책의 기분은 조금만 잘못하면 터질 가스통과 다름 없다. 하필 이럴 때, 모지안이 강책을 찾아와 자신이 강책의 ‘제자’ 라고 밝힌다는 점은 강책에게 미움을 살 행동이다. 양자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모지안이 눈치를 챙겼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대기실 문이 열리고, 강책이 들어왔다. 대기실 안에는 모지안이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의사에 앉아있었다. 그는 강책을
강책은 사무실로 돌아와 외투를 한 쪽에 벗어두었다. 이때, 새로운 비서 자리를 맡게 된 정단이 두꺼운 문서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오고는 탁자 위에 두었다.“강회장님, 다 처리해야하실 문서 입니다.” “그쪽에 둬요. 조금 있다가 볼게요.” “네.”정단이 나가려다 다시 말을 걸었다.“맞아요, 방금 전 모지안 이라는 젊은 애가 울면서 회사를 떠나던데,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있어나 봐요. 강회장님께서는 만나보셨어요?” 강책은 더욱 더 모지안에게 정이 떨어졌다. 정단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그 애도 참 불쌍해요. 아버지가 그 지경이 됬는데도 정신 차리고 온데간데 도움을 요청하고 있잖아요. 아이고.” 강책은 신경쓰지 않는 척 “아버지가 왜요?”라며 물었다. 정단은 눈을 크게 떴다.“모르세요?” “네, 몰라요.” “경성에 난리 났잖아요! 한 외국의사가 경성까지 와서 온 곳을 후비더니, 저희 나라 의사들을 다 욕했었어요. 모지안 아버지가 명의로 유명하신데, 저희 나라 대표로 나갔다가 크게 망신을 당했고 하지 뭡니까. 그리고 대결에서 져서 늘 푸른 약국의 간판도 떼어졌다고 했어요! 이것 뿐만 아니라 다른 의사들이 모지안 아버지를 위로해주기는 커녕 오히려 더 손가락질 하면서 아무 쓸모 없는 의사라고 욕하고 난리였어요, 그래서 모지안 아버지가 진짜 바다에 뛰어들어서 자살하려고 했다지 뭐에요. 다행히도 목숨은 부지 했는데, 정신이 나가서 몸도 크게 다쳤나봐요. 지금은 식물인간이라고 하더라고요.” 강책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모지안에게 이런 큰일이 있을거라고는 생각 조차 하지 못했다. 정단이 계속 말을 이었다.“아버지가 의식이 있을 때, 모지안은 모가의 명예을 다시 되찾고 싶은 거에요. 조상부터 전해져 온거니까요. 만약, 되찾지 못한다면 아버지라는 분은 죽어서도 눈 감고 못 죽으실 거에요. 그래서 여기저기에 구조를 요청하는 거겠죠. 돈도 갖다 받치고, 웃음도 팔면서 자기 아버지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거잖아요. 정말 불쌍해요. 근데, 지금
강책은 양자리를 힐끗 쳐다보더니 차갑게 말했다."이런 짓 안 해도 돼, 나는 잘못하고 나서 체면치레하는 사람은 아니니까."말을 마치자 그는 곧장 입구를 향해 걸어갔고, 양자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성질은 여전하시네."강책이 양자리와 떠나는 것을 보고 정단이 다급하게 물었다."아직 읽지 않은 서류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어딜 가는 거예요?!"양자리는 고개를 돌려 윙크를 한 번 하며 말했다."저희는 하늘을 대신해 정의를 행하러 가야 합니다. 그 서류들은 목양일에게 처리하게 하면 됩니다, 총수님께 보여드려도 어차피 목양일에게 던져질 거니까요."어두컴컴한 작은방 안에서, 서류를 수정하고 있는 목양일이 재채기를 했다. 그는 눈을 비비고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들을 보며 중얼거렸다."도대체 형님은 언제 오시는 거야? 이 서류 양은 침몽 하이테크의 3배가 넘는데, 더 이상 버틸 수가 없군!"그러나 그를 기다리는 것은 더 많은 서류들이었다. 반대편. 모지안은 자가용을 타고 돌아갔고, 집사는 모지안의 모습을 보고 일이 반드시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강책은 모리 하이테크의 회장인데 어떻게 몸을 굽혀 그들을 도와 이런 엉망진창인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당연한 결과였다. 더군다나 관계가 하나도 형성되어 있지 않은데 말이다. 모지안의 제자 신분도 억지로 끼워 넣었는데, 그는 전혀 몰라주니 이미 끝난 게임이었다. 모지안이 창문을 열자 찬바람이 자신의 얼굴에 스쳤고, 무력하고 절망적인 듯 물었다."신 아저씨, 우리 아버지는 지금 어떤가요?"집사 신원훈이 말했다."여전히 몸이 마비되어 의식이 흐려져 며칠 후면 완전히 의지를 잃고 식물인간이 될 것 같습니다.휴, 도련님, 아마 어르신께서 의식이 깨어 계실 때 모 씨 집안의 간판을 가져오시는 그 순간을 보여드릴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즉, 모지안의 아버지는 평생 이 한을 간직할 거라는 얘기이며, 죽음조차도 해결할 수 없다.여기까지 생각을 하자 모지안은 더욱 슬프고 절망적이었다
