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수영장 주위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에 빠르게 모여들었다. 멀리 서 있던 전희마저 침착하지 못했는데 그녀의 침착하지 못한 모습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거 너무하잖아요. 그냥 몸이 젖은 것뿐인데 이렇게 야단법석을 떨 필요는 없잖아요.”그러고 나서 전희는 다가와 멀리서 나를 바라봤다.“ 한지아 씨, 적당히 날뛰어요! 이 애들을 너무 안중에 두지 않는 거 아니에요? 이들 중 누구의 집안도 당신이 감당 못 할 거예요. 내가 말리지 않았다고 탓하지 마요. ”전희는 분명히 나에게 시비를 거는 것이었고 또한 군중을 선동하여 싸움을 일으키려는 것이다. 과연, 그 붉은 머리와 함께 있던 몇몇 재벌 2세들이 으스대며 우리 쪽으로 몰려왔다.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그들을 힐끗 쳐다보았고 유진도 나를 향해 웃었다. “전 여사님, 제가 날뛰는 걸 보셨어요?” 나는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그게 아니면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전희는 수영장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추궁했다.“사람이 너무 제멋대로 굴면 안 돼요. 만약 그녀들에게 문제라도 생긴다면 한지아 씨, 당신 목숨으로 보상할 기회도 없을 거예요.”나는 히죽 웃었다. “어머! 당신도 사람이 너무 제멋대로 굴면 안 되는 걸 알아요? 설마 저한테 말하는 거예요? 듣자 하니 당신이 자주 그러는 것 같던데.” “한지아 씨, 경고하는데 여기는 그쪽이 위세를 떨치는 곳이 아니에요. 당신 신분을 잊지 말아요. 자기 주제를 모르는 건 아니죠?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척하다가 큰코다치니 조심해요.”말을 마친 전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물속에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녀가 방금 이미 소식을 알리려 사람을 보냈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나는 유진과 눈이 마주치자 약속이나 한 듯 코웃음을 쳤다.이미연이 전희를 힐끗 쳐다보았다.“전희 씨, 당신한테 충고 하나 할게요. 이렇게 오르락내리락 난리 치지 말아요, 그러다
하지만 뒤돌아보고 모두 놀랐다.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유상현과 배현우 일행이었다. 보아하니 이 사람들은 사업 때문에 줄곧 함께 있었던 것 같다.나와 유진은 눈빛을 주고받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키가 크고 마른 중년 남자는 곧바로 화를 거두고 유상현에게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멀리서부터 아첨하며 손을 내밀었다.“유 대표님 오셨습니까! 어찌하여 대표님이 여기까지 행차하셨어요!”그러고는 다시 허리를 굽신거리며 배현우를 바라보았다.“배 대표님!”배현우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시선은 계속 내 몸에 머물렀다. 이때 내 치마가 아직 마르지 않아 초라함은 여전했다. 나는 배현우의 눈에서 분노가 솟구치는 것을 보았다.유상현은 유진과 그 옆에 있는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공적인 말투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키가 크고 마른 남자가 우리를 음산하게 쳐다보며 시큰둥하게 말했다.“어떤 경로로 섞여 들어왔는지 모르는 건방진 여자 둘이 여기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요! 꼴을 보아하니 양반집 규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주 건방져요!”유산현은 키가 크고 마른 남자의 말에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그 남자를 올려다보며 반문했다.“섞여 들어왔다고요?”그는 분명히 이 언행에 대해 매우 기분이 좋지 않았다.하지만 그 남자는 유상현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굽실굽실 맞장구를 쳤다. “네, 출신이 불분명합니다!”“유 대표님 오셨어요! 정말 영광입니다, 저는 서울 대우 무역회사의 정진웅입니다. 이번 친목회에 참석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쁩니다!”뚱보는 배를 내밀고 걸어가면서 멀리서부터 유상현에게 손을 내밀었다.유상현은 어두운 표정으로 그를 완전히 무시했다. 정진웅은 자기 추태를 감추려고 어색한 표정으로 헛웃음을 지으며 몸에 손을 닦았다. 그러고는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네. 이 두 년은 딱 봐도 몸 파는 년들인데 오늘 같은 날에 감히 유 대표님 앞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말도 안 되죠. 게다가 제 딸까지 때린 걸 보면 정말 간땡이가 부었어요!”유
