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76화

작가: 류한나
두 사람의 앞길을 막은 사람은 다름이 아닌 바로 모든 사람들이 중독되어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 신무열이었다.

인명진은 무의식적으로 온지유를 등 뒤로 숨겼다.

“이 여자를 데리고 여기서 나가려고 합니다.”

신무열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손을 들자 요한은 바로 사람들을 이끌고 두 사람을 둘러쌌다.

그들은 다른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도착하자마자 누군가 그에게 말했다.

“도련님, 큰일 났습니다. 노석명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신무열은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피식 웃었다. 노석명의 반란은 예상하던 일이었다. 다만 온지유를 데리고 도망치는 인명진 덕분에 반란이 앞당겨졌을 뿐이다.

“Y 국의 일은 저희와 무관한 일이에요. 그쪽도 율이가 이런 위험한 곳에 남겨지는 걸 바라지 않잖아요. 안 그런가요?”

인명진은 온지유의 손을 꽉 잡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이 순간 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엄숙했다. 얼굴에 꼭 안개가 낀 것처럼 어두웠다.

신무열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요한과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모든 사람에게 전해. 일단 방어부터...”

“도련님,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노석명의 편에 서서 반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남은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부하가 고개를 숙이며 신무열에게 말했다.

신무열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검은 아우라가 그에게서 흘러나와 주위를 감쌌다. 지금 그의 모습은 마치 지옥에서 걸어 나온 염라대왕 같았다.

신무열은 언성을 높였다.

“당장 온지유부터 데리고 나가. 온지유를 여이현의 곁으로 보내!”

“네, 알겠습니다!”

요한은 신무열을 오랫동안 보좌하고 있었던지라 신무열의 생각을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신무열은 남아서 싸울 생각이었다. Y 국 사람이었을 뿐 아니라 법로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이 좋지 않으니 그도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했다.

인명진이 온지유를 ‘율'이라고 부른 순간 그는 모든 걸 눈치채게 되었다.

율은 어릴 때 노예 수용소와 실험실에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인명진은 그의 아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877화

    온지유는 신무열 얼굴을 흘러 타고 내리는 피를 발견했다. 눈빛이 심하게 떨렸다. 말을 하려고 했지만 목구멍에 무언가 막힌 것처럼 턱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신무열은 있는 힘껏 온지유를 밖으로 밀었다.“가서 여이현을 찾아! 그리고 돌아오지 마!”온지유는 휘청이더니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그러나 누군가 커다란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잡아 주었다.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총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인명진은 온지유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그러나 신무열은 노석명의 심복 부하에게 잡혀버렸다. 요한은 목숨을 내걸고 달려들다가 행동을 멈추는 수밖에 없었다.노석명은 비록 얼굴에 흙이 잔뜩 묻었지만 입꼬리를 올리며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드러난 하얀 이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승리를 거머쥔 사람은 노석명이라고.“신무열, 네가 연기까지 하는 사람일 줄은 몰랐네. 난 정말로 네가 중독된 줄 알았다고. 그런데 그게 전부 연기였다니. 내가 널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었던 것 같군.”그는 원래 파티에서 손을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늘 밤 인명진이 온지유를 데리고 탈출하게 되면서 그는 계획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다행히도 신무열의 계략을 눈치채게 되었다.신무열은 코웃음을 쳤다.노석명이 다가오자 신무열은 빠르게 주먹을 뻗어 공격하려고 했다. 옆에 있던 노석명의 부하가 그의 손을 발견하곤 바로 잡으려고 했지만 노석명이 말렸다.두 사람은 싸우기 시작했다.노석명은 콧방귀를 꼈다.“신무열 도련님은 정말로 감추는 것이 많았군. 오늘 인명진과 온지유가 아니었으면 네가 싸움질도 할 줄 알았다는 걸 몰랐을 거야.”신무열의 싸움 실력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상대해야 할 사람은 노석명이었고 노석명은 법로를 인질로 잡고 있었을 뿐 아니라 총기와 부하들까지 손에 넣었다.요한은 이미 노석명의 부하에게 제압당했다. 노석명은 신무열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저 신무열을 약 올리기 위한 싸움이었다.신무열이 흉기를 들어 노석명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878화

