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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개과천선

박태준의 안색은 어둡다 못해 그림자가 졌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신은지가 그를 멀뚱멀뚱하게 쳐다보다가 힘든 나머지 눈을 깜빡 깜빡거렸다.

자리를 뜨려고 하자 박태준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나도 너 건드린 적 없어, 근데 왜 나만 쏙 빼놓고 말하는 거야?”

그는 신은지의 손목을 꽉 잡았다. 극도로 분노한 모양이다.

“내가 뭘 하든 네 눈엔 속 좁은 사람처럼 보이는 거야?”

신은지는 그의 반응에 멈칫했다. 박태준이 이러한 일로 화를 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속 자신을 꾸짖는 말 때문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서둘러 제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이미 5분이나 지났어.”

박태준은 문밖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보고 비웃었다.

“왜, 그렇게 걱정되면 너가 가보지 그래?”

“...”

이런 일에는 박태준이 그녀보다 더 눈치가 빨랐다. 신은지가 흰자위를 까뒤집으면서 대답했다.

“네 전 여친이기 전에 저 여자 부친이 너 때문에 고인이 되었다는 사실은 기억 하지? 정월 초하루부터 제사 지내러 가는 인간도 걱정 안 하는 데, 내가 뭘 걱정하겠어.”

박태준에게 이런 말투로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신은지가 유일하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무실에는 두 사람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신은지는 전예은을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박태준에게 잡혀서 계속 벗어나지 못했다.

그녀는 빨갛게 변한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아파.”

아프다는 말에 박태준은 재빨리 힘을 뺐다. 하지만 손목을 놓지는 않았다.

“동정심에 잠깐 옆에 있어 준 거뿐이야, 그리고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래.”

신은지는 두 사람의 연애사에 일말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한편, 전예은은 계속 약에 시달리고 있다. 복부부터 시작된 뜨거운 열기는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박태준은 고개를 숙이고 신은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피곤에 찌든 얼굴과 눈꺼풀에는 연한 멍이 눈에 들어왔다.

“쉬고 싶으면 위에서 쉬어.”

너랑 최대한 멀어진 곳에서 쉴 거야, 라고 신은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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