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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작가: 류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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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열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하지 않았다. 온지유는 신무열이 일부러 떠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신무열의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진 온지유는 무표정으로 신무열을 쳐다보았다.

“온지유 씨는 정말 똑똑해요. 눈치가 빠른 건 인정하지만 너무 겁먹지 마요. 나는 그저 온지유 씨가 율인지 궁금할 뿐이거든요.”

신무열은 진지하게 말했다. 이미 들킨 마당에 굳이 숨기면서 떠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신무열은 그저 온지유가 율인지 알고 싶었고 다른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신무열의 말에 온지유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온지유도 자신이 율인지 의심했지만 증거가 없었고 그렇지 않길 바라면서 외면해 왔다. 확실한 검증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신무열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온지유가 씩 웃으면서 말했다.

“이 푸른 구슬을 가지고 있으면 다 여동생인 줄 알겠네요? 이 구슬은 인명진이 갖고 있었던 건데, 그럼 인명진이 신무열 씨 여동생이란 거네요. 그래도 궁금하다면 율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온지유가 신무열을 비웃었지만 돌아오는 건 솔직한 대답이었다.

“난 그 여자가 싫어요.”

율이 실종된 뒤로 오랫동안 찾을 수 없었지만 노석명이 율을 찾았다면서 데리고 왔다. 그러나 신무열은 율을 만나고 나서도 기쁘지 않았다.

예전에 알던 율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그래서 신무열은 지금 율이라고 자칭하는 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율일 것이라고 여겼다.

노석명은 신무열 아버지의 충신이었고 율을 찾음으로써 공을 세웠다.

율은 노석명에게 고마워하면서 자주 만나서 얘기를 나눴다.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신무열이 조사해 보니 노석명의 욕심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노석명이 흉터남에게 지시해서 온지유와 여이현에게 독을 넣었다.

‘그리고 노승아 그 여자도...’

