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에서 나와 우리 일행은 함께 식당에 가서 식사했는데 모두 기분이 좋았다.드디어 내가 원하는 걸 얻었으니 너무 기뻤다. 그리고 이변이 없는 한, 지금 전희에게 잡혀 있는 한신로얄 2차도 예정대로 회수할 수 있을 거다.밥을 먹을 때, 나는 김우연에게 장영식도 우리 방으로 오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나는 정식으로 양 대표를 장영식에게 소개했다. 이번 유람선 친목 모임에서 나는 진정한 의미의 승리를 거두었다.이번 저녁 식사에서 우리 모두 화기애애했다.저녁 식사 후, 모두 다시 중앙 홀에 갔다. 나는 조이스와 함께 갑판을 거닐었다.이때 바다 표면에 미풍이 살살 불었고 깊고 넓은 바다 표면은 하늘과 하나로 이어졌다. 나는 마치 온 하늘이 눈앞에 손에 잡힐 듯이 있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조이스가 물었다.“지아 씨, 어떻게 했길래 선배가 당신을 계속 사랑할 수 있죠?”조이스의 질문이 너무 직설적이어서 나는 조금 민망했다. 이것이 바로 성장 환경의 차이로 만들어진 이념의 차이인가 보다. “사실 굳이 뭐 안 하고 자기 길을 걸으면 돼요. 그가 당신을 발견하기만 하면 당신은 이길 기회가 있을 거예요.”나는 조이스를 봤다.“영식 오빠는 이미 당신을 신경 쓰고 있잖아요.”“잘 모르겠어요.”조이스는 깊은 바다를 바라보았다.“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알고 지냈어요. 그런데 몇 년 동안 저를 봐주지 않아서 일로그를 제 곁으로 끌어왔어요.”“당신은 아주 똑똑해요!”나는 그녀를 아낌없이 칭찬했다.“자신을 믿고 이렇게 하면 반드시 그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조이스는 밝게 웃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내 진심으로 그를 감동하게 하겠어요! 하지만 영식 선배가 진심으로 당신을 감동시키려고 했는데 왜 당신이 아무렇지 않은지 매우 혼란스러워요.”“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라 저도 감동할 때가 있는데 어쩌다 보니 오빠가 제게 오는 타이밍이 자꾸 안 맞았어요. 하지만 당신은 달라요. 그의 곁에 다른 것이 없으니 승산이 있어요.”나는 조이스를 격려했다.바로 그때,
나는 약간 긴장해서 이미연의 표정을 봤다. 그녀는 의외로 담담하게 남미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남미주 씨 그렇게 사람을 공격할 필요 없어요! 당신 그런 성격이 아니잖아요. 마음이 넓은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요. 지금까지 당신 행동을 두 글자밖에 생각 안 나요. 비겁!”나는 이미연이 이렇게 예리하게 말할 줄 몰랐다. 비록 문기태가 있었지만 창과 방패의 싸움을 말리지 못할 것 같았다. 나는 초조하게 문기태를 봤는데 그는 여전히 침착했다. “그래서요?”남미주의 말투가 좀 쌀쌀했다.“그러니까 누가 입을 열든지 다 같은 뜻이라고요. 문기태 씨 흥이 많으시네요.”이미연이 처음으로 문기태를 똑바로 바라봤다. 이미연은 일부러 말을 반복하더니 호탕하게 말했다. “두 분을 방해하지 않을게요.”말을 마치고 손을 뻗어 내 팔짱을 끼고 돌아섰다. 걸어가면서 뒤에 있는 남미주에게한마디 했다. “남미주 씨, 보통 여자들의 수법을 쓰지 말고 좀 너그러워져요.”나는 갑자기 이미연을 우러러보게 되었다. 그리고 문기태를 동정했다. 중앙홀에 들어서자마자 신호연과 마주쳤다. 신연아도 마침 그의 팔에 매달려있었다. 나는 하마터면 욕을 할 뻔했다. 이년은 정말 어디에나 있네.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고 신호연은 억누를 수 없는 기쁨을 얼굴에 머금고 눈이 번쩍 빛났다.“지아야! 이미연 씨!”이미연은 짜증 섞인 얼굴로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앞으로 마주치면 멀리 숨어요. 당신만 보면 지겨워요.” 신연아는 입을 삐죽거렸다.“동감이에요.” 그러자 이미연은 순식간에 눈빛이 싸늘해졌다. “맞고 싶어 환장했지?”신호연이 얼른 말렸다. “이미연 씨, 말 똑바로 해요.”그리고 나를 바라봤다. “지아야, 우리 엄마를 돌봐줘서 고마워. 요즘 너무 바빠서 미처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 요 며칠 바쁜 일이 드디어 끝났어. 바로 모셔갈 거야. 이번 행사는 수확이 꽤 많아.”산호연은 기쁜 마음을 억제하지 못했는데 나는 당연히 그가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아마 이 소식은 한동안
