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 제217화 조금만 참으면 괜찮아 질 거야.

Share

제217화 조금만 참으면 괜찮아 질 거야.

Author: 선희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2-25 19:00:00
신은지는 두 사람에게 고개를 돌렸다. 술고래처럼 술을 마시고 있어도 취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그래.”

그녀는 곧바로 양모현이 건넨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말을 한 뒤, 방을 떠났다.

도중에 양모현이 공공 화장실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은지야, 나 배가 너무 아파서 화장실 좀 다녀 올게. 조금만 기다려줘.”

“알겠어.”

클럽 안은 매 방마다 화장실이 있기 때문에 공공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신은지는 벽에 기댄 채 섰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 일까, 점점 어지러워 지더니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차가운 물로 정신을 깨우려 세면대 앞으로 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발자국 내밀고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리고 말았다.

신은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 지고 말았다. 의식은 겨우 남아 있었지만 아무런 힘을 쓸 수 없었다.

술이 아니라 약을 먹은 것 같은 증상이 보였다.

“모현아, 양모현....”

소리가 너무 작은 탓에 양모현은 물론이고 가까이 가야 들을 수 있었다. 신은지는 안간힘으로 가방 안에 들어 있는 전기 충격기를 꺼내 손에 꽉 쥐었다.

전기 충격기는 고리대금업자들이 다시금 찾아 올까 봐 항상 가지고 있는 물건이다. 다른 손으로는 핸드폰을 꺼내 긴급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긴급 연락처로 설정 되어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박태준’ 이었다.

아마 부부 였던 시절에 설정한듯 하다.

그 당시, 핸드폰을 바꾸면서 대충 긴급 연락처로 박태준으로 저장했다.

이후로 이혼 하면서 신경 쓰지 않은 탓에 바꾸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써본 적이 없기 때문에 사용법도 전혀 몰랐다.

전화를 걸고 나서 신은지는 몸에 힘이 더 빠졌다. 손의 힘 마저 빠지는 바람에 핸드폰을 떨구고 말았다.

그녀는 눈 앞이 하얀 안개로 쌓인 것 마냥 흐릿했다. 핸드폰의 화면은 물론이고 스피커 버튼이 어디 있는 지 조차 알아 보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바닥에 엎드려서 귀를 핸드폰에 가까이 두었다.

하지만 핸드폰 너머로 아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218화 평생 미워 할 거야.

    욕조 안.나유성의 셔츠는 반쯤 풀려 있다. 얇은 소재는 물에 젖어서 몸에 딱 달라 붙었다. 그 바람에 그의 몸매가 훤히 드러났다.나유성은 소란스러운 소리에 고개를 문 쪽으로 돌렸다. 침착한 눈빛에 흐트러진 그의 모습에서 섹시함이 느껴졌다.신은지는 여전히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얼굴은 창백한 백지와 같았고 춥고 약 때문인 지 말을 잘 하지 않았다.반응도 평소보다 몇 배는 느렸다.박태준은 두 사람을 실눈을 뜨며 바라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언짢음과 어두움이 가득했다. 곧바로 다가가서 욕조 안에 있는 신은지를 안아 들었다.나유성이 그의 손을 잡았다.“지금 상태가 안 좋아, 알고 이러는 거야?”“내가 몰랐으면 너는 나랑 이렇게 말 할 기회도 없어.”박태준의 차가운 얼굴이 비춰졌다. 하지만 신은지를 안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손을 뿌려 치기 어려웠다. “손 빼.”나유성이 욕조에서 일어났다. 이어서 발을 진한색 타일에 올려 두고 견고한 태도를 보였다.“네가 은지를 데리고 내 시선 밖으로 나가게 두지 않을 거야, 적어도 오늘은.”박태준이 분노하며 그를 비웃었다. “나가게 두지 않을 거라고? 네가 무슨 자격으로?”“그럼 너는 무슨 자격으로 은지를 데리고 가려고 하는 거야?”줄곧 얼굴에 온화함이 가득했던 나유성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곧바로 뼈를 찌르는 서늘한 웃음이 얼굴에 채워졌다.“박태준, 넌 이미 은지랑 이혼한 사이야. 겨우 전남편 일 뿐이야.더 이상 너희 두 사람은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뜻이지. 서류 상에도 윤리 상에서도 알 수 있어.”박태준이 그를 바라 보았다. 두 사람은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여졌다. 박태준은 한참 동안 조용하다가 기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나유성, 여기는 엔조이 클럽이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내 구역에서 나를 막으려고 하는 거야? 네가 해외에서 양아치들 한테 싸움만 배우고 온 건 아닐텐데 말이야.”“적어도 너한테는 당하지 않겠지.”그의 말은 신은지를 내려놓지 않으면 상대를 어

    Last Updated : 2024-02-25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219화 두 사람의 결혼 첫날 밤.

