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모든 것이 갑작스럽게 들이닥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천우 그룹에서는 예정대로 대규모적인 인사변동이 일어났다. 천우 그룹은 조민성 대표를 사임했을 뿐만 아니라 임원들도 교체시켰다.변동의 틈을 타 배희진은 배현우의 상태를 대외적으로 폭로하고 의식이 없이 누워있는 사진도 덧붙였다.보아하니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일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나는 소식을 들은 즉시 조 대표에게 전화했다. 조 대표의 태도는 여전히 평온하고 온화하였으며 이 사실에 대해서 조금도 회피하지 않았다.“조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제멋대로 일을 처리하였네요.”나는 너무 괴로운 마음에 진심으로 조민성에게 사과하였다. “지아 씨 일과 연관이 있는 건 맞지만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던 거예요.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나를 조금도 탓하지 않는 조민성의 태도는 나를 더 죄책감에 휩싸이게 했다.“그... 현우 씨는...”“아직 깨어날 기미가 안 보이지만 언젠가는 꼭 깨어날 겁니다.”조민성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누구도 현우의 자리를 빼앗을 수 없어요.”“네, 대표님 말이 맞아요... 현우 씨 소식이 있으면 저한테 꼭 얘기해주세요.”나는 뻔뻔함을 무릅쓰고 말했다.“그래요!”나는 조 대표가 더 얘기할 기미가 없자 전화를 끊고 창가에 서서 경원이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마음이 무거웠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그의 곁을 지키면서 빨리 정신 차리라고 그이를 깨우고 싶었다. 이틀 후, 천우 그룹에 새로 부임한 기 대표의 면담 요청을 받았다. 기 대표는 아주 사무적인 태도로 천우 그룹과 신흥의 합작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후 우리가 받은 공지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퀄리티를 보존하며 기한 내에 완성해야 하되 준비 중이던 모든 것은 중단하라고 했다. 예상했던 일이라 전부터 공급 업체와 연락하여 재고를 너무 많이 준비해두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런 압박이 산처럼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어 숨 막히는 듯했다. 장영식은 계속 나를 위로해주느라
신호연이 사무실로 들어오는 모습이 정말 사람을 역겹게 했다. 마치 자기 집에 돌아온 사람처럼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훑어봤다. 방심한 내 탓이다. 당시 사무실에 들어올 때 일을 더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에 리모델링을 하지 않아서 계속 신호연이 쓰던 모습 그대로 변함없이 유지가 되었다. 한 바퀴 다 훑어보고는 소파에 앉은 신호연은 사무실 책상 뒤에 앉아 있는 나를 보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한지아, 옛날 생각 많이 하다 보다? 사무실이 완전 그대로네. 원래 모습대로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아직도 내가 여기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나는 차갑게 비웃음을 흘리고는 속으로 욕을 삼켰다. 자신이 아주 대단한 사람인 양 우쭐거리긴. 건방지게 앉아 있는 모습도 꼴사나웠다. 나는 냉랭하게 신호연을 쳐다보다 더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말을 건넸다. “말해! 여기까지 온 꿍꿍이가 뭐야?”“그래,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내가 말이야... 지금 내 손에 있는 프로젝트가 너무 많아. 아직도 끝없이 몰리고 있어. 팔은 안으로 굽는다잖아. 이렇게 좋은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 줄 수는 없어서 너랑 상의하려고 왔어. 우리 합병하는 게 어때?”신호연은 고개를 쳐들고 자신의 실적을 자랑스레 말했다. 미친놈, 나는 속으로만 욕을 삼키고 신호연이 남은 얘기를 끝내도록 대꾸를 하지 않았다.신호연은 내가 말이 없자 한참을 쳐다보더니 다시 말을 꺼냈다.“더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여기서 일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 여기로 다시 들어오고 싶어. 지아야, 돈이 필요해? 아니면 프로젝트를 하나 줄까? 그것도 아니면 합병하고 회사의 주주로서 내 밑으로 들어와. 네가 들어와도 신흥은 여전히 신흥이야. 십 년도 넘게 해온 오랜 브랜드인데 바꾸지 않아도 돼!”나는 무게가 꽤 있는 오로라 펜을 손안에서 돌리면서 신호연에게 따귀를 날리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그를 노려보았다. 신호연은 그 눈빛이 어떠한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는 듯 몸을 살짝 움직였다.정말 이해가 안 된다.