나는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빠르게 아래로 추락했다. 마치 꿈속의 광경 같았다. 나는 어둠에 잠식되는 꿈을 수없이 꿨다.쿵 소리와 함께 나는 순간 숨이 막혔다. 끝없는 어둠이 나를 커다란 입 속으로 빨아들였고 차가운 바닷물이 나를 도망 못 가게 삼켰다...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나는 이 갑작스러운 추락에 절망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렸지만 몸이 여전히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바로 그때, 나는 어떤 팔이 나를 단단히 감싸고 위로 밀어 올리는 것을 느꼈다.길고 긴 어둠과 고요함,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한지아...”“지아 씨...”내가 깨어났을 때, 나는 이미 배현우의 품에 있었다. 그는 나를 초조하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내가 기침하며 깨어나자 다급하게 물었다.“지아 씨, 괜찮아요? 어디 아픈 곳은 없어요?”“추워요.”내 입술이 떨렸고 가슴도 여전히 떨렸다. 나는 너무 추운 나머지 배현우의 손을 꽉 잡았다. 차디찬 바닷물처럼 마음도 차가워졌다.배현우는 나를 감싸고 있던 외투를 꼭 껴안고는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 “의사를 방으로 불러요!”그런 다음 사람들을 지나 위층으로 올라가서 방으로 돌아갔다.방에 도착하자 그는 재빨리 내 옷을 벗기고 따뜻한 물로 한 번 씻은 다음 나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로 감쌌다.“조금 나았어요?”나는 눈을 부릅뜨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많이 좋아졌어요.” 배현우는 나를 꼭 껴안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미안해요. 내가 소홀했어요!”“누가 나를 구했어요?”나는 목이 메었다“현우 씨, 너무 어둡고 추웠어요. 다시는 당신을 볼 수 없을 줄 알았어요.”“이미연이 따라가고 이동절이 제때 도착한 덕분이에요.”배현우가 다정하게 위로했다. “두려워하지 말아요! 다 지나갔어요!”“누가 밀었는지 똑똑히 봤어요?”배현우는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눈에는 성난 파도가 용솟음치고 있었다.나는 머리가 갑자기 깨질 듯 아파 본능적으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머릿속이 삐걱삐걱 빠르게
이때 배현우는 서리처럼 차가운 얼굴에 칼날처럼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차가운 빛을 뿜어내는 눈빛으로 웨이터를 차갑게 응시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얼음을 삼킨 듯 차가웠고 온몸에서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내가 나오자 배현우는 나를 소파에 앉혔다. 나는 그 웨이터를 바라보았다. “누가 당신에게 소식을 전하라고 했어요?”“여자인데 잘 못 봤어요. 한지아 씨, 정말 그녀들과 한패가 아니에요. 그냥 어떤 여자가 급히 와서 지아 씨에게 혼자 4층 휴게실로 가라고 전해달라고 했어요. 어떤 아가씨가 찾고 있으니 혼자 가라고 귀띔하라고 했어요!”그 종업원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넋을 잃고 떨고 있는 걸 보니 겁에 단단히 질린 모양이다.그때 배현우의 부하가 한 명 더 들어왔는데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대표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옷입니다!”얼른 확인하니 회색-검은색 운동복이었다. 나는 확신했다. “맞아요. 바로 이 색상이 맞아요. 그때 저는 검은 그림자가 나를 덮치는 것을 느꼈는데 운동복의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나는 눈을 감고 그때 그 순간을 회상했다. 검은 그림자가 눈앞에 덮쳐오자 나는 뒤로 젖혀져 밑으로 떨어졌다. 나는 몸을 움찔하며 얼른 눈을 떴다.“아마도...”내가 막 입을 여는데 또 누군가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대표님, 그 사람의 영상을 찾았습니다!”다운로드 받은 cctv를 배현우의 손에 건네주었다. 그는 한참을 응시하더니 매서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 뒤 휴대전화를 내 손에 쥐어 주었다.내가 받아서 화면에 확대된 화면을 봤는데 정연이었다. 나는 묵묵히 핸드폰을 다시 유진에게 건네주었다. 그녀가 나를 한 번 쳐다보았다. 왜 그런지 나는 마음속으로 조금 실망했다.“이 바보 같은 년이 담이 크네?”유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사람을 데려와!”배현우가 음산하게 말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수행원 하나가 여전히 호들갑을 떨고 있는 정연을 데리고 들어왔다. “당신들 뭐 하는 거야? 못 나가게