    노석명은 방아쇠를 당겨 신무열의 목숨을 끝내려고 했지만 이내 다시 방아쇠를 당기려던 행동을 멈추었다.그는 눈을 가늘게 접으며 신무열의 두 눈 가득한 거만함을 보았다.“난 너랑 네 아버지를 높은 곳에서 떨어져 지옥에서 사는 기분이 무엇인지 맛보게 할 생각이야.”노석명은 이내 손짓을 했다. 그러자 부하가 신무열과 요한을 데리고 가버렸다.그는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가서 인명진이랑 온지유를 잡아 와. 멀리 도망가진 못했을 테니까. 살아 있는 거라면 산채로 데리고 오고 죽은 거라면 시체라도 들고 와!”“네, 알겠습니다.”노석명의 부하들이 대답했다....여이현은 혼란스러운 틈을 타 그들의 근거지로 들어갔다.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소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신무열 쪽의 사람은 꽤나 많았지만 상대가 율이라면 처리할 수 있었다.총을 들고 있던 여이현은 바로 율의 머리를 조준하며 겨줬다.“움직이지 마. 당장 온지유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율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앞엔 한 폭의 그림이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그린 장미밭이었다.생생한 그림이었지만 윤곽과 색채가 너무도 선명해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율은 이미 누군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었다. Y 국으로 온 뒤로 그녀는 매일 엄청난 고통을 참으며 훈련을 받았다.그녀의 방까지 들어왔다는 건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는 두렵지도 않았다. 주위에 부하들이 매복해 있었으니까 말이다.그러나 그녀의 방으로 들어온 사람이 여이현일 줄은 몰랐다.여이현은 분명 이미 떠났었다. 그런데 온지유를 위해 다시 돌아왔다.그는 여전히 온지유를 위해 목숨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었다.“그쪽 생각엔 내가 온지유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줄 것 같아요? 그렇게 쉽게 온지유를 찾아 데리고 나가게 해줄 것 같냐고요.”율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그녀의 두 눈엔 경멸이 서려 있었다. 꼭 여이현을 더는 신경 쓰지 않는 듯한 그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879화

    여이현은 노승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너와 노석명의 관계가 증명하고 있었잖아. 그걸 눈치 못 챌 수가 있나?”노승아와 노석명의 관계에 대해 그는 이미 조사를 한 적 있었다. 노석명이 그와 온지유에게 손을 댄 건 오로지 노석명의 야망 때문은 아니었다. 온지유의 신분 때문이기도 했다.그리고 노승아도 이유 중 하나였다.“확실히 영원히 숨길 수 있는 비밀은 없죠. 하지만 제 발로 걸어들어왔으니 절대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 항상 나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았었죠. 온지유가 나한테 무슨 짓을 해도 말이에요... 오빠는 항상 고고했죠. 난 그런 오빠를 반드시 끌어내려 내 노예로 만들 거예요!”여이현의 눈빛은 아주 차가웠다. 심지어 다소 혐오하기도 했다.그러나 그녀의 예상과 달리 더 많은 사람들이 방으로 쳐들어왔다. 그 사람들이 노승아를 둘러쌀 때야 노승아는 여이현에게 속았음을 알게 되었다.하긴 여이현은 어떻게든 온지유를 구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혼자 쳐들어올 수 있겠는가.여이현은 천천히 일어났다. 조금 전 그녀가 뿌린 약은 여이현에게 아무런 효과도 일으키지 않았다. 그녀는 멍하니 일어서는 여이현을 보았다. 지금 이 순간 여이현은 그저 노승아를 인질로 삼고 싶은 생각만 할 뿐 과거의 일은 더는 여이현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다만 여이현이 노승아를 끌고 노석명의 앞으로 갔을 때 노석명은 차갑게 피식 웃었다.“Y 국의 사람들이 전부 내 발아래에 있지. 고작 법로의 딸을 인질로 삼아 날 협박하다니. 그 협박이 나한테 먹힐 거라고 생각했나?”노석명의 눈빛은 차가웠다. 그는 인질이 된 노승아를 애초에 걱정하지도 않았다.노승아는 당연히 이런 노석명의 태도를 예상했었다. 그랬기에 노석명에게 애초에 아무런 희망을 품지 않았다. 희망을 품지 않으면 실망도 없으니까.그러나 여이현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노석명의 거짓말을 들춰냈다.“노석명 씨, 정말로 이 여자가 노석명 씨 딸 노승아가 아니라 법로의 딸 율이라고 생각해요?”노석명의 표정이 굳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880화

    여이현의 옆엔 부하도 있었고 거기에다 여이현은 감각이 예민한 사람이었다.노석명의 공격은 여이현을 다치게 하지 못했다.하지만 싸운다면 분명 부상자가 생길 것이다.노석명은 애초에 노승아를 신경 쓰지 않았다. 여이현도 더는 노승아를 인질로 쓰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놓아주지는 않았다.상황이 좋지 않음을 발견한 노석명은 얼른 흰 손수건을 흔들며 여이현에게 대화를 시도했다.“여이현, 네가 여기까지 온 건 평화와 해독제, 그리고 사람을 찾기 위함이겠지. 넌 우리 Y 국 사람들이랑 깊은 원한을 가진 사람도 아니잖아. 우리 사이에도 큰 원한도 없고 말이야. 네가 원하는 걸 내가 줄 수 있어. 지금 당장. 난 너랑 적이 되고 싶지 않거든.”노석명의 목적은 그저 Y 국이었고 이곳의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현재 아무런 약점도 없는 여이현과 적이 된다면 싸워서 밀리게 되는 사람은 바로 그였다.여이현의 안중엔 애초에 노석명이 없었다.“난 온지유를 원해요.”해독제가 뭐라고.전쟁이 뭐라고.죽는 것이 뭐라고.그가 원하는 건 오로지 온지유였다. 무사히 그의 눈앞에 서 있기만 한다면 다른 건 전부 필요 없었다.노승아는 그런 여이현을 보았다.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다.그녀는 참 멍청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그녀의 심장은 여이현을 보며 두근두근 미친 듯이 뛰고 이었다. 하지만 여이현의 마음 속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바로 온지유였다.여이현은 온지유를 위해 모든 걸 내걸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이현의 안중에 지나가는 개 한 마리보다 못했다.노석명과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그녀를 무시하고 그녀의 정체를 들춰냈다.“여이현, 지금 당창 철퇴하지 않으면 평생 온지유를 볼 수 없을 거야.”“그럼 일단 그쪽부터 죽여야겠네요.”여이현은 싸늘하게 말했다. 진심이었다.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노승아의 어깨에 총을 가져다 댔다.“아악!”노승아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아무리 그간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있었다고 해도 이런 엄청난 고통은 처음이었다. 이 순간 그녀는 정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881화