내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꺼져’라는 얘기를 내뱉은 게 신호연에게는 예상 밖의 일인듯했다. 이러한 상황은 신호연에게 최대의 수모이기에 표정 관리가 잘 안 되었다.하물며 지금의 신호연은 밀려들어 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대단한 사람이기에 이렇게 가방을 끼고 거들먹거리며 돌아다닐 수 있다.“한지아...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지금 나는 너랑 좋은 말로 상의하러 온 거였어. 근데 넌 정말 좋은 말로 해서는 안 되겠네. 돌려 말해서 너랑 상의하러 온 거지, 툭 까놓고 말하면 난 너에게 통보하러 온 거야. 너 정말...”“대체 누가 이렇게 큰소리를 치는 거야? 어디로 옮길 건데? 얘기해봐.”불쑥 목소리 하나가 들리더니 사무실의 문이 열리고 장영식이 걸어들어왔다.신호연은 고개를 돌려 장영식인 것을 확인하고 입꼬리를 삐죽거리더니 금세 다시 거들먹거리며 비아냥거렸다.“난 또 누구라고. 이분이네~”신호연은 당연히 장영식을 알고 있다. 장영식은 신호연이 나에게 구애를 할 때도 내 곁에서 나를 많이 챙겨주었다. 장영식은 나와 관계되는 모든 일은 미리 다 준비해주었기에 당시 신호연은 장영식을 아주 경계했었다. 이후 내가 신호연의 구애를 받아준 후에야 더는 장영식을 경계하지 않았다.장영식은 신호연을 느긋하게 훑어보더니 말했다.“너 아까 뭐라고 했어? 어디로 옮겨온다고?”장영식은 이렇게 말하고는 상석에 앉아 그를 쳐다봤다.“사내대장부와 소인의 차이가 뭔지 넌 아직 모르는가 보네. 여기로 다시 들어오려고? 미안하지만 나한테 먼저 물어봐 줄래?”“너…? 하?”신호연은 뒤로 한껏 기대더니 행패를 부렸다.“넌 영원히 나한테 졌던 패자일 뿐이라고!”“그래? 그럼 이번에 한 번 해봐!”장영식은 의연하게 대답했다.“우리 한신로얄 2기를 걸고 내기를 하자! 여기는 너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아! 분량도 모자라고, 너 크게 하고 싶다며?’나는 허리를 곧게 폈다. 장영식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신로얄 2기? 나는 왜 들은 적이 없지? 나는
나는 장영식을 바라보았다. 요즘 배현우의 상처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서 회사 일은 확실히 신경 쓰지 못했다.장영식은 내가 미심쩍은 표정을 짓자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자신 있으니까 해보려는 거야!”“너... 무슨 자신이 있다는 거야? 너... 그 말은…”맞추기가 좀 두려웠다.“특별한 일이 없다면!”장영식은 갑자기 당당하게 웃었다.나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그를 바라보며 그의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표정에는 농담처럼 보이지 않는 정중함도 있었다.“... 그 말은, 우리가 2기를 따낼 자신이 있다는 거야?”나는 확실하게 묻기 두려워 살짝 떠보았다.장역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안 될 게 뭐가 있어, 우린 큰 프로젝트를 따내지 말란 법이 있어?”“정말이야?!”나는 갑자기 신이 났다.“너 요즘 이 일 때문에 고생하고 있지? 어쩐지 사무실에 잘 안 보인다 했어. 프로젝트 담당자들이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정말 신호연에게 사무실이라도 만들어 줄까 봐. 우리가 어떻게 그가 원하는 대로 하게 보고만 있겠어?”장영식도 조금 득의양양하게 말했다.“하하... 영식아, 빨리 자세한 얘기 좀 해봐! 도대체 넌 어떻게 따내겠다는 거야?”나는 조금 들뜬 채 말했다.“정말로 그 프로젝트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앞으로 우리에겐 아무런 난관도 없을 거야!”장영식은 그제야 모든 과정을 나에게 자세히 말했다.그를 짝사랑하는 혼혈 후배에게 감사해야 했다.“이름은 조이스고, 지금은 유명한 디자이너야. 한신로얄 프로젝트는 공식적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를 찾고 있어. 조이스의 멘토가 그녀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대.”“이런 우연이? 그리고 또?”나는 좀 흥분했다.“사실 1기 때 내가 다니는 회사가 참여했었어. 이번에는 조이스가 2기 디자인 통보를 받았고. 관련된 문제가 있어서 기획에 계속 참여했기 때문에 조이스와 다시 연락할 기회가 생긴 거야.”“그럼 왜 전에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지? 설날 때 너랑 조이스에 관한