정연은 초조하게 방 안의 사람들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도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 전 아무것도 안 했어요. 방에 계속 갇혀 있었어요.”“누가 증언할 수 있어요?”김우연이 물었다.그러자 정연은 말문이 막혔고 얼굴에 화난 표정을 지었다. “없어요. 내가 당신들에게 이렇게 당했는데 누가 나를 상대해 주겠어요. 교활한 늑대들처럼 일은 자기들이 저지르고 사고가 생기면 모두 멀리 숨어버리잖아요. 그녀들은 더 이상 내 방에 살지 않아서 아무도 증언하지 못해요.”그녀는 정말 하루 강아지가 호랑이를 무서운 줄 모르는 당돌한 모습이지만 사실 생각이 없는 한소연과 비슷한 사람이다. 나는 계속 정연을 말없이 쳐다봤다. 그녀의 표정과 태도 모두 이상했다. 만약 일이 정말 그녀가 한 것이라면 그녀의 성격으로는 절대 이렇게 침착하지 않을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 수행원이 돌아와 김우연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김우연은 CCTV 화면을 정연의 눈앞에 내밀었다.“이게 당신이에요?”정연은 화면을 한참 쳐다보았는데 그 모습은 분명히 할 말이 없는 모습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다소 내키지 않는 복잡한 감정이 있었다. 정연은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앞에 있는 크고 웅장한 김우연을 바라보았다. 순간적으로 무너져 내렸고 눈에는 공포가 가득 찼다.“근데, 근데 저 안 나갔어요. 정말 나가지 않았어요... 저를 믿으세요...”그녀의 울음소리에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배어 있었다“나는...”“당신이 한지아 씨를 4층으로 유인해 바다로 밀었잖아요. 변명하지 말고 감옥에 갈준비하세요.”김우연이 간단히 얘기했다.정연이 포효했다. “난 아니야. 내가 한 게 아니야... 이거 나 아니야!”하지만 그 화면은 정말 그녀의 얼굴이었다. 희미한 불빛 아래서 두려운 듯 돌아봤는데 분명히 정연이었다. “데리고 내려가서 잘 감시해. 배에서 내리면 경찰에 넘겨.”김우연이 수행원들에게 지시했다.“내가 아니라니까, 내가 아니라니까!”정연이 나한테 덤벼들었다. “잘 봐, 내가 밀었어? 정말 내가
나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끝내 입을 열었다. “나는 당신이 이세림의 문제에 부딪히면 회피하는 것 같아요. 당신은 그녀를 처리하기가 아까운 거예요? 아니면 다른 계획이 있는 거예요?”사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일부러 그를 불쾌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었다. 하지만 난 이해가 안 됐다. 전에 날 납치한 사건, 한소연 팬을 이용한 사건, 콩이 사건 등 모든 단서가 이세림을 향하고 있지만 배현우는 항상 대충 지나쳤다. 나나 자기 일에 있어서 배현우가 모두 가볍게 피하는 느낌이 있어서 그가 나에게 준 대답에 나는 그다지 만족하지 않는다.지난번에 그녀가 사건을 기획한 후 호주로 돌아갔다. 이번에 버젓이 돌아왔는데 단지 배현우가 이세림을 조금 차갑게 대했을 뿐 여전히 감싸는 기미가 보였다. 어쨌든 이 일에 있어서 하루라도 제대로 해명하지 않으면 내가 불쾌하든지 아니면 배현우가 불쾌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둘 사이에 가로놓인 실질적인 문제이다. 배현우는 다정하게 나를 툭툭 치며 웃었다. 나는 화가 났지만 너무 난리를 치지는 않았다.나는 배현우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세림이 나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들어요. 배에 탈 때부터 의미심장한 말을 했는데 당신을 보는 순간 그녀는 즉시 멈췄어요.” 배현우는 생각에 잠긴 듯 나를 쳐다보았다. 사실 나는 일부러 이 얘기를 꺼냈다. “그래서 오늘 밤 이세림을 만나고 싶었어요. 나는 이 이유로 나를 유혹하는 사람은 틀림없이 이세림일 거라고 확신해요. 난 그녀가 확실히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생각해요!”“이건 아마 이세림 혼자만의 계획의 아닐 거예요. 그녀들이 정연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하는 걸 보면 틀림없이 전희도 연루되어 있을 거예요. “배현우가 계속 말했다. “이건 원래 목표물을 옮기려는 수단인데 아마 전희가 정연을 처리하고 싶었겠죠.”나는 우리 둘이 점점 더 호흡이 잘 맞는 것 같았다. 지금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상태이다.그리고 생각하