신원훈은 백미러로 모지안을 쳐다보며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그는 늘 푸른 약국에서도 수십 년 동안 일했고, 사장 모한철은 그에게 매우 잘해 주었으며 늘 푸른 약국이 이렇게 망가진 것을 보고 그도 마음으로부터 괴로움을 느꼈다.특히 이 일은 원래 늘 푸른 약국과는 별 상관이 없었으며, 모한철이 한국 의학계의 명성을 위해 싸운 것일 뿐이었다. "에휴……"신원훈도 덩달아 한숨을 쉬었다.비록 그는 세상의 험악함을 진작부터 잘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이런 일을 당하면 역시 슬픔을 면치는 못하는 것이다. 집에 다다르자, 신원훈이 차를 세웠다."도련님, 내리세요."신원훈이 말했다.모지안은 마음이 심란해서 차에서 내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은 하나도 못 했고, 원하는 조수도 한 명도 초대하지 못했다.늘 푸른 약국은 설마 이렇게 망하게 되는 것일까? 백년의 역사가 있는 가게와, 금가루로 쓴 간판이 이렇게 무너진다고? 모지안은 여기까지 생각하자 자신의 무능함을 느끼고 더욱 괴로워했고, 몇 번 더 한숨을 쉬고 나서야 그는 천천히 문을 열고 아주 심드렁하게 걸어 나갔다.차에서 내리자 모지안은 약국 문 앞에 진홍색 페라리 한 대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신 아저씨, 저건 누구 차예요?"모지안이 묻자, 신원훈은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습니다, 어느 환자의 차가 아닐까요?"환자라니? 지금 늘 푸른 약국 사장이 쓰러지고 평판이 나빠진 판국에 누가 여기 와서 진찰을 받고 약을 타러 오겠는가? 설령 있다 하더라도, 이런 고귀한 신분은 있을 수 없었다. "지나가는 김에 약을 얻으려고 온 거겠지."모지안이 속으로 생각했고, 곧 그는 신원훈과 함께 약국으로 들어갔다. 막 들어서자 사장 모한철이 뜻밖에도 집 안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발견했고, 그 모습을 보니 그는 이미 거동 능력을 회복한 듯 보였다. "아버지!!!""어르신?!"모지안과 신원훈 모두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모한철이 의식이 흐려지면 식물인간으로 변하게 될 거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들 눈앞에 나타난 사람이 강책이라는 것을 본 모지안은 놀라고 기뻐하며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강책, 정말로 강책이었다! 그는 약을 들고 모한철 곁으로 가서 약을 건넸다.모한철은 서슴없이 들고 와서 마시며 강책에 대한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아, 강 의사, 정말 감사합니다."모한철은 약을 다 마시고 입을 닦으며 계속 말했다."내 아들이 당신 같은 스승이 있다니, 정말 행운이 따로 없습니다."모지안은 어리둥절해했다."스승? 의사?"강책은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왜요, 저를 스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으세요?"그러자 모지안은 순식간에 반응이 왔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무릎을 꿇고 강책에게 세 번 머리를 조아리며 정중하게 말했다. "스승님, 제자의 절을 받으세요! 스승님께서 저희 아버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큰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강책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뻗어 모지안을 일으키며 당부의 말을 건넸다. "저는 매우 냉혹합니다, 저를 따라서 의학을 공부한다면 당신은 모든 역경을 겪을 준비를 하셔야 할 겁니다."그러자 모지안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스승님께서 시키시는 일은 불평 한마디 없이 다 따르겠습니다.""좋아요."그러자 모한철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지안에게 이런 좋은 스승이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지금 우리 모 씨 집안의 간판을 누가 떼어버렸으니 조상의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에휴……""잃어버렸으면 되찾아오면 됩니다."강책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모한철이 흥분하며 물었다."강 의사님, 도와주시겠습니까?""제가 아니라, 모 교수님께서요. 그는 늘 푸른 약국을 대표해서 모 씨 집안의 간판을 다시 되찾을 겁니다."확실히 이 일은 모지안이 하는 것이 가장 적절했다. 첫째, 그는 모 씨 집안 사람이며, 둘째, 아버지를 위해 복수해야 하는 이유가 있고, 셋째, 모지안이 간판을 되찾고 의학계의 이름을 바로잡는다면 늘 푸른 약국의 명성은 원래대로 회복이