비즈니스 싸움은 너 죽고 나 사는 것이다. 내가 전희의 숨통을 틔워준다는 것은 나 자신을 스스로 죽이는 것이다.마침 신호연의 기공식도 끝나갔다. 내 계획도 행동에 옮겨야 할 때인 것 같았는데 지금 상태는 내 계획 조건에 딱 들어맞았다.장영식이 자신 있게 나를 위로했다.“이번에는 편안하게 푹 잘 수 있을 거야! 우리가 스스로 설 수 있는 자본이 있어야 서울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어.”나는 그의 이 생각에 전적으로 찬성한다.하지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은 항상 공존하는 법이다. 나는 겨우 한숨 돌리게 되었는데 천우 그룹 쪽에서 또 압력을 가해서 무게를 늘렸다.그들이 다시 제출한 검사 보고서가 나왔는데, 뜻밖에도 많은 유해 물질이 기준을 초과하여 불합격되었다고 한다.순간 폭발했다. 천우 그룹 쪽에서는 즉시 공지가 내려졌고, 마무리된 모든 공사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잘못 처리하면 기약도 없고, 그쪽은 이미 다 팔렸으니, 업주 쪽에서 소란을 피우면 나는 죽는 거나 다름없다.일이 터지자 천우 그룹 쪽에서는 전혀 처리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조업을 중단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그다음에 클레임 통지서를 보냈다. 그리고 이 클레임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이건 정말 죽음으로 몰고 갈 예정이다.나와 장영식, 그리고 이동철은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이 일을 해결하려 나섰다. 공급업체와 협력하여 유효한 증명서를 제시하며 관련 부서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나는 배유청이 이 일로 나를 짓누르고 다시는 일어설 기회를 없애련다는 걸 알고 있다.그제야 나는 배유정을 도발하는 것이 얼마나 현명하지 못한 행동인지 깨달았다. 그녀는 극악무도한 늙은 마녀였다.왜 배현우와 이청원이 나에게 자신의 이익부터 챙기라고 거듭 당부했는지 알 것 같았다.그들의 기습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몸을 가누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장영식도 속수무책이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 부정적인 사
전화가 금방 걸리더니 이청원의 둔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네, 한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도혜선을 힐끗 쳐다봤더니, 그녀는 나더러 얘기하라고 눈치를 하며 신호를 보냈다.“… 저기, 지금 회사에 계세요?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데요.”나의 목소리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네. 그럼 경공관으로 오세요. 저도 그쪽으로 갈게요.”이청원은 시원하게 약속을 받아주자 나는 순간 당황해서 멍해졌다.‘경공관? 어디지?’도혜선은 내가 멍해 있는 것을 보고 손을 톡톡 치며 전화를 끊으라고 했다.“알았어요. 그럼 있다가 거기서 봐요.”나는 하는 수 없이 전화를 끊고 도혜선을 봤다.“근데 언니, 나 경공관이라는 곳 몰라.”내가 장소를 모른다고 당황한 표정으로 말하자, 도혜선은 크게 웃으며 나를 비웃었다.“왜 웃어? 뭔 데?”“내가 알아. 하하하…”도혜선을 웃을 멈추지 못하며 말했다.“너 정말 대단하다.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 너를 데리고 많이 다니면서 구경시켜 줘야 하는데. 세상에 경공관도 모르다니, 어휴… 쪽팔려!”도혜선은 웃고 나서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액셀을 밟고 잠시 후 작지만 온화하고 다정한 집 앞에 멈추더니 말했다.“다 왔어. 여기가 경공관이야!”밖을 보니 아름다운 집에 아주 고풍스러운 간판이 걸려 있었는데 그 위에 ‘경공관’이라고 씌어져 있었다.“여기가 경공관이라고?”나는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도혜선을 보며 물었다.“어서 들어가자! 여기는 클럽이야, 여기도 모른다니 말도 안 돼!”도혜선은 정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힐끗 쳐다봤다.“이제 시간 내서 설명해 줄게. 지금 네 상황을 전희가 알면 아마 배를 끌어안고 웃을 거야!”도혜선과 같이 안으로 들어가자 안은 아주 넓었다. 고전적인 중식 인테리어로 되어 있었는데 매력적이고 조용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도혜선이 낮은 목소리로 나에게 소개했다.“이 클럽의 사장님이 경씨인데 아주 전설적인 여성이거든. 언제 한번 소개시켜 줄게. 오늘은 일단 우리 일을 봐야 하니까.”건물 안으로