    여이현은 입술을 틀어 물었다. 손짓 한 번에 그의 병사들이 나서며 신무열과 법로를 부축했다.신무열은 Y 국의 핵심 인물이었다. Y 국은 아직 안정이 필요한 나라였고 만약 전쟁을 멈추지 못한다면 나라는 폐허가 될 것이다.그는 이내 용경호와 성재민에게 지시를 내렸다.“주위를 샅샅이 뒤져서 인명진 씨랑 온지유를 찾아와.”지금 상황은 좋지 않았다. 인명진에겐 핸드폰이 없었고 온지유에게 다친 곳은 없는지도 몰랐다. 심지어 노석명이 도망가버렸기에 최악의 상황에서 노석명이 먼저 온지유를 찾았을 수도 있었다.여이현은 그 최악의 상황을 바라지 않았다.“대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이미 사람들을 시켜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온지유 씨에겐 절대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 겁니다.”용경호와 성재민은 거의 동시에 말했다.신무열은 여이현의 두 눈에서 견고함을 보아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지만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여이현에게서 신무열은 온지유를 향한 깊은 애정과 사랑을 느꼈다. 그리고 신무열에게서 여이현은 뭔가를 눈치채게 되었다. 거기에다 인명진이 온지유를 대하는 태도까지 결합하면 대충 상황을 알 수 있었다.“신무열 씨, 여기는 신무열 씨가 맡으세요. 전 전쟁을 좋아하지 않거든요.”여이현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 신무열도 모든 걸 알게 되어 갈라진 목소리로 답했다.“저도 전쟁을 좋아하지 않아요.”그는 전쟁을 싫어했고 전쟁 때문에 부상자가 생기는 것도 싫었다. 매번 Y 국 인구수가 줄어들 때마다 가슴이 아팠지만 Y 국의 현 상황에 그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다행히 노석명이 도망쳐버리고 중요한 순간에 여이현이 나타나 주었다. 이 모든 건 전부 온지유 덕분이었다. 온지유가 아니었으면 Y 국엔 오늘도 없었을 것이다.여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그는 여전히 Y 국에 남아 있었다. 다만 노승아를 찾아가 중요하게 할 일이 있었다.노승아는 온지유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을 뿐 아니라 온지유를 사칭하면서 조금 전에는 그와 함께 죽으려는 생각까지 했다. 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882화

    “날 구해준 사람이 정말로 너 맞아?”노승아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여이현이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픽 웃었다.여이현은 노승아의 앞에 우뚝 서 있었다. 190 CM 넘는 그는 꼭 눈앞에 웅장한 산이 있는 것처럼 압박감이 들었다. 특히 여이현의 눈빛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녀를 내려다보는 여이현의 모습은 마치 높은 왕좌에 올라앉은 사람처럼 위엄이 느껴졌다.노승아는 이런 여이현을 빤히 보았다. 너무도 낯설었다.예전의 여이현은 그녀를 차갑게 대하지 않았다. 지금 이런 모습도 그녀의 앞에서 보인 적 단 한 번도 없었고 그녀는 여이현에 대해 모르는 것도 없었다.더는 속일 수 없으니 이제는 본색을 드러내는 수밖에.더구나 여이현은 아무것도 눈치 못 챘던 상황에서도 그녀에게 눈에 띄게 차갑게 대하지 않았던가. 그녀도 이젠 포기할 때가 되었다.“내가 구했든 아니든 너한테 중요하긴 해? 여이현, 어차피 너 마음속엔 온통 온지유 뿐이잖아. 그런데 너랑 온지유 사이를 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지 않아?”노승아는 더 짙은 미소를 지었다.누군가는 노승아에 대한 처벌이 너무도 잔인하다고 했지만 여이현은 그저 싸늘한 눈빛으로 지켜볼 뿐이다.그와 온지유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노승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았다....한편 온지유 쪽.인명진은 그녀를 데리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온몸에 힘이 빠진 온지유는 심지어 헛구역질도 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온지유는 더는 걸을 수가 없었다. 헛구역질하던 그녀는 결국 토하기 시작했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인명진은 너무도 걱정스러웠다.“지유야, 여이현 씨가 있는 곳까지 가려면 한참 멀었어. 얼른 기운 차려야 해. 안 그러면 노석명이 뒤쫓아 올 거야!”이곳에 한시라도 벗어나고 싶었던 인명진은 온지유를 데리고 얼른 도망치고 싶었다.그의 머릿속엔 오로지 하나의 생각뿐이다. 반드시 온지유를 살려내는 것.그걸 온지유가 모를 리가 있겠는가?하지만 그녀와 법로의 관계가 떠올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883화

