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이 신은지가 나가려고 하자 그녀를 잡았다.“내가 바래다줄게.”신은지의 시선이 박태준의 얼굴을 훑고 전예은의 얼굴로 이동했다. 그녀의 눈살이 자동으로 찌푸려졌다.“진짜 쓰레기네. 하나로 부족해서 하나 더 준비한 거야?”그녀는 밖에서 박태준의 차 옆에 서있는 진화영을 발견했다. 동시에 전예은과 박태준의 대화까지 모두 듣고 있었다. 신은지는 자신도 모르게 과거의 자신이 떠올랐다. 전예은과 마찬가지로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말을 해주길 간절히 기다리지 않았는가.박태준은 인상을 썼다.“저 사람은 그냥 아버지 대신해서 기획안을 가져온 거뿐이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라고!” 이어서 그의 표정이 살짝 풀렸다.“신경 쓰이면..”“아니, 신경 안 쓰여.”신은지는 박태준의 말을 끊었다.“나 잡지 마, 결혼했던 사실마저 싫어질 거 같으니까.”신은지의 말 때문인지 모르지만 박태준은 순순히 그녀를 놔주었다. 그가 손을 놓자마자 신은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뛰어나갔다.진선호는 차를 길 옆에 두었다. 마침 차실에서 나오는 신은지를 보고 창문을 내렸다. 이어서 그녀는 보조석의 문을 열었다.박태준은 시력이 좋아서 멀리 서도 그녀의 모습과 환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이를 갈면서 마음속 깊숙이 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그리고 전예은을 무시한 채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차실에서 나오는 그의 모습을 보고 진화영이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박 회장님, 바로 회사로 가시는 거예요?”진화영은 직접 재경그룹으로 찾아갈 생각이었다. 자신의 부친이 재경그룹과 사업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그녀가 박태준을 찾아가려고 했지만 아무리 해도 만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하 1층에서 만날 줄은 몰랐던 것이다.박태준은 시간이 촉박한 탓에 바로 거절했지만 계속 그의 뒤를 쫓아온 것이다.“아니요, 저는 귀사와 같이 할 의사가 없습니다.”“조금만 더 검토해 주세요. 진씨 집안이 가지고 있는 큰 프로젝트 중에서 마음대로...”박태준은 의미 없는 대화에 필요성을
신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유성은 그녀가 말하기까지 계속 기다렸다. 나유성이 고집을 부리는 일은 극히 드물다. 초반에 그는 신은지가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면 천천히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계속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사실 그는 3년 전의 일이 반복될까 봐 두려 운 것이다.이어서 신은지의 목소리가 들렸다.“사양할게.”신은지는 전화를 끊고 앞 쪽을 멍하니 바라 보았다. 그리고 다시 물건을 정리했다.한편, 진선호는 경원에서 저택으로 향하는 길이다.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진은비였다. 그녀는 모친이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지만 진선호가 유부녀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를 내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내가 무슨 유부녀를 좋아해? 엄마 앞에서 이상한 말 하지 마. 내가 다 설명할 거야.”그는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다급하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진은비가 모친을 위로하는 소리가 들렸다.“엄마, 밖에서 누구한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오빠 눈이 얼마나 높은지는 엄마도 잘 알잖아. 한번 이혼 한 여자라도 외모, 능력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을 거야. 만인의 이상형 일 수도 있잖아.”그녀도 자신의 오빠가 이혼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진선호가 고집을 부린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진은비는 어쩔 수 없이 모친의 화를 풀어 주기 위해 아부를 떨었다. 이때, 진선호가 다가갔다.“진은비, 만인의 이상형이 대체 무슨 말이야? 말할 줄 모르면 그냥 조용히 해.”진은비는 볼이 빵빵 한 채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그게 뭐가 어때서?”진선호를 바라보는 모친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 담겼다.“다 조용히 해. 진선호, 그 여자랑 어디까지 갔는지 모르지만 당장 전화해서 인연 끊어. 네가 전화 안 하면 내가 직접 할 거야.”오늘 진선호는 상의는 바람막이, 하의는 카구 바지와 부츠를 신었다. 게다가 빡빡 민 머리 때문에 사람이 더욱 날카로워 보였다.그는 모친의 앞으로 다가갔다. 경직된 표정은 사라지고 순식
