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석명이 손을 휘젓자 누군가 바로 코브라를 커다란 유리 용기 안에 넣었다. 코브라는 인명진의 몸을 타고 올라가더니 목을 꽉 물었다.인명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통을 참을 뿐 소리를 내지 않았다.예전에 당한 것이 비하면 이런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노석명이 그를 이 안에 가두었다는 것 또한 그가 쓸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렇다면 절대 노석명은 그를 죽일 리가 없었다.인명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꼬았다.“이럴 거면 차리라 날 죽여. 아니면 살아 있는 송장으로 만들어.”숨이 붙어 있는 한 인명진은 어떻게든 기회를 노려 역습할 생각이었으니까.노석명은 인명진보다 더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인명진, 넌 내가 너한테 그런 기회를 줄 것 같나? 아니지, 법로가 자랑스럽게 여기던 작품이 다시 돌아온 걸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한 사람이 자기가 만든 작품을 본다면 아주 기뻐할 것이다. 그것도 전보다 더 미치게 좋아할 것이다.하지만 이런 협박은 인명진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그는 이미 최악의 결말까지 생각하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물론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품고 있었다.그런데 돌아가던 도중에 노석명에게 잡힐 줄은 몰랐다.“그럼 왜 날 법로한테 데려가지 않았지? 노석명,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는 네가 더 잘 알겠지!”인명진의 안색은 창백하기 그지없었고 검은색을 띠고 있는 입술은 유난히도 눈에 띄었다.그러다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다.노석명은 기세등등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그는 오랫동안 이 방에만 있었고 밖을 나간 적 없었다. 그러다가 문 앞에 서 있는 율을 발견하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여긴 어쩐 일이지?”전에 이미 율에게 말했었다. 그가 율을 찾아가기 전까지 오지 말라고. 그런데 율은 그의 말을 귓등으로 듣고 또 찾아왔다.“부탁이 있어요.”율은 솔직하게 말하며 노석명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노석명은 차가운 얼굴로 율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른 방으로 갔다.다른 방으로 들어온 뒤 노석명은 결국 참지 못하고 화를
“온지유가 이미 이곳에 있다고요.”율은 손톱을 뜯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시도해야 한다.온지유가 죽지 않으면 그들이 하는 일에 방해가 될 뿐이다.노석명은 차갑게 율을 훑어보았다.“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하지. 굳이 계속 똑같은 말을 하면서 일깨워 줄 필요 없어. 돌아가. 가서 네가 할 일을 해.”“네.”율은 고개를 숙인 채 노석명이 하라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한편 여이현 쪽.그는 상세한 계획을 짰다.여이현은 먼저 공격을 발동할 수 없었다. 비록 지난번은 얼렁뚱땅 넘어갔지만 이번은 온지유를 홀로 Y 국 내부에 남겨둘 수 없었다.인명진에게 문자도 보내 보았지만 인명진은 여전히 답장하지 않았다.이내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기계적인 목소리만 들려왔다.“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후...”이런 상황에서 인명진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도 이상했다.여이현은 바로 성재민에게 지시를 내렸다.“이 번호 위치 추적해.”인명진은 온지유가 Y 국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지금 마치 뜨거운 가마솥 위에 있는 개미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있다.얼마 지나지 않아 성재민은 인명진의 위치를 추적해왔다.“대장님, 인명진 씨는 지금 Y 국 내부에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위치를 추적할 수 있었던 것도 인명진이 GPS 기능을 켜두었기 때문이다.여이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인명진이 신무열과 만난다면 어쩌면 온지유를 풀어줄 수 있을지도 몰랐으니 말이다.그는 어떻게든 신무열과 연락을 해볼 생각이다.그러나... 신무열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하는 수 없이 직접 찾아갈 수밖에 없다.이 일로 이미 법로의 심기까지 건드리게 되었다.법로는 신무열을 불렀다.“신무열, 그게 무슨 의미지? 스스로 나락으로 빠지겠다는 거냐?”법로는 Y 국의 미래를 신무열에게 맡길 생각이었지만 신무열은 딱히 관심이 없어 보였다. 허구한 날 밖으로 나가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쳤다.돌아왔으면서도 심지어 다른 사람