배현우가 나에게 이 일에 대해 정확히 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그때 겨우 서너 살이었는데 그렇게 독했어요?”난 예쁘장하게 생긴 이세림이 이렇게 무섭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오늘 밤 이세림이 날 밀었을 때의 단호함, 침착함과 신속함이 떠올랐다.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그래서 이세림의 계획을 역이용하여 그녀가 느슨해졌을 때 J 국 불법 조직과 결탁한 구체적인 증거를 찾아야 해요. 줄곧 유력한 증거를 얻지 못한 점이 매우 곤혹스러워요. 그래서 이세림을 계속 묵인하는 중이에요.”배현우가 나를 쳐다봤다. “이번 답은 만족스러웠나요?”“너무 마음에 들어요!”나는 앉아서 눈웃음을 지었다. 배현우를 보면 볼수록 사랑이 깊어졌다.“그래서 차근차근 알려주겠다고 했어요.”배현우는 주도면밀했다.“배유정이 그들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진짜 이재승이 살아있는 걸 확인했어요. 그리고 이세림은 이재승을 대신해 죽은 그 사람의 딸이었어요.”이 소식을 듣고 나는 흥분되어 배현우를 바라보며 계속 물었다. “정말이에요? 이재승이 정말 살아있어요? 그러면 항공 사고의 진상을 곧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하지만 이재승을 찾아야 모든 증거를 얻을 수 있어요!”배현우도 마음이 무거운 듯 일어나 앉았다.“아직 못 찾았어요.”나는 흥분해서 말했다. “서두르지 말아요. 살아만 있으면 찾을 수 있을 거예요!”“문제는 우리가 찾고 있으면 상대방도 찾고 있을 거예요. 서로 매일 겨루기를 하는거죠. 일단 이재승이 그들의 손에 넘어가면 우리가 10여 년 동안 한 조사는 모두 물거품이 돼요.”우리는 둘 다 침묵했다. 나는 지금 배현우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아무리 전략을 짜도 신이 아니기에 돌발 사태를 완전히 예측할 수 없다.“그래서 지금 배유정이 감히 이세림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배유정의 성품으론 진작에 이세림를 처리해 버렸을 거예요. 그녀가 정말 사랑이 넘쳐서 이세림의 양어머니를 하
이런 결과는 점점 나의 추측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배현우는 내 얼굴을 보며 손을 뻗어 사랑스럽게 볼을 꼬집었다. “당신이 임윤아와 이세림 사이에 있으니까!”나는 알아듣지 못하고 생각에 잠긴 채 그에게 물었다.“그 진짜 이세림을 말하는 건가요? 제가 도대체 그녀와 무슨 관계가 있어요?”배현우는 눈을 들어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나를 봤다. “맞아요. 역시 내 여자는 똑똑해.”“그럼...”더 물어보려고 하는데 배현우가 말을 끊었다. “자, 이제 그만 말해요. 내가 말했잖아요. 천천히 이유를 알게 될 거라고. 한 번에 너무 많이 알면 이해하기 어려워서 의문만 늘어나 실타래처럼 꼬일 거예요.”배현우는 마치 조종사처럼 말하고 말고 모두 그의 마음대로이다. “우리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했잖아요. 당신은 날 믿으면 돼요. 모든 문제는 풀리게 될 거예요. 기억해요... 신뢰!”나는 진지하게 말하는 배현우의 모습에 껄껄 웃으며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오늘 밤에 다시 나가지 않을 거예요?”배현우는 나를 보더니 내 입술을 깨물며 뻔뻔하게 말했다.“여기서 가장 중요한 일은 당신과 함께하는 거예요. 어떤 것도 이 시간을 차지해서는 안 돼요. 그러니 이제부터 우리는 중요한 일을 할 거예요. 얼른 운동해요!”나는 정색하고 그의 가슴을 쳤다. “현우 씨, 너무 매정한 거 아니에요? 방금 바다에 빠진 사람한테. 지금 온몸이 아프단 말이에요. 운동은 무슨.”“그러니 더 운동해야죠! 긴장이 풀리게 도와줄게요. 긴장을 풀어야 불쾌함과 두려움을 잊을 수 있어요. 그리고 내가 당신에게 미안함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해요.”배현우는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말했다,그날 밤 배현우는 나를 정말 잘 보살펴 주었다. 늦지 않게 잠들어 다음 날 아침까지 나와 함께 잤다.그런데 이른 아침부터 깨워서 나는 짜증 났다. 잠결에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뭐예요? 더 자고 싶어요.”배현우는 다정하게 긴 팔을 뻗어 나를 끌어안고 창밖을 가리켰다. “자기야, 일
