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서재로 돌아가 한무를 기다렸다. 방영의 말을 떠올리며 창문 앞에 서서 담배를 피우었다. 안색이 어두워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래서 구아람과 사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거야? 왜? 구아람, 도대체 뭐 하려는 거야? 왜 계속 걱정을 하게 해?’노크 소리가 들리자 경주는 대답을 하고 담뱃재를 털었다. 문을 열자 한무는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 문을 닫은 후 경주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양손으로 쪽지를 건네주었다.“사장님, 이건 방영이 준 주소예요. 오늘 밤 이곳에서 구아람 씨와 만날 거예요.”경주는 심장이 조여오며 담배를 쥐고 있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쪽지를 받고 훑어보더니 주소를 외웠다.“방영이라는 가정부가 또 무슨 말을 했어?”한무는 고개를 흔들었다.“신 사장님, 방영이 구아람 씨가 신씨 가문을 지켜바라고 시킨 사람인 것 같아요.”“맞아.”경주의 목소리는 어두웠고 쪽지를 손에 움켜쥐었다.‘이 여자는 늘 나도 모르게 사람을 안배하네, 눈 아래에서도 그럴 수 있어?’“구아람 씨가 뭐 하려는 걸까요?”갑자기 한무의 눈이 밝아졌다.“설마 구아람 씨가 사장님께 미련이 남아서 사장님을 지켜보라고 시킨 게 아닐까요? 그러고 보니 사모님 마음속에 사장님이 있어요! 축하해요!”경주는 침울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어이없었다. 아람이 미련이 남아 있어서 이러는 거라고 생각할 만큼 자기애가 강하지 않다. ‘바쁘고 야망이 큰 구씨 가문 아가씨가 시간이 있어? 신씨 가문에 안심할 수 없는 일이 있어 지켜봐야 하나? 셋째 사모님 때문에 진주를 복수할 방법을 찾고 있나? 만약 그렇다면 몰래 해도 되는데, 방영이 왜 나한테 주소를 알려주겠어? 내 도움이 필요한가?’경주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얼어붙은 심장이 녹아내리며 보호욕이 마음속에 끓었다.“사장님, 오늘 밤 같이 갈까요?”한무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경주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아니, 방영은 나만 불렀어. 다른 사람이 알면 안 되는 비밀이 있다는 거야.”한무는 걱정했다.“하지만 사장님
효린은 나른하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엄마는 사라지게 하려는 거야, 아니면 영원히 사라지게 하려는 거야?”“사모님의 지시는 영원히 없어지게 하는 거예요.”왕 비서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허, 독하네.”“사모님이 독하지 않으시면 아가씨가 어떻게 고귀한 삶을 누릴 수 있겠어요.”“흥, 엄마가 아무것도 안 해도 내 인생은 전혀 변하지 않아.”백미러를 통해 효린을 바라보는 왕 비서의 눈빛은 조롱이 있었다.“확실해요, 아가씨?”효린은 입을 오물거리며 화가 났다.‘엄마가 최선을 다해 계략을 꾸미는 건 신분 때문이야. 아니면 평생 정부로 남을 수밖에 없어. 하지만 나는 달라. 무슨 일이 있든,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영원히 신광구의 딸이고, 신씨 가문의 아가씨야! 더 이상 엄마한테 바보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 지겨워! 이번엔 제대로 해서 엄마에게 보여줄 거야!’“왕 비서, 아이디어가 있어. 우리 모녀를 불의에 빠뜨린 사람을 한 번에 제거할 수 있어!”효린은 갑자기 몸을 앞으로 숙여 음흉하게 말했다. 왕 비서는 효린을 바라보았다.“무슨 생각이 있어요?”“방영이 그 사람을 만나게 해. 그리고 그들을 한 번에 잡아, 그럼 마음이 후련하겠지?”효린은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구아람이 방영을 시킨 거라고 확신해. 이런 방법은 고귀하고 자만한 신경주가 아니야. 그리고 신경주의 사람이라면 밤에 몰래 나갈 필요도 없잖아?”왕 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아가씨의 말씀은, 구아람을 죽여라는 거예요?”‘구아람을 죽여?’효린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긴장되고 겁이 나고 설렜다. 꿈에서까지 아람을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아람은 해문 갑부의 딸이다. 정말 아람을 죽이면 구만복은 반드시 최선을 다해 법인을 잡아낼 것이고 딸에게 복수해 줄 것이다. 그때 감당할 거대한 리스크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기회를 잃으면 안 된다. 오늘 밤 아람과 방영이 몰래 만날 거고 많은 인력을 데려오지 않을 것 같았다.