    간신히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누군가 반대 방향으로 힘껏 잡아 당긴 것 같았다. 순간 몸이 흔들리는 바람에 그녀의 다른 부위에 손이 올라갈 뻔 했다.“신은지...”그녀의 정신은 온통 자신 앞에 있는 남자의 입술에 놓였다. 그녀의 머리 속에는 입맞춤을 하고 싶은 생각 뿐이다.이어서 눈살을 찌푸리더니 중얼 거렸다.“유성아, 나..너무 괴로워..”신은지의 기억은 나유성이 자신을 침대에서 일으키고 ‘은지야, 나 유성이야’, 라고 했던 시각에서 멈추었다.박태준은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말에 이성과 인내는 온데간데 없고, 그저 포악함과 정복감이 머리에 맴돌았다. 어떻게든 한 마디도 못하게 만들겠어, 라고 박태준은 생각했다. 신은지는 붕 뜨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무중력한 상태에 자신의 손을 꼭 쥐었다. 이어서 부드러운 곳에 손길이 닿았다. 한편, 박태준은 커다란 창문 앞에 서서 담배를 피고 있다. 주위로는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에어컨을 키지 않았지만 땀이 나서 셔츠가 몸에 달라 붙은 바람에 기분이 좋지 않다. 오늘 밤은 유난히도 길다. 하늘은 여전히 깜깜하고 해는 나오려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손 끝에 있던 담배가 재가 되어 박태준의 손에 닿았다. 곧이어 고개를 숙이고 재떨이에 담배를 껐다. 입가에는 자신을 비웃는 듯한 미소가 걸려졌다. 나유성이 신은지가 싫어 할거라는 사실은 그도 알고 있다. 언제 였을 까, 아마 두 사람의 결혼 첫날 밤이 아닐까 싶다.신은지가 최선을 다해 억제 하려고 해도 박태준의 손길에 온 몸이 굳고 어두운 표정은 감출 수가 없었다. 박태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설레임, 부끄러움이 아닌 두려움과 반항만이 들어 있었다. 부부가 되었기 때문에 거절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시체처럼 가만히 누워 있기만 했다. 박태준은 반응을 보고 어떠한 충동도 들지 않았다, 결국 모두가 민망하지 않게 침대에서 일어나 자리를 떴다.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만약 자신이 자리를 뜨면 다른 남자의 곁으로 달려 나갈 것만

    Last Updated : 2024-02-25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220화 하룻밤 내내 네 곁에 있었어.

    박태준은 가만히 듣다가 남자의 말이 끝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누가 시킨 거예요?”“저도 잘 모릅니다. 주위가 너무 어둡기도 했고 술도 마시는 바람에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기억 나는 건 클럽의 직원 복장의 옷 차림새 입니다, 얼굴은 보지 못했어요.”남자가 벌벌 떨면서 말을 이었다.“사장님, 저 진짜 이것 밖에 모릅니다. 다른 건 다 모르는 일이예요, 사장님이 그 여자를 눈 여겨 보시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박태준의 지시가 내려지기도 전에 담당자가 입을 열었다.“바로 사람을 불러 조사 진행 하겠습니다.”이어서 박태준은 싹싹 빌고 있는 남자를 바라 보았다.“나머지 사람들은 다 나가, 피 안 튀기게 문 닫고 나가.”...신은지가 깨어났을 때, 정신은 이미 혼잡하기 그지 없었다. 그녀는 주위의 낯선 환경을 보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는 눈치 였다.밖에는 이미 해가 떠올랐다.커튼을 치지 않았기에 어두운 곳 하나 없이 햇빛에 비춰졌다. 주위는 조용하기 그지 없다. 신은지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그러다가 한 남자의 얼굴에 시선이 멈추었다, 출중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모습이다.어젯밤의 기억이 천천히 되살아 났다, 어떤 곳에 버려지고 나서 차가운 물로 씻은 기억이 떠올랐다.하지만 너무 흐릿해서 꿈인지 진짜인지 알 수가 없었다.그렇다면 박태준이 왜 이곳에 있는 것 인가.신은지는 점점 정신이 맑아지더니 곧이어 이상함을 느꼈다. 이불 안에 들어가 있는 자신이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알몸 이라는 사실을 알아 차렸다.그녀의 옆에 붙어 있는 남자도 많이 걸치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한 쪽 다리는 상대방의 어깨에 올라가 있었다.박태준은 그녀를 팔에 두른 채 옆으로 누워있다. 자신의 마음대로 상대방을 안을 수 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은지가 도중에 입술을 깨문 탓에 비명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 이 개 같은 자식. 어떻게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할 수 있지? 신

    Last Updated : 2024-02-25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221화 다 그 여자가 한 짓이야