나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 마지못해 고개를 들어 서강민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서강민 씨, 먼저 들어가시죠. 언니가 깨서 서강민 씨를 보면 또 흥분할 것 같은데... 지금 같은 상황에 언니가 회복하는 게 제일 중요하잖아요.”그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는 한마디 더 보탰다.“어떤 일들은 천천히 해야 해요. 언니한테 시간을 좀 주세요. 서로 생각을 정리해 봐요.”서강민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깊은 잠에 빠진 도혜선을 한참이나 지켜보았다. 발길을 돌리기 전에도 아쉬움에 한 번 더 뒤돌아보며 나한테 말했다.“고생해 줘요.”나도 담담히 답했다.“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 언니에게 시간을 좀 줘요. 언니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할 수 있잖아요.”내가 말하는 회복이 뭔지는 서강민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건 도혜선이 마음에 입은 상처였다. 오늘 도혜선의 행동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그녀의 상처는 아물 수 없을 것이다. 언급만 해도 피가 흘러내릴 만한 상처였다.잠시 후, 서강민은 한발 물러섰지만, 눈길은 여전히 도혜선에게 머물러 있었다. 평온해 보이는 모습 아래에서 어떠한 파도가 휘몰아치는지 나는 몰랐다.한참 전 도혜선이 했던 말들은 마디마디가 주옥이었다. 모두 그녀가 마음속으로만 담아두었던 것들이었고 또한 서강민의 약점이었다. 얼마나 아플지는 서강민 본인만 알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쓰디쓴 독주도 그는 혼자 삼켜내야만 했다.도혜선의 눈가가 파르르 떨려와 깨어나려는 낌새가 보이고 나서야 서강민은 조용히 병실을 나갔다.나는 마음이 아파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뻗어 도혜선의 손을 맞잡았다.인제야 하루 종일 배현우에게서 연락이 없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쪽에는 어떤 상황인지, 김우연에게서는 소식이 없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도혜선을 보니 아직 깨어나지 않은 것 같아 살며시 그녀의 손을 놓고 일어서려 했을때, 그녀는 다시 나를 잡으며 미약한 목소리로 말했다.“가지 마...”나는 너무 놀라 얼른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서강민은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기나 하는 걸까?’“당시의 사고는 내가 저지른 거야. 그녀도 나 때문에 다쳐서 지금처럼 된 거고… 나는 좋은 남편이 아니야. 아내가 식물인간이 되었는데 나는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말이야...”서강민은 여기까지 말하며 후회하는 기색을 내비쳤다.“그녀를 마주할 때마다 너무 죄책감이 들고 고민스러워. 나 또한 발버둥 쳐봤지.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나의 일탈을 받아들일 수 있어 해. 그녀한테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내가 널 사랑하고 있다는 거야...”“강민 씨!”도혜선은 꾸짖는 듯한 말투로 그의 말을 잘랐다.“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당신 아내가 듣고 있을 거예요. 저를 끌어들여서 같이 속죄할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당신의 구세주가 아니에요. 저는 그냥 사람답게 살고 싶은 평범한 여자라고요. 저 좀 그냥 내버려둘 순 없어요?”도혜선은 말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하얗게 질린 얼굴이 일그러지며 그녀는 한 손으로 본능적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나는 깜짝 놀라 그녀 앞으로 갔다.“혜선 언니, 움직이지 마! 위험해...”늑골 골절과 뇌진탕이 있는 환자다 보니 이러한 행동은 그녀에게 너무나도 위험했다.도혜선은 손을 들어 그녀를 안으려고 하는 한지아를 제지했다.“제가 오늘 한 말이 아직도 이해가 안 되나요? 서강민 씨, 저의 인생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당신한테 묶여 당신의 부속품이 되었었는데 저도 자존심이 있어요. 더 이상 당신처럼 지난날의 죄책감을 짊어지며 답답하게 살아가지 않을 거예요.”도혜선은 여전히 분노에 차 외치고 있었다.“매일 제 앞으로 와 지난날의 행동에 대해 속죄하라고 일깨워 주실 필요 없어요! 당신을 보면 저는 지난날 모든 서울 사람의 웃음거리가 되었던 치욕적인 과거가 떠올라요. 당신은 마음 가는 대로 해요. 당신은 아내와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해요.”말을 마친 도혜선은 숨이 차올랐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보였다.