온지유는 신무열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진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사실대로 알려줄 마음이 하나도 없었다. 온지유는 입술을 깨물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겠는데 나를 이 일에 휘말리게 하지 말아주세요. 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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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무열은 직감을 믿었지만 온지유는 그마저도 소름이 돋았다. 이제야 갑갑한 마음을 내려놓고 법로와 연관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신무열은 이미 온지유를 여동생이라고 확신했다. 온지유는 이 검증을 거절해야만 했다.“싫어요!”온지유가 발버둥 쳤지만 요한의 상대가 아니었다. 요한은 한 손으로 온지유를 제압한 채 다른 한 손으로 온지유의 목에 주삿바늘을 꽂고 피를 뽑아냈다. 온지유는 신무열을 노려보더니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말했다.“법로의 아들다운 행동이네요!”신무열은 법로처럼 잔인했고 상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강요했다. 신무열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온지유 씨가 처음부터 협조했다면 이렇게 난폭하게 굴지 않았을 거예요. 그전의 검증 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그것은 곧 우리에게 내린 축복일 거라고요.”신무열은 자리에서 일어나 요한한테 눈짓했고 요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검증 결과가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세 번 나눠서 검증할 것이다. 동시에 신무열과 율의 혈액 검사도 진행되었다. 요한과 신무열은 자리를 떠났다.방 안에 남은 온지유는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이곳에서 당장 도망가고 싶었다. 이때 신무열의 허락을 받은 율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율은 온지유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피식 웃었다.“이곳에 와서도 사지가 멀쩡하다니, 정말 대단해.”온지유는 화가 솟구쳐 올랐지만 면전에 대고 모욕하는 율 앞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내가 다치지 않아서 아쉽나 봐요?”온지유는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율한테 다가갔다. 온지유는 율과 노승아가 몸매는 비슷하지만 목소리나 생김새가 다르다고 여겼다. 그리고 노승아도 연락이 끊긴 지 한참 되었으니 말이다.온지유는 율이 공격적으로 나오는 것이 신무열과 친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아쉽긴 해. 하지만 오빠가 널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더라고. 한 번 겨루어 봐야 네 실력을 알면서 친해질 텐데, 그렇지 않아?”율은 조롱하는 듯한 눈빛으로 온지유를 바라보았고 피식 웃었다. 대놓고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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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면서 온지유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감상했다. 율이 온지유를 거만하게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율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다. 율은 순식간에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신무열이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온지유 앞을 막아서면서 물었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오빠, 온지유가 날 괴롭혀서 어쩔 수 없었어. 날 무시하는 걸 어떡하냐고!”율은 울먹이면서 말했고 뛰어난 연기력으로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신무열은 어이가 없었고 차가운 눈빛으로 율을 노려보면서 물었다.“그래?”“진짜야.”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신무열의 표정을 본 율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온지유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제일 잘 알아. 네가 왜 온지유한테 이러는지도 알고 있어. 이번이 마지막 기회니까 다음부터 여기에 오지 마.”신무열이 차갑게 내뱉은 말은 비수가 되어 율의 가슴에 꽂혔다. 온지유는 무표정으로 서 있었지만 율은 온지유가 기뻐하는 줄 알았다. 화가 난 율이 신무열한테 따졌다.“오빠, 내가 오빠 여동생인데 왜 외부인을 감싸고 도는 거야?”율은 갈라지는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신무열은 미간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그 이유는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잖아. 당장 나가. 두 번 말하기 싫으니까 알아서 해.”율은 울면서 달려 나갔지만 신무열은 신경 쓰지 않았다. 율이 이곳에 왔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지유를 위해서 율을 내쫓은 건 화를 참았기 때문이다.만약 신무열이 화낸다면 어떤 짓을 벌일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신무열은 온지유한테 잔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율이 나가자마자 온지유는 신무열한테서 몇 걸음 떨어졌다. 신무열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날 이용하고 나서 버리는 거예요?”신무열은 가장 다정한 목소리로 온지유에게 두려움을 선물했다. 신무열이 온지유에게 잘해주는 것 같겠지만 검증 결과가 그전과 같다면 보호해 주지 않을 것이다. 이곳을 나간 여이현이 안전해졌으니 온지유도 움직일 때가 되었다. 죽더라도 시도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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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지유는 아이를 불렀다.아이는 걸음을 멈추더니 몇 초간의 침묵 후 다시 걸음을 옮겼다.그러자 온지유는 빠르게 다가가 아이의 앞을 가로막았다.“여기서 그렇게 고생하면서 살았는데 정말로 다른 생각한 적 없었어?”그녀는 아이의 손목을 힘 있게 잡았다.‘생각?'‘어떻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까?'아이는 노예였다. 법로의 부하들은 하나같이 덩치가 크고 험악하게 생겼을 뿐 아니라 무기도 들고 있었다. 설령 다른 생각을 한 적 있다고 해도 아이에겐 힘이 없었다. 더구나 다른 노예들이 아이와 같은 생각을 하리란 보장도 없었다.여하간에 이곳에서 받은 고통은 끝이 없었고 해탈의 지경에 오른 일부 사람들은 현실을 받아들였다.“전 그냥 살고 싶을 뿐이에요. 만약 사는 것도 할 수 없다면 차라리 고통 없이 빨리 죽는 게 나아요.”아이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온지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아이는 고작 10살이 조금 넘었다. 하지만 짓고 있는 미소에선 씁쓸함이 느껴졌고 눈빛은 공허했다. 꼭 이미 이 세계에서 80년은 산 사람 같았다.그녀는 아이의 어깨를 토닥였다.“이러나저러나 죽음이라면 우리 함께 노력해 보자. 죽어도 가치 있게 죽는 게 낫잖아. 나한테 계획이 있어.”아이는 견고한 온지유의 눈빛에 결국 마음을 바꾸었다....율은 화가 난 채 집으로 돌아왔다.그녀의 머릿속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 온지유를 죽이는 것.온지유를 찾아갔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신무열도 왔다. 온지유와 다툼을 벌이자 신무열은 상황을 묻지도 않고 바로 온지유의 편을 들어주었다.그녀가 손을 대려고 했다면 신무열은 바로 그녀를 말릴 것이다.율은 노석명을 찾아갔다.그러나 노석명 쪽 부하가 그녀를 입구에서부터 막아섰다.“아가씨, 장로님께서 아무도 만나지 않을 거라고 하셨습니다.”율은 당황했다.신무열은 그렇다 쳐도 노석명까지 그녀를 만나려 하지 않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내가 누군지 알면서 지금 날 막는 거야? 장로님은 대체 뭐하기에 날 만나려 하지 않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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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석명이 손을 휘젓자 누군가 바로 코브라를 커다란 유리 용기 안에 넣었다. 코브라는 인명진의 몸을 타고 올라가더니 목을 꽉 물었다.인명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통을 참을 뿐 소리를 내지 않았다.예전에 당한 것이 비하면 이런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노석명이 그를 이 안에 가두었다는 것 또한 그가 쓸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렇다면 절대 노석명은 그를 죽일 리가 없었다.인명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꼬았다.“이럴 거면 차리라 날 죽여. 아니면 살아 있는 송장으로 만들어.”숨이 붙어 있는 한 인명진은 어떻게든 기회를 노려 역습할 생각이었으니까.노석명은 인명진보다 더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인명진, 넌 내가 너한테 그런 기회를 줄 것 같나? 아니지, 법로가 자랑스럽게 여기던 작품이 다시 돌아온 걸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한 사람이 자기가 만든 작품을 본다면 아주 기뻐할 것이다. 그것도 전보다 더 미치게 좋아할 것이다.하지만 이런 협박은 인명진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그는 이미 최악의 결말까지 생각하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물론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품고 있었다.그런데 돌아가던 도중에 노석명에게 잡힐 줄은 몰랐다.“그럼 왜 날 법로한테 데려가지 않았지? 노석명,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는 네가 더 잘 알겠지!”인명진의 안색은 창백하기 그지없었고 검은색을 띠고 있는 입술은 유난히도 눈에 띄었다.그러다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다.노석명은 기세등등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그는 오랫동안 이 방에만 있었고 밖을 나간 적 없었다. 그러다가 문 앞에 서 있는 율을 발견하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여긴 어쩐 일이지?”전에 이미 율에게 말했었다. 그가 율을 찾아가기 전까지 오지 말라고. 그런데 율은 그의 말을 귓등으로 듣고 또 찾아왔다.“부탁이 있어요.”율은 솔직하게 말하며 노석명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노석명은 차가운 얼굴로 율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른 방으로 갔다.다른 방으로 들어온 뒤 노석명은 결국 참지 못하고 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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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지유가 이미 이곳에 있다고요.”율은 손톱을 뜯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시도해야 한다.온지유가 죽지 않으면 그들이 하는 일에 방해가 될 뿐이다.노석명은 차갑게 율을 훑어보았다.“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하지. 굳이 계속 똑같은 말을 하면서 일깨워 줄 필요 없어. 돌아가. 가서 네가 할 일을 해.”“네.”율은 고개를 숙인 채 노석명이 하라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한편 여이현 쪽.그는 상세한 계획을 짰다.여이현은 먼저 공격을 발동할 수 없었다. 비록 지난번은 얼렁뚱땅 넘어갔지만 이번은 온지유를 홀로 Y 국 내부에 남겨둘 수 없었다.인명진에게 문자도 보내 보았지만 인명진은 여전히 답장하지 않았다.이내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기계적인 목소리만 들려왔다.“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후...”이런 상황에서 인명진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도 이상했다.여이현은 바로 성재민에게 지시를 내렸다.“이 번호 위치 추적해.”인명진은 온지유가 Y 국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지금 마치 뜨거운 가마솥 위에 있는 개미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있다.얼마 지나지 않아 성재민은 인명진의 위치를 추적해왔다.“대장님, 인명진 씨는 지금 Y 국 내부에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위치를 추적할 수 있었던 것도 인명진이 GPS 기능을 켜두었기 때문이다.여이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인명진이 신무열과 만난다면 어쩌면 온지유를 풀어줄 수 있을지도 몰랐으니 말이다.그는 어떻게든 신무열과 연락을 해볼 생각이다.그러나... 신무열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하는 수 없이 직접 찾아갈 수밖에 없다.이 일로 이미 법로의 심기까지 건드리게 되었다.법로는 신무열을 불렀다.“신무열, 그게 무슨 의미지? 스스로 나락으로 빠지겠다는 거냐?”법로는 Y 국의 미래를 신무열에게 맡길 생각이었지만 신무열은 딱히 관심이 없어 보였다. 허구한 날 밖으로 나가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쳤다.돌아왔으면서도 심지어 다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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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 만에 권다솔은 많은 일을 해냈다.그녀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업무 태도는 이미 팀장의 인정을 받았다.“내일 고객을 만나러 가는데 지연 씨도 같이 가죠.”“네? 제가 정말 가도 되나요?”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이전에 그녀는 여이현의 비서로 일했던 경험이 있다 보니 혼자서도 충분히 고객을 만나러 갈 수 있었다.하지만 회사에 들어온 지 겨우 일주일 만에 아직 수습 기간도 지나지 않은 짧은 시간 안에 고객을 만날 기회를 준 걸 봐서는 팀장이 그녀를 얼마나 인정하는지 알 수 있었다.“물론이죠. 지연 씨의 업무 능력을 지켜본 결과 저보다 더 뛰어난 것 같은데요. 고객을 만나는 건 당연히 가능하죠.”팀장은 그녀를 전적으로 믿었다.고객을 만나기 전에는 많은 준비 작업이 필요했다. 팀장은 프로젝트 자료를 모두 그녀에게 메일로 보내 주었다.권다솔은 그렇게 오랜만에 메일을 열게 되었다.팀장이 보낸 파일 외에 배진호가 보낸 메일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삭제하려 했지만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메일을 열어버렸다.이미 열린 김에 그가 무슨 말을 보냈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다가 마지막 부분을 보게 되었을 때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날 밤 그녀와 함께 있었던 사람이 배진호란 말인가?그럼 남태건이 했던 말은 또 무슨 뜻이지?권다솔은 배진호를 차단 목록에서 해제하려는 순간 아빠가 전화를 걸어와 그녀를 사무실로 호출했다.문을 열자마자 화가 잔뜩 난 권용민의 얼굴이 보였다.“아빠,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화가 나셨어요?”권다솔은 그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진정하세요. 저녁에 제가 맛있는 음식을 해줄게요.”“나랑 네 엄마가 전에 정말 어리석었어. 어린애한테 속아서 완전 농락당했지 뭐니. 네가 그 녀석이랑 엮이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꼴이었을 거야.”남태건 얘기만 나오면 권용민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의 이름조차 부르고 싶지 않았다. 권다솔이 의아해하자 그는 두툼한 서류 뭉치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91화

