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지유는 신무열 얼굴을 흘러 타고 내리는 피를 발견했다. 눈빛이 심하게 떨렸다. 말을 하려고 했지만 목구멍에 무언가 막힌 것처럼 턱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신무열은 있는 힘껏 온지유를 밖으로 밀었다.“가서 여이현을 찾아! 그리고 돌아오지 마!”온지유는 휘청이더니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그러나 누군가 커다란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잡아 주었다.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총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인명진은 온지유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그러나 신무열은 노석명의 심복 부하에게 잡혀버렸다. 요한은 목숨을 내걸고 달려들다가 행동을 멈추는 수밖에 없었다.노석명은 비록 얼굴에 흙이 잔뜩 묻었지만 입꼬리를 올리며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드러난 하얀 이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승리를 거머쥔 사람은 노석명이라고.“신무열, 네가 연기까지 하는 사람일 줄은 몰랐네. 난 정말로 네가 중독된 줄 알았다고. 그런데 그게 전부 연기였다니. 내가 널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었던 것 같군.”그는 원래 파티에서 손을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늘 밤 인명진이 온지유를 데리고 탈출하게 되면서 그는 계획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다행히도 신무열의 계략을 눈치채게 되었다.신무열은 코웃음을 쳤다.노석명이 다가오자 신무열은 빠르게 주먹을 뻗어 공격하려고 했다. 옆에 있던 노석명의 부하가 그의 손을 발견하곤 바로 잡으려고 했지만 노석명이 말렸다.두 사람은 싸우기 시작했다.노석명은 콧방귀를 꼈다.“신무열 도련님은 정말로 감추는 것이 많았군. 오늘 인명진과 온지유가 아니었으면 네가 싸움질도 할 줄 알았다는 걸 몰랐을 거야.”신무열의 싸움 실력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상대해야 할 사람은 노석명이었고 노석명은 법로를 인질로 잡고 있었을 뿐 아니라 총기와 부하들까지 손에 넣었다.요한은 이미 노석명의 부하에게 제압당했다. 노석명은 신무열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저 신무열을 약 올리기 위한 싸움이었다.신무열이 흉기를 들어 노석명을
노석명은 방아쇠를 당겨 신무열의 목숨을 끝내려고 했지만 이내 다시 방아쇠를 당기려던 행동을 멈추었다.그는 눈을 가늘게 접으며 신무열의 두 눈 가득한 거만함을 보았다.“난 너랑 네 아버지를 높은 곳에서 떨어져 지옥에서 사는 기분이 무엇인지 맛보게 할 생각이야.”노석명은 이내 손짓을 했다. 그러자 부하가 신무열과 요한을 데리고 가버렸다.그는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가서 인명진이랑 온지유를 잡아 와. 멀리 도망가진 못했을 테니까. 살아 있는 거라면 산채로 데리고 오고 죽은 거라면 시체라도 들고 와!”“네, 알겠습니다.”노석명의 부하들이 대답했다....여이현은 혼란스러운 틈을 타 그들의 근거지로 들어갔다.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소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신무열 쪽의 사람은 꽤나 많았지만 상대가 율이라면 처리할 수 있었다.총을 들고 있던 여이현은 바로 율의 머리를 조준하며 겨줬다.“움직이지 마. 당장 온지유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율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앞엔 한 폭의 그림이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그린 장미밭이었다.생생한 그림이었지만 윤곽과 색채가 너무도 선명해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율은 이미 누군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었다. Y 국으로 온 뒤로 그녀는 매일 엄청난 고통을 참으며 훈련을 받았다.