    이어서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두 손은 박태준의 가슴팍을 막은 채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 어제 일은 내가 오해했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에 힘을 주어 미는 바람에 박태준이 침대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신은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나 벗은 채로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녀는 세면대를 지나면서 거울을 한번 바라보았다. 목, 쇄골부터 그리고 복부까지 모두 흔적이 남았다. 기억에는 없지만 흔적을 미루어 보아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신은지는 욕조에 누웠다. 따듯한 물 안에서 어젯밤 일을 다시 한번 더 떠올려 보는 중이다.어젯밤은 그녀의 기숙사 동기들과 파티를 가졌고, 방 안에 들어간 뒤로는 단 한 번도 밖으로 나온 적이 없다.다른 음식을 먹지도 않았는데 대체 왜 이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난 것일까. 만약 상대가 술에 약을 넣었다면 다른 세 명은 무사할까.호텔 방도 신은지가 예약했고, 방 열쇠마저 그녀가 가지고 있는데 서율과 윤서희가 자신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을까.신은지는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찾아 꺼내려 했다. 곧이어 미지에 쌓인 인물에 의해 핸드폰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만약 자신의 동기 중 한 명이 약을 넣었다면 어젯밤 미지에 쌓인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열심히 머리를 굴리면서 생각했다.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하지만 욕조의 물 온도가 변하지 않은 탓에 그녀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이때, 다급한 노크 소리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있었다.“신은지, 안 나오면 들어간다.”박태준의 목소리가 문 건너로 들렸다. 아침에 공복으로 몸을 담그면 저혈당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그는 신은지가 40분이 넘도록 밖으로 나오지 않자 그제야 노크를 한 것이다.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어지럽다는 생각과 함께 손과 발은 이미 쭈글쭈글해졌다. 곧바로 가운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박태준은 옷을 신은지에게 던져 주었다.“옷 갈아 입어,

    Last Updated : 2024-02-26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222화 너 못 믿어.

    신은지는 박태준과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박 사장님이 전예은 양을 편애한 적이 한두 번도 아니고 이번에도 충분히 그럴 수 있잖아요.”박태준은 신은지를 보면서 허, 라는 코웃음만 칠 뿐이다. 어젯밤 일이 전예은이 벌인 짓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신은지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담당자에게 전예은이 있었던 클럽 방의 감시 카메라와 이미 개봉된 술병과 술잔까지 모두 요구했다. 만약 서율과 윤서희가 계속 방에 있었다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금방 찾아낼 수 있다.담당자가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감시 카메라 영상은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술병과 술잔은 어젯밤 사장님께서 검사 센터에 맡기셨습니다. 결과가 나오면 제일 먼저 알려...”신은지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어디 검사 센터예요, 라며 그의 말을 끊었다. 계속 침묵하던 박태준이 입을 열었다.“무슨 생각이야?”신은지는 자신의 생각을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회수해서 다시 검사할 거야.”박태준이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아도 일말의 망설임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너 못 믿어.”그는 신은지의 시선이 나유성 에게 향하는 모습을 바라 보았다. 순간 목소리와 표정이 돌변하더니 자신에게 대하는 태도와는 180도 달랐다. “유성아, 가자.”두 사람이 자리를 뜨려고 하자 박태준은 신은지의 팔을 잡았다. 이어서 이빨을 꽉 깨문 채로 말했다.“여기서 기다려.”...전예은이 불려 왔을 때는 클럽이 제일 붐빌 시간이었다. 전예은은 박태준이 자신을 찾는다는 말에 클럽의 직원 복장을 한 사람과 함께 어디론 가 향했다. 왁자지껄한 공간에서 벗어나 조용한 사무실 근처에 도달하자 그녀는 불안해진 마음에 자리에 멈췄다.눈살을 찌푸린 채 물었다.“태준 씨가 저를 찾는다고 하지 않았어요?”“여기입니다.”직원이 노크를 하고 허락을 받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사무실 안에는 오직 박태준과 신은지만 남아 있었다. 전예은은 두 사람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박태준이 자신을 찾는다는

    Last Updated : 2024-02-26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223화 이열치열

    엔조이 클럽 같은 곳에 비공개 감시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은 전예은을 놀라게 하지 못했다. 게다가 얼굴조차 찍히지 않은 모습을 자신이라고 우기는 신은지가 우스웠다. 상대방이 다른 증거를 내밀지 않자 그녀는 떳떳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네가 날 싫어한다는 건 잘 알고 있어. 근데 고작 저걸로 내 얼굴에 먹칠할 생각이면 한참 잘못 생각한 거야.”전예은은 영상을 보고 나서 무슨 일 있었냐는 등의 위선적인 질문은 하지 않았다. 한편, 신은지는 다른 물증을 찾지 못했다. 자신이 ‘승리의 여신’ 도 아니고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온 상대를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곧이어 그녀는 나유성이 건넨 알약을 보여 주었다.“이 약 알지?”“내가 안다고 하면 나한테 뒤집어 씌울 거잖아. 그리고 약은 다 비슷하게 생겼어, 어제 내가 먹던 감기약 이랑 똑같이 생겼는데?”“어젯밤에 유성이한테 준 약은?”“감기약. 머리가 아프다고 하길래 하나 준 거야.”두 사람을 대치해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다. 감시 카메라가 있었다고 한들 음악 소리 때문에 대화 소리가 담겨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신은지는 미소를 살짝 짓더니 약을 그녀에게 건넸다.“그럼 먹어.”순간 전예은의 동공이 커졌다.“내가 왜 먹어야 해? 약은 함부로 먹는 게 아니야.”“이건 네가 어제 유성이한테 건네준 약이야, 방금 전에 네 입으로 감기약이라고 했잖아?”“그건 맞아. 근데 네가 다른 약으로 바꿨을지 내가 어떻게 알아?”전예은이 턱을 들어 올리고 말을 덧붙였다.“어젯밤에 네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유성이랑 대화 몇 마디 하다가 돌아갔어. 감시 카메라로 확인해도 좋아.”이어서 입술을 깨물고 박태준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그는 뻥긋 조차하지 않았다, 오히려 구경꾼들처럼 흥미진진하게 상황을 바라볼 뿐이다.부친 때문에 그가 자신의 행동을 눈 감아 주곤 했지만 오늘은 확신이 없었다.“내가 했다는 증거는 있어?”신은지 보다 박태준에게 들리라고 하는 형식의 질문이다. 신은지는 웃긴