‘정말 완벽한 타이밍이야!’“할 수 있겠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음흉한 발걸음 소리가 줄지어 도착했다. 임수해는 경계하여 아람과 방영 앞을 막아섰다. 두 주먹을 쥐며 양복 아래 숨어 있던 근육이 긴장했다. 방영은 겁에 질렸다. 하지만 아람은 침착하게 검은 옷을 입은 세 남자를 바라보며 방영을 꼭 껴안았다.제일 앞에 선 사람이 왕 비서였다. 아람의 풍부한 경험으로 남자를 훑어보며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누구야?”임수해는 이를 악물며 차갑게 물었다. 왕 비서는 고개를 기울이며 임수해를 지나쳐 아람을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구아람이야?”“내가 구아람이야.”아람은 싸늘하게 말하며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역시 소문대로 미인이네.”왕 비서는 웃으며 말했다. 우는 얼굴보다 더 못생겼다.“아쉽네.”아람은 이를 악물고 화가 났다.‘허, 건방진 놈!’“네가 진주의 사람이야? 날 죽여라고 시켰어?”아람은 무서운 것이 없다는 듯 담담했다.“구아람 씨, 귀족 가문 아가씨로서 편하게 살 수 있는데, 왜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리고, 참견하지 말아야 할 일에 끼어들어? 어른들은 자기가 한 짓에 대가를 치르는 건 당연한 일이야.”“하하하, 당연한 일?”아람은 겁 없이 웃으며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솔직하게 말할게. 능력 있으면 날 건드려, 차라리 날 죽여. 하지만 날 죽이지 못하면 너와 네 배후에 있는 사람들은 비참하게 죽을 거야!”왕 비서는 웃었다. 예전에도 이런 건방진 말을 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모두 죽었다.“아가씨, 여긴 제가 해결할게요, 영이 데리고 가세요!”임수해는 주먹을 쥐고 재촉했다.“영아, 가요.”아람은 방영을 밀고 임수해는 바라보았다.“내가 남아서 도와줄게. 너 혼자 상대할 수 없어.”“아가씨.”임수해과 아람은 눈을 마주치며 피가 솟구쳤다. 이번 생에 그들은 서로의 소중한 파트너이다. 나중에 결혼을 하고 자식이 있겠지만, 임수해의 마음속에서 아람을 대신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때는 사랑이었지만 지금은 충성심이다.방영도 탈영병이 되기 싫었
바로 이때, 경주의 손에 있는 핸드폰이 진동했다. 낯선 번호였다. 오늘 한무와 방영이 사적으로 얘기할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개인 번호를 알려주었었다. 이 번호에 낯선 전화가 들어오지 않을 거다. 그러니 방영일 수밖에 없다.경주는 더욱 불안해져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사장님, 구아람 씨를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우리, 아!”비명과 함께 갑자기 전화가 끊겼다. 경주는 숨을 죽이고 꺼진 화면을 보자 가슴이 두근거렸다.‘아람아, 아람아!’이마는 땀범벅이 되었고 앞으로 뛰어가며 한무에게 전화했다.“사모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어, 당장 사람을 보내. 지원이 필요해!”...어둠 속에서 치열한 전투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임수해는 그들과 치열하게 싸웠고, 찢어지는 소리가 귀를 찔렀다. 몸이 민첩했지만 상대가 너무 많고, 게다고 무기까지 들어 수십 라운드 끝에 이 사나운 사람들에게 제압당했다. 임수해의 왼팔과 오른쪽 다리는 베여 피가 뚝뚝 떨어지고 뼈까지 보였다. 깨끗하고 단정했던 슈트는 상처로 긁혀 비참하고 고통스러웠고, 하얀 셔츠는 피로 얼룩져 있었다. 하지만 아람을 지키겠다는 강한 신념에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고,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참, 집착이네.”왕 비서는 점점 인내심이 없어 칼로 임수해의 왼쪽 어깨에 쫒은 다음 악의적으로 돌렸다.“아!”임수해는 칼을 잡은 손을 잡고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비명을 지르게 했다. 뼈와 살이 산산조각이 나는 것 같았고 팔이 망가지는 것 같았다.“한 명을 더 죽이면 처리할 일이 더 많아지잖아. 더 귀찮아져.”왕 비서는 임수해의 귀에 가까이 다가갔다.“아니면 이 칼을 뱃속에 찔려 오장육부를 망가뜨려야 했어.”그리고 왕 비서는 돌려차기를 하며 임수해를 몇 미터 멀리 걷어차 쓰러졌다.“수해야!”아람은 붉어진 눈을 부릅뜨고 악당 중 한 명의 팔을 비틀었다.“아가씨...”임수해는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아람을 바라보는 눈에는 자책의 눈물이 담겨있었다.임수해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