법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온지유를 위해 지금 여기서 반란이라도 일으켜 나랑 맞설 생각이냐?”“전 그동안 간섭한 적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제 사람과 제가 하는 일에도 간섭하지 마세요. 그렇게 한가로우시면 충심을 바친 부하나 찾아가 보시는 게 어떠세요.”충심을 바친 사람은 노석명과 하 장로였다.신무열이 자리를 뜨려고 하자 법로가 언성을 높였다.“그럼 여이현이 널 찾고 있다는 건 알고 있느냐? 화국의 이름으로 말이다.”신무열은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이현이 온지유를 위해 이렇게까지 할 것이라곤 전혀 상상도 못 했다.대답이 없는 신무열의 모습에 법로가 말했다.“난 화국과 전쟁을 벌이고 싶지 않다.”화국과 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죽음의 길에 스스로 발을 들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화국은 100년 전의 화국과 많이 달랐다. 이것이 화국의 병사들이 평화를 유지하면서 다치지 않은 이유기도 했다.그리고 현재 많은 국가들이 화국을 아주 존경하고 있었다.신무열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전쟁을 좋아하시는 게 아니었어요? 권력을 손에 쥐는 걸 아주 좋아하시잖아요. 아니에요?”비꼬는 신무열에 법로는 아주 낮게 깔린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그렇다고 해도 난 강대국과 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단다.”나라가 강대할수록 쉽게 건들 수 없었다.신무열은 여전히 비꼬았다.“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하다니. 지금 Y 국이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요. 전부 다 그쪽과 노석명 때문이잖아요. 아닌가요?”이 말을 끝으로 신무열은 더는 법로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몸을 돌려 가버렸다.법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Y 국은 현재 아주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권력은 이들에게 있었을 뿐 아니라 약육강식의 세계였던지라 바뀌는 건 크게 없었다.다만 노석명을 찾아가 대화를 나눠볼 때가 되었다.법로를 뒤로한 채 신무열은 아주 구석지고 조용한 곳으로 왔다.어두운 곳에서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머문 그는 여이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여이현
그렇다면 일단 신무열에게 다가가야 한다.하지만 온지유는 오늘 율은 물론이고 신무열과 요한도 본 적 없었다.그녀가 사람을 불러서 신무열을 불러 달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신무열이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신무열은 꼭 독심술을 하는 것 같았다.그녀를 보자마자 신무열은 살풋 웃으며 물었다.“보아하니 날 찾고 있었던 것 같은데 맞아요?”“네.”온지유는 부정하지 않았다.심지어 그녀는 신무열에게 두 걸음 다가가 솔직하게 말했다.“생각 정리가 끝났거든요. 전 지금 여이현에게 연락하고 싶어요.”온지유는 결심을 내린 단호한 눈빛으로 신무열을 보았다. 신무열의 시선에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여이현 씨한테는 내가 이미 연락했어요. 인명진이 이미 Y 국으로 왔다고 하더군요.”“!”인명진이 이미 Y 국에 왔다는 것은 여이현과 인명진이 그간 연락을 이어오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그는 정말로 그녀를 위해 여이현과 연락을 이어오고 있었던 것일까? 온지유는 마음이 무거워졌다.만약 정말로 그런 것이라면 인명진 마음속에 그녀는 얼마만큼 자리를 잡은 것일까.그녀에게 잘해주는 것 또한 그녀가 진짜 율이라서 그런 것은 아닐까.그렇게 생각한 온지유는 호흡이 빨라지고 심장도 빠르게 뛰었다.인명진이 그녀에게 선물도 주고 잘해주었지만 하필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율, 그럼 지금 존재하는 율은 누구지?'온지유는 순간 무언가 떠올라 고개를 들어 신무열을 빤히 보았다.“무열 씨, 율 씨는 누가 찾아온 거예요?”“노석명이요.”신무열은 숨김없이 말했다.온지유는 노석명의 이름을 곱씹었다. 순간 깨달았다.‘노석명은 노승아와 연관이 있지 않았었나?'신무열은 온지유의 바로 앞에 서서 온지유의 표정과 반응을 전부 살펴보고 있었다.“노석명과 노승아는 부녀 사이에요. 그래서 전 저와 무열 씨 유전자 검사 결과서는 가짜라고 생각해요.”유전자 검사는 총 세 곳의 병원에서 진행되었다. 하지만 신무열의 직감은 여전히 반전이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신무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 초 뒤 그는 핸드폰 하나를 온지유에게 건넸다.“비밀번호는 없어요.”말을 마친 뒤 신무열은 자리를 떴다.핸드폰을 들고 있는 온지유는 이 핸드폰이 커다란 바위를 든 것처럼 무겁게 느껴졌다.