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 초 뒤 그는 핸드폰 하나를 온지유에게 건넸다.“비밀번호는 없어요.”말을 마친 뒤 신무열은 자리를 떴다.핸드폰을 들고 있는 온지유는 이 핸드폰이 커다란 바위를 든 것처럼 무겁게 느껴졌다.지금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지만 여이현에게 연락할 수 있게 되어 그녀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여이현의 전화번호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빠르게 핸드폰 너머로 여이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인명진 씨를 찾은 건가요?”여이현은 신무열이 연락한 줄 알았다.그러나 핸드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온지유의 목소리였다.“인명진 씨한테 연락했었어?”비록 아주 의아했지만 속으로는 아주 기뻐하고 있었다. 온지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목소리엔 힘이 있었다. 어딘가 다치거나 고문당하지 않은 것 같았다.그럼에도 여이현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온지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한테 계획이 있어. 어떤 것은 속에서 밖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어.”그녀는 말하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신무열은 그녀의 시야에 없었다. 여이현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지유야, 충동적으로 움직이면 안 돼. 이건 네가 할 일이 아니야. Y 국 쪽은... 내가 이미 나라에 신청했어.”온지유는 여이현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화국의 군인들은 Y 국과 다른 나라의 군인들과 달랐다. 화국의 군인은 조직적으로 엄격한 규율을 지키며 움직였고 무슨 일을 하든 전부 보고를 올렸다.“이현 씨, 난 이현 씨를 이해할 수 있어. 날 바로 구하러 오지 않아도 난 이해해. 난 그냥 뭐라도 좀 하고 싶었어.”온지유는 핸드폰을 꽉 잡으며 숨을 들이쉬었다.그녀는 여이현이 바로 달려와 자신을 구해주지 않아 원망한 적이 없었다. 그저 여이현의 안전만 걱정하고 있었다.여이현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뭘 할 필요는 없어. 인명진 씨가 지금 Y 국에 있어. 무슨 계획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유 너는 걱정할 필요 없어.
온지유는 침묵했다.다만 그녀도 이 문제를 다소 인식하게 되었다. 어떤 일은, 어떤 사람은 그녀가 생각하는 것처럼 만만하지 않았다.신무열은 나직하게 말했다.“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난 저녁에 다른 할 일이 있으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요한을 불러요.”온지유는 대답하지 않았다.머리가 무겁고 어질거렸다. 머릿속엔 온통 신무열이 했던 말과 퍼즐 조각 같은 기억뿐이었다.그러나 밤 중에 그녀는 누군가 자신의 코와 입을 막을 줄은 몰랐다.온지유는 반항하려고 했지만 상대의 힘이 너무 컸던지라 반항할 수 없었다...한편 여이현 쪽 상황.그는 순간 눈을 확 떴다.“대장님, 온지유 씨가 꿈에 나오셨습니까?”마침 용경호가 들어오며 놀라 번쩍 눈을 뜬 여이현을 발견하곤 물었다.여이현의 이마엔 식은땀이 가득했다.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침묵했다.더는 다른 것에 신경 쓸 새가 없었던 여이현은 용경호에게 시켰던 일에 관해 물었다.“부대는 네가 알아서 관리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위에다 보고를 올리고. 혹시 위에서 날 징계하려거든 다 받아들인다고 해.”징계는 두렵지 않았다. 두려운 건 온지유를 잃는 것이었다.용경호는 여이현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견고한 어투로 답했다.“네, 대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꼭 부대를 잘 책임지고 지키고 있겠습니다.”...온지유는 머리가 어질거렸다.깨어나니 그녀는 이미 어두운 방으로 옮겨졌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공기 중에서 짙은 포르말린 냄새가 났다.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그녀는 몸을 웅크렸다.무의식적으로 경계하며 반항하려고 했지만 온몸이 묶여 움직일 수 없었다.몸에서 느껴지는 따끔한 통증에 누군가 자신의 몸에 주삿바늘을 꽂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노석명?”온지유는 미간을 찌푸렸다. 불길한 예감이 강렬하게 들었다.법로의 구역에서 이런 짓을 하고 그녀를 위험한 폭탄 취급할 사람은 노석명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은 없었다.어쩌면... 법로일 수