신은지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클럽 매니저가 그녀를 반겼다. 그리고 다급하게 상황을 설명했다.“사모님, 박 회장님께서 큰일 날 것 같습니다.”“죽나요?”“...”그녀는 방에 들어가고 나서야 매니저의 뜻을 알 수 있었다. 박태준은 술병으로 가득 찬 테이블 위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로 쏟아진 술 때문에 방 안은 난장판이었다.하지만 그는 전혀 싫증 내지 않았다. 박태준은 외투를 소파에 두고 얇은 셔츠만 입고 있었다. 셔츠의 손목 부분은 팔꿈치까지 접혀 있고, 셔츠 앞 부분의 단추가 풀려서 가슴팍을 다 드러냈다.그는 무표정으로 술잔을 들고 있었다. 혼미한 와중에도 정신을 붙들어 잡기 바빴다.신은지는 술을 거의 먹지 않기 때문에 박태준의 행동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적어도 앞에 앉아 있는 사람에 비해서는 정상적 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진선호도 술잔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테이블 위로 다리 하나를 올린 채로 앉아 있었다. 가슴팍은 무릎에 붙어서 고개를 떨군 채 말했다.“내가 이기면 나한테 형님이라고 불러! 내가 꼭 이겨서 개처럼 부려 먹을 거야. 내가 너한테 당할 줄 알았어? 내가 부대에서 일하고 있을 때, 너는 진흙탕에서 놀기만 했겠지! 말해, 오늘 일도 네가 한 짓이지?”경험이 많은 매니저가 신은지에게 설명해 주었다.“박 회장님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습니다. 더 드시다가 급성 췌장염에 걸릴지도 모릅니다!”신은지는 진선호를 바라보았다.“진선호 도련님은 괜찮으신 편입니다. 태도가 거만해지는 것뿐이니까요.”신은지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박태준의 술잔을 빼앗았다. 술을 녹은 얼음 통에다가 붓고는 두 사람을 향해 뿌렸다. “..”박태준은 특별한 반응을 하지 않았다.하지만 진선호는 달랐다. 물 벼락을 맞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어떤 새끼가 물을 뿌리고 지랄이야!”이때, 얼음 통 안에 있던 얼음 하나가 그의 옷 안으로 들어갔다. 티셔
진선호는 병원에 가기 싫어하는 눈치였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냥 피부 외상이라서 집에서 약만 발라도 괜찮아요. 병원 갈 필요 없어요.”두 사람이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을 때, 진화영 일행과 마주쳤다. 그녀는 친구와 함께 박태준을 부축했다. 진화영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다.‘이혼하자마자 다른 남자랑 같이 놀러 다녀? 박 회장님이 질투 하기를 바라는 거지?’신은지는 그녀의 반응을 보고 다친 게 아닐까 생각했다. 두 일행은 동시에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신은지가 1층 버튼을 눌렀다.진화영은 당장이라도 호텔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남자는 마음대로 움직이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부친의 말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은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그녀는 신은지를 쫓아내고 싶었지만 그녀의 동행자 때문에 쉽게 행동할 수 없었다. 짧은 머리, 뚜렷한 이목구비와 날티나게 생긴 얼굴이 금방 출소한 범죄자를 연상케 했다.어느새 1층에 도착했다.진화영은 박태준을 부축하면서 한 발 먼저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고연우의 보디가드가 그녀의 앞을 막았다.박태준은 이미 만취한 상태라 혼자 몸을 가눌 수도 없었다. 진화영은 다른 사람의 도움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 내려왔지만 저지를 당하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당신들 누군데 내 앞을 가로막아?!”보디가드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도련님께서 신은지 양을 제외한 다른 사람이 박 회장님을 데려가지 못하도록 지시하셨습니다.”신은지는 말없이 지켜보았다.“...”진선호는 신은지를 이끌고 출구로 향했다.“얼른 가요, 우리한테 불똥 튀면 안 돼요.”진선호를 차를 가져왔지만 술을 마신 탓에 신은지가 운전을 해야 했다. 차에 올라타서 출발하려고 할 때, 차 뒷문이 열렸다.다름 아닌 보디가드가 박태준을 업고 뒷좌석에 태운 것이다. 그는 안전벨트도 빠지지 않고 해주었다.“박 회장님 잘 부탁드립니다.”그리고 문을 닫고 바로 자리를 떴다. 이어서 보디가