문성 의약회, 3층 로비.소크라는 와인잔을 들고 다리를 꼬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고, 그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은 어게인 하이테크의 사장인 로라였다. 어게인 하이테크가 '중상'을 당하면서 그동안 로라는 조용히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다.강책과 강한호의 내부 싸움 때문에 어게인 하이테크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로라는 그 시간 동안 회복했다. 회복하는 동안에도 로라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지금 경성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의학계의 도장 파괴 사건은 로라가 계획한 것이고, 그녀의 유일한 목표는 강책이다.소크라가 말했다.“로라 씨, 저는 이미 당신이 말한 대로 했습니다. 경성의 그 유명한 약국들과 백 년 묵은 가게들은 모두 제가 물리쳤어요. 남은 쓸모없는 곳들은 두려워할 것도 못 됩니다.” 그는 옹졸하게 웃으며 물었다.“그럼, 로라 씨는 언제쯤 나와의 약속을 지켜서 데이트를 할 수 있겠습니까?” “서두르지 마요, 제일 중요한 사람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로라가 매우 담담하게 말했다.“강책 말인가요?”“네.” “하하, 강책은 내가 알지. 강남에서 온 작은 졸병은 의술적으로 언급할 가치도 없어요. 로라 씨는 왜 그렇게 그 사람을 신경 쓰는 거죠?” 로라는 설명하지 않았고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강한비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이 어떻게 의술이 대수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비행기에서 로라는 강책의 의술을 직접 본 적이 있는데, 그 신기한 능력은 정말 사람을 감탄하게 했다.이렇게 의술의 대성공을 이룬 사람은 절대 경성의학계가 함락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리 없다. 한국 의학계를 위해서든, 개인적인 명성을 위해서든 반드시 응전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가 돼서 강책을 기다리는 것은 참패일 것이다.로라는 속으로 냉소했다. 그때가 되면 강책은 모한철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세상 사람들에게 버림받게 될 것이고, 모리 하이테크도 거부당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정면 돌파가 불가능했고, 그렇다면 이렇게 측면에서 타격하
양자리는 모든 조사 결과를 강책에게 자세히 알려주고 사진과 동영상도 강책에게 건넸다.“구체적인 도전 과정은 매우 간단합니다. 소크라가 환자를 한 명 제공하고 그 환자를 고칠 수 있다면 도전자가 이기고, 못 고칠 경우 도전자가 지는 것이죠. 도전자가 불복할 경우 소크라는 현장에서 그 환자를 치료합니다.” “지금까지 그는 이런 방법으로 20여 곳의 약국에 도전했고, 한 치의 실수도 없었습니다.” “이 외국 의사의 솜씨는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강책은 양자리의 설명을 들으며 얼굴을 찡그렸다.경성에 그렇게 많은 명의가 다 합쳐도 외국 의사 한 명보다 못할 리 없고, 게다가 병은 고치기 어려운데 어떻게 소크라는 현장에서 치료할 수 있단 말이지? 즉석에서 고칠 수 있는 병은 결코 중병이 아니며 거기에는 반드시 묘리가 있기 마련이다. 강책은 소크라의 병을 치료하는 동영상을 틀어놓고 한 번 훑어본 뒤 핵심 과정을 골라 반복했다. 화면에 나오는 모습과 전에 모한철로부터 받은 정보를 대조하니, 강책은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 의사가 한국의 옛 기술을 알고 있을 줄이야? ““허허, 어쩐지 수십 명의 명의도 이유를 못 알아보더라니, 결국 그가 한국의 의술을 써서 우리를 상대할 줄 누가 알았겠어? 이런 상세한 정보자료가 없었다면 나라도 곤두박질쳤을 게 뻔하네.” 강책은 모든 자료를 내팽개치고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이건 병이 아니라 주술이지, 그 외국 의사는 사기꾼에 불과해.” “우리가 그 사람의 진면목을 파헤치러 한 번 가 봅시다!” 그러자 모지안은 불안해하며 말했다.“하지만 스승님, 저는 그 의술에 대해 전혀 모르는데 어떻게 그걸 폭로할 수 있죠?” 그러자 강책이 손을 흔들었다.“귀를 대보세요.”모지안이 강책에게 가까이 다가가 귀를 대자 강책은 두세 마디로 대처법을 알려주었고, 그의 말을 들은 모지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스승님, 이 방법이 정말 믿을 만합니까? 왜 이렇게 미신처럼 들리는 거죠?” “우리는 의사인데 어떻게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