율은 신무열을 찾아왔다.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을 때 율은 신무열의 술잔에 약을 탄 뒤 건넸다. 신무열은 마시자마자 피를 토해냈다.그녀는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오빠! 왜 그래?!”신무열은 눈을 가늘게 접으며 율을 보았다. 동시에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다들 조급해 보였지만 이 독이 든 술잔이 그의 앞까지 왔다는 것은 분명 범인은 그와 가까운 사람이라는 소리였다.그는 빠르게 율의 손목을 확 잡으며 피식 차갑게 웃었다.“그러게?”“오빠, 난 억울해! 난 오빠 친동생이야. 그런 내가 어떻게 오빠를 해칠 궁리를 하겠어?”율은 아주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법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신무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율은 네 동생이야. 어떻게 네 동생을 의심할 수 있어.”“그래요?”신무열은 성큼성큼 법로 앞으로 걸어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내 그는 바닥에 쿵 하며 쓰러졌다. 율은 바로 그를 부축하려고 했다.그는 율을 밀어내고 싶었지만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었고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다.그렇게 그는 사람들의 손에 밖으로 나가게 되었고 법로의 파티도 이쯤에서 중단되었다.율은 신무열의 곁에 붙어 정성스럽게 보살폈다. 적어도 법로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법로는 자신이 신무열에게 그간 엄격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율을 찾은 뒤로 그는 율에게만 애정을 주었다. 신무열이 율을 싫어하는 것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율아, 네 오빠가 한 말은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말아라. 네가 그간 오빠랑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한 걸 나도 알고 있단다. 내가 이미 사람을 시켜 자세히 알아보라고 했으니 나중에 네 오빠가 깨어나면 꼭 네 결백함을 밝혀주마.”그는 이내 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딸과 10여 년 떨어지게 되었을 뿐 아니라 그의 신분을 생각하면 그는 결코 좋은 아빠가 아니었다.율은 얌전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심지어 율은 법로의 어깨를 주물러 주고 있었다.“아버지, 시원하세요?”“그래. 일주일 뒤면
신무열은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픽 웃었다.“자신의 꾀에 자기가 넘어가게 해야지.”여이현은 다시 그들의 근거지로 왔다.그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예전 방법 그대로 썼다.그러나 근거지로 들어가기 전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온지유가 신무열의 핸드폰으로 자신에게 연락했던 것이 떠올라 그는 얼른 받았다.“온지유를 찾고 있는 거죠?”다른 여자의 목소리였다.그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없었기에 여이현은 바로 눈치챘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신무열의 여동생 율이라고.여이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남매 둘이서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지?”“그걸 물어볼 권리는 그쪽한테 없어요. 온지유를 원한다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요.”율은 입꼬리를 올리며 기세등등하게 웃었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이내 그녀는 차가운 연결음 소리만 듣게 되었다. 순간 화가 치밀었다.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여이현은 고고하게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대체 왜!!!'하지만 그녀는 다시 그에게 전화를 걸 수 없었다.여이현도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을 것이다.다만 지금 상황에서 승부는 그녀의 손에 있었다....사흘 뒤.온지유는 고열에 시달리게 되었다.머리가 어질거리고 무거웠으며 환각 증상까지 보였다.그녀는 아이를 낳던 그 날로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아이를 낳은 뒤 품에 안아보았다. 갓 태어나 못생긴 아이가 그녀의 품에 있었다.그러더니 이내 화면이 휙 바뀌었다. 아이의 검은 두 눈동자는 검은 보석처럼 반짝였다.순간 품에 있던 아이는 어느새 여이현의 품에 있었다.여이현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지유야, 우리 아기 아주 건강하대.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 수 있어.”온지유는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의 세상이 어둠에 삼켜졌다.시간이 지날수록 온지유는 감각이 사라졌다. 실험실 안은 혼란스러웠다. 노석명이 떠나기 전 절대 온지유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기 때문이다.그 순간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이 이상해진 온지유의 숨소리