    만약 이곳에서 죽는대도 이건 온지유의 운명이었다. 온지유는 누군가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인명진은 점점 작아지는 온지유의 목소리를 눈치챘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흔들며 말했다.“온지유, 정신 차려. 노석명이 너한테 무슨 짓을 했다는 거 알고 있어. 하지만 살아남아야 해. 제발 살아줘. 여기서 살아남으면 내가 어떻게든 해독제를 만들어 줄게. 그러면 전부 다 괜찮아질 거야!”그는 거의 울부짖었다. 눈가에 눈물도 맺혔지만 온지유은 이미 눈을 감아버린 상태였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젠장!”인명진은 이를 빠득 갈면서 욕설을 날렸다. 머릿속에 노석명의 얼굴만 떠올랐다.그는 노석명을 증오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찾아가 노석명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노석명이 망가뜨린 사람은 아주 많았다. Y 국에서 오랫동안 권력을 쥐고 살면서 자신의 딸마저 법로의 딸인 것처럼 꾸며 모두를 속이고 있었다.그럼에도 노석명은 온지유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만약 노석명이 온지유를 납치해서 실험하지 않았더라면, 독을 먹이지 않았더라면 온지유가 이렇게 될 일은 없었다.한순간 인명진에게 단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 그것은 바로 노석명을 찾아가 노석명의 시체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것.다만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도망이었다. 그가 죽어도 괜찮았지만 온지유가 죽어서는 안 되었다.그는 온지유를 업은 채 계속 달렸다. 한 번도 쉬지 않고 말이다....한편 노석명 쪽.그는 비록 도망쳤으나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김명무는 대충 치료를 해준 뒤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노석명이 그를 불러세웠다.“넌 네가 지금 바로 달려가면 걔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김명무는 바로 달려가 노승아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노승아가 Y 국으로 온 순간부터 그는 노승아를 따라다니며 경호했다. 그랬기에 노승아의 원래 얼굴이 어떤지도 알고 있었다. 아주 예뻤다.설령 노승아가 율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해도 김명무는 여전히 노승아의 성형 전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884화

    노승아는 결국 죽었다. 여이현의 눈앞에서.잔인한 체벌에 노승아는 그 짧은 시간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다.그녀는 친모의 손에 이끌려 노석명에게 보내지게 되었고 노예 수용소에서 한동안 생활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실험은 너무 고통스럽고 잔인했다.죽는 그 순간 그녀는 여전히 자신을 낳아준 친아버지가 누군지 몰랐다.그녀는 죽어서도 편히 눈을 감지 못했다.죽기 전 그녀가 했던 말이 여전히 여이현의 귓가에 맴돌았다.“여이현, 내가 널 얼마나 오랫동안 좋아했는데. 넌 항상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 나도 알고 있어. 네가 지금 온지유를 위해 나한테 복수하고 있다는 거. 내가 죽어도 너희 둘은 행복하게 살지 못할 거야. 내가 저주할 거니까! 너랑 온지유는 절대 행복하게 살 수 없어!”노승아에게 내린 체벌은 목숨을 잃을 정도가 아니었다.그러나 노승아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죽을 줄은 몰랐다.여이현은 그럼에도 냉담하게 말했다.“용경호, 노석명이 실험을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나? 노석명을 찾아서 이 시체를 선물로 줘.”“대장님, 노승아 씨가 한 말을 너무 마음에 담지 마시길 바랍니다. 죽음이 닥쳐오니 두려움에 헛소리하는 겁니다. 죽기 전 다들 한 마디씩 내뱉은 말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면 그럼 세상 사람 전부가 예언가가 아니겠습니까?”여이현의 옆에 있던 용경호는 어두워진 여이현의 안색을 발견하곤 행여나 노승아가 한 말을 신경 쓸까 봐 얼른 몇 마디 보탰다.사실 그는 노승아가 이런 식으로 죽어버리는 건 너무 가벼운 벌이라고 생각했다.노승아가 한 짓이 수도 없이 많았고 심지어 도망치기도 했다.이런 범죄자라면 시체를 뜯어 짐승에게 먹이로 던져줘도 시원찮았다.하지만 그들은 군인이었고 이런 일을 할 수 없었다.여이현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픽 웃었다.“당연하지.”노승아가 죽었다는 소식은 빠르게 노석명의 귀에도 들려왔다. 여이현은 애초에 노승아의 죽음을 숨길 생각은 없었고 오히려 더 소식을 퍼뜨리고 있었다.