    그녀는 단순히 남태건을 비웃은 게 아니라 자신마저 비웃었다.정말로 몇 번이나 사람을 너무 쉽게 믿었다.“신뢰란 누가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쟁취하는 거예요. 이제 그만 가세요. 부모님께 무릎을 꿇는 건 괜찮지만 저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건 정말 아니에요.”“권다솔!”남태건은 다시 손을 뻗어 그녀의 옷자락을 꼭 붙잡았다.그는 손에 힘을 가했다. 혹시라도 손을 놓는 순간 그녀를 영원히 잃게 될까 봐 두려웠다.“어서 돌아가요. 앞으로 태건 씨만의 인생을 사세요. 저도 제 인생을 살 거예요. 이미 말했잖아요. 우리 둘은 친구조차 될 수 없다고.”권다솔은 아예 외투를 벗어버렸다.남태건의 손에는 외투만 남아 있었고 아무것도 붙잡지 못했다.그는 그녀가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김영은은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지만 하려던 말을 애써 삼켜버린 채 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집에 돌아온 권다솔은 부모님께 아까 얘기는 하지 않고 곧바로 회사 얘기를 꺼냈다.“아빠, 엄마. 오늘 오후부터 바로 회사로 가서 일하고 싶어요. 직책은 정해 놓으셨어요?”“굳이 이렇게 서두를 필요 없어. 이틀 정도 푹 쉬어라.”비록 권용민은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막상 그녀가 출근하려 하니 마음이 약해졌다.아직 회사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라면 자유롭게 놀 수 있었지만 정식으로 출근하게 되면 다른 직원들처럼 매일 출근 도장을 찍어야 했고 함부로 결근할 수 없는 생활이 될 터였다.“아빠 머리에도 이제 흰머리가 있네요.”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흰머리를 뽑아주었다.권용민은 여전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몇 가닥뿐이야. 나도 거울 보면서 봤어. 내 나이에 흰머리 있는 건 정상이지.”“관리를 잘하면 아빠 나이엔 여전히 까만 머리를 유지할 수 있어요. 제가 걱정되는 건 알겠지만 언제까지 아빠 엄마의 보호 아래서 살 수는 없잖아요. 이제는 제가 아빠 엄마를 돌볼 때예요.”그녀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권다솔의 강력한 요청에 권용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90화