“구아람 씨!”방영은 겁에 질려 안색이 창백하고 눈을 감았다. 아람은 순간적으로 큰 두려움에 휩싸여 눈을 부릅떴다. 순간 모든 감각이 닫히고 수많은 장면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모든 장면은 경주와 관한 것이다. 13년 전의 설레는 첫 만남, L 국의 전장에서 나란히 싸우는 모습, 결혼, 이혼하는 장면, 산사태 속에서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는 장면들이 떠올랐다. 아람을 숨을 죽이고 눈물을 흘렸다.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마주하는 자아가 가장 진실된 것이라고 했다. 이 순간 경주가 떠오르는 건 감정이 있어서 그런지 원망스러워서 그런지 알 수 없었다.탕-이때 거친 바람 소리가 귓가를 스쳐 지나가며 고막을 흔들었다. 하지만 죽음은 오지 않았다. 왕 비서는 잠시 멍해졌다. 순간 손목에 통증을 느꼈고, 들고 있던 무기가 발로 차서 물에 떨어졌다. 이때 아람은 눈을 번쩍 떴다. 경주의 차가운 얼굴이 신처럼 눈앞에 나타난 것을 보자 폐허와 같았던 눈빛이 반짝였고 가슴도 두근거리며 눈물을 흘렸다. ‘신경주가 왔어, 정말 왔어.’경주는 숨을 죽이고 아람을 깊이 바라보았다. 사랑하는 여자의 팔에 상처가 있는 것을 보자 순간 화가 나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눈도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죽였던 왕 비서는 순간 남자의 눈빛에 소름이 돋았다. 더 무서운 것은 이것이 아니다. 왕 비서는 경주가 올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경주는 눈을 내리깔고 왕 비서를 노려보았다. 훤칠하고 듬직한 몸이 아람의 앞을 막았다. 마치 싸늘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빙산처럼 아람을 지켰다.“낯이 익네. 혹시 진주의 사람이야?”아람은 깜짝 놀랐고 바닥에 쓰러진 임수해도 눈을 부릅떴다. ‘날 죽이려는 건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진주의 악독한 속셈으로 볼 때, 오랫동안 평화로웠는데, 왜 갑자기 미친 듯이 날 죽이고 싶은 거지? 이렇게 서둘러 움직이는 건 정체를 드러내려는 거야? 아니면 방영을 처리하려는 김에 나까지 죽이려는 건가? 왜 방영을 노려? 무슨 비밀을 알았나?’남은 악당 세 명은 경주가
하지만 호칭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경주는 이미 싸우고 있었다. 주먹으로 격렬하게 싸웠다. 나머지 세 명도 몰려들어 흉측한 칼끝이 경주의 급소를 노렸다. 오늘 밤은 죽음의 문제이고, 돌아갈 길은 없다.“신경주, 뒤를 조심해!”식은땀을 흘리며 포위된 경주를 향해 아람은 쉰 목소리로 외쳤다. 경주의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왕 비서를 상대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세 명까지 더하면 업친데 덮인 격이다. 그리고 왕 비서의 공격은 매우 악랄하여 경주의 급소만 노렸다. 모두 생명을 위협하는 수단이다. 아람의 소리를 듣자 경주는 마치 충전된 듯 돌아서지도 않고 악당의 손목을 잡았다. 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어두운 밤을 뚫고 나갔다.아람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그해 용감하고 자랑스럽던 강한 군인이 돌아온 것 같았다. 순간 경주가 주저 없이 무자비한 손길로 악당의 복부를 찌르는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의사인 아람은 경주가 급소를 찌르지 않고 목숨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다. 수년간 쉬어도 솜씨는 여전하여 쉽게 악당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네가 내 여자에게 상처를 남겼어?”경주는 피투성이가 된 단검을 손에 꼭 쥐었다. 화난 두 눈은 순간 충혈되었다. 왕 비서는 이를 악물며 냉소했다.“몸에 털 하나라도 빠졌어도 네 다리를 비틀어 버릴 건데, 피를 보게 했으니 네 목숨을 가져야겠어.”경주는 아람의 팔에 생긴 상처를 떠올리자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지금 아람을 쳐다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아람이 화를 낼까 봐 두려웠다. 아람은 경주의 고백 같지 않은 고백을 듣자 창백한 입술을 오물거리며 만감이 교차했다.왕 비서는 음흉하게 웃었다. 이제 수습하지 못할 것 같아 허리에서 총을 꺼냈다. 검은 총이 아람의 놀란 얼굴을 조준했다.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아 총을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경주가 갑자기 나타나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다. 그래서 제일 간단한 방식으로 속전속결할 수밖에 없다.“안 돼, 아가씨!”상처투성인 임수해
