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34화 불길한 예감

박태준 말로는 전망대였지만 사실 텅텅 빈 공터였다.

두 사람도 이른 시간에 왔지만 이미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달을 보러 온 사람들은 등산 장비까지 갖추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올라왔다.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빈손으로 온 박태준과 신은지와는 완전히 달랐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두 사람은 달을 보러 오는 사람으로서 자세가 되지 않아 보였다.

한 시간 동안 산을 올라 피곤한 신은지는 박태준을 외면한 채 제일 깨끗한 의자를 찾아 앉았다.

하지만 산꼭대기에 있는 제일 깨끗한 의자도 그다지 깨끗하지 않았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햇빛이 없기 때문에 찬 바람을 맞으면 감기 걸리기 쉽다.

박태준은 외투를 벗어 신은지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깔고 앉아. 산꼭대기라 바람이 차.”

산에 올라오면서 땀이 나 외투까지 벗은 신은지가 박태준의 옷이 필요할까?

신은지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필요 없어. 나 안 추워.”

박태준은 신은지의 손을 끌어당겨 의자에 겉옷을 깔아주며 말했다. “산 꼭대기는 기온이 빨리 떨어져. 너 감기라도 걸리면 내가 업고 내려가야 되잖아.”

잠시 후, 박태준은 신은지의 눈빛에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말했다. “네 옷도 입어.”

신은지는 반대편 구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박태준, 말하지 말고 저리 가. 아니면 천구가 너 때문에 열받아서 달을 먹으러 오지 않을 거야.”

고대 신화에는 ‘천구가 달을 먹다’라는 신화가 있다.

박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시간 있으면 책 좀 읽어. 옛날에는…”

신은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태준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박태준, 입 좀 다물어 줄래? 평소 너처럼 열 마디 물어봐면 ‘응’이라고 한 마디만 해.”

신은지의 손은 매우 부드럽고 향긋한 핸드크림 향이 났다. 게다가 아마 산에 올라오면서 더웠기 때문에 손에 열기도 있었다.

신은지보다 키가 큰 박태준은 신은지를 내려다보았다. 신은지는 별처럼 빛나는 눈동자로 박태준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신은지의 눈빛은 이혼하기 전에 영혼 없던 모습과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