도혜선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계속하여 들려왔다.“당신은 아무런 부담 가질 필요 없어요. 저 같은 여자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아도 돼요.”그녀는 자기비하적인 말을 내뱉었다.”선아...”“설사 강민 씨가 와이프와의 약속을 안 지킨다 해도 당신의 신분과 지위로 당신에게 더 어울릴만한 사람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저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에요. 하물며 당신네 부부 눈에는 저는 그냥 염치없고 미천한 사람일 뿐이죠. 저 같은 사람은 본처가 되기에 적합하지 않아요. 사모님이라는 호칭도 어울리지 않죠.”“나는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오해하지 마.”서강민은 조급함에 한 발 앞으로 나서며 해명하려 했다.하지만 도혜선은 손을 들어 그를 막아섰다.“강민 씨... 해명하지 않아도 돼요. 당신의 행동이 모든 걸 설명해 주고 있어요! 장담하건대 아직 당신들이 어떤 의도로 얘기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보가 된 건 아니에요. 그녀는 정말 대단하네요. 죽을 때까지도 제가 이길 수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녀는 아무리 병상에 누워있어도 고상한 사람이고 저는 그냥 미천한 사람일 뿐이니 말이에요.”도혜선은 말을 내뱉으며 입가에 처량한 미소를 비췄다. 누가 봐도 가슴 아픈 미소였다.“이전의 저는 확실히 허례허식에 차 있는 사람이었지만 저도 성장했어요. 정신 차렸어요. 당신 앞에 있는 저의 진정한 가치가 어떤 것인지 깨달았어요. 저는 하나의 도구, 들러리뿐이었지만 원망하지 않았어요.”그녀는 여기까지 말하고 한숨 돌렸다. 얼굴빛은 아까보다 더 창백해져 있었다.“하지만 이제 저는 자존감을 챙기며 살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의탁하지 않고 쓰레기같은 취급을 받더라도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며 살고 싶어졌어요.”점점 더 차가워지는 도혜선을 바라보며 서강민은 답했다.“혜선아, 나는 널 한 번도 무시한 적 없어. 나는 그냥 내가 뭘 하든지 네가 다 이해해 줄 줄 알았어.”도혜선의 서강민의 말을 듣고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안색은 더 창백해져 있었다.“이해? 당신이 어떤 말을
방금 허투루 한 말이 어머니의 진실인가 싶다. 보아하니 어머니가 나를 속이는 일이 있는 것 같았다. 마음속의 의문점이 점점 많아졌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마치고 차씨 가문의 할머니께 말씀을 드린 후, 위층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도혜선을 보러 가려고 준비했다.그리고 팔도 겸사겸사 검사하려고 했다. 차에 앉고 나서 배현우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았다. 이 이른 아침에 뭐 하러 갔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김우연 쪽에 무슨 소식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생각해 보니 이렇게 빠르진 않겠지? 몇 시간밖에 안 됐는데.'병실에 도착하자마자 도혜선이 노발대발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병실에는 도혜선과 서강민 두 사람만 보이고 이미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내가 들어서자 분위기가 좀 이상하고 심상치 않는 것을 느꼈다.침대 옆 머릿장에는 보온병이 놓여있다. 서강민은 오늘도 도혜선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러 온 것 같다.서강민은 침대 앞에 떡 하니 서있었고 침대에 있던 도혜선은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도혜선은 내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상황을 정리하려고 다가가서 서강민에게 인사를 하고 도혜선에게 다가갔다. "오늘은 좀 어때?""별로야."도혜선은 차갑게 대답하더니 또 말을 건넸다. "지아야, 손님 좀 배웅해 줄래?"난감했다, 도혜선은 서강민을 내쫓으라고 하는 거였다. 난 당연히 그 뜻을 알고 있다. 조심스럽게 서강민을 쳐다보았다. "혜선아, 꼭 이래야 하니?"서강민은 씁쓸한 표정으로 도혜선을 바라보며 물었다."네! 서강민씨, 저는 이미 분명히 말했고 두 번 다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도혜선은 내가 그 자리에 있다고 해서 서강민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참지 못하고 웃어 버렸다. "언니, 화 그만 내고 진정 좀 해. 초조해하는 거 알아, 점차 좋아질 거야. 강민씨랑 얘기 좀 하고 있어. 나는 팔 검사해야 돼서, 금방 돌아올 거야!"나는 핑계를 대고 떠나서 그들에게 자리를 비워주었다.