    Last Updated : 2024-02-26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224화 개과천선

    박태준의 안색은 어둡다 못해 그림자가 졌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신은지가 그를 멀뚱멀뚱하게 쳐다보다가 힘든 나머지 눈을 깜빡 깜빡거렸다. 자리를 뜨려고 하자 박태준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나도 너 건드린 적 없어, 근데 왜 나만 쏙 빼놓고 말하는 거야?”그는 신은지의 손목을 꽉 잡았다. 극도로 분노한 모양이다.“내가 뭘 하든 네 눈엔 속 좁은 사람처럼 보이는 거야?”신은지는 그의 반응에 멈칫했다. 박태준이 이러한 일로 화를 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속 자신을 꾸짖는 말 때문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서둘러 제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이미 5분이나 지났어.”박태준은 문밖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보고 비웃었다.“왜, 그렇게 걱정되면 너가 가보지 그래?”“...”이런 일에는 박태준이 그녀보다 더 눈치가 빨랐다. 신은지가 흰자위를 까뒤집으면서 대답했다.“네 전 여친이기 전에 저 여자 부친이 너 때문에 고인이 되었다는 사실은 기억 하지? 정월 초하루부터 제사 지내러 가는 인간도 걱정 안 하는 데, 내가 뭘 걱정하겠어.”박태준에게 이런 말투로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신은지가 유일하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사무실에는 두 사람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신은지는 전예은을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박태준에게 잡혀서 계속 벗어나지 못했다.그녀는 빨갛게 변한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았다.“아파.”아프다는 말에 박태준은 재빨리 힘을 뺐다. 하지만 손목을 놓지는 않았다.“동정심에 잠깐 옆에 있어 준 거뿐이야, 그리고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야.”“그래.”신은지는 두 사람의 연애사에 일말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한편, 전예은은 계속 약에 시달리고 있다. 복부부터 시작된 뜨거운 열기는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박태준은 고개를 숙이고 신은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피곤에 찌든 얼굴과 눈꺼풀에는 연한 멍이 눈에 들어왔다.“쉬고 싶으면 위에서 쉬어.”너랑 최대한 멀어진 곳에서 쉴 거야, 라고 신은지가

    Last Updated : 2024-02-26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225화 박 사장님이 위험해

    “...”담당자는 박 사장님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이 여자는 천년 묵은 여우처럼 눈치가 빠르고, 지금은 박 사장님에게 잔뜩 화가 나 있는 상태다. 두 사람은 절대로 다시 재회 할 수 없다, 라고 그는 생각했다. 신은지가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서 7층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버튼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여러 번 다시 시도해 봐도 똑같았다.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이어서 ‘7’ 주위에 있는 버튼을 모두 한 번씩 눌러 보더니 정상적으로 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했다. 즉, 7층만 봉쇄 되었다는 뜻이다. 이유는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었다. 담당자가 다급하게 말했다. “신은지 양, 박 사장님은 지금 1층에 계십니다. 봉쇄 하라고 하신 이유는 그저..”그는 큰 클럽을 관리하는 담당자로서 여자의 마음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먼저 박태준의 위치를 설명했다. 혹여나 박태준이 전예은과 같이 있다는 오해를 할까 봐 먼저 이야기해 준 것이다.“아니요. 처음부터 행운을 빈다고 얘기했어요. 박태준한테 보호받고 있는 것도 다 그 여자 운이겠죠.”층 봉쇄 말고 클럽 전체를 봉쇄한다고 해도 신은지는 전혀 놀라워하지 않을 것 같다.담당자는 상황이 악화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녀가 불쾌할지도 모르지만 사실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전예은 양의 주사가 상상 이상으로 불순합니다. 사장님께서는 그분이 주사로 늘어놓는 말 때문에 귀하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층을 봉쇄하라고 지시하신 것뿐입니다. 다른 건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어요. 의사도 부르지 않으셨습니다.”신은지가 여러 버튼도 누르고, 다른 손님들도 들어오는 바람에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현저히 느렸다. 그녀는 엘리베이터 제일 안쪽에서 서 있다. 부드러운 음악이 귀에 흐르자 정신이 몽롱했다. 하품을 몇 번 하더니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때, 앨리베이터가 1층에서 멈췄다.문이 열리고 박태준이 나타났다. 그는 신은지의 눈가를 보고 눈살을 찌푸