순식간에 일어난 탓에 신은지와 진선호 두 사람 모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박태준은 여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여자는 흠칫 놀라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서 여자의 긴 속눈썹이 그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그 바람에 박태준의 욕망이 점점 올라오기 시작했다.그는 힘을 주고 여자를 자신의 쪽으로 당겼다. 이어서 두 사람은 입맞춤을 나누기 시작했다. 병실의 차가웠던 공기는 집어삼킬 것 같은 열정적인 키스로 인해 달아올랐다. “시X!”진선호가 한 손으로 신은지의 어깨를 잡아당기고, 다른 한 손으로는 박태준의 멱살을 움켜쥐었다.“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진선호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 하려던 욕을 멈추더니 무서운 눈빛으로 박태준을 노려 보았다. 잠시 뒤, 겨우 말 한마디를 꺼냈다.“혀 넣었어요?”한편, 박태준은 멱살을 잡힌 채로 반항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술에 취한 탓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진선호는 이를 갈면서 주먹을 더 세게 쥐었다.“제 물음에 대답해 주시죠?”흐리멍텅 했던 박태준의 눈빛이 또렷하게 변했다. 이어서 진선호를 바라보며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글쎄요.”“이 사람이...”진선호는 박태준이 취한 척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진화영이 부축만 하면 넘어지고 신은지가 가까이 가면 서슴지 않고 입술을 갖다 대지 않는가.“오늘 당신 내 손에 죽었어!”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박태준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쥐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신은지가 그를 말렸다.“숨 막혀서 죽겠어요!”“그게 저랑 무슨 상관입니까!”하지만 진선호는 끝내 주먹을 내둘리지 못했다. 그저 높이 떠 있는 박태준을 노려 볼 뿐이다.박태준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어서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 또한 그의 셔츠는 이미 심각하게 쭈글쭈글해졌다.“이 사람 불쌍한 척하는 거 맞다니까요!”이때, 진선호가 손에 힘을 풀자 박태준은 몸이 45도로 비틀고는 침대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우웩!!”토에 섞여있던 술 냄새가 병실 안에 있던 소독약
신은지가 아침 밥을 들고 병실 문을 열었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사뭇 달라진 병실 안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박태준과 진선호는 금방이라도 싸울 것처럼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또 신경전이 일어났다고 판단했다.신은지의 등장은 잔잔한 바다에 돌을 던져 파도를 일으켰다.박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침대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어젯밤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신은지는 그의 늘어난 옷깃 안으로 목에 멍을 발견했다. 그는 그녀 옆을 지나가면서 차갑게 한 마디 꺼냈다.“진선호가 그렇게 좋아?”목소리가 낮은 탓에 두꺼운 눈을 덮은 것처럼 차가웠다. 그는 신은지가 누가 더 잘하는지에 대해서도 진선호와 진중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오해를 했다.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 신은지는 갸우뚱거리기 바빴다. 곧이어 박태준은 다른 설명은 하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떴다.신은지는 이상함을 감지하고 침대에 누워서 실실 웃고 있는 진선호를 바라보았다.“뭐라고 말씀하신 거예요?”“아무 말도 안 했어요. 저 사람 원래부터 속 좁은 사람이잖아요.”한편, 진선호는 큰 외상 하나 없이 아침밥만 먹고 병원을 나왔다. 신은지는 그의 배웅을 거절하고 택시를 탔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현관 앞에 한 사람이 서있었다. 신은지는 과거 박태준의 행동 덕분에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며 상대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세요?”사실, 신진하는 어젯밤에 그녀를 찾아왔었다. 하지만 아무리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걸어도 아무런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경비실에 문의를 했다. 그리고 신은지가 외출했다는 사실을 알고 해가 뜰 때까지 그녀를 기다렸다.“지금 시간이 몇 신데 이제야 집에 들어오는 거야?”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섣불리 자리를 뜨지 못했고, 신은지가 나타나자 쌓였던 짜증이 순식간에 올라왔다. 그 탓에 딸을 가르치는 진짜 아버지처럼 혼을 냈다.신은지가 열쇠로 문을 열면서 잠시 멈칫