지금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지만 여이현에게 연락할 수 있게 되어 그녀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여이현의 전화번호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빠르게 핸드폰 너머로 여이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인명진 씨를 찾은 건가요?”여이현은 신무열이 연락한 줄 알았다.그러나 핸드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온지유의 목소리였다.“인명진 씨한테 연락했었어?”비록 아주 의아했지만 속으로는 아주 기뻐하고 있었다. 온지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목소리엔 힘이 있었다. 어딘가 다치거나 고문당하지 않은 것 같았다.그럼에도 여이현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온지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한테 계획이 있어. 어떤 것은 속에서 밖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어.”그녀는 말하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신무열은 그녀의 시야에 없었다. 여이현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지유야, 충동적으로 움직이면 안 돼. 이건 네가 할 일이 아니야. Y 국 쪽은... 내가 이미 나라에 신청했어.”온지유는 여이현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화국의 군인들은 Y 국과 다른 나라의 군인들과 달랐다. 화국의 군인은 조직적으로 엄격한 규율을 지키며 움직였고 무슨 일을 하든 전부 보고를 올렸다.“이현 씨, 난 이현 씨를 이해할 수 있어. 날 바로 구하러 오지 않아도 난 이해해. 난 그냥 뭐라도 좀 하고 싶었어.”온지유는 핸드폰을 꽉 잡으며 숨을 들이쉬었다.그녀는 여이현이 바로 달려와 자신을 구해주지 않아 원망한 적이 없었다. 그저 여이현의 안전만 걱정하고 있었다.여이현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뭘 할 필요는 없어. 인명진 씨가 지금 Y 국에 있어. 무슨 계획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유 너는 걱정할 필요 없어.
온지유는 침묵했다.다만 그녀도 이 문제를 다소 인식하게 되었다. 어떤 일은, 어떤 사람은 그녀가 생각하는 것처럼 만만하지 않았다.신무열은 나직하게 말했다.“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난 저녁에 다른 할 일이 있으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요한을 불러요.”온지유는 대답하지 않았다.머리가 무겁고 어질거렸다. 머릿속엔 온통 신무열이 했던 말과 퍼즐 조각 같은 기억뿐이었다.그러나 밤 중에 그녀는 누군가 자신의 코와 입을 막을 줄은 몰랐다.온지유는 반항하려고 했지만 상대의 힘이 너무 컸던지라 반항할 수 없었다...한편 여이현 쪽 상황.그는 순간 눈을 확 떴다.“대장님, 온지유 씨가 꿈에 나오셨습니까?”마침 용경호가 들어오며 놀라 번쩍 눈을 뜬 여이현을 발견하곤 물었다.여이현의 이마엔 식은땀이 가득했다.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침묵했다.더는 다른 것에 신경 쓸 새가 없었던 여이현은 용경호에게 시켰던 일에 관해 물었다.“부대는 네가 알아서 관리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위에다 보고를 올리고. 혹시 위에서 날 징계하려거든 다 받아들인다고 해.”징계는 두렵지 않았다. 두려운 건 온지유를 잃는 것이었다.용경호는 여이현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견고한 어투로 답했다.“네, 대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꼭 부대를 잘 책임지고 지키고 있겠습니다.”...온지유는 머리가 어질거렸다.깨어나니 그녀는 이미 어두운 방으로 옮겨졌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공기 중에서 짙은 포르말린 냄새가 났다.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그녀는 몸을 웅크렸다.무의식적으로 경계하며 반항하려고 했지만 온몸이 묶여 움직일 수 없었다.몸에서 느껴지는 따끔한 통증에 누군가 자신의 몸에 주삿바늘을 꽂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노석명?”온지유는 미간을 찌푸렸다. 불길한 예감이 강렬하게 들었다.법로의 구역에서 이런 짓을 하고 그녀를 위험한 폭탄 취급할 사람은 노석명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은 없었다.어쩌면... 법로일 수