    Last Updated : 2024-02-27

Latest chapter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3화 미안하다

    정민아는 팔짱을 끼고는 고연우가 들고 있는 꽃을 무심하게 훑어보았다.“연우 도련님, 이건 또 무슨 의미야?”“공 비서가 오늘이 여성의 명절이라고 했어.”“그래서?”주위는 조용하고 잔잔한 음악 소리가 문을 통해 희미하게 들려왔다.고연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정민아, 우리 이혼하지 말자.”너무 진부한 이야기였다. 정민아는 더 이상 이 주제를 논의할 의욕조차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책상 위 담뱃갑을 더듬었다. 옆의 재떨이엔 얇은 층으로 쌓인 담배꽁초가 있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정민아가 피운 것임을 립스틱 자국이 말해주고 있었다.고연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정민아가 담배를 피우는 걸 싫어하면서도 막지 않았다.얇게 피어오르는 연기가 정민아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담뱃불은 희미하게 밝아졌다가 사라지며 그녀의 눈을 비췄다. 그 순간, 눈 속의 차가운 무관심이 한층 누그러져 보였다. 은빛 실처럼 가늘게 펴지는 연기 너머로 정민아는 당당하고 제멋대로 미소 지었다. 그리고 정민아가 그렇게 웃을 때마다 고연우는 어김없이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다음 순간 정민아가 말했다.“고연우, 너 이상한 거 아니야?”“그렇지. 이상하지 않았다면 여기 서 있지도 않았을 거야.”고연우는 소매를 걷어 올리며 손목시계를 가리켰다.“시간 됐어. 레스토랑으로 가자. 예약해 놨어.”정민아는 이미 샘플 수정으로 지쳐 있었는데 고연우의 집요함이 정민아를 더욱 짜증 나게 했다. 고연우의 고급스러운 코트가 눈에 들어오자 정민아의 머릿속에 문득 나쁜 생각이 스쳤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꽁초를 그의 코트에 대고 눌렀다.‘치...’불꽃이 꺼지면서 연기가 피어오르자 타는 냄새가 코트에서 퍼져 나왔다.정민아는 차가운 얼굴로 꺼진 담배꽁초를 옆의 쓰레기통에 던졌다.“꺼져.”고연우는 자신이 입고 있는 코트의 타는 자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민아의 손을 잡았다.“이 코트는 가격이 6자리 숫자야. 디자인에서 완성까지 3개월이 걸렸어. 나와 저녁 정도는 함께 먹어줘야 하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2화 살인자

    고연우는 벨트를 풀며 말했다. 남자는 원래 이런 상황에서 승부욕이 강해지기 마련인데 특히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그 감정이 더욱 크게 드러났다.“그런 암흑 같은 분위기는 우리 상황과 맞지 않아.”정민아는 원래 고연우에게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어둠 속에서 고연우는 마치 사나운 짐승처럼 보였을 것이니 고연우에게 흥미를 느끼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정민아는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고연우는 옷을 반쯤 벗었고 단단한 근육이 팽팽히 긴장되었으며 술기운에 물든 피부는 은은한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공기 중에는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마치 곧 무언가가 터질 듯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가끔 고연우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정민아가 말했다.“요즘 운동 안 했어?”고연우는 어이없었다.“?”정민아는 손바닥을 고연우의 가슴 아래쪽에 대고 살짝 눌러보았다. 그러고는 평가하듯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육이 좀 줄었네.”“...”정민아는 마치 중대한 결정을 앞둔 사람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확신에 찬 눈빛으로 고연우를 응시했다. 고연우는 모른 척하려 했지만, 결국 그녀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는 옷을 다시 입고 정민아의 손을 자기 몸에서 조심스레 떼어내더니 문을 향해 나가며 화가 난 듯 정민아를 한번 매섭게 쳐다보았다.“네가 이겼어.”완전히 흥미가 사라졌다....며칠 동안 고산그룹 대표실이 있는 층은 숨조차 크게 쉴 수 없을 만큼 무거운 분위기에 짓눌려 있었다.공민찬이 급한 서류 묶음을 들고 고연우에게 사인을 받으려 일어서던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소리가 났다. 그때 최민영이 가방을 들고나와 미소를 지으며 공민찬에게 인사를 건넸다.“공 비서님.”공민찬은 다가서며 말했다.“최민영 씨.”최민영은 사무실 쪽을 가리키며 물었다.“연우 씨 사무실에 있나요?”“최민영 씨, 잠시만요”공민찬은 그녀를 막아섰다.“대표님께서 지금 바쁘십니다. 우선 접대 실에서 잠시 기다리시는 게 어떨까요?” “...”최민영은 눈썹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1화 전에 흥미가 없었던 건 불을 켜지 않아서야