    “병이 있는 사람이 치료를 받는 건 생명을 연장하려는 거고 병이 없는 사람이 치료를 받는 건 장수하는 사람이 목을 매달겠다는 거나 다름없지. 그냥 속이려고 한 말이야.”정미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자식은 결국 부모를 이기지 못하는 법이지.’그는 원래 배진호가 이미 의료비를 납부했다고 말하려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돈을 냈건 안 냈건 그녀가 병이 없는 이상 제대로 된 환자처럼 치료를 받을 리 없었다.그리고 배진호에게 의료비를 환불하면 명백히 어떤 속임수가 있다는 걸 드러내는 꼴이었다.고민 끝에 그는 묘안을 생각해 냈다.“이렇게 할까? 매일 약을 가져다줄 테니 먹지 말고 수액도 맞지 마. 그럼 혹시라도 네 아들이 물어보면 우리 둘 다 곤란하지 않을 거야.”“그래, 네 말대로 할게. 역시 의사라 그런지 머리가 참 좋네.”그녀는 자신에게 큰 재앙이 닥쳐오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비행기에서 내린 뒤 권다솔은 바로 집으로 향했다. 남태건은 평소처럼 손에 크고 작은 선물을 들고 그녀의 부모님께 극진히 대하고 있었다.그녀의 부모님은 예전과 달리 그에게 예의를 갖췄지만 거리감을 유지하며 말했다.“태건아, 우리한테 이런 거 줄 필요 없어.”“마음만 고맙게 받을게. 돈이 꽤 들었을 텐데 우린 답례로 줄 것도 없으니 그냥 안 받는 게 낫단다.”남태건은 말에 숨긴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들은 지금 그를 전혀 반기지 않았고 자주 만나는 것도 원치 않았다. 결혼 얘기는 더더욱 바라지 않는 듯했다.그가 더 애써 만회하려 하면 할수록 김영은은 더욱 단호하게 말했다.“그만 돌아가.”“제가 뭐가 부족한지 말씀만 해주세요. 다 고치겠습니다. 제발 이렇게 단번에 거절하지 말아 주세요.”남태건은 무릎을 꿇으며 애원했다.너무 갑작스러운 나머지 둘은 깜짝 놀란 채 그를 일으키려 했다.하지만 남태건은 끝까지 무릎을 꿇고 꼼짝하지 않았다.“만약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저를 쫓아내신다면 계속 무릎 꿇고 있을 겁니다.”“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89화