방영의 나약한 몸이 아람의 앞을 막은 채 영혼을 잃은 듯 두 팔을 힘없이 늘어뜨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경주와 임수해도 깜짝 놀랐다. 아람은 방영을 품에 안았다. 순간 손바닥이 뜨겁고 젖어 있는 것이 느꼈고, 떨면서 손을 들더니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영아! 너.”“아람 씨, 제 말을 들어요.”방영은 이미 의식을 잃은 채 어렵게 입을 열었고 창백한 안색이 거의 투명해졌다.“말하지 마요, 힘을 낭비하지 마세요, 바로 병원에 데려다줄게요!”아람은 울면서 방영의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싸움에서 힘을 모두 소진한 상태였고, 지금 힘을 쓸 수가 없었다.“지혈해 줄게, 지혈해 줄게요!”방영은 고개를 흔들었다.“늦었어요. 제가 진주의 비밀을 알았어요. 진주, 신 사모님을 죽였, 증거, 핸드폰.”아람의 가슴에 칼이 찔린 것 같았고, 가슴에서 터져 나온 고통이 온몸에 퍼졌다. 아람은 눈물을 흘리며 왕 비서 손에서 총을 빼앗은 경주를 바라보았다. 멀리서 경찰 사이렌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상황이 끝났다는 것을 확인한 왕 비서는 돌아서서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경주는 연못을 향해 두 발을 쏘았다. 마침 총알이 떨어졌고 왕 비서도 물속으로 사라졌다.“영아, 살려야 해, 영이.”아람은 재킷을 벗고 피가 쏟아지는 방영의 복부를 누르며 눈물을 흘렸다. 마음속으로 무조건 방영을 살리겠다고 생각했지만 의사로서 아람의 이성은 방영이 곧 죽을 거라고 말했다.“신 사장님! 사모님!”한무는 신씨 그룹의 경호원들을 이끌고 도착했다. 바로 뒤에는 아람의 큰오빠 구윤, 넷째 오빠 백신우, 그리고 형사인 일곱째 오빠 구도현이었다.“아람아, 아람아!”아람은 아무것도 안 들렸다. 그저 멍한 얼굴로 점점 창백해지는 방영이 눈을 감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모습을 본 구윤은 슬픔이 가득 찼고 십자가를 손에 들었다. 한무는 경주를 부축하고 싶어 달려들었지만 임수해를 지나칠 때 멈춰서 부축해 주었다.“너무 심각하게 다쳤네요. 구급차가 곧 도착해요, 빨리 병원에 가요!”한무는 비록
아람과 임수해는 구씨 가문의 사람에게 데려갔고 경찰은 악당들을 모두 잡았다. 바닥은 피로 뒤덮여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오직 경주만 제자리에 서 있었다. 손에 총을 들고 있었고, 솜씨가 대단한 경주는 식은 죽 먹듯 싸워 머리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장에서 싸울 때보다 훨씬 더 힘든 것 같았다.“신 사장님.”구도현은 경찰 두 명과 함께 경주 앞에 다가왔다. 손에 든 총을 보자 나지막하게 말했다.“같이 가서 수사를 협조해요.”“저기요, 무슨 뜻이에요!”한무는 경주 앞을 막으며 얼굴이 빨개졌다.“총은 우리 사장님이 악당한테서 뺏은 거예요, 설마 사장님이 쏜 거라고 생각하세요? 우리 사장님이 제때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구아람 씨는 이미...”“그만해, 한무야. 그만 말해.”경주는 한무에게 명령하고 구도현을 마주했다.“네, 같이 갈게요.”“신 사장님, 오해하지 마세요. 용의자 신분으로 데려가는 건 아니에요. 경찰이 사건을 처리할 때 많은 절차가 필요해요. 협조해 주셨으면 좋겠어요.”구도현의 눈빛이 반짝이며 경주를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우리 동생도 협조를 해야 해요. 그저 지금 정서적으로 너무 안정되지 않고 상처가 있어 병원에 가야 해요. 내일 아람을 찾아서 진술을 녹음할 거예요.”아람을 생각하자 경주의 가슴이 아파났다.“구 형사님, 먼저 아람을 보러 가면 안 돼요? 너무 걱정돼요.”평소라면 구도현은 바로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밤 경주는 아람을 도와주어서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병원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임수해는 이미 수술실에 보내져 상처를 꿰매었다. 왼쪽 어깨 부상이 가장 심했다. 조심하지 않으면 왼팔을 평생 쓸 수도 없었을 것이다. 아람은 원래 임수해의 수술을 직접 하기 위해 수술실로 달려갔지만 구윤과 백신우의 제지를 받았다. 현재 상태로 수술이 끝날 때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아람아, 걱정하지 마. 성주에서 최고의 외과의사를 찾아왔어. 무슨 대가를 치르든, 수해의 왼팔을 꼭 살려라고 했어!”구윤은 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