며칠 동안 인명진은 모든 실험을 견뎌냈다.원래부터 약인이었던 그는 법로의 훌륭한 실험체기도 했다. 노석명의 실험에도 그의 몸엔 벌써 내성이 생겨버렸다.노석명의 부하가 가까이 다가오며 주사를 찔러넣을 때 그는 역습했다. 주사기를 잡아 빼앗은 뒤 노석명 부하의 목으로 세게 찔러넣었다.그런 뒤 인명진은 남자를 책상 밑으로 끌고 갔다. 남자의 옷을 벗겨 빠르게 입었고 얼굴에 마스크도 썼다.곧이어 남자를 유리 용기 안으로 넣어 자신이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인명진은 실험실에서 오랫동안 지냈기에 이곳의 모든 길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는 주위를 살피며 빠져나오다가 멀지 않은 곳에 온지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순간 마음이 조급해져 얼른 다가갔다.“율아.”그는 온지유의 앞에 다가가 그녀를 불렀다. 익숙한 목소리에 온지유는 고개를 확 들었다.인명진의 얼굴은 가려져 있었지만 밝은 호박색의 두 눈을 알아볼 수 있었다.온지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명진 씨, 명진 씨가 여기 어떻게 있는 거예요?”그녀는 인명진이 Y 국에 있을 뿐 아니라 내부에까지 들어왔을 거라곤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인명진이 이곳에서 분명 벗어났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 그녀의 앞에 서 있다는 것은 그녀 때문임이 분명했다.온지유는 순간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인명진은 놀라면서도 기뻐하였다.그가 이곳으로 온 이유가 바로 온지유를 찾기 위함이었으니까. 그런데 오는 도중에 노석명에게 납치될 줄은 몰랐고 지금 여기서 온지유를 보게 될 줄은 더 몰랐다. 게다가 온지유는 다행히 멀쩡히 살아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아주 기뻤다.지금 그는 당장 온지유를 데리고 이곳에서 빠져나가고 싶었다. 설령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고 해도 말이다. 그는 반드시 이곳에서 온지유를 내보낼 생각이었다.인명진은 온지유의 손을 잡았다.“오늘 밤은 우리 함께 모험하자.”그가 이곳에서 한번 빠져나갔으니 두 번째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의미였다. 게다가 그는 노석명 부하의 옷을 입고 있었으니 한동
두 사람의 앞길을 막은 사람은 다름이 아닌 바로 모든 사람들이 중독되어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 신무열이었다.인명진은 무의식적으로 온지유를 등 뒤로 숨겼다.“이 여자를 데리고 여기서 나가려고 합니다.”신무열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손을 들자 요한은 바로 사람들을 이끌고 두 사람을 둘러쌌다.그들은 다른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다.그러나 도착하자마자 누군가 그에게 말했다.“도련님, 큰일 났습니다. 노석명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신무열은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피식 웃었다. 노석명의 반란은 예상하던 일이었다. 다만 온지유를 데리고 도망치는 인명진 덕분에 반란이 앞당겨졌을 뿐이다.“Y 국의 일은 저희와 무관한 일이에요. 그쪽도 율이가 이런 위험한 곳에 남겨지는 걸 바라지 않잖아요. 안 그런가요?”인명진은 온지유의 손을 꽉 잡으며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이 순간 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엄숙했다. 얼굴에 꼭 안개가 낀 것처럼 어두웠다.신무열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요한과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모든 사람에게 전해. 일단 방어부터...”“도련님,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노석명의 편에 서서 반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남은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부하가 고개를 숙이며 신무열에게 말했다.신무열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검은 아우라가 그에게서 흘러나와 주위를 감쌌다. 지금 그의 모습은 마치 지옥에서 걸어 나온 염라대왕 같았다.신무열은 언성을 높였다.“당장 온지유부터 데리고 나가. 온지유를 여이현의 곁으로 보내!”“네, 알겠습니다!”요한은 신무열을 오랫동안 보좌하고 있었던지라 신무열의 생각을 제일 잘 알고 있었다.신무열은 남아서 싸울 생각이었다. Y 국 사람이었을 뿐 아니라 법로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이 좋지 않으니 그도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했다.인명진이 온지유를 ‘율'이라고 부른 순간 그는 모든 걸 눈치채게 되었다.율은 어릴 때 노예 수용소와 실험실에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인명진은 그의 아
