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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온지유는 아이를 불렀다.

아이는 걸음을 멈추더니 몇 초간의 침묵 후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온지유는 빠르게 다가가 아이의 앞을 가로막았다.

“여기서 그렇게 고생하면서 살았는데 정말로 다른 생각한 적 없었어?”

그녀는 아이의 손목을 힘 있게 잡았다.

‘생각?'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아이는 노예였다. 법로의 부하들은 하나같이 덩치가 크고 험악하게 생겼을 뿐 아니라 무기도 들고 있었다. 설령 다른 생각을 한 적 있다고 해도 아이에겐 힘이 없었다. 더구나 다른 노예들이 아이와 같은 생각을 하리란 보장도 없었다.

여하간에 이곳에서 받은 고통은 끝이 없었고 해탈의 지경에 오른 일부 사람들은 현실을 받아들였다.

“전 그냥 살고 싶을 뿐이에요. 만약 사는 것도 할 수 없다면 차라리 고통 없이 빨리 죽는 게 나아요.”

아이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온지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이는 고작 10살이 조금 넘었다. 하지만 짓고 있는 미소에선 씁쓸함이 느껴졌고 눈빛은 공허했다. 꼭 이미 이 세계에서 80년은 산 사람 같았다.

그녀는 아이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러나저러나 죽음이라면 우리 함께 노력해 보자. 죽어도 가치 있게 죽는 게 낫잖아. 나한테 계획이 있어.”

아이는 견고한 온지유의 눈빛에 결국 마음을 바꾸었다.

...

율은 화가 난 채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머릿속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 온지유를 죽이는 것.

온지유를 찾아갔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신무열도 왔다. 온지유와 다툼을 벌이자 신무열은 상황을 묻지도 않고 바로 온지유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녀가 손을 대려고 했다면 신무열은 바로 그녀를 말릴 것이다.

율은 노석명을 찾아갔다.

그러나 노석명 쪽 부하가 그녀를 입구에서부터 막아섰다.

“아가씨, 장로님께서 아무도 만나지 않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율은 당황했다.

신무열은 그렇다 쳐도 노석명까지 그녀를 만나려 하지 않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지 알면서 지금 날 막는 거야? 장로님은 대체 뭐하기에 날 만나려 하지 않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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