최신 챕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90화

    “하지만 도우미 일이 돈을 더 많이 버는걸요.”양시은은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가사도우미 중개소를 운영하는 유영숙도 그녀와 같은 나이에 도우미 일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었다. 만약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그녀도 당연히 이 일을 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하민이에겐 병원비가 필요했다. 비록 지금은 양채은에게서 돈을 빌리긴 했지만 전부 그녀가 나중에 갚아야 하는 돈이었다.하민이 병원비만큼은 그녀는 직접 두 손으로 벌고 싶었고 힘들다고 해도 그녀의 힘으로 벌어온 돈이니 안심하고 쓸 수 있다.“집에 남동생이라도 있어요?”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말하는 남자의 몸에선 벌써 반응이 일어나고 있었다.양시은은 아무것도 모른 채 티브이 서랍을 닦고 있었다.“아니요. 남동생은 없고 아들이 있어요. 전 아들 병원비를 벌고 있거든요.”남자는 그녀가 농담하는 줄 알았다.“에이, 그런 농담은 하지 말아요. 몸매도 이렇게 좋은데 어떻게 아들이 있어요. 한눈에 봐도 젊은 아가씨인걸요.”그의 아내는 작년에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를 낳고 난 아내의 모습은 바람을 불어넣은 풍선처럼 살이 오르기 시작했고 결국 인생 최대 몸무게 74kg을 달성했다.아이를 낳고 나면 원래부터 여자의 배는 축 처지게 되었지만 거기에다 지방 살이 있으니 앉을 때마다 불룩 몇 겹으로 튀어나왔다. 그 모습은 정말이지 돼지 같았기에 부부 생활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양시은처럼 허리는 잘록하고 엉덩이는 탄탄하여 보는 사람마저 본능적인 욕망을 일으키게 하지 않았다.“정말이에요. 아들이 올해 세 살인걸요.”양시은은 남자의 속마음을 알 리가 없었던지라 물어보는 대로 전부 대답해주었다. 남자는 그제야 양시은이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님을 눈치챘고 표정이 변해버렸다. 아이가 있다는 말은 이미 결혼했다는 의미였기에 손을 대기가 어려워지게 된다.“대충 보니 청소 다 한 것 같은데 오늘은 바깥에 바람이 세게 부니까 강아지 산책은 안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9화

    “언니가 임신했을 때를 전 아직도 기억하고 있거든요. 출산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때 언니는 이별의 상처를 받아서 상태가 정말 좋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저도 굳이 그 일에 관해 묻지 않았어요. 또 묻는다는 건 어쩌면 언니의 상처를 후벼 파는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제 추측으로는 하민이가 언니의 전 남자친구의 아이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생각해요.”양시은의 전 남자친구는 바로 그였다. 나도현은 태연하게 계속 떠보았다.“그럼 네 언니가 왜 남자친구랑 헤어지게 되었는지는 알아? 아이까지 있었다면서, 그러면 결혼해야 하는 거잖아. 대체 왜 이렇게 된 거래?”“아마도 언니 전 남자친구 쪽에서 결혼을 바라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 어쨌든 구체적인 건 저도 잘 몰라요. 언니가 말해주지 않았거든요.”양채은은 별생각 없이 말했지만 나도현은 다르게 듣고 있었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비웃었다. 그에게 갑자기 헤어지자고 통보를 해놓고, 그를 고통 속에서 괴롭게 살게 해놓고 동생 앞에서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 않았는가. 진정한 피해자는 그였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쓰레기가 되어 있었다.“어차피 4년도 지난 일이에요. 하민이도 컸고 전 언니에게도 몇 번이나 그때 일은 잊으라고 말했거든요. 좋은 남자를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도 하고 말이에요. 그러는 게 언니한테도 좋고 하민이한테도 좋을 테니까요.”나도현의 서늘해진 눈빛을 눈치채지 못한 양채은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는 절대 양시은이 다른 남자를 만나게 하지 않을 것이고 결혼도 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었으니까.“됐어. 넌 먼저 들어가서 쉬어. 난 변호사 사무소로 가봐야 하니까. 최근에 새 사건을 맡았거든. 의뢰인과 잘 얘기를 나눠봐야 해.”나도현은 더는 그녀와 이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양채은은 그에게 걱정 어린 말을 몇 마디 하곤 차에서 내렸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니 나도현은 양시은이 떠올랐고 가슴이 답답해졌다.시동을 걸어 사무소로 향했다. 그는 일로 복잡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8화