    정미진은 순간 당황했다.그동안 배진호가 모든 걸 양보했던 이유는 그녀가 병에 걸렸기 때문이었다.만약 그가 진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 크게 소란을 피울 것이고 결국 권다솔과 다시 만날 가능성도 있었다.이런 가능성을 떠올리자 정미진은 두 눈이 깜깜해졌다.“진호야, 엄마 말 좀 들어봐.”“사실이 이렇게 뻔히 드러났는데 뭘 더 설명하시겠다는 거예요? 나이도 있으신 분이 어찌 이렇게 어린애처럼 구세요?”배진호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걸로 농담하면 안 되죠.”의료 기록에는 명확히 병명이 적혀 있었고 게다가 이미 전문가와 상담한 후였다.더 이상 시간을 끌면 안 되는 병이었다.지금 수술을 받으면 완치 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조금만 더 늦추면 수술해도 병상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그는 정미진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었다.“내가 이러는 것도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 네가 내 속을 좀 덜 썩이면 이렇게까지 거짓말할 필요도 없잖니.”정미진은 더 이상 변명이 통하지 않자 모성애라는 명분을 내세워 배진호를 압박하려 했다.장황하게 이유를 늘어놓으며 말했지만 그는 예상과 달리 소리를 지르거나 격하게 화내지도 않았다. 그저 병상 앞에 서서 슬픈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엄마가 원하던 건 전부 이루셨잖아요. 이젠 제발 말 좀 들으세요.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치료받으세요.”그제야 정미진은 깨달았다.그는 그녀가 수술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알아냈지만 그녀가 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몰랐다.‘그거면 됐지!’그녀는 계속해서 이 핑계로 배진호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강요할 수 있었다.정미진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그럼 권다솔과 이혼해. 네가 이혼 서류를 엄마 앞에 가져오는 날부터 엄만 치료받을게.”“이미 이혼 절차는 끝냈어요. 지금은 이혼 숙려 기간일 뿐이에요.”배진호는 차분히 설명했다.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해야 했다. 혹시라도 그녀가 화를 내면 몸을 전혀 돌보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눈앞에 이혼 서류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88화

