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누군가 반대 방향으로 힘껏 잡아 당긴 것 같았다. 순간 몸이 흔들리는 바람에 그녀의 다른 부위에 손이 올라갈 뻔 했다.“신은지...”그녀의 정신은 온통 자신 앞에 있는 남자의 입술에 놓였다. 그녀의 머리 속에는 입맞춤을 하고 싶은 생각 뿐이다.이어서 눈살을 찌푸리더니 중얼 거렸다.“유성아, 나..너무 괴로워..”신은지의 기억은 나유성이 자신을 침대에서 일으키고 ‘은지야, 나 유성이야’, 라고 했던 시각에서 멈추었다.박태준은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말에 이성과 인내는 온데간데 없고, 그저 포악함과 정복감이 머리에 맴돌았다. 어떻게든 한 마디도 못하게 만들겠어, 라고 박태준은 생각했다. 신은지는 붕 뜨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무중력한 상태에 자신의 손을 꼭 쥐었다. 이어서 부드러운 곳에 손길이 닿았다. 한편, 박태준은 커다란 창문 앞에 서서 담배를 피고 있다. 주위로는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에어컨을 키지 않았지만 땀이 나서 셔츠가 몸에 달라 붙은 바람에 기분이 좋지 않다. 오늘 밤은 유난히도 길다. 하늘은 여전히 깜깜하고 해는 나오려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손 끝에 있던 담배가 재가 되어 박태준의 손에 닿았다. 곧이어 고개를 숙이고 재떨이에 담배를 껐다. 입가에는 자신을 비웃는 듯한 미소가 걸려졌다. 나유성이 신은지가 싫어 할거라는 사실은 그도 알고 있다. 언제 였을 까, 아마 두 사람의 결혼 첫날 밤이 아닐까 싶다.신은지가 최선을 다해 억제 하려고 해도 박태준의 손길에 온 몸이 굳고 어두운 표정은 감출 수가 없었다. 박태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설레임, 부끄러움이 아닌 두려움과 반항만이 들어 있었다. 부부가 되었기 때문에 거절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시체처럼 가만히 누워 있기만 했다. 박태준은 반응을 보고 어떠한 충동도 들지 않았다, 결국 모두가 민망하지 않게 침대에서 일어나 자리를 떴다.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만약 자신이 자리를 뜨면 다른 남자의 곁으로 달려 나갈 것만
박태준은 가만히 듣다가 남자의 말이 끝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누가 시킨 거예요?”“저도 잘 모릅니다. 주위가 너무 어둡기도 했고 술도 마시는 바람에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기억 나는 건 클럽의 직원 복장의 옷 차림새 입니다, 얼굴은 보지 못했어요.”남자가 벌벌 떨면서 말을 이었다.“사장님, 저 진짜 이것 밖에 모릅니다. 다른 건 다 모르는 일이예요, 사장님이 그 여자를 눈 여겨 보시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박태준의 지시가 내려지기도 전에 담당자가 입을 열었다.“바로 사람을 불러 조사 진행 하겠습니다.”이어서 박태준은 싹싹 빌고 있는 남자를 바라 보았다.“나머지 사람들은 다 나가, 피 안 튀기게 문 닫고 나가.”...신은지가 깨어났을 때, 정신은 이미 혼잡하기 그지 없었다. 그녀는 주위의 낯선 환경을 보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는 눈치 였다.밖에는 이미 해가 떠올랐다.커튼을 치지 않았기에 어두운 곳 하나 없이 햇빛에 비춰졌다. 주위는 조용하기 그지 없다. 신은지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그러다가 한 남자의 얼굴에 시선이 멈추었다, 출중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모습이다.어젯밤의 기억이 천천히 되살아 났다, 어떤 곳에 버려지고 나서 차가운 물로 씻은 기억이 떠올랐다.하지만 너무 흐릿해서 꿈인지 진짜인지 알 수가 없었다.그렇다면 박태준이 왜 이곳에 있는 것 인가.신은지는 점점 정신이 맑아지더니 곧이어 이상함을 느꼈다. 이불 안에 들어가 있는 자신이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알몸 이라는 사실을 알아 차렸다.그녀의 옆에 붙어 있는 남자도 많이 걸치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한 쪽 다리는 상대방의 어깨에 올라가 있었다.박태준은 그녀를 팔에 두른 채 옆으로 누워있다. 자신의 마음대로 상대방을 안을 수 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은지가 도중에 입술을 깨문 탓에 비명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 이 개 같은 자식. 어떻게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할 수 있지? 신
