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지가 물었다.“왜 그래?”“이것 봐, 전예은 이번에는 또 누구한테 찍힌 거야?”진유라가 신은지에게 핸드폰을 건넸다.“엔조이 클럽 로비에서 찍힌 전예은 관련 영상이야. 시끄러운데 밑에 자막이 깔려 있어.” 신은지는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았다. 영상에는 전예은이 나유성에게 약을 건네는 장면이 포함되었다. 그녀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고, 입 모양을 참고한 자막이 띄워졌다.나유성을 통해 신은지 에게 약을 먹이려는 사실뿐만 아니라 직원 매수, 클럽 손님에게 성매매를 권유한 모습까지 모두 포착되었다.그녀의 행동은 모두 불법 행위에 속한다. 또한 클럽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술자리 상대에 그친다.영상과 같이 포함된 기사는 이틀 치 사건을 모두 정리한 내용이었다. 기사는 순식간에 퍼져 나갔고, 분위기가 역전되었다.신은지는 자신이 넣은 약에 취해 버린 사람이 되고 말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신은지를 욕하던 네티즌들도 모두 전예은을 향해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이게 사실이었어? 그럼 지금까지 다 자작극이었다는 거야?’‘진짜 사람 하나 보낼 생각이었네. 남자 이용해서 그런 짓 하려던 게 소름 돋아. 그리고 외모는 전혀 신경 쓰지 않나 봐.’‘당장 무용계에서 나가, 연예계로 돌아올 생각은 꿈도 꾸지 마.’‘못생기고 악독한 X아, 당장 나가..’한편, 전예은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상황이 예상대로 흘러가는 듯했지만 순식간에 질타의 대상은 자신으로 바뀌어 있었다. “뉴스 내려 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돈 받은 놈 들은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예요!”전예은은 옆에 있던 매니저에게 소리를 질렀다.“저한테 신은지가 약을 먹인 영상을 가지고 있어요. 연락해서 얼른 올리라고 하세요.”그녀는 과거에 있었던 일 때문에 옷에 감시 카메라를 다는 행동이 습관이 되었다. 이러한 습관이 유용하게 쓰일 줄은 전혀 몰랐다. 매니저는 짜증 섞인 말투로 답했다.“올리면 뭐 어쩔 건데? 이 사건의 원인은 너야. 상대편은 똑같은 방법으로 상대했을 뿐이지. 설마 네티즌들이 네
강혜정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 보았다. 눈빛과 말투 모두 차가웠다.“그런 여자들?”올케는 그녀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언니..”강혜정은 올케를 쳐다보지도 않고 자신의 동생을 불렀다. 상대방의 체면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곧이어 친척들이 있는 자리에서 그녀를 나무라기 시작했다.“네 아내, 뭐만 하면 다른 사람 깔보는 말 버릇 좀 고치라고 해. 우리 강 씨 가문이 유명한 가문은 아니지만 그래도 창피할 줄은 알아야지. 다 가족들이라서 망정이지, 다른 집안사람들이라도 들었으면 집안 망신이야.”그녀의 올케는 곧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귀족 가문인 박 씨 가문에 시집을 갔어도 조용하고 겸손했던 새언니의 또 다른 모습에 놀랐다.박 씨 가문만 아니었다면 강혜정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조카가 박태준과 결혼만 하면 어떻게든 복수 할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이어서 고개를 들자 남편의 모습이 보였다. 차가운 눈빛에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한편, 강혜정은 핸드폰을 꺼내서 신은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은지야, 나 좀 데리러 올 수 있을까? 오늘 가족 파티 때문에 기사님들도 휴가 보내서 사람이 없네. 지금 아소정에 있어.” “박태준은요?”강혜정의 안색이 급격하게 나빠졌다.“그 자식 이름은 입에 오르지도 마. 생각만 해도 짜증 나니까.”“..네, 알겠어요.”“그럼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게, 천천히 와.”그녀는 신은지와 전화를 끊고 서둘러 박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녁에 은지랑 은지 남자친구 만나기로 했어. 네 금고에서 남자용 악세사리 하나 골라서 영웅 씨한테 줘. 그리고 나한테 보내라고 해. 은지가 연애하는 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남자 친구 없어요, 이상한 짓 하지 마세요.”“기자 앞에서 연인 사이라고 벌써 말했어. 서둘러, 돈 아끼지 말고.”박태준은 짜증 나는 마음에 미간을 찌푸렸다.“가짜예요.”“네가 뭘 알아? 연애하는 것도 전 남편한테 알려 줘야겠니? 임신하면 검사 결과도 다 너한테 보내줘야 직성이 풀리