그녀의 방까지 들어왔다는 건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는 두렵지도 않았다. 주위에 부하들이 매복해 있었으니까 말이다.그러나 그녀의 방으로 들어온 사람이 여이현일 줄은 몰랐다.여이현은 분명 이미 떠났었다. 그런데 온지유를 위해 다시 돌아왔다.그는 여전히 온지유를 위해 목숨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었다.“그쪽 생각엔 내가 온지유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줄 것 같아요? 그렇게 쉽게 온지유를 찾아 데리고 나가게 해줄 것 같냐고요.”율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그녀의 두 눈엔 경멸이 서려 있었다. 꼭 여이현을 더는 신경 쓰지 않는 듯한 그런
여이현은 노승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너와 노석명의 관계가 증명하고 있었잖아. 그걸 눈치 못 챌 수가 있나?”노승아와 노석명의 관계에 대해 그는 이미 조사를 한 적 있었다. 노석명이 그와 온지유에게 손을 댄 건 오로지 노석명의 야망 때문은 아니었다. 온지유의 신분 때문이기도 했다.그리고 노승아도 이유 중 하나였다.“확실히 영원히 숨길 수 있는 비밀은 없죠. 하지만 제 발로 걸어들어왔으니 절대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 항상 나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았었죠. 온지유가 나한테 무슨 짓을 해도 말이에요... 오빠는 항상 고고했죠. 난 그런 오빠를 반드시 끌어내려 내 노예로 만들 거예요!”여이현의 눈빛은 아주 차가웠다. 심지어 다소 혐오하기도 했다.그러나 그녀의 예상과 달리 더 많은 사람들이 방으로 쳐들어왔다. 그 사람들이 노승아를 둘러쌀 때야 노승아는 여이현에게 속았음을 알게 되었다.하긴 여이현은 어떻게든 온지유를 구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혼자 쳐들어올 수 있겠는가.여이현은 천천히 일어났다. 조금 전 그녀가 뿌린 약은 여이현에게 아무런 효과도 일으키지 않았다. 그녀는 멍하니 일어서는 여이현을 보았다. 지금 이 순간 여이현은 그저 노승아를 인질로 삼고 싶은 생각만 할 뿐 과거의 일은 더는 여이현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다만 여이현이 노승아를 끌고 노석명의 앞으로 갔을 때 노석명은 차갑게 피식 웃었다.“Y 국의 사람들이 전부 내 발아래에 있지. 고작 법로의 딸을 인질로 삼아 날 협박하다니. 그 협박이 나한테 먹힐 거라고 생각했나?”노석명의 눈빛은 차가웠다. 그는 인질이 된 노승아를 애초에 걱정하지도 않았다.노승아는 당연히 이런 노석명의 태도를 예상했었다. 그랬기에 노석명에게 애초에 아무런 희망을 품지 않았다. 희망을 품지 않으면 실망도 없으니까.그러나 여이현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노석명의 거짓말을 들춰냈다.“노석명 씨, 정말로 이 여자가 노석명 씨 딸 노승아가 아니라 법로의 딸 율이라고 생각해요?”노석명의 표정이 굳어
여이현의 옆엔 부하도 있었고 거기에다 여이현은 감각이 예민한 사람이었다.노석명의 공격은 여이현을 다치게 하지 못했다.하지만 싸운다면 분명 부상자가 생길 것이다.노석명은 애초에 노승아를 신경 쓰지 않았다. 여이현도 더는 노승아를 인질로 쓰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놓아주지는 않았다.상황이 좋지 않음을 발견한 노석명은 얼른 흰 손수건을 흔들며 여이현에게 대화를 시도했다.“여이현, 네가 여기까지 온 건 평화와 해독제, 그리고 사람을 찾기 위함이겠지. 넌 우리 Y 국 사람들이랑 깊은 원한을 가진 사람도 아니잖아. 우리 사이에도 큰 원한도 없고 말이야. 네가 원하는 걸 내가 줄 수 있어. 지금 당장. 난 너랑 적이 되고 싶지 않거든.”노석명의 목적은 그저 Y 국이었고 이곳의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현재 아무런 약점도 없는 여이현과 적이 된다면 싸워서 밀리게 되는 사람은 바로 그였다.여이현의 안중엔 애초에 노석명이 없었다.“난 온지유를 원해요.”해독제가 뭐라고.전쟁이 뭐라고.죽는 것이 뭐라고.그가 원하는 건 오로지 온지유였다. 무사히 그의 눈앞에 서 있기만 한다면 다른 건 전부 필요 없었다.노승아는 그런 여이현을 보았다.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다.그녀는 참 멍청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그녀의 심장은 여이현을 보며 두근두근 미친 듯이 뛰고 이었다. 