    가사도우미 중개소에서 소개해주는 일자리는 대부분 시급이 만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해준 곳에서 만육천 원을 주겠다고 하니 많이 주는 것이었다.몇 시간만 일해도 6만 원을 벌 좋은 기회였던지라 양시은은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그녀의 대답에 유영숙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내가 자세한 집 주소를 문자로 보내줄게요. 아, 이 집은 디지털 도어락이라 앱으로도 문을 열 수 있다고 했으니까 시은 씨는 그냥 가면 돼요. 엄청나게 잘사는 집이거든요. 일 잘하고 행동이 빠릿빠릿하고 깔끔한 도우미를 원한다고 했으니까 이번에 시은 씨가 잘하면 앞으로 주기적으로 시은 씨만 부를 수도 있을 거예요.”오래 일할 수 있다니.양시은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하민이를 안았다.“미안해, 하민아. 엄마도 하민이랑 시간 더 보내고 싶었는데 영숙 아주머니가 엄마한테 연락해서 엄마는 지금 일하러 가봐야 할 것 같아.”그녀는 당연히 아들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아들 옆에 있으면 돈을 벌 수 없고, 돈이 없으면 아들의 병도 치료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시간이 있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곁에 아들이 없는데...“엄마,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되고 저는 괜찮아요. 오히려 사과해야 할 사람은 저인걸요.”하민이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엄마는 하민이 병원비를 위해 일하고 계시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엄마예요.”아이의 말을 들은 양시은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적어도 하민이만큼은 그녀를 이해해 주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병실을 떠나기 전 사과를 예쁘게 깎아 하민이에게 준 뒤 택시를 타고 늘봄아파트로 갔다....한편 나도현은 차를 몰고 양채은은 집 문 앞까지 데려다주었지만 그는 차에서 내릴 생각은 없었다.“태경 씨, 같이 안 들어가요?”양채은은 안전벨트를 풀면서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며칠 동안 너무 바쁘게 보낸 거 아니에요? 쉬엄쉬엄해요. 입에 풀칠하고 살 정도만 아니면 되니까요.”그녀는 돈을 밝히는 물질적인 여자가 아니었고 남자에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7화

    강태경 성격이 원래 이런 걸 어쩌겠는가. 다른 방면에서는 양채은에게 아주 잘해주었기에 그녀도 굳이 자신의 스킨십을 피하는 이유를 꼬치꼬치 캐묻고 싶지 않았다.“검사는 해봤어? 아기는 어떻대?”나도현은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러자 양채은은 웃으며 말해주었다.“아기는 무사하대요. 방금 의사 선생님께 물어봤는데 출혈한 흔적도 없다고 했어요. 조금 전 배가 아팠던 건 갑작스럽게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것이니 집에서 휴식하면 괜찮을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운동도 되도록 피하라고 했고 이제 처방해준 약을 먹으면 된다고 했어요.”“그럼 요 며칠은 얌전히 집에만 있어. 자꾸 언니 따라 어딜 가지도 말고.”나도현은 양채은과 나란히 복도를 걸었다. 양시은을 지나치면서 그는 깊은 의미가 담긴 두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양채은은 마치 하나의 끈 같았다. 한쪽 끝은 나도현의 손에 단단히 쥐어져 있었고 다른 한 끝은 양시은에게 묶여 있었다. 양채은이 그에게 더 의지할수록 이 끈은 나도현에게 더 단단히 묶이고 있었다.“언니, 우리랑 함께 돌아갈 거야. 아니면 하민이 보러 갈 거야?”양채은은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가 병원으로 온 이유도 애초에 자신의 아이를 보기 위함이었기에 당연히 그녀의 선택은 후자였다. 어차피 그녀는 나도현을 피하고 싶기도 했다.“그럼 우린 먼저 집으로 갈게. 하민이 상태 확인하고 꼭 택시 타고 돌아와. 버스 타지 마. 버스는 오래 기다려야 하잖아. 그리고 사람도 많아서 앉을 자리도 없잖아.”양채은은 또 그녀에게 걱정 서린 잔소리를 해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양시은의 계좌로 돈을 입금했다. 많지는 않았지만 양시은이 한 달 내내 택시를 탈 정도는 되었다.양시은은 두 사람의 모습을 눈으로 배웅하였다. 엘리베이터가 닫히고 나서야 그녀는 계단으로 올라가 하민이의 병실로 갔다.“엄마, 오늘은 왜 이렇게 늦게 오신 거예요?”하민이는 그녀를 보자마자 달려와 꽈악 끌어안았다.“방금 병실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중에 엄마 목소리도 있었던 것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6화

