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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진짜 멍청이

배현우의 눈에는 알 수 없는 빛이 언뜻 지나가더니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지아 씨, 당신이 그렇게 멍청이는 아니라고 믿어요.”

그의 말에 나는 헉 하고 숨을 참았다. 또 나를 멍청하다고 말하는 배현우였다.

나는 이에 맞서 빈정거렸다.

“당신 눈에 나는 멍청이로 보이겠죠, 그래서 내 감정은 무시한 채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 아니에요? 배현우 씨 너무 자기중심적이에요, 눈에 다른 사람이 보이긴 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도 생각이란 것이 있고, 존엄도, 권리도 있다는 건 알고 있어요?”

나는 갑자기 감정이 격해졌다.

“그래요, 나 멍청해요. 하도 멍청해서 당신이나 당신 사람들이나 다 절 바보라고 생각하는지 날 이리저리 갖고 놀기나 하고. 그래도 나는 잠도 못 자고 걱정이나 했죠. 멍청해서 내가 상처받더라도 당신 그 연극에 맞춰줄 생각부터 하고, 속고 속이는 그 판에 끼어서 남자 하나 때문에 목숨도 내놓으려고 한 거겠죠.”

나는 갑자기 배현우의 눈빛이 긴장해지며 주먹을 살짝 감아쥐는 게 보였다.

“현우 씨 당신이 그러고도 남자예요? 내 두 눈으로 직접 당신의 차가운 얼굴을 보고서도 당신이 고개 돌려주기만을 바보처럼 기다리고 있잖아요. 당신 말이 맞아요, 사실 나 그냥 멍청이예요, 오늘에서야 제대로 증명한 거지만요...”

눈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자 눈을 내리깔았다. 잠시 후 옅게 한숨을 내쉬고는 담담하게 뱉었다. “됐어요.”

무슨 뜻으로 내뱉은 세글자인지 나 자신도 잘 몰랐다.

이 한마디를 내뱉자마자 김빠진 축구공처럼 온몸에 힘이 쭉 빠져버렸다. 드디어 내 입으로 이 말을 할 날이 오다니, 간신히 내 자존심은 지켰지만, 영혼을 빼앗긴 느낌이었다.

“앞으로 협력이 남아 있으니, 그저 협력 관계로 지내요.” 나는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려 했지만 가득한 실망감을 숨기지는 못했다.

“다음은요?” 그는 매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여유로운 태도였다.

“다음은 없어요. 그렇게 고고하게 내가 모든 이유를 늘어놓길 기다리고 있지 말아요. 아무리 많이 말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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