이어서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두 손은 박태준의 가슴팍을 막은 채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 어제 일은 내가 오해했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에 힘을 주어 미는 바람에 박태준이 침대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신은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나 벗은 채로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녀는 세면대를 지나면서 거울을 한번 바라보았다. 목, 쇄골부터 그리고 복부까지 모두 흔적이 남았다. 기억에는 없지만 흔적을 미루어 보아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신은지는 욕조에 누웠다. 따듯한 물 안에서 어젯밤 일을 다시 한번 더 떠올려 보는 중이다.어젯밤은 그녀의 기숙사 동기들과 파티를 가졌고, 방 안에 들어간 뒤로는 단 한 번도 밖으로 나온 적이 없다.다른 음식을 먹지도 않았는데 대체 왜 이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난 것일까. 만약 상대가 술에 약을 넣었다면 다른 세 명은 무사할까.호텔 방도 신은지가 예약했고, 방 열쇠마저 그녀가 가지고 있는데 서율과 윤서희가 자신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을까.신은지는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찾아 꺼내려 했다. 곧이어 미지에 쌓인 인물에 의해 핸드폰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만약 자신의 동기 중 한 명이 약을 넣었다면 어젯밤 미지에 쌓인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열심히 머리를 굴리면서 생각했다.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하지만 욕조의 물 온도가 변하지 않은 탓에 그녀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이때, 다급한 노크 소리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있었다.“신은지, 안 나오면 들어간다.”박태준의 목소리가 문 건너로 들렸다. 아침에 공복으로 몸을 담그면 저혈당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그는 신은지가 40분이 넘도록 밖으로 나오지 않자 그제야 노크를 한 것이다.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어지럽다는 생각과 함께 손과 발은 이미 쭈글쭈글해졌다. 곧바로 가운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박태준은 옷을 신은지에게 던져 주었다.“옷 갈아 입어,
신은지는 박태준과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박 사장님이 전예은 양을 편애한 적이 한두 번도 아니고 이번에도 충분히 그럴 수 있잖아요.”박태준은 신은지를 보면서 허, 라는 코웃음만 칠 뿐이다. 어젯밤 일이 전예은이 벌인 짓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신은지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담당자에게 전예은이 있었던 클럽 방의 감시 카메라와 이미 개봉된 술병과 술잔까지 모두 요구했다. 만약 서율과 윤서희가 계속 방에 있었다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금방 찾아낼 수 있다.담당자가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감시 카메라 영상은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술병과 술잔은 어젯밤 사장님께서 검사 센터에 맡기셨습니다. 결과가 나오면 제일 먼저 알려...”신은지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어디 검사 센터예요, 라며 그의 말을 끊었다. 계속 침묵하던 박태준이 입을 열었다.“무슨 생각이야?”신은지는 자신의 생각을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회수해서 다시 검사할 거야.”박태준이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아도 일말의 망설임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너 못 믿어.”그는 신은지의 시선이 나유성 에게 향하는 모습을 바라 보았다. 순간 목소리와 표정이 돌변하더니 자신에게 대하는 태도와는 180도 달랐다. “유성아, 가자.”두 사람이 자리를 뜨려고 하자 박태준은 신은지의 팔을 잡았다. 이어서 이빨을 꽉 깨문 채로 말했다.“여기서 기다려.”...전예은이 불려 왔을 때는 클럽이 제일 붐빌 시간이었다. 전예은은 박태준이 자신을 찾는다는 말에 클럽의 직원 복장을 한 사람과 함께 어디론 가 향했다. 왁자지껄한 공간에서 벗어나 조용한 사무실 근처에 도달하자 그녀는 불안해진 마음에 자리에 멈췄다.눈살을 찌푸린 채 물었다.“태준 씨가 저를 찾는다고 하지 않았어요?”“여기입니다.”직원이 노크를 하고 허락을 받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사무실 안에는 오직 박태준과 신은지만 남아 있었다. 전예은은 두 사람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박태준이 자신을 찾는다는