“기자들 앞에서 네가 그놈 여자친구라고 떵떵거리면서 보호해 주니까 고마워서 미치겠어?”그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다. 날이 선 말에 마음이 쓰렸다.“신은지, 네가 박력 넘치는 남자에 빠진 10대 소녀도 아니고 겨우 그런 거에 감동받는다고?”“미안 한데, 나는 ‘그런 거’에도 감동받는 사람이야.”신은지는 그제야 자신의 팔을 빼냈다. “적어도 삼 년 결혼 생활하면서 아무도 내가 누구 아내인지 모르는 것보다는 낫지.”박태준이 입술을 깨물었다.“네가 공개하고 싶으면...”신은지는 눈치를 채고는 곧바로 그의 말을 끊었다.“아니, 우리는 이미 이혼 한 사이야. 과거에 있었던 일은 더 이상 캐묻지 않을 게. 그리고 얼마 전에 네가 네 입으로 그랬지? 재혼 이야기 먼저 꺼내는 쪽이 개라고. 사장 그만하고 개가 되고 싶은 모양이지?”박태준의 안색이 급격히 나빠졌다. 턱은 곧 터질 것 같이 팽팽했고, 분노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신은지의 목을 조를 것 같은 분위기였다.신은지는 그가 자존심에 타격을 받은 틈을 타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갔다. 서둘러 시동을 걸어서 자리를 떠났다. 차에서 나오는 매연이 그대로 박태준의 얼굴에 쏟아 졌다. 한편, 강혜정은 아소정의 문 앞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 흥, 이라고 코웃음을 치고는 옆에 있는 롤스로이스 차에 올라탔다....주말. 신은지와 진유라는 같이 인터넷에서 핫한 전골집을 가기로 했다. 가는 도중에 정체 모를 남자에게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별장으로 오세요, 할 일이 생겼습니다.”“지금요?”계약을 하고 난 뒤로 남자는 종적을 감추었다. 모친과 연관된 일을 물어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연락이 되지 않았다.“네.”“그 죄송한데..”시간은 이미 12시가 되었다. 워낙 인기 많은 전골집이기 때문에 진유라가 3일에 걸쳐서 겨우 예약한 곳이다. 신은지가 식사를 하고 가도 되냐고 묻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신은지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미안한 표정으로 진유라에게 말했다.“유라야
신은지는 작업 도구를 가지러 갔다. 준비를 해준다고 했지만 신은지는 본인 것을 쓰는 것이 편했다. 별장에서 나오자 진유라는 신은지를 붙잡고 조용히 말했다. “은지야, 이 별장 느낌이 안 좋아. 내가 방금 1층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가정부가 나를 도둑 취급하면서 화장실까지 따라왔다니까? 그리고 내가 대충 봤는데 숨겨져 있는 cctv가 5개 정도나 돼. 아마 숨어 있는 게 더 있을 거야.” 진가 집안 산하에 기술 회사가 있기 때문에 진유라는 cctv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당한 일이면 cctv를 이렇게 많이 설치했겠어? 집안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어서 아마 모기가 들어와도 암컷인지 수컷인지 알 수 있을 정도야.”신은지도 마음이 무거웠다. 신은지는 상대가 스스로 어머니와의 친분을 밝혔기 때문에 옛날 일을 쉽게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방금 전 상대의 태도를 보니 험난한 길이 예상되었다. “네 말이 맞아.” 신은지는 진유라의 말에 수긍하며 말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차를 타고 산 아래로 내려오는 길에 쏜살같이 지나가는 진선호의 차를 보았다.진선호는 좁은 산길에서 과속을 했다. 진유라는 자신을 향해 질주하는 진선호의 차를 피할 수 없어 부딪힐 것 같았다. 진유라가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이때, 진선호도 진유라 차 바로 앞에서 급정거를 했다. 두 사람이 급정거를 하자 바닥에 타이어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깜짝 놀란 진유라는 핸들을 잡은 채 멍하니 있었다.그리고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다행히 사고가 나지는 않았다. 진유라는 맞은편 차가 매우 낯익었다. 잠시 후, 진유라가 한참 생각에 빠졌을 때… 사이드미러로 뒤차에서 사람이 내리는 것이 보였다. 키가 훤칠한 진선호는 차에서 내려 성큼성큼 진유라의 차를 향해 걸어왔다. 진선호는 평소 장난기 많던 표정은 사라지고 매우 진지했다. 잠시 후, 진선호는 조수석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신은지를 훑어보고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말했다.“무슨