    만약 나도현도 다른 부잣집 자식들처럼 망나니로 살았다면, 여자를 그저 한낱 놀이 상대라고만 생각했다면 양시은이 떠나든 말든 그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것이고 그토록 슬퍼하지 않았을 것이다.양채은도 그와 같은 처지인 것 같았다. 만약 양채은이 양시은을 진심으로 언니로 대하고 걱정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오늘처럼 나서줄 수 있었겠는가.양시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현이 일부러 자신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거기에다 예전에는 서로 사랑했던 사이였으니 나도현은 어떤 말로 그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지 아주 잘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속으로 한번 또 한 번이고 자신에게 말했다. 나도현의 말을 신경 쓰지도 말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라고 했지만 나도현이 내뱉은 말은 마치 저주를 거는 주문이 되어 그녀의 머릿속에 깊이 박혀 버렸다.“왜 말을 하지 않는 거지?”나도현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꽉 잡으며 억지로 자신과 눈을 맞추게 했다.“안 들리는 것처럼 연기하지 마. 남자 앞에서 재잘재잘 잘 떠들지 않았나? 왜 지금 내 앞에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거지?”끼익.이때 등 뒤에 있던 문이 열리고 양채은이 나왔다. 나오자마자 맞이하게 된 두 사람의 모습에 걸음을 멈추고 당황한 듯 말했다.“태경 씨, 언니. 두 사람 지금 뭐 해요?”양채은의 시선에서 두 사람은 코가 닿을 정도로 바싹 붙어 있었다. 거리가 너무도 가까운 것이 아니겠는가.하지만 양시은은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언니였고 나도현은 그녀와 평생을 함께할 약혼자였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배신해도 언니와 약혼자만은 그녀의 편을 들어줘야 하는 것이다.양시은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지만 나도현은 손을 놓아주지 않았고 그 자세 그대로 유지했다.“전부 다 본 거 아닌가?”“태경 씨, 일단 우리 언니를 놔줘요. 대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양채은은 나도현과 양시은은 번갈아 보며 설명을 요구했다.“네 언니가 밖에서 아무 남자나 만나도 다니는 바람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5화

    하지만 여자는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아 양시은을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보았다. 그녀는 허민기와 연인 사이가 된 지 5년이나 되었다. 그 5년 동안 그녀는 매일 같이 허민기에게 결혼 얘기를 꺼내면서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싶다고 했지만 허민기는 그때마다 거절했다.허민기는 그녀에게 아직은 젊으니 결혼 결정을 빨리할 필요 없다는 이유를 내놓았다. 그의 말에 그녀는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믿고 있었지만 오늘 양시은을 보니 모든 게 이해가 갔다. 허민기는 아직 젊어서 결혼을 하기 싫은 게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지 못해서 결혼하기 싫은 것이었다.만약 결혼 얘기를 꺼낸 사람이 그녀가 아니라 양시은이었다면 허민기는 분명 아주 기뻐하면서 멍청이처럼 헤실헤실 웃었을 것이다.“얼른 가자. 굳이 신고까지 당해야 미친 짓을 멈추려는 건 아니지?”허민기는 다시 한번 여자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겼다.“여긴 병원이야. 네 집이 아니라고. 지랄도 정도껏 해.”‘지랄도 정도껏 하라니! 지금 내가 이러는 이유도 전부 너 때문이잖아!'‘네가 병원으로 출근하듯 드나들지 않았다면, 양시은과 연락하고 지내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난 피해자라고!'서러운 그녀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았지만 신물이 난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허민기에 전부 꾹 삼켜버리고 말았다.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애초에 그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었고 그저 그녀가 억지를 부리고 난동을 피운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소란을 피워봤자 그녀에게 남는 건 미친 여자라는 꼬리표였고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태경 씨, 저 여자가 분명 저랑 언니한테 손찌검하려고 했어요. 어떡해요. 배가 조금 아픈 것 같아요. 태경 씨, 너무 무서워요.”양채은은 나도현의 팔을 꽉 잡았다.“아기는 괜찮아?”그녀와 양시은의 집안 사정은 좋지 않았다. 비록 부모가 있긴 했지만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 명은 도박에 빠져 살았고 다른 한 명은 자주 집안의 물건을 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4화

    하얀 종이엔 까만 글씨로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 하민이와 나도현은 혈연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이다.그는 몇 번이나 종이를 펄럭이며 꼼꼼히 읽어보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고 바뀌어버린 건 싸늘해진 그의 눈빛이었다.예상하고 있던 결과였고 하민이가 그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더는 양시은을 봐줄 필요가 없었다.오전에 모든 업무를 마친 그는 시간이 남아돌았던지라 병원에 가서 양시은을 괴롭힐 생각을 하면서 차 키를 들고 사무소를 나섰다....한편 병원에서는 양시은이 무슨 말을 하든 여자는 양시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특히 양시은을 바라보는 허민기의 눈빛을 봤을 때 그녀는 폭탄이 터지듯 폭발하고 말았다.“지금 시대가 개방적인 시대여서 다행인 줄 아세요. 만약 예전이었으면 그쪽 같은 여우는 이미 간통죄로 징역을 받았을 테니까요!”“미쳤어요? 머리에 문제라도 있는 거예요? 우리 언니가 그냥 단순한 친구 사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아직도 못 알아듣는 거예요? 평소에도 자주 대화를 나눈 적 없다고 하잖아요. 못 믿겠으면 그쪽 남편 핸드폰 기록이라도 뒤져봐요! 설마 그것도 확인하지 않고 찾아온 거예요? 그리고 그쪽 남편이 우리 언니 학생 시절 사진을 저장하고 있든 말든 우리 언니와 무슨 상관있다고 그래요! 그건 저 사람이 멋대로 저장한 거잖아요!”양채은은 더는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 허민기가 마음에 들었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증오하게 되었다. 애인이 있었으면서 양시은을 찾아와 잘 보이려고 하고 이런 소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그쪽은 끼어들지 말아요.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요. 그쪽도 뒤에서 바람이나 피우고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 보나 마나 그 언니에 그 동생이겠죠.”여자는 양채은을 위아래 훑어보았다.“행색을 딱 보니 답이 나오네요. 그쪽도 누군가의 내연녀인 거죠?!”그 말에 양채은은 버튼이 눌려버렸다. 그녀와 강태경은 분명 떳떳한 커플이었고 약혼식도 했는데 어떻게 내연녀라는 말인가.“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3화