엔조이 클럽 같은 곳에 비공개 감시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은 전예은을 놀라게 하지 못했다. 게다가 얼굴조차 찍히지 않은 모습을 자신이라고 우기는 신은지가 우스웠다. 상대방이 다른 증거를 내밀지 않자 그녀는 떳떳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네가 날 싫어한다는 건 잘 알고 있어. 근데 고작 저걸로 내 얼굴에 먹칠할 생각이면 한참 잘못 생각한 거야.”전예은은 영상을 보고 나서 무슨 일 있었냐는 등의 위선적인 질문은 하지 않았다. 한편, 신은지는 다른 물증을 찾지 못했다. 자신이 ‘승리의 여신’ 도 아니고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온 상대를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곧이어 그녀는 나유성이 건넨 알약을 보여 주었다.“이 약 알지?”“내가 안다고 하면 나한테 뒤집어 씌울 거잖아. 그리고 약은 다 비슷하게 생겼어, 어제 내가 먹던 감기약 이랑 똑같이 생겼는데?”“어젯밤에 유성이한테 준 약은?”“감기약. 머리가 아프다고 하길래 하나 준 거야.”두 사람을 대치해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다. 감시 카메라가 있었다고 한들 음악 소리 때문에 대화 소리가 담겨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신은지는 미소를 살짝 짓더니 약을 그녀에게 건넸다.“그럼 먹어.”순간 전예은의 동공이 커졌다.“내가 왜 먹어야 해? 약은 함부로 먹는 게 아니야.”“이건 네가 어제 유성이한테 건네준 약이야, 방금 전에 네 입으로 감기약이라고 했잖아?”“그건 맞아. 근데 네가 다른 약으로 바꿨을지 내가 어떻게 알아?”전예은이 턱을 들어 올리고 말을 덧붙였다.“어젯밤에 네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유성이랑 대화 몇 마디 하다가 돌아갔어. 감시 카메라로 확인해도 좋아.”이어서 입술을 깨물고 박태준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그는 뻥긋 조차하지 않았다, 오히려 구경꾼들처럼 흥미진진하게 상황을 바라볼 뿐이다.부친 때문에 그가 자신의 행동을 눈 감아 주곤 했지만 오늘은 확신이 없었다.“내가 했다는 증거는 있어?”신은지 보다 박태준에게 들리라고 하는 형식의 질문이다. 신은지는 웃긴
박태준의 안색은 어둡다 못해 그림자가 졌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신은지가 그를 멀뚱멀뚱하게 쳐다보다가 힘든 나머지 눈을 깜빡 깜빡거렸다. 자리를 뜨려고 하자 박태준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나도 너 건드린 적 없어, 근데 왜 나만 쏙 빼놓고 말하는 거야?”그는 신은지의 손목을 꽉 잡았다. 극도로 분노한 모양이다.“내가 뭘 하든 네 눈엔 속 좁은 사람처럼 보이는 거야?”신은지는 그의 반응에 멈칫했다. 박태준이 이러한 일로 화를 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속 자신을 꾸짖는 말 때문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서둘러 제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이미 5분이나 지났어.”박태준은 문밖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보고 비웃었다.“왜, 그렇게 걱정되면 너가 가보지 그래?”“...”이런 일에는 박태준이 그녀보다 더 눈치가 빨랐다. 신은지가 흰자위를 까뒤집으면서 대답했다.“네 전 여친이기 전에 저 여자 부친이 너 때문에 고인이 되었다는 사실은 기억 하지? 정월 초하루부터 제사 지내러 가는 인간도 걱정 안 하는 데, 내가 뭘 걱정하겠어.”박태준에게 이런 말투로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신은지가 유일하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사무실에는 두 사람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신은지는 전예은을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박태준에게 잡혀서 계속 벗어나지 못했다.그녀는 빨갛게 변한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았다.“아파.”아프다는 말에 박태준은 재빨리 힘을 뺐다. 하지만 손목을 놓지는 않았다.“동정심에 잠깐 옆에 있어 준 거뿐이야, 그리고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야.”“그래.”신은지는 두 사람의 연애사에 일말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한편, 전예은은 계속 약에 시달리고 있다. 복부부터 시작된 뜨거운 열기는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박태준은 고개를 숙이고 신은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피곤에 찌든 얼굴과 눈꺼풀에는 연한 멍이 눈에 들어왔다.“쉬고 싶으면 위에서 쉬어.”너랑 최대한 멀어진 곳에서 쉴 거야, 라고 신은지가