늦은 저녁.고연우가 박태준와 연락 cxvgtr541`ytu6이 닿지 않자 진영웅 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회사에도 오지 않았다는 말에 신은지에게 또 한 번 더 차인 걸 예상할 수 있었다.그는 곧이어 차로 신당동으로 이동했다. 신당동 안으로 들어가자 직원이 문을 열어 주었다.“2층 서재에 계십니다.”고연우는 짧은 인사를 하고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서재의 문은 잠겨 있지 않았지만 노크를 두 번 했다.문 너머로 박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먹어. 내려가.”고연우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박태준은 인기척을 느끼고 확 고개를 돌렸다. 곧이어 고연우를 발견하고는 억지로 화를 눌렀다.“뭐야, 무슨 일 인데.”“선물 주려고.”박태준은 그가 쥐고 있는 싼 비닐봉지를 보자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뭔데.”고연우가 물건을 들고 그를 찾아온 적은 처음이다. 게다가 가지고 싶으면 다 가질 수 있는 신분 때문에 서로의 선물에 전혀 반가워하지 않았다.봉지 안에는 시장에서 사 온 몇 만 원짜리 오리고기가 들어가 있었다. 곧이어 고연우는 봉지를 1억이 넘는 박태준의 나무 탁자 위로 던졌다.그 바람에 고기 피 몇 방울이 주위로 튀었다.박태준은 인상을 짓고는 의자를 뒤로 뺐다.“굶었냐? 오리 고기 먹고 싶어서 환장한 거야? 그냥 직원 시키면 되잖아, 왜 나한테 가져오고 지랄이야.”“꼿꼿하기는 서서 똥도 싸겠네, 고집 좀 그만 부려.” “...”박태준은 그 ‘단어’ 를 듣자마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졌다. 신이 그를 놀리는 게 틀림없다.“내가 힘겹게 겨우 네 앞에 나눴더니,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취해서는 취객 모습만 보이고 말이야. 신은지가 싫은 거야, 아니면 고집 때문에 못 하겠는 거야?”박태준의 안색이 점점 나빠졌다. 하지만 고연우는 계속 말을 이었다.“벗겨서 네 침대에 눕혀 놔야 하고 싶은 거냐? 아니다, 네가 직접 해야 거기도 서겠지. 야, 내가 네 부모님이야? 여자랑 자는 것까지 알려줘야 해?”사실, 고연우는 박태준이 누구
신은지가 깎아 놓은 감자를 씻으러 자리를 옮기려 움직였다. 하지만 바닥이 미끄러워서 그만 발을 헛디뎠다. 동시에 위에 놓인 그릇도 건드리는 바람에 큰 소리가 났던 것이다.나유성이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다리가 저려서 그만 자신도 같이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신은지의 밑에 깔려 있었다.하지만 건장한 남자의 몸은 딱딱 하기 그지 없었다. 눈을 뜬 신은지는 어지러운 탓에정확한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 자신의 밑에 누가 깔려 있는지, 지켜보는 사람이 있는 지도 알 리가 없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다. 동작이 크지 않은 탓에 상대방의 그곳에‘비비는 것’처럼 보였다.나유성은 바닥에 누워 신은지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이어서 상대방의 동작에 의해 침을 꼴깍 삼켰다. 그는 통증 때문인지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은지야, 그만해.”이때, 누군가가 신은지를 나유성의 품에서 떼어 놓았다. 격한 행동이지만 그녀를 아프게 하지는 않았다.신은지는 반사 신경 때문에 상대방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벗어 날 수가 없었다. 점점 앞이 뚜렷 해지더니 그녀의 눈에 비친 사람은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는 박태준이었다.“얼마나 누워 있을 생각이야?”곧이어 나유성도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유리파편 때문에 피가 흘러도 아프지 않은 것 마냥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어서 박태준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서 신은지의 다른 손을 잡았다.“은지는 내 손님이야. 건들 생각하지 마.”“건드려?”박태준의 압도적인 포스에도 불구하고 자유성은 기죽거나 무서워 하지 않았다.“방금 전에도 은지가 널 밀어냈는데, 넌 여전히 가만히 있잖아. 그것도 범죄야, 알아?”이어서 신은지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오늘은 가족 모임이야. 외부 손님을 위해서 준비한 건 없어. 박 회장, 그만 돌아가.”현장에는 신경전이 펼쳐졌다. 키 큰 남자 두 명이 주방 문 앞을 막아서자 더욱더 작아진 기분이 들었다.나유성 모친은 심각한 상황을 감지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