    고연우는 짜증 내며 핸드폰을 테이블에 던지더니 미간을 꾹꾹 눌렀다. “나가세요. 나중에 송씨 아주머니한테 작업복 하나 달라고 하세요.”“도련님, 혹시 어디 불편하세요?”하린은 우유를 들고 테이블 앞으로 다가갔다. “저 예전에 마사지도 배운 적 있는데, 제가...”“그만 나가.” 고연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손을 피하다가 우유를 엎지르고 말았다. 우유가 쏟아지며 더럽혀진 셔츠를 내려다보며 그는 얼굴은 굳어진 채 입술을 오므렸다. 한참 후에야 한 마디 내뱉었다. “사모님께서 보낸 겁니까?”그는 이를 악물고 한 글자 한 글자 뱉어냈다.하린은 고연우의 차가운 눈빛에 그 자리에 굳어진 채 말을 더듬었다. “도련님, 정말로 사모님께 저를 보내셨습니다.”“나가세요. 앞으로 제 허락 없이는 서재에 들어오지 마세요.” 하린은 금수저 남편을 찾기 위해 가사 도우미로 취직했다. 이를 위해 매니저에게 봉투까지 건넸지만 고연우의 사늘한 태도에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품지 못했다. 서재를 나오자마자 난간에 기댄 채 그녀를 쳐다보는 정민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모님...”하린은 갑자기 발걸음 멈추더니 애써 태연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불순한 의도를 품었던 그녀는 사모님을 보면 본능적으로 불안했다. “도련님께서 드시지 않았어요...”비록 정민아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지만 하린은 괜히 자신을 평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마침 정민아가 입을 열었다. “그럼 몇 번 더 가져다주세요.”하린은 정민아의 말에 담긴 뜻을 단번에 눈치챘다.그녀는 자신이 잘못 이해한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도대체 어떤 재벌 부인이 자신의 남편에게 여자를 찾아주는 걸까? 설사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돈이면 충분할 텐데, 그러다 사생아라도 생겨 상속 분배에서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면 어쩔 생각인지.’그녀는 다시 한번 확인했다. “도련님께서 송씨 아주머니한테 익숙해졌는지 저를 좀 꺼리시는 것 같아요. 아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0화 우유를 가져다주다

    다음 날.정민아와 사연희는 쇼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아야...”주소월이었다. 사연희는 정민아의 과거에 대해 완전히 알지는 못했지만 주소월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세상에 자식을 챙기지 않는 엄마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설령 절친이라도 남의 가정사에 깊이 개입하기는 어려웠다. 그녀는 노트북을 들고 일어나 말했다. “초대장 몇 개 빼놓고 못 보낸 것 같은데, 금방 보내고 올게. 쇼에 관한 건 나중에 다시 얘기해.”그녀는 주소월을 흘끗 쳐다보고는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돌아섰다. 정민아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주소월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어젯밤에 충분히 더 이상 정씨 가문과 연관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생각했지만 주소월이 여전히 찾아올 줄은 몰랐다. “오늘 밤에 연회가 있는데, 같이 가겠니?” 정민아가 거절할까 봐 주소월은 서둘러 한 마디 덧붙였다. “너희가 쇼를 열잖아? 오늘 밤 연회에 너와 같은 나이의 사람들이 많이 올 거야. 잠재 고객을 몇 명 발전시킬 기회가 될 수도 있어.”“지금 그 무리에서 잠재 고객을 발전시키라는 말씀이세요?”그녀와 최민영의 갈등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집안이 최씨 가문보다 못한 사람은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을 꺼렸고 반면 집안이 최씨 가문보다 좋은 사람은 고아 때문에 굳이 적을 만들 필요도 없었다. 주소월은 정민아가 당했던 일을 떠올리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민아야, 미안해. 엄마가 너를 데려오긴 했지만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고 너한테 이렇게 상처만 줬네...”“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오히려 제가 고맙죠. 저를 정씨 가문으로 데려와 줘서 고마워요. 그 마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줘서, 그리고 또... 그 미친놈으로부터 구해줘서 고마워요.”마치 세월의 흔적을 덮은 한 자루의 칼처럼 서서히 그녀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민아야...” 주소월은 울먹거리며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처음 그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9화 입원

    정민아는 문을 열고 지친 몸으로 가방을 내려놓았다. 신발을 갈아신던 중 슬쩍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을 보았다.“아주머니, 제가 전화드렸잖아요. 저녁 먹고 온다고, 왜 이렇게 음식을 많이 차렸어요?”송씨 아주머니는 2층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도련님께서 아직 저녁을 드시지 않으셨습니다.”고연우라는 말을 듣자 정민아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뻐근한 목을 주무르며 2층으로 올라갔다. “아, 그렇군요.”“아가씨...”송씨 아주머니가 망설이며 그녀를 불렀다. “도련님께서 아가씨가 돌아오시면 같이 식사하자고 불러달라고 하셨습니다.”“제가요?” 정민아는 걸음을 멈추고 의아해하며 돌아봤다. “왜요?”“도련님께서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셨는데... 두 분 혹시 싸우신 거 아닌가요?”“그 사람이 기분이 안 좋다고 제가 달래줘야 하나요? 그럼 왕자님, 저녁 드세요라고 말이라도 해야겠네요?” 정민아는 피식 웃더니 입가에 맴돌던 웃음이 갑자기 사라졌다. “먹든 안 먹든 마음대로 하라고 하세요. 먹기 싫으면 굶으면 되죠.”송씨 아주머니는 시선을 정민아 뒤쪽으로 옮기더니 표정이 조금 일그러진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 도련님...”정민아가 뒤돌아보자 고연우는 난간에 기댄 채 냉랭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방금 샤워를 끝냈는지 머리가 약간 젖어 있었고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몸에 딱 맞는 셔츠에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은 채 단추는 몇 개 풀려 있었고 옷자락은 허리선에 맞춰 깔끔하게 넣었다. 넓은 어깨, 잘록한 허리에 긴 다리를 뽐내며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배경처럼 흐릿해 보이게 만들었다.고연우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같이 저녁 먹자.”사실 그는 조금 더 튕기고 싶었지만 계속 자존심을 부리다 이 무심한 여자는 그냥 가버릴 것 같았다.정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난 이미 먹었어.”“네가 장소 문제를 해결하라고 해서 해결해 줬더니, 겨우 도시락 하나 사주는 거냐? 정민아, 너 정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8화 다른 건 안 될까