유상현은 총각이 건네준 태블릿을 손을 뻗어 받아 든 뒤 한동안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봤다. 그러고는 태블릿을 마른 키 큰 남자에게 건넸다.“이게 바로 당신이 말한 섞여 들어온 사람이 소란을 일으켰다는 건가요?”키가 크고 마른 남자는 재빨리 태블릿을 받아 들고 전전긍긍하며 확인했다. 입가가 떨리더니 붉은 머리의 뺨을 한 대 때렸다.“내가 분명히 경고했지! 이 당돌한 정연을 멀리하라고!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어. 못난 자식!”정진웅은 마른 남자의 말에 순식간에 폭발했다.“설경구! 그게 무슨 말이야!”“말 그대로야! 네가 교육한 잘난 딸 좀 봐, 여기저기서 말썽만 부리고 있어. 뭐 하는 물건이야?”설경구는 옷차림이 흐트러진 채 땅바닥에 주저앉아있는 정연을 가리켰다. “이 꼴 좀 봐, 이게 말이 돼? 말세야 말세.”참다못한 배현우는 코트를 벗고 다가와 나를 옷에 싸안고 품에 안았다.“이들이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 알아봐!”정진웅은 이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배현우를 바라보았다.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배... 배 대표님, 실례했습니다. 제가 눈치가 없어 배 대표님께 실례를 범했습니다.사과드릴게요.”말하고는 나와 배현우 곁으로 뒤뚱뒤뚱 다가왔다.“어린 딸이 철이 없어요.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 저는 형원 그룹 이 대표랑 친분이 매우 깊은 절친한 사이에요. 그래서 섞여서 들어온 게 아니에요! 이 대표 요청으로...”“그래요? 저는 왜 초대했던 기억이 안 나죠? 당신이 말한 형원 그룹의 이 대표가 제가 맞는지 똑바로 보실래요?”인파 속에서 이청원은 담담한 표정으로 걸어 나와 정진웅을 바라보며 흥미로운 듯 말했다. “친분이 두터우세요? 저랑?”정진웅은 삽시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기름진 땀방울이 흘러내렸고 동태 눈깔 같은 눈으로 이청원을 바라보며 거친 숨을 헉헉 몰아쉬었다.눈은 군중 속을 뒤지고 있었다. 나는 전희가 조용히 군중들 속으로 숨는 것을 보았다.나는 이 사람들이 전희를 통해 섞여 들어
유진은 이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새침하게 떠나려다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다.“한지아 씨, 저희 얘기 좀 할까요?”나는 빙그레 웃었다.“좋아요.”나는 배현우를 올려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 아가씨랑 잠깐 얘기 좀 할게요! 당신은 일 봐요.”배현우는 다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뭐 먹는 거 잊지 마!”나는 웃으며 손을 뻗어 이미연을 데리고 유진을 따라 VIP 코너로 갔다. 나는 곁눈질로 전희가 여전히 사람들 뒤에 숨어서 우리가 그녀의 곁을 지나가는 것을멍하니 지켜보는 것을 보았다. 아마 유진의 말이 충분히 전희를 마음 졸이게 했을것이다.일부 구경꾼들이 아직도 의논하고 있었다.“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네. 이 두 여인에게 미움을 사다니, 하나는 유 대표의 딸이고 하나는 배 대표의 연인인데. 정말 운도 없지!”떠들썩한 인파를 떠나며 이미연은 시큰둥하게 말했다.“이번에 전희는 많이 당황했을 거야.”“이 여자 정말 싫어요! 이청원은 능력 있는 남자인데 아쉽게 됐어요.”유진이 담담하게 한마디 하는 걸 보니 이청원에 대한 인상이 아주 좋은 것 같다.“고마워요, 유진 씨.” 나는 유진을 봤다. “우리가 두 번 만났는데 두 번 모두 도와준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났어요.”“하! 그걸 알고 있네요?”유진은 냉담하게 나를 쳐다보았다.“전 전희가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을 뿐이에요. 그리고 당신 정말 배짱이 대단해요. 당신을 고상하다고 칭찬해야 할까요? 아니면 나약하다고 욕해야 할까요?”그녀의 질문에 나는 잠시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유진은 내가 멍해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내가 당신이라면 진작에 그녀들 싸대기를 떄렸을 거예요!”내가 ‘피식' 웃자 유진이 불쾌감을 자아내며 되물었다.“왜 웃어요? 제가 틀린 말 했나요?”“당신이 틀린 게 아니에요. 제게 격려가 된 건 분명해요!”나는 진심으로 말했다.이번에는 그녀가 나를 보고 할 말이 없었다.이미연이 나 대신 설명했다. “지아는 사리 분별