온지유는 신무열 얼굴을 흘러 타고 내리는 피를 발견했다. 눈빛이 심하게 떨렸다. 말을 하려고 했지만 목구멍에 무언가 막힌 것처럼 턱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신무열은 있는 힘껏 온지유를 밖으로 밀었다.“가서 여이현을 찾아! 그리고 돌아오지 마!”온지유는 휘청이더니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그러나 누군가 커다란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잡아 주었다.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총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인명진은 온지유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그러나 신무열은 노석명의 심복 부하에게 잡혀버렸다. 요한은 목숨을 내걸고 달려들다가 행동을 멈추는 수밖에 없었다.노석명은 비록 얼굴에 흙이 잔뜩 묻었지만 입꼬리를 올리며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드러난 하얀 이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승리를 거머쥔 사람은 노석명이라고.“신무열, 네가 연기까지 하는 사람일 줄은 몰랐네. 난 정말로 네가 중독된 줄 알았다고. 그런데 그게 전부 연기였다니. 내가 널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었던 것 같군.”그는 원래 파티에서 손을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늘 밤 인명진이 온지유를 데리고 탈출하게 되면서 그는 계획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다행히도 신무열의 계략을 눈치채게 되었다.신무열은 코웃음을 쳤다.노석명이 다가오자 신무열은 빠르게 주먹을 뻗어 공격하려고 했다. 옆에 있던 노석명의 부하가 그의 손을 발견하곤 바로 잡으려고 했지만 노석명이 말렸다.두 사람은 싸우기 시작했다.노석명은 콧방귀를 꼈다.“신무열 도련님은 정말로 감추는 것이 많았군. 오늘 인명진과 온지유가 아니었으면 네가 싸움질도 할 줄 알았다는 걸 몰랐을 거야.”신무열의 싸움 실력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상대해야 할 사람은 노석명이었고 노석명은 법로를 인질로 잡고 있었을 뿐 아니라 총기와 부하들까지 손에 넣었다.요한은 이미 노석명의 부하에게 제압당했다. 노석명은 신무열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저 신무열을 약 올리기 위한 싸움이었다.신무열이 흉기를 들어 노석명을
노석명은 방아쇠를 당겨 신무열의 목숨을 끝내려고 했지만 이내 다시 방아쇠를 당기려던 행동을 멈추었다.그는 눈을 가늘게 접으며 신무열의 두 눈 가득한 거만함을 보았다.“난 너랑 네 아버지를 높은 곳에서 떨어져 지옥에서 사는 기분이 무엇인지 맛보게 할 생각이야.”노석명은 이내 손짓을 했다. 그러자 부하가 신무열과 요한을 데리고 가버렸다.그는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가서 인명진이랑 온지유를 잡아 와. 멀리 도망가진 못했을 테니까. 살아 있는 거라면 산채로 데리고 오고 죽은 거라면 시체라도 들고 와!”“네, 알겠습니다.”노석명의 부하들이 대답했다....여이현은 혼란스러운 틈을 타 그들의 근거지로 들어갔다.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소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신무열 쪽의 사람은 꽤나 많았지만 상대가 율이라면 처리할 수 있었다.총을 들고 있던 여이현은 바로 율의 머리를 조준하며 겨줬다.“움직이지 마. 당장 온지유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율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앞엔 한 폭의 그림이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그린 장미밭이었다.생생한 그림이었지만 윤곽과 색채가 너무도 선명해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율은 이미 누군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었다. Y 국으로 온 뒤로 그녀는 매일 엄청난 고통을 참으며 훈련을 받았다.그녀의 방까지 들어왔다는 건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는 두렵지도 않았다. 주위에 부하들이 매복해 있었으니까 말이다.그러나 그녀의 방으로 들어온 사람이 여이현일 줄은 몰랐다.여이현은 분명 이미 떠났었다. 그런데 온지유를 위해 다시 돌아왔다.그는 여전히 온지유를 위해 목숨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었다.“그쪽 생각엔 내가 온지유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줄 것 같아요? 그렇게 쉽게 온지유를 찾아 데리고 나가게 해줄 것 같냐고요.”율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그녀의 두 눈엔 경멸이 서려 있었다. 꼭 여이현을 더는 신경 쓰지 않는 듯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