    “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한 적 없어.”정민아가 웃으며 고개를 옆으로 하자 덜 말려진 머리카락이 한쪽으로 치우치며 하얗고 맑은 어깨가 그대로 드러났는데 그 위에는 물방울까지 맺혀있어 고연우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그 어떤 뜨거운 것이 가슴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고 방안에 가득 찬 정민아의 향기가 그림자마냥 고연우의 주변을 맴도는 탓에 고연우는 흐릿해져 가는 정신을 부여잡으려 주먹을 말아쥐었다.술기운이 뒤늦게 밀려오는 것인지 아니면 저 고혹적인 자세 때문인지 고연우는 머리가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그에 정민아는 문을 열고는 손님을 배웅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내가 불편해지면서까지 다른 사람한테 맞추긴 싫거든. 그러니까 일단 최민영부터 죽이고 와서 사랑 타령해.”“... 다른 건 안 될까?”“다른 거 뭐?”정민아의 산만한 시선이 고연우의 몸에 머물렀다. 사람이 아니라 상품을 보는 듯 곳곳을 훑어보고 있었다.“너한테 나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뭐 다른 게 있긴 해?”상처가 되는 말은 아니었지만 모욕적인 말임은 틀림없었다.하지만 웃긴 건 정민아의 말에 고연우가 고개를 숙여 제 몸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아무리 봐도 돈과 권력 외에는 정민아가 관심을 가질만한 게 없어 보이는 듯한 몸에 고연우는 고개를 들더니 그래도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그 기생오라비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어.”정민아가 혹여 듣지 못할까 봐 고연우는 기생오라비라는 단어에 더 힘을 주며 말했다.어려서부터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던 고연우는 저에게도 이렇게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어필하는 날이 올 줄 꿈에도 몰랐었다.하지만 정민아는 관심 없다는 듯 입꼬리를 움직이며 말했다.“얼굴 자랑 말고 가서 약이나 좀 사지 그래? 내가 너에 대한 흥미는 약의 자극을 받아야만 생길 것 같거든.”머리에 누가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이 아까의 설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도 입안에는 분노 가득한 험한 말들이 서러움과 함께 맴돌고 있었다.“넌 앞으로 그냥 말을 하지 마.”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7화 안 해봤잖아

    고연우의 질문에 정민아는 사실대로 대답했다.“대학 때 후배.”그 말에 고연우는 아까 정민아를 보던 임우빈의 이상한 눈빛을 떠올리며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물었다.“쟤가 너 좋아해?”“응.”“...”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인정을 해버리는 정민아에 말문이 막혀버린 고연우는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너 저렇게 기생오라비 같은 놈 좋아했었어?”정민아의 성격 때문에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임우빈한테 유난히 관대한 것만은 보아낼 수 있었다.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정민아 앞에서 주책맞게 떠들어 댄 게 자신이었다면 정민아는 진작에 제 머리를 비틀어 화분으로 삼겠다고 협박했을 것이다.정민아는 언짢아 보이는 고연우를 보며 말했다.“기생오라비 같은 게 아니라 어린 거야. 턱선이 당신처럼 뚜렷하진 못해 그래서. 그리고 뒤에서 다른 사람 험담하는 건 격 떨어지는 일이야, 고연우 도련님.”고연우 도련님이라는 단어에 올라가는 억양을 붙인 게 아무리 봐도 조롱 같았던 고연우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턱선이 나보다 뚜렷하지 못하고 어려서 그렇다고? 그럼 뭐 나는 늙었다는 소리야? 그리고 내 앞에서 내 아내를 탐내는 데 내가 얼마나 격을 차려야 한다는 거지? 난...”고연우는 간신히 튀어나오려는 험한 말을 참아냈다.“곧 이혼할 건데 뭘.”“꿈 깨.”혈관 속에서 불꽃이 튀기는 것 같은 느낌에 원래도 나빴던 기분이 더 완벽히 잡쳐버린 고연우는 정민아를 노려보며 말했다.“난 이혼에 합의 안 할 거니까 그런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 사이에 사별은 있어도 이혼은 없어.”고연우의 말에 정민아가 문고리를 잡아 내리며 대꾸했다.“그럼 아직 살아있으니까 납골함이라도 직접 골라. 귀신 돼서도 네가 직접 고른 집에 있으면 기분이라도 좋겠지.”“정민아, 너...”고연우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눈앞에서 문이 “펑” 소리를 내며 닫혀버린 탓에 하마터면 거기에 얼굴을 맞을 뻔한 고연우는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누가 이딴 식으로 짜증을 내고 들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6화 쟤는 누구야