배현우는 나의 우울한 모습을 보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없는 동안에 회사 일도, 한심로얄의 마지막 한방도 둘 다 포기할 수 없잖아요. 신예 쪽 일도 있고, 전희가 다시 살아날 기회를 얻지 않도록 조심해야 돼요. 지금 모든 게 중요한 시기이니까요.""지금 그 누구도 아버지보다 중요하지 않아요! 수십년간 도망치면서만 살았는데 죄책감도 가지고 있었을 거예요, 분명 아주 괴로워하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는데, 내가... 내가 딸로서, 난..."배현우는 내 말을 듣고 나서 침대에 누워 나를 꼭 껴안고 말했다. "일단 내일 소식을 기다려 봅시다. 김우연 쪽에서 어떤 정보를 얻었는지 보고 결정합시다."배현우는 나의 어깨를 툭툭 쳤다. "제 말 듣고 일단 자세요, 내일 일어나서 먼저 할 일들을 처리하고 준비하고 있으세요, 만약에 상황이 좋으면 내일 같이 데리고 갈게요, 당신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배현우가 지금 나를 위로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내가 기분 나빠하는 모습을 보지를 못한다.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것 같았다. 배현우의 따뜻한 품에 안기며 눈을 감고 내일 먼저 무엇을 처리해야 할지 생각했다.근데... 눈을 떠서 배현우를 쳐다보는데 배현우도 잠에 들지 않았다. "현우씨... 할머니가 보존하고 있는 CCTV를 보여주시겠어요?"'그 영상을 꼭 보고 싶었다, 알고 싶었다. 어머니가 어떻게...'"알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자세요, 나중에 보여 드릴게요. " 팔짱을 끼더니 분명히 나를 얼버무리고 있는 것이다. 배현우가 그 장면을 내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밤이 깊었고,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배현우의품에 안겨 점점 잠이 들었다. 아침이 밝았다. 날씨는 여전히 흐렸다. 배현우는 이미 곁에 없었고, 손을 뻗어 그가 누워 있던 곳을 만졌다. 이미 차가운 걸 보니 배현우는 일찍 침대에서 일어났나 보다.'무슨 소식이라도 왔나?'이
"할머니가 이번 사건을 피할 수 있었던 건 당시 큰 병을 앓은 것에 대해 감사해야 했어요. 제 생각에는 반은 꽤병인것 같아요. 직접 사표를 쓰고 나서도 서둘러 호주를 떠나지 않았다는 게 참 슬기로운 선택이었어요.""네?"너무 놀라서 몸 둘바를 몰랐다.배현우는 인정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는 호주를 떠나지 않으셨어요. 그곳에 머물면서 배씨 저택의 인기척을 살피다가 배씨 저택의 요상한 소문들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뒤에야 조용히 호주를 떠나셨어요."나도 모르게 할머니의 메커니즘에 감탄했다."저도 그때 상황을 잘 몰라서, 할머니도 몸이 허약했고 내 행방을 알아 볼 길이 없어 그 비밀을 계속 지켜왔었나봐요. 부하들이 할머니를 찾고 나서도 여전히 어리석은 척을 하고 있었지 뭐에요."배현우는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할머니께서 저를 두눈으로 직접 보고서야 그걸 꺼냈어요."배현우의 말을 듣고 나니 할머니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러던 중 배현우가 나를 쳐다보더니 나의 지친 모습을 보고서야 손을 들어 대문을 열어 장벽들이 천천히 열리는 걸 볼 수 있었다.차는 왔던 길을 따라 경원으로 다시 돌아갔다. 벌써 자정이 되어 우리 둘은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 방에 돌아왔다.'우리를 배신한 소인이 두 집안을 풍비박산 시켰다니. 오늘 밤 일어난 모든 일들은 듣고도 믿기지 않았다.'간단히 씻고 걱정 가득채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태어나서 얼굴도 한번 못 본 아버지가 어디 있는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를 걱정해 발 뻗고 자지 못했다. '한강인이랑 한걸은 이미 잡혔는데, 우리 아버지는? 그의 처지는 어떤지.''한씨 부자가 그저 아버지를 인질로 삼아 그들의 안전을 확보하려 했다면 왜 배현우는 그곳의 환경이 복잡하다고 했을가.''이유는 간단하다. 누군가 아버지를 미끼로 삼으려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를 보고 싶으려는 걸가?''배현우? 아니면 배유정?'생각할수록 더욱 걱정이 됬다.아버지의 이번생은 이미 충분히 힘들다.어머니랑 서로
나는 걱정스레 배현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배현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계속 말했다.“후에 목격자 어르신을 찾고서 한강인을 자세히 조사하니 한강인은 이 모든 것이 일어난 뒤에야 천우 그룹을 떠난 거였어요. 지아 씨도 알잖아요. 그때 당시 천우 그룹은 아직 배유정 손에 있었어요.”“현우 씨의 말은 한강인은 배유정 과도 사이가 틀어졌단 말인가요?”나는 추측하며 물었다.“우리가 조사할 때 이상한 단서 하나가 나왔어요. 한동안 배유정도 한강인을 찾았고 심지어 한강인에 대한 추살령도 내렸어요! 참 이상해요. 배유정은 왜 한강인을 죽이라고 지령을 내린 걸까요?”“이유는 하나뿐이죠. 즉 한강인이 분명 무엇을 알아냈거나? 아니면 어떤 일에 참여하였거나?”나는 대답했다.배현우는 고개를 끄덕이었다.“진백이 죽임을 당했듯이 이 안에는 분명 남들한테 들키면 안 되는 비밀이 있는 거겠죠. 우리는 이 단서를 따라 계속 추적해 보니 한강인의 혐의가 점점 더 드러나더군요. 그리고 그의 아들 한결도 같이 도망쳤어요.”“그러고 보니 이 안에는 분명히 또 다른 요소가 있겠네요!”나는 사색에 잠겼다.“그래서 우리는 추측했죠. 한강인은 확실히 이 사건이랑 연관이 있고 둘이 도주하는 과정에 서로 연락하는 빈도를 보아서 부자 둘은 서로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어요.”“그리고 한강인이 도망 다니는 그 시기에 그의 모친이랑 누나 모두 영문도 모른 채 실종되었어요. 지금 보니 그분들은 아마 이미 이 세상을 떠난 것 같네요. 이 때문에 한강인은 고두리에 놀란 새가 돼서 끊임없이 도망치며, 이 또한 한강인이 지금의 상태로 되게 한 원인인 것 같아요. 사실 한강인은 원래 지금의 모양이 아니거든요.”배현우의 말을 듣자 나는 저도 모르게 아까 보았던 한강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강인은 극도의 공포 속에서 엄청 정신적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니면 다른 기타 방식으로 정신을 잃지 않게 버티고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저렇게 말라죽을 정도일 리가 없다.“그리고 한 가