이청원은 전혀 놀라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하게 나를 바라보았다.“얘기하세요!”나는 오늘 방문 목적을 간결하게 설명한 다음, 그를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도와주실 수 있을까요?”이청원은 바로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이 일은 제가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나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물론 서로 친분이 깊지 않았기에 나를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다. 스스로 이청원이 거절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설득하고 있는데 이청원이 또 말했다.“하지만 제안은 드릴 수 있는데 한번 해보실래요?”나는 다소 놀란 표정으로 이청원이 계속 말하기를 기다렸다.“에메랄드 가든을 아시죠?”이청원이 나를 보며 묻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메랄드 가든은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부동산 브랜드 기업이다. 그들의 부동산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그들을 찾아가 봐요. 그들이 사용하는 재료들은 모두 국제적으로 엄격한 과정을 거쳐 엄선된 것들이에요. 한 대표님 회사에서 불합격 제품으로 검증받은 것도 에메랄드 가든에서 사용하는 거잖아요. 그들을 찾아가는 게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요?”이청원의 어조는 차분했지만 아주 핵심적인 제안이었다. 그의 말을 듣고 순식간에 막혔던 길이 열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 직접 증명이 어렵다면 맞서 싸우지 말고 길을 돌아서 가면 되지 않는가? 왜 나는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연락처를 드릴 테니 울산에 가서 그 사람을 만나봐요. 그 사람만 설득하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사람 좀… 특이한 부분이 있는데 고집이 세서 접근하기 쉽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그 사람을 감동만 시키면 모든 게 해결될 거예요.”이청원은 말을 마치고 가방에서 작은 종이 한 장을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바랍니다!”나는 순간 감격하며 이청원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모든 걸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가 어떤 부분에서 불합격을 받은 것까지
경공관에서 나와, 도혜선은 나를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나는 갈아입을 옷 두 벌을 챙겨 그녀에게 바로 공항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가는 길에 나는 장영식과 이동철에게 각각 전화를 걸었다.그러자 이동철이 말했다.“제가 같이 가드릴 수 있어요! 혼자 괜찮겠어요?”“이동철 씨 임무가 더 막중한걸요. 반드시 증거를 찾아내야 해요. 그것이 승리의 관건이니까요. 저는 괜찮으니 걱정 마요!”나는 엄숙히 이동철에게 신신당부했다.이동철의 말투에서는 그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는듯한 게 여실히 보였다. 회사의 일은 이동철이 있기에 나는 조금도 걱정되지 않았다. 다만 이런 관계는 그가 처리할 수 없었는데, 해외에서 몇 년 동안 지낸 탓에 복잡한 인간관계에는 이미 무뎌졌기 때문이다.차 안에서 나는 도혜선을 조롱하며 말했다.“언니, 아이디어 진짜 좋은데? 나이가 많아서 그런가, 역시 이런 쪽은 언니가 나보다 낫다니까.”그러자 도혜선이 나를 힐끗 째려보았다.“나이가 많아서 그렇다니, 누가 그래? 네가 몰라서 그렇지, 네 머리는 우리 중 누구보다도 좋아. 단지 신호연에게 몇 년 동안 갇혀 사느라 쓸 기회가 없어서 무뎌진 거지. 단연코 확신하는데, 만약 네가 여태껏 신흥을 관리해왔다면, 신호연이 관리하는 현재의 신흥보다 몇 배는 더 나았을 거야.”“꼭 그렇다고 할 수도 없어. 호연 씨도 호연 씨의 장점이 있거든. 그이는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겨, 이쪽은 나보다 낫지. 나는 가끔 의리를 너무 중하게 여겨서 믿음 때문에 융통성 있게 접근하지 못해!”나는 나 자신을 검토해보았다. 사실 오늘 이청원의 가르침은, 내가 자신의 이런 약점을 더욱 명확히 알아챌 수 있게 해주었다.“인제 보니 너 더 발전할 수 있겠는데?”도혜선은 웃으며 나를 조롱했다.“다음부터는 돈이라도 받아야겠어!”그러자 나는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언니, 차라리 신흥 주식을 사지? 홍보도 담당하고 말이야!”“하... 정말 모리배 아니랄까 봐!”그녀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다 같이 놀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