    말을 안 하고 앉아있는 정민아에 기사는 정민아가 슬퍼하는 줄로 알았지만 그렇다고 한낱 외부인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 답답한지 기사는 의자에서 앞뒤로 움직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진심으로 좋아하면 시험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솔직하게 알려줘야죠. 이런 식이면 남자는 점점 더 밀려날 수밖에 없어요. 모든 남자들이 저런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저런 여자의 유혹을 당해낼 남자도 없어요.”“저도 남자예요, 믿어도 좋아요.”끊임없이 말하는 기사가 귀찮았는지 정민아는 고개를 돌리며 짧게 대꾸했다.“응, 믿으니까 출발해 빨리.”정민아가 고연우를 시험하는 건 그가 저를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주 씨 집안 간의 계약이 성사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서 그랬던 건데 지금 보니 이 길은 이미 글러 버린 것 같았다.임우빈은 한 손으로 좌석 등받이를 당기며 고개를 돌려 정민아를 바라보며 그 나이대 특유의 당찬 표정을 하고 말했다.“저렇게 양옆에 여자나 끼고 다니면서 여러 사람 홀려대는 남자는 믿음직스럽지 못하잖아요. 누나 관심을 받을 자격도 없죠. 저는 어때요?”임우빈은 제 이두근을 자랑하며 말했다.“젊고 잘생긴 데다가 체력도 좋고 무엇보다 일편단심이에요. 누나 말곤 아무도 안 봐요, 길가는 암컷 강아지한테 눈길 안 줄 자신 있는데.”“... 너희 엄마는 네가 자기보다 몇 살이나 많은 여자를 집안 며느리로 들이려 한다는 사실 아니?”정민아의 말에 임우빈은 툴툴대며 대답했다.“많이는 아니죠, 고작 세 살인데. 오버는 하지 말죠. 그리고 내가 정말 누나를 집에 데려가면 우리 엄마는 엄청 좋아할걸요. 적어도 앞으로 두 세대는 미모는 보장할 수 있으니까.”임우빈은 정민아의 대학교 후배였는데 1학년 때 운동장에서 정민아를 처음 본 순간 그녀에게 반해버려 결혼하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제대로 들이대 보지도 못하고 정민아가 퇴학을 해버리는 탓에 겨우겨우 수소문해서 정민아가 있다는 경인시까지 와서 대학원을 다니고 여기서 취직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5화 약점을 잡아서 하는 협박

    사연희는 잔뜩 감동한 얼굴로 정민아를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우리 가게 때문에 민아 씨만 고생했네요.”안 그래도 하룻밤 사이에 노 대표님의 생각을 바꿀만한 둘레의 허벅지를 찾는 건 너무 힘든 일인 것 같아 시간이 촉박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그 시간은 그저 노 대표님이 술을 깨기 위한 시간이었다.사연희가 오해한 걸 알아차린 정민아는 해명하기도 귀찮아져 그냥 사연희를 데리고 나가려 했는데 그때 공민찬이 나오면서 말했다.“고 대표님, 방금 룸까지 다 확인했습니다. 사모님의 머리카락 한 올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주위의 공기는 순식간에 어색해졌다.고연우는 공민찬을 흘겨보며 언짢은 듯 말했다.“너만 입 달렸어?”“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소릴 했네요.”공민찬은 사과 하나는 빨리하며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그런데 사모님께 말씀은 하셨어요?”“...”“대표님, 계속 이런 식으로 하시면 사모님 마음 못 돌려요. 사모님이 최민영 씨한테 괴롭힘 당할까 봐 문 앞에 사람까지 세워서 지키시면 뭐해요, 이런 건 대표님이 말씀 안 하시면 사모님은 영영 모르실 텐데요. 그럼 감동도 못 받으실 테고 사모님이 감동하지 못하시면...”그런 공민찬을 보던 사연희는 주먹을 말아쥐며 입술을 깨물더니 정민아에게 귓속말을 했다.“안 되겠어, 나 여기 더는 못 있겠어.”밖으로 나가기 전 사연희는 한 번 더 공민찬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사연희가 만약 공민찬처럼 말 많고 사실만 얘기하며 아픈 데를 콕콕 찌르는 비서를 뒀다면 얼마 참지 못하고 짜증을 냈을 텐데 무표정으로 듣기만 하는 고연우를 보니 허벅지 대표님의 성격은 꽤 차분해 보였다.“입 다물어.”그 차분한 고연우도 더는 듣기 싫었는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공민찬 손에 들려있던 차 키를 뺏어 들고는 정민아를 보며 말했다.“가자.”“응.”정민아의 대답을 들은 고연우의 발이 허공에 잠시 머물렀다가 한참 만에 땅에 닿았다.정민아의 조롱 섞인 거절이거나 분노는 너무나 익숙하고 오히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