“쯧쯧…”고연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혀를 내둘렀다. 두 사람은 워크숍에 직접 참여한 적은 없지만 눈으로는 많이 보았다. 게임은 워크숍에서 빠질 수 없는 항목 중 하나이다. “유성이가 워크숍을 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지? 되게 적극적이네? 나도 가서…” 박태준은 고연우의 말을 듣지도 않고 앞으로 쏜살같이 뛰어갔다. 신은지는 게임에 적극적으로 임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동료들이 옆에서 ‘절대 떨어뜨리지 마! 한 사람 밖에 안 남았어, 조금만 힘내!’라며 응원했다. “A조 파이팅! 은지 씨, 나 대표님, 보너스는 두 사람한테 달려 있습니다! 절대 떨어뜨리면 안 돼요!”동료들의 응원에 힘을 입어 승부욕이 생긴 신은지는 긴장감 속에 열쇠고리를 나유성의 빨대에 옮기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열심히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빨대가 힘이 없어서 자칫 잘못하다가 열쇠고리에 찌그러질 것 같았다.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었다. 오늘 날씨는 덥지 않아 에어컨을 틀지 않아서 신은지의 손에서 땀이 났다. 하지만 신은지는 집중했다.신은지가 어렵게 나유성 빨대로 열쇠고리를 걸려고 할 때, 누군가 신은지의 팔을 잡아당겼다. 열쇠고리는 ‘툭’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떠들썩했던 현장 분위기는 순간 마치 일시정지를 누른 듯 조용해졌다.그리고 모두들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박태준과 진선호가 양쪽에서 신은지의 팔을 잡고 있었다.두 사람은 성격이 아예 상반되지만 지금 이 순간 얼굴 표정은 얼음장처럼 싸늘했다. 나유성은 입에 물고 있던 빨대를 빼고 말했다. “워크숍에 관련 없는 사람은 모두 나가 주세요. 아니면 경호원 부르겠습니다.” 이전에는 여자 셋이었지만 지금은 남자 셋이다. 게다가 세 남자의 팽팽한 신경전을 보아 자칫 잘못하다가 몸싸움이 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여주인공인 신은지는 세 남자에게 선택받았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차라리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눈치 빠른 사회자는 직원들을 데리고 옆방으로 옮겨 워크숍을 계속해서 진행했다.현장에는 신은
박태준이 신은지를 데려가자 나유성과 진선호도 뒤쫓아갔다. 이때, 고연우는 소파에 벌떡 일어섰다.나유성과 친분이 있는 고연우는 이런 일에 끼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막아볼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고연우가 두 사람에게 다가가자 진선호가 비웃으며 고연우 앞을 가로막았다.고연우는 진선호에게 공손하게 말했다. “진선호 씨, 저희 이야기 좀 할까요?”진선호는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무슨 이야기요? 민아 이야기요?”고연우는 방금 전 공손함은 사라지고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정민아 말입니다. 정씨 집안이랑 진씨 집안은 명절에 인사하는 사이지 않습니까? 민아가 집안에 인정을 받았을 때 제가 경인으로 데려왔어요.” 고연우는 전혀 모르고 있던 이야기다. 고씨 집안과 정씨 집안의 사이는 좋다. 하지만 진씨 집안은 전혀 상관이 없다. 게다가 진선호는 대학교도 군사학교로 진학해 기숙사 생활을 했다. 집안 어른끼리는 아는 사이일 수 있지만 자식들 끼리는 그저 인사만 하는 사이에 불과할 것이다. 진선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매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매부’라는 소리에 화가 누그러진 고연우는 한발 물러서며 말했다. “별말은 아니에요. 빨리 태준이 따라가보세요. 아마 진짜 법원 가는 건 아닐 거예요.”잠시 후, 진선호가 박태준 뒤를 거의 따라잡았을 때 나유성이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잘생긴 도련님 나유성은 잔뜩 찡그린 얼굴로 돌아왔다. “뭡니까?” 나유성은 진선호에게 대답하지 않고 다른 출구로 향했다. 진선호는 굳게 닫힌 문을 보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유성을 따라갔다. 잠시 후, 뒷문으로 나온 진선호는 나유성이 왜 돌아 나왔는지 알게 되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금색 손잡이에는 자물쇠가 걸려있었던 것이다. 물어보지 않아도 누가 한 짓인지 알 수 있었다. 박태준, 정말 쓰레기만도 못하다! 밖으로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지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유성은