배현우는 나를 한눈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맞아요. 제 씨 어머니가 얼마나 총명한지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어요. 제 씨 어머니는 책 속에 카메라를 숨겨두고 만약 사고가 난다면 여기에 있는 이 물건을 숨겨두었다가 훗날 믿음직스러운 사람에게 주라고 할머니한테만 똑똑히 당부해 두셨어요!”나는 코가 찡긋거리더니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보아하니 제 씨 어머니는 분명 위험이 닥칠 거라는 것을 미리 예감했던 거네요!”배현우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지더니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갑자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제 씨 어머니는 만약 자신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할머니더러 애들을 데리고 허씨 가문으로 가라고 할머니한테 당부하셨어요.”나는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고 코를 훌쩍이었다.배현우는 자기 손을 꽉 움켜쥐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참 생각지도 못한 게 모든 것이 제 씨 어머니의 예상대로 일어났고 감춰둔 카메라에 모든 것이 담겼어요! 근데 할머니는 제 씨 어머니의 뜻대로 우리 둘을 순리롭게 허씨 가문으로 데려가지 못했어요.”“급한 나머지 할머니는 고씨 가문에만 소식을 전했고 그마저도 나쁜 놈들보다 동작이 빠르지 못해 그들이 지아 씨를 데려간 후였어요. 그래서 저만 고씨 가문에서 데려갔어요.”나는 눈물을 닦아내면서 그때 당시의 내가 얼마나 힘없고 무력했을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돌아가신 데다가 배현우와 억지로 갈라지게 되었다.배현우는 내 손을 꽉 잡으며 손에 힘을 주었다.나도 배현우 지금의 심정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날 배현우는 눈앞에서 억지로 끌려 나가는 나를 보기만 하고 반항할 수도 없는 그런 무능력함은 아마 배현우한테 평생 잊지 못할 아픔이 되었을 것이다.차 안은 갑자기 조용해졌고 자동차가 앞으로 가는 소리밖에 안 들렸다.한참 뒤에야, 배현우의 잠긴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이런 것들을 찾은 후에야 비행기 추락 사고가 떠올랐고 이로써 모든 것들이 비로소 한강인을 추측하게 했으며 그 이후에 우리는 한강인
이 소식은 그야말로 나를 입이 떡 벌어지게 했다. ‘나를 데려간 게 어떻게 그 사람이지?’“맞아요. 우리는 유일한 목격자를 찾았어요. 그 당시 그쪽 산에서 약재를 캐는 어르신이신데 그때는 중년인이셨어요. 하늘의 뜻인지, 우리가 수년을 찾아 헤맨 끝에야 비로소 이 참극의 전부를 직접 목격한 증인을 찾아냈어요.”“그 어르신 정말로 전체 과정을 모두 목격하셨나요?”나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배현우 얘네가 얼마나 큰 공을 들여야 바다에서 바늘 건지는 것 같은 일을, 그것도 몇 년이 지났는데도 당시의 목격자를 찾아낸 걸까.“어르신의 말로는, 당시 자기는 산 위에서 내려오는 도중에 잠시 계단에서 쉬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아래 도로에서 일어나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해요. 알다시피 외국에서는 약재를 캐는 일은 엄청 드물어요.”배현우는 엄청 뿌듯한 말투로 말했다.“우리 형제들이 엄청나게 고생 많았어요. 십수 년을 하루같이 귀찮음을 마다하고 사건 지역을 탐방하러 다니면서 일말의 흔적도 소홀히 하지 않았어요.”나도 믿어지지 않아 입을 열었다.“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참 노고가 많았어요.”“어르신이 말씀하기를 당시의 장면은 엄청 아슬아슬했대요. 부딪힌 차는 거의 굴러떨어지기에 일보 직전이었는데 후에 폭발했대요. 어르신은 우리의 차가 폭발한 뒤 키 크고 마른 한 남자가 차에서 내리는 걸 똑똑히 봤다고 해요. 그리고 그 남자는 길 왼쪽의 언덕 아래로 달려가 무언가를 찾았대요.”배현우는 그때 당시의 장면을 묘사하였다. 나는 머릿속으로 그때 당시의 상황을 필사적으로 상상해 내려고 하니 머리가 또 아파 났지만, 배현우가 말을 멈출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당시에 일어난 이 모든 것, 전부 나한테는 엄청난 매력이었다. 나는 지금 내가 찾아낸 산산조각 난 퍼즐들을 하루빨리 제 위치에 맞춰서 하나의 완전한 그림을 만들어 내고 싶었으며 그때 당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되찾고 싶었다.그 뒤로 난 어떻게 Z 국의 만덕동에서 떠돌게 되었고 또 어떻게 지금의 한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