“...”담당자는 박 사장님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이 여자는 천년 묵은 여우처럼 눈치가 빠르고, 지금은 박 사장님에게 잔뜩 화가 나 있는 상태다. 두 사람은 절대로 다시 재회 할 수 없다, 라고 그는 생각했다. 신은지가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서 7층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버튼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여러 번 다시 시도해 봐도 똑같았다.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이어서 ‘7’ 주위에 있는 버튼을 모두 한 번씩 눌러 보더니 정상적으로 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했다. 즉, 7층만 봉쇄 되었다는 뜻이다. 이유는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었다. 담당자가 다급하게 말했다. “신은지 양, 박 사장님은 지금 1층에 계십니다. 봉쇄 하라고 하신 이유는 그저..”그는 큰 클럽을 관리하는 담당자로서 여자의 마음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먼저 박태준의 위치를 설명했다. 혹여나 박태준이 전예은과 같이 있다는 오해를 할까 봐 먼저 이야기해 준 것이다.“아니요. 처음부터 행운을 빈다고 얘기했어요. 박태준한테 보호받고 있는 것도 다 그 여자 운이겠죠.”층 봉쇄 말고 클럽 전체를 봉쇄한다고 해도 신은지는 전혀 놀라워하지 않을 것 같다.담당자는 상황이 악화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녀가 불쾌할지도 모르지만 사실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전예은 양의 주사가 상상 이상으로 불순합니다. 사장님께서는 그분이 주사로 늘어놓는 말 때문에 귀하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층을 봉쇄하라고 지시하신 것뿐입니다. 다른 건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어요. 의사도 부르지 않으셨습니다.”신은지가 여러 버튼도 누르고, 다른 손님들도 들어오는 바람에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현저히 느렸다. 그녀는 엘리베이터 제일 안쪽에서 서 있다. 부드러운 음악이 귀에 흐르자 정신이 몽롱했다. 하품을 몇 번 하더니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때, 앨리베이터가 1층에서 멈췄다.문이 열리고 박태준이 나타났다. 그는 신은지의 눈가를 보고 눈살을 찌푸
신은지가 답했다.“박태준은 옆방에 있어.”이어서 문을 닫으려고 하자 전예은이 문을 잡고 말했다.“어젯밤 일은 네가 졌어, 네가 말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어.” “그래서?”“클럽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건 태준 씨가 층을 모두 비웠다는 소리지.”쓰레기 인품을 가진 그녀라도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로 이렇게 입고 자랑하려고 온 거야?”목소리를 바꾸어 다시 말을 이었다.“근데 어제 네가 아무리 생난리를 쳐도 거들떠도 보지 않던데, 뭐가 잘났다고 자랑하는 거야?”“그러니까 태준 씨는 나를 엄청 아끼고 있다는 뜻이지.”거짓이 분명하지만 신은지의 신경을 긁을 수 있다는 점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박태준을 갖지 못한다면 신은지도 결코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장황하게 늘어놓을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신은지는 서둘러 옆방 문을 두드렸다. 귀가 울릴 정도로 노크 소리가 컸다. 곧이어 박태준이 방문을 열었다. 그가 위치한 층에서 그들을 제외하면 빈 층이나 다름없다. 설령 다른 사람이 있다고 해도 감히 그의 방문을 난폭하게 노크하는 일은 없다.그는 노크하는 사람이 신은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곧이어 아무 생각 없이 팬티 바람으로 문을 열었다.“신은지, 너 대체..”그는 말을 하다가 다시 문을 펑, 하고 닫았다. 잠시 뒤, 박태준이 다시 문을 열었을 때는 말끔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셔츠의 단추마저 끝까지 끼워서 쇄골도 보이지 않았다.“무슨 일이야?”그의 질문은 전예은에게 묻는 것이다. 자신이 생각했던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예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랐다.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은 눈빛에 부끄러움이 섞여 있다.하지만 몇 차례의 ‘훈련’ 을 끝낸 덕에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태준 씨, 어제 고마워.”“너 도운 거 아니야. 이번 일로 신은지한테 약점을 잡히지 않았으면 해서 한 일이야.”“...”전예은은 적극적으로 다가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