    “도대체 누가 밖에서 헛소문을 퍼뜨린 거야! 진짜 사람을 이렇게 괴롭혀도 되는 거니?”김영은은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 질렀다. 그녀는 소문을 퍼뜨린 계정을 찾아내면 꼭 고소해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단단히 결심했다.“불난 집에 부채질한 거겠죠. 전 누구 소행인지 알 것 같은데요.”권다솔은 이미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과연 그 사람 말고 누가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권용민은 다급하게 물었다.“누군데? 아빠한테 말해봐. 가만두지 않겠어.”“남태건이요.”권다솔은 덤덤하게 내뱉었다.순간 전화 너머로 정적이 흘렀다.둘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믿기 어렵다는 눈빛이었다.남태건은 평소 평판이 좋은 사람이었고 권다솔에게도 진심으로 대했으며 둘을 친부모처럼 공경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이런 일을 뒤에서 꾸밀 수 있단 말인가?권다솔 역시 부모님이 쉽게 믿지 않을 걸 알았다. 그래서 한 마디 덧붙였다.“태건 씨는 늘 저와 결혼하고 싶어 했어요. 우리 집 문을 한참이나 두드리면서 이웃들까지 다 소란스럽게 만들었고 제가 거절하자 엄마, 아빠를 찾아갔잖아요. 지금은 엄마, 아빠까지 거절했으니 극단적인 행동을 벌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죠.”“그런데, 다솔아, 우리한테 증거가 없잖아. 증거도 없이 태건이를 탓하는 건 너무 불공평한 것 같아.”그녀의 어머니는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남태건을 오해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만약 정말로 남태건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면 지금까지 꾸며낸 이미지로 그들을 속여 왔다는 뜻이었다.그런 사람을 딸에게 소개하려 했다는 사실에 그녀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결국 권용민이 결정을 내렸다.“좋아. 다솔이 넌 밖에서 편히 놀다가 돌아와. 엄마랑 아빠가 조사해 볼게. 만약 정말로 태건이의 소행이라면 앞으로 우리 집 근처에도 못 오게 할 거야.”“아니에요. 저도 티켓 끊고 바로 돌아갈게요. 엄마, 아빠가 제 일 때문에 계속 신경 쓰시는 게 너무 죄송해요. 밖에서 논다고 해도 마음이 편치 않을 거예요.”그녀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87화