율은 신무열을 찾아왔다.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을 때 율은 신무열의 술잔에 약을 탄 뒤 건넸다. 신무열은 마시자마자 피를 토해냈다.그녀는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오빠! 왜 그래?!”신무열은 눈을 가늘게 접으며 율을 보았다. 동시에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다들 조급해 보였지만 이 독이 든 술잔이 그의 앞까지 왔다는 것은 분명 범인은 그와 가까운 사람이라는 소리였다.그는 빠르게 율의 손목을 확 잡으며 피식 차갑게 웃었다.“그러게?”“오빠, 난 억울해! 난 오빠 친동생이야. 그런 내가 어떻게 오빠를 해칠 궁리를 하겠어?”율은 아주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법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신무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율은 네 동생이야. 어떻게 네 동생을 의심할 수 있어.”“그래요?”신무열은 성큼성큼 법로 앞으로 걸어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내 그는 바닥에 쿵 하며 쓰러졌다. 율은 바로 그를 부축하려고 했다.그는 율을 밀어내고 싶었지만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었고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다.그렇게 그는 사람들의 손에 밖으로 나가게 되었고 법로의 파티도 이쯤에서 중단되었다.율은 신무열의 곁에 붙어 정성스럽게 보살폈다. 적어도 법로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법로는 자신이 신무열에게 그간 엄격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율을 찾은 뒤로 그는 율에게만 애정을 주었다. 신무열이 율을 싫어하는 것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율아, 네 오빠가 한 말은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말아라. 네가 그간 오빠랑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한 걸 나도 알고 있단다. 내가 이미 사람을 시켜 자세히 알아보라고 했으니 나중에 네 오빠가 깨어나면 꼭 네 결백함을 밝혀주마.”그는 이내 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딸과 10여 년 떨어지게 되었을 뿐 아니라 그의 신분을 생각하면 그는 결코 좋은 아빠가 아니었다.율은 얌전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심지어 율은 법로의 어깨를 주물러 주고 있었다.“아버지, 시원하세요?”“그래. 일주일 뒤면
신무열은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픽 웃었다.“자신의 꾀에 자기가 넘어가게 해야지.”여이현은 다시 그들의 근거지로 왔다.그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예전 방법 그대로 썼다.그러나 근거지로 들어가기 전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온지유가 신무열의 핸드폰으로 자신에게 연락했던 것이 떠올라 그는 얼른 받았다.“온지유를 찾고 있는 거죠?”다른 여자의 목소리였다.그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없었기에 여이현은 바로 눈치챘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신무열의 여동생 율이라고.여이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남매 둘이서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지?”“그걸 물어볼 권리는 그쪽한테 없어요. 온지유를 원한다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요.”율은 입꼬리를 올리며 기세등등하게 웃었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이내 그녀는 차가운 연결음 소리만 듣게 되었다. 순간 화가 치밀었다.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여이현은 고고하게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대체 왜!!!'하지만 그녀는 다시 그에게 전화를 걸 수 없었다.여이현도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을 것이다.다만 지금 상황에서 승부는 그녀의 손에 있었다....사흘 뒤.온지유는 고열에 시달리게 되었다.머리가 어질거리고 무거웠으며 환각 증상까지 보였다.그녀는 아이를 낳던 그 날로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아이를 낳은 뒤 품에 안아보았다. 갓 태어나 못생긴 아이가 그녀의 품에 있었다.그러더니 이내 화면이 휙 바뀌었다. 아이의 검은 두 눈동자는 검은 보석처럼 반짝였다.순간 품에 있던 아이는 어느새 여이현의 품에 있었다.여이현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지유야, 우리 아기 아주 건강하대.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 수 있어.”온지유는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의 세상이 어둠에 삼켜졌다.시간이 지날수록 온지유는 감각이 사라졌다. 실험실 안은 혼란스러웠다. 노석명이 떠나기 전 절대 온지유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기 때문이다.그 순간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이 이상해진 온지유의 숨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