    양시은은 허민기가 건넨 것을 받지 않았다.“괜찮아. 하민이는 지금 우유를 먹으면 안 되는 상태라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거든.”“그럼 네가 먹어. 이렇게나 말랐는데 우유라도 먹어야 영양분이 조금이라도 보충될 거 아니야.”허민기는 고집스럽게 우유를 그녀에게 건넸다.“이건 비싼 것도 아니잖아. 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이 얼마인데 설마 이 정도도 못 받아주는 거야?”양채은은 그를 보다가 이내 자신의 언니를 보더니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어제까지만 해도 그녀는 양시은에게 언젠가 좋은 남자를 만날 거라고, 과거 따윈 신경 쓰지 않는 남자를 만날 거라고 말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렇게 바로 나타나 주지 않았는가. 양시은은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녀의 생각은 달랐기에 얼른 손을 내밀어 우유를 받았다.“고마워요. 전 언니 동생 양채은이라고 해요.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아, 전 허민기예요.”허민기는 간단히 자신을 소개했다. 말하면서 그는 부단히 양시은을 힐끗힐끗 보았고 양채은은 당연히 그 눈빛을 놓칠 사람이 아니었다. 예전의 그녀도 허민기와 같은 눈빛으로 강태경을 보았으니 허민기가 자신의 언니를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를 예상할 수 있었다.게다가 양채은은 자신의 언니가 예전에 어떤 힘든 연애를 했는지 알고 있었기에 늘 양시은이 걱정되었다. 그 상처 속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을까 봐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양시은이 평생 혼자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지금은 하민이가 어려 매일 엄마를 찾고 있다고 하지만 나중에 어른이 되면 분명 자기 가정을 이룰 것이었기에 그때가 되면 그녀의 언니는 외롭게 혼자 살게 되지 않겠는가.양채은이 두 사람을 어떻게 이어줄까 생각하고 있을 때 붉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다가왔다. 그리곤 세 사람 앞에 멈춰서더니 양채은이 들고 있던 우유 박스를 들어 바닥에 던졌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양채은은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곤 미간을 한껏 구겼다.“이건 제 물건이에요. 미친 거라면 우리한테 시비 걸지 말고 데스크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2화

    얇은 잠옷은 나도현의 손에 갈기갈기 찢겨 나갔지만 양시은은 저항하지 않았다. 어차피 저항해봤자 잔뜩 화가 난 나도현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가 화를 내면 낼수록 그녀는 평범한 일상과 멀어지게 된다. 마치 마리오네트처럼 아무 반응 없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현은 더 화가 치밀었다.“산송장이야?”“그럼 뭘 어떻게 하라고. 말해줘.”양시은은 너무도 서러웠다.“지금 당장 네가 보냈던 사진에서 했던 동작 그대로 전부 보여줘. 내 앞에서 다시 해봐.”조금 전 수치스러웠던 행동을 다시 한번 더 하라고 하니 양시은은 순간 죽고 싶었다. 지금 죽는다면 나도현이 더는 그녀를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그 사진들 내가 이미 전부 저장해 두었지. 너도 하민이한테 보여주고 싶지...”“할게. 하면 되잖아.”양시은은 얼른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들을 위해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했고 결국 날이 밝을 때까지 그에게 시달리게 되었다.그제야 만족한 나도현은 잠을 자지 않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한 뒤 변호사 사무소로 출발했고 그곳에서 잠을 보충했다.방에 남겨진 양시은은 미약해진 스탠드 조명을 보다가 천장을 바라보았다.이 고통은 대체 언제쯤 끝이 날까.그녀는 새벽이 되어서야 잠들게 되었기에 늦게 일어나게 되었다. 양채은은 평소처럼 그녀의 방 문을 두드리며 그녀를 부르지 않았다. 오히려 아침을 만들어 놓고 주방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양시은은 일어나자마자 나도현이 목에 남긴 흔적을 화장품으로 가린 후 목폴라 티를 입고 1층으로 내려갔다.“언니, 요즘 왜 이렇게 늦게 일어나? 혹시 밤마다 나 몰래 서리하러 간 거 아니야?”양채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그릇을 챙겨주며 말했다.“농담이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난 사실 언니가 조금 늦게 일어났으면 해.”양시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양채은이 한 말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없었으니까. 그녀가 늦게 일어난 건 핸드폰을 늦게까지 봐서가 아닌 밤새 내내 괴롭힌 누군가의 탓이었다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