룸에서 나와 우리 일행은 함께 식당에 가서 식사했는데 모두 기분이 좋았다.드디어 내가 원하는 걸 얻었으니 너무 기뻤다. 그리고 이변이 없는 한, 지금 전희에게 잡혀 있는 한신로얄 2차도 예정대로 회수할 수 있을 거다.밥을 먹을 때, 나는 김우연에게 장영식도 우리 방으로 오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나는 정식으로 양 대표를 장영식에게 소개했다. 이번 유람선 친목 모임에서 나는 진정한 의미의 승리를 거두었다.이번 저녁 식사에서 우리 모두 화기애애했다.저녁 식사 후, 모두 다시 중앙 홀에 갔다. 나는 조이스와 함께 갑판을 거닐었다.이때 바다 표면에 미풍이 살살 불었고 깊고 넓은 바다 표면은 하늘과 하나로 이어졌다. 나는 마치 온 하늘이 눈앞에 손에 잡힐 듯이 있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조이스가 물었다.“지아 씨, 어떻게 했길래 선배가 당신을 계속 사랑할 수 있죠?”조이스의 질문이 너무 직설적이어서 나는 조금 민망했다. 이것이 바로 성장 환경의 차이로 만들어진 이념의 차이인가 보다. “사실 굳이 뭐 안 하고 자기 길을 걸으면 돼요. 그가 당신을 발견하기만 하면 당신은 이길 기회가 있을 거예요.”나는 조이스를 봤다.“영식 오빠는 이미 당신을 신경 쓰고 있잖아요.”“잘 모르겠어요.”조이스는 깊은 바다를 바라보았다.“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알고 지냈어요. 그런데 몇 년 동안 저를 봐주지 않아서 일로그를 제 곁으로 끌어왔어요.”“당신은 아주 똑똑해요!”나는 그녀를 아낌없이 칭찬했다.“자신을 믿고 이렇게 하면 반드시 그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조이스는 밝게 웃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내 진심으로 그를 감동하게 하겠어요! 하지만 영식 선배가 진심으로 당신을 감동시키려고 했는데 왜 당신이 아무렇지 않은지 매우 혼란스러워요.”“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라 저도 감동할 때가 있는데 어쩌다 보니 오빠가 제게 오는 타이밍이 자꾸 안 맞았어요. 하지만 당신은 달라요. 그의 곁에 다른 것이 없으니 승산이 있어요.”나는 조이스를 격려했다.바로 그때,
나는 약간 긴장해서 이미연의 표정을 봤다. 그녀는 의외로 담담하게 남미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남미주 씨 그렇게 사람을 공격할 필요 없어요! 당신 그런 성격이 아니잖아요. 마음이 넓은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요. 지금까지 당신 행동을 두 글자밖에 생각 안 나요. 비겁!”나는 이미연이 이렇게 예리하게 말할 줄 몰랐다. 비록 문기태가 있었지만 창과 방패의 싸움을 말리지 못할 것 같았다. 나는 초조하게 문기태를 봤는데 그는 여전히 침착했다. “그래서요?”남미주의 말투가 좀 쌀쌀했다.“그러니까 누가 입을 열든지 다 같은 뜻이라고요. 문기태 씨 흥이 많으시네요.”이미연이 처음으로 문기태를 똑바로 바라봤다. 이미연은 일부러 말을 반복하더니 호탕하게 말했다. “두 분을 방해하지 않을게요.”말을 마치고 손을 뻗어 내 팔짱을 끼고 돌아섰다. 걸어가면서 뒤에 있는 남미주에게한마디 했다. “남미주 씨, 보통 여자들의 수법을 쓰지 말고 좀 너그러워져요.”나는 갑자기 이미연을 우러러보게 되었다. 그리고 문기태를 동정했다. 중앙홀에 들어서자마자 신호연과 마주쳤다. 신연아도 마침 그의 팔에 매달려있었다. 나는 하마터면 욕을 할 뻔했다. 이년은 정말 어디에나 있네.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고 신호연은 억누를 수 없는 기쁨을 얼굴에 머금고 눈이 번쩍 빛났다.“지아야! 이미연 씨!”이미연은 짜증 섞인 얼굴로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앞으로 마주치면 멀리 숨어요. 당신만 보면 지겨워요.” 신연아는 입을 삐죽거렸다.“동감이에요.” 그러자 이미연은 순식간에 눈빛이 싸늘해졌다. “맞고 싶어 환장했지?”신호연이 얼른 말렸다. “이미연 씨, 말 똑바로 해요.”그리고 나를 바라봤다. “지아야, 우리 엄마를 돌봐줘서 고마워. 요즘 너무 바빠서 미처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 요 며칠 바쁜 일이 드디어 끝났어. 바로 모셔갈 거야. 이번 행사는 수확이 꽤 많아.”산호연은 기쁜 마음을 억제하지 못했는데 나는 당연히 그가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아마 이 소식은 한동안