    배진호는 이 시간에 잠들지 않았다.그는 이미 조사 자료를 손에 넣은 채 한 장 한 장 넘겨 보고 있었다.마지막까지 다 보고 난 그는 도대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어머니의 수술은 가짜였지만 병은 진짜였다. 그의 어머니는 현재 폐암 초기 상태였고 심장 상태도 별로 좋지 않았다. 게다가 두 병이 함께 겹친 상황이라 치료하기 쉽지 않을 게 분명했다.이런 상황인데도 어머니는 수술을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계속해서 권다솔과 헤어지라고 압박하고 있었다.배진호는 내일 어머니와 진지하게 이야기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잠 자기 전 시간을 확인하려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렇게 남태건이 이 시간에 보낸 도발적인 메시지를 보게 되었다.그 순간, 배진호는 온몸의 혈액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았다.남태건과 권다솔이 결혼한다고?이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면 틀림없이 사실일 것이다.하지만 이게 권다솔 본인의 뜻인지 아니면 그녀의 부모님께서 결정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아마도 전자일 가능성이 컸다. 권다솔의 부모님은 딸의 의견을 존중하는 분들이다. 만약 그녀가 원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강제로 결혼 시킬 리 없었다.‘왜 이런 일은 항상 나한테만 일어나는 거지?’그는 권다솔을 포기할 수도 그렇다고 그녀의 결혼을 망칠 수도 없었다. 이제 두 사람은 정말 인연이 아닌 것 같았다. 그만 집착을 버리고 놓아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잠들기 전, 배진호는 권다솔에게 메일 한 통을 보냈다. 메일의 마지막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난 술집에서의 그날 밤을 잊을 수 없어. 네가 내 목에 팔을 두르고 내 이름을 부르던 그 순간을. 다솔아, 네가 정말 날 싫어한다면 이 메일을 삭제해 줘. 앞으론 더 이상 널 방해하지 않을게. 하지만 언제든 네가 날 찾고 싶다면 난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거야.”배진호는 권다솔이 메일을 확인하는 습관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가 이 메일을 발견할 때쯤이면 아마 한참 시간이 흐른 뒤일 것이다.어쩌면 그녀는 이 메일을 평생 보지 않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86화

    남태건은 그들이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졌다. 사랑하는 사람과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결말이란 결국 이런 것이었다.그는 절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남태건은 자신이 권다솔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 알고 있었다. 결혼 후에는 매일 밤 집으로 돌아와 그녀와 오붓한 시간을 보낼 것이고 만약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셋이 함께 여행을 다니며 행복한 가정을 꾸릴 것이다.그는 자신의 결혼 생활이 부모님의 결혼 생활보다 훨씬 더 행복하리라 확신했다.“제 결혼 문제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마세요. 오늘 두 분을 부른 이유는 단지 이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며칠 안에 양가 부모님이 만나서 함께 식사할 테니 저의 체면을 깎지 말아 주세요.”말을 마친 남태건은 몸을 돌려 떠났다.그는 더 이상 부모와 할 이야기가 없었다.이후 그는 권용민에게 연락해 식사 날짜를 논의하려 했다. 그러나 권용민은 미안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하네. 우리 다솔이가 여행을 떠나서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네. 식사 약속은 다음에 다시 잡도록 하지.”그는 권용만의 말 속에서 거절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다음에 다시 논의하자는 한마디는 구체적인 날짜를 말하지 않았기에 즉 식사 약속을 잡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아버님, 다솔이가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양가 부모님께서 먼저 만나도 되지 않겠습니까?”그러나 남태건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이미 자신의 부모님께 이야기를 전했는데 이 약속이 무산된다면 그의 부모님께서 어떻게 생각하겠는가?그러나 권용만운 딸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겼다.“태건아, 양가의 만남은 중요한 일이라 서두를 필요 없어. 다솔이가 돌아오면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자. 이런 일은 신중하게 처리해야 하네.”남태건은 어떻게 전화를 끊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그가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건 권다솔이 그를 피하려고 멀리 떠났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부모님마저 이전처럼 친절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그렇다면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권다솔, 모든 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85화