박태준 말로는 전망대였지만 사실 텅텅 빈 공터였다. 두 사람도 이른 시간에 왔지만 이미 사람들로 북적거렸다.달을 보러 온 사람들은 등산 장비까지 갖추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올라왔다.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빈손으로 온 박태준과 신은지와는 완전히 달랐다.다른 사람들의 눈에 두 사람은 달을 보러 오는 사람으로서 자세가 되지 않아 보였다. 한 시간 동안 산을 올라 피곤한 신은지는 박태준을 외면한 채 제일 깨끗한 의자를 찾아 앉았다. 하지만 산꼭대기에 있는 제일 깨끗한 의자도 그다지 깨끗하지 않았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햇빛이 없기 때문에 찬 바람을 맞으면 감기 걸리기 쉽다. 박태준은 외투를 벗어 신은지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깔고 앉아. 산꼭대기라 바람이 차.” 산에 올라오면서 땀이 나 외투까지 벗은 신은지가 박태준의 옷이 필요할까?신은지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필요 없어. 나 안 추워.” 박태준은 신은지의 손을 끌어당겨 의자에 겉옷을 깔아주며 말했다. “산 꼭대기는 기온이 빨리 떨어져. 너 감기라도 걸리면 내가 업고 내려가야 되잖아.” 잠시 후, 박태준은 신은지의 눈빛에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말했다. “네 옷도 입어.” 신은지는 반대편 구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박태준, 말하지 말고 저리 가. 아니면 천구가 너 때문에 열받아서 달을 먹으러 오지 않을 거야.”고대 신화에는 ‘천구가 달을 먹다’라는 신화가 있다. 박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시간 있으면 책 좀 읽어. 옛날에는…”신은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태준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박태준, 입 좀 다물어 줄래? 평소 너처럼 열 마디 물어봐면 ‘응’이라고 한 마디만 해.” 신은지의 손은 매우 부드럽고 향긋한 핸드크림 향이 났다. 게다가 아마 산에 올라오면서 더웠기 때문에 손에 열기도 있었다. 신은지보다 키가 큰 박태준은 신은지를 내려다보았다. 신은지는 별처럼 빛나는 눈동자로 박태준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신은지의 눈빛은 이혼하기 전에 영혼 없던 모습과는
좁은 산길에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신은지는 박태준의 손을 잡고 앞사람의 손전등 불빛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핸드폰 배터리가 없으면 구조 요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핸드폰 플래시를 사용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 같았다. 지금까지 핸드폰을 보면서 달이 뜨기만을 기다렸기 때문에 이미 배터리가 몇 퍼센트 남아 있지 않았다. 이때, 신은지는 갑자기 오른쪽 어깨가 어딘가에 부딪히는 것을 느꼈다. 뒷사람이 기다리지 못하고 비집고 달려온 것이다.신은지는 뒷사람 때문에 옆에 있는 숲 쪽으로 휘청했다. 박태준은 신은지가 옆으로 휘청하자 순간 잡고 있던 손을 더욱 꼭 붙잡았다. 신은지는 다행히 숲으로 굴러떨어지지 않았지만 발을 삐끗했다. 이때, 앞에 있던 사람들과 이미 멀어지고 말았다. 밤이 어두워지자 산속은 칠흑같이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빗줄기가 더욱 거세져 두 사람은 쫄딱 젖은 생쥐 꼴이 되었다. “박태준, 나는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 밑에 내려가서 사람을 불러와.” 신은지는 옆에 있는 나무에 기댄 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산속은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캄캄해서 손정등을 켜야 한다. 하지만 박태준의 핸드폰 배터리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마 한 시간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만약 다리가 다친 신은지를 데리고 간다면 두 사람은 절대 산에서 내려갈 수 없을 것이다. 박태준은 아마 고연우에게 빨리 데리러 오라고 전화를 해놨을 것이다. 잠시 후, 박태준은 손전등을 켜고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이 불빛마저도 매우 희미해서 발밑만 밝힐 수 있었다. “배터리 낭비하지 말고 빨리 가.” 신은지는 재촉하며 말했다. 박태준이 자기 핸드폰을 버리지만 않았어도 좀 더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펜션 구경은 하지도 못하고 달을 보러 나왔다가 달은 구경도 못하고 산속에 갇히게 되었다. 박태준은 플래시를 끄고 고연우에게 문자를 했다. 하지만 산속이라 신호가 잘 잡히지 않았다. 잠시 후, 박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