나는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빠르게 아래로 추락했다. 마치 꿈속의 광경 같았다. 나는 어둠에 잠식되는 꿈을 수없이 꿨다.쿵 소리와 함께 나는 순간 숨이 막혔다. 끝없는 어둠이 나를 커다란 입 속으로 빨아들였고 차가운 바닷물이 나를 도망 못 가게 삼켰다...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나는 이 갑작스러운 추락에 절망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렸지만 몸이 여전히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바로 그때, 나는 어떤 팔이 나를 단단히 감싸고 위로 밀어 올리는 것을 느꼈다.길고 긴 어둠과 고요함,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한지아...”“지아 씨...”내가 깨어났을 때, 나는 이미 배현우의 품에 있었다. 그는 나를 초조하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내가 기침하며 깨어나자 다급하게 물었다.“지아 씨, 괜찮아요? 어디 아픈 곳은 없어요?”“추워요.”내 입술이 떨렸고 가슴도 여전히 떨렸다. 나는 너무 추운 나머지 배현우의 손을 꽉 잡았다. 차디찬 바닷물처럼 마음도 차가워졌다.배현우는 나를 감싸고 있던 외투를 꼭 껴안고는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 “의사를 방으로 불러요!”그런 다음 사람들을 지나 위층으로 올라가서 방으로 돌아갔다.방에 도착하자 그는 재빨리 내 옷을 벗기고 따뜻한 물로 한 번 씻은 다음 나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로 감쌌다.“조금 나았어요?”나는 눈을 부릅뜨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많이 좋아졌어요.” 배현우는 나를 꼭 껴안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미안해요. 내가 소홀했어요!”“누가 나를 구했어요?”나는 목이 메었다“현우 씨, 너무 어둡고 추웠어요. 다시는 당신을 볼 수 없을 줄 알았어요.”“이미연이 따라가고 이동절이 제때 도착한 덕분이에요.”배현우가 다정하게 위로했다. “두려워하지 말아요! 다 지나갔어요!”“누가 밀었는지 똑똑히 봤어요?”배현우는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눈에는 성난 파도가 용솟음치고 있었다.나는 머리가 갑자기 깨질 듯 아파 본능적으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머릿속이 삐걱삐걱 빠르게
이때 배현우는 서리처럼 차가운 얼굴에 칼날처럼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차가운 빛을 뿜어내는 눈빛으로 웨이터를 차갑게 응시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얼음을 삼킨 듯 차가웠고 온몸에서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내가 나오자 배현우는 나를 소파에 앉혔다. 나는 그 웨이터를 바라보았다. “누가 당신에게 소식을 전하라고 했어요?”“여자인데 잘 못 봤어요. 한지아 씨, 정말 그녀들과 한패가 아니에요. 그냥 어떤 여자가 급히 와서 지아 씨에게 혼자 4층 휴게실로 가라고 전해달라고 했어요. 어떤 아가씨가 찾고 있으니 혼자 가라고 귀띔하라고 했어요!”그 종업원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넋을 잃고 떨고 있는 걸 보니 겁에 단단히 질린 모양이다.그때 배현우의 부하가 한 명 더 들어왔는데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대표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옷입니다!”얼른 확인하니 회색-검은색 운동복이었다. 나는 확신했다. “맞아요. 바로 이 색상이 맞아요. 그때 저는 검은 그림자가 나를 덮치는 것을 느꼈는데 운동복의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나는 눈을 감고 그때 그 순간을 회상했다. 검은 그림자가 눈앞에 덮쳐오자 나는 뒤로 젖혀져 밑으로 떨어졌다. 나는 몸을 움찔하며 얼른 눈을 떴다.“아마도...”내가 막 입을 여는데 또 누군가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대표님, 그 사람의 영상을 찾았습니다!”다운로드 받은 cctv를 배현우의 손에 건네주었다. 그는 한참을 응시하더니 매서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 뒤 휴대전화를 내 손에 쥐어 주었다.내가 받아서 화면에 확대된 화면을 봤는데 정연이었다. 나는 묵묵히 핸드폰을 다시 유진에게 건네주었다. 그녀가 나를 한 번 쳐다보았다. 왜 그런지 나는 마음속으로 조금 실망했다.“이 바보 같은 년이 담이 크네?”유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사람을 데려와!”배현우가 음산하게 말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수행원 하나가 여전히 호들갑을 떨고 있는 정연을 데리고 들어왔다. “당신들 뭐 하는 거야? 못 나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