    그리고 엄마가 아프다는 시점도 너무 절묘했다. 설마 아픈 척하는 건가?이럴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배진호는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떴다. 반드시 철저히 조사해야 했다.그가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배진호의 어머니는 잠에서 깨어났다.아들의 의심을 불러일으킨 것도 모른 채 여전히 의사와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내 아들 앞에서 꼭 내 병이 심각한 것처럼 말해줘야 해. 안 그러면 걔 마음이 여전히 그 여자한테 기울어 있을 거야.”“걱정 마. 동창끼리 네 계획을 망치기라도 하겠어?”의사는 가슴을 두드리며 장담했다.“내가 다 맡을 테니 신경 쓰지 마. 그런데 사실 나도 부탁이 하나 있는데 우리 아들이 유학을 가야 하는데 돈이 조금 모자라거든. 좀 도와줄 수 있어? 올해 보너스 나오면 바로 갚을게.”정미진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흔쾌히 승낙했다.어차피 그녀는 돈에 쪼들리지 않았으니.배진호가 비서로 일할 때부터 매달 월급 일부를 그녀에게 보내왔고 이후 그가 회사를 차려 독립하면서 더 많은 돈을 보내왔다.그녀는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면서 이제는 좋은 며느리를 얻는 데만 집착하고 있었다.“돈은 천천히 갚아도 돼. 여유가 생기면 갚아. 동창 사이인데 내가 너를 믿지 않겠어?”그녀의 말에 의사는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병실을 나선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사람이 참 복에 겨워 사는 줄 모르네. 배진호 같은 아들에, 그토록 훌륭한 며느리까지 얻었는데 뭐가 불만이야? 게다가 그 집안의 돈은 몇 대가 써도 부족함이 없는데 굳이 문제를 만들 필요가 있나? 나라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거야. 그냥 일도 때려치우고 집에서 술이나 한잔하면서 낚시도 하고 가끔은 카드놀이도 하면서 살겠지. 생각만 해도 얼마나 여유롭겠어?”하지만 그는 정미진이 아니었고 방관자로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다음 날 아침, 권다솔은 간단히 짐을 챙긴 후 캐리어를 끌고 여행사로 향했다.그곳에는 대형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고 모든 인원이 모이자 운전기사는 공항으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84화

    지금 그의 모습이 헌신짝이랑 다를 게 뭐가 있지?권다솔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을까?배진호는 전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그는 여전히 석규리를 등진 채 그녀를 무시했다.석규리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다른 사람의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한 통의 메시지를 보낸 뒤 불과 30분도 채 되지 않아 배진호의 어머니가 직접 나타났다.정미진을 본 순간 배진호는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엄마! 몸도 안 좋으신데, 게다가 이제 막 수술을 끝내셨잖아요. 퇴원하시면 어떡해요?”“내가 와서 다행이지! 아니면 네가 여기서 얼마나 더 멍청하게 서 있었을지 몰라. 진호야, 엄마가 곧 죽게 생겼는데 너 정말 엄마를 좀 편하게 보내줄 수 없는 거니?”정미진은 배진호의 이마를 꾹 눌러가며 안타까워했다.권다솔의 가정환경이 조금이라도 평범했다면 돈으로 해결했을 것이다.하지만 권다솔은 권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정미진이 아무리 손을 뻗어도 권씨 가문까지 닿을 수 없었기에 결국 배진호에게만 압박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엄마가 부탁할게. 죽기 전에 몇 날이라도 좀 조용히 지낼 수 있게 해줘. 더 이상 문제 일으키지 말고 권다솔과 깨끗이 끝내. 네가 꼭 여기에 남아 있겠다면 엄마도 너랑 같이 있을 거야.”정미진은 외투를 벗어 석규리의 손에 건넸다.그녀는 안에 얇은 옷만 입고 있었다.석규리가 옷을 다시 정미진의 어깨에 덮어주려고 했지만 정미진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엄마가 아들 교육을 제대로 못 시킨 탓에 내 아들이 한밤중에 여기서 바람 맞고 있잖아. 나만 병실에서 잘 먹고 편히 있을 수는 없지 않겠어?”“엄마, 정말 제가 무릎이라도 꿇어야 멈추시겠어요?”배진호의 눈에는 이미 생기가 없어진 채 허망한 표정으로 바라봤다.역시나 자신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사람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진호야, 엄마는 네가 무릎 꿇으라고 이러는 게 아니야. 엄마가 원하는 건 네가 권다솔과 완전히 끝내는 거야. 이게 엄마의 마지막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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