하지만 여이현의 마음 속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바로 온지유였다.여이현은 온지유를 위해 모든 걸 내걸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이현의 안중에 지나가는 개 한 마리보다 못했다.노석명과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그녀를 무시하고 그녀의 정체를 들춰냈다.“여이현, 지금 당창 철퇴하지 않으면 평생 온지유를 볼 수 없을 거야.”“그럼 일단 그쪽부터 죽여야겠네요.”여이현은 싸늘하게 말했다. 진심이었다.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노승아의 어깨에 총을 가져다 댔다.“아악!”노승아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아무리 그간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있었다고 해도 이런 엄청난 고통은 처음이었다. 이 순간 그녀는 정
여이현은 입술을 틀어 물었다. 손짓 한 번에 그의 병사들이 나서며 신무열과 법로를 부축했다.신무열은 Y 국의 핵심 인물이었다. Y 국은 아직 안정이 필요한 나라였고 만약 전쟁을 멈추지 못한다면 나라는 폐허가 될 것이다.그는 이내 용경호와 성재민에게 지시를 내렸다.“주위를 샅샅이 뒤져서 인명진 씨랑 온지유를 찾아와.”지금 상황은 좋지 않았다. 인명진에겐 핸드폰이 없었고 온지유에게 다친 곳은 없는지도 몰랐다. 심지어 노석명이 도망가버렸기에 최악의 상황에서 노석명이 먼저 온지유를 찾았을 수도 있었다.여이현은 그 최악의 상황을 바라지 않았다.“대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이미 사람들을 시켜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온지유 씨에겐 절대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 겁니다.”용경호와 성재민은 거의 동시에 말했다.신무열은 여이현의 두 눈에서 견고함을 보아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지만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여이현에게서 신무열은 온지유를 향한 깊은 애정과 사랑을 느꼈다. 그리고 신무열에게서 여이현은 뭔가를 눈치채게 되었다. 거기에다 인명진이 온지유를 대하는 태도까지 결합하면 대충 상황을 알 수 있었다.“신무열 씨, 여기는 신무열 씨가 맡으세요. 전 전쟁을 좋아하지 않거든요.”여이현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 신무열도 모든 걸 알게 되어 갈라진 목소리로 답했다.“저도 전쟁을 좋아하지 않아요.”그는 전쟁을 싫어했고 전쟁 때문에 부상자가 생기는 것도 싫었다. 매번 Y 국 인구수가 줄어들 때마다 가슴이 아팠지만 Y 국의 현 상황에 그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다행히 노석명이 도망쳐버리고 중요한 순간에 여이현이 나타나 주었다. 이 모든 건 전부 온지유 덕분이었다. 온지유가 아니었으면 Y 국엔 오늘도 없었을 것이다.여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그는 여전히 Y 국에 남아 있었다. 다만 노승아를 찾아가 중요하게 할 일이 있었다.노승아는 온지유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을 뿐 아니라 온지유를 사칭하면서 조금 전에는 그와 함께 죽으려는 생각까지 했다. 대
“날 구해준 사람이 정말로 너 맞아?”노승아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여이현이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픽 웃었다.여이현은 노승아의 앞에 우뚝 서 있었다. 190 CM 넘는 그는 꼭 눈앞에 웅장한 산이 있는 것처럼 압박감이 들었다. 특히 여이현의 눈빛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녀를 내려다보는 여이현의 모습은 마치 높은 왕좌에 올라앉은 사람처럼 위엄이 느껴졌다.노승아는 이런 여이현을 빤히 보았다. 너무도 낯설었다.예전의 여이현은 그녀를 차갑게 대하지 않았다. 지금 이런 모습도 그녀의 앞에서 보인 적 단 한 번도 없었고 그녀는 여이현에 대해 모르는 것도 없었다.더는 속일 수 없으니 이제는 본색을 드러내는 수밖에.더구나 여이현은 아무것도 눈치 못 챘던 상황에서도 그녀에게 눈에 띄게 차갑게 대하지 않았던가. 그녀도 이젠 포기할 때가 되었다.“내가 구했든 아니든 너한테 중요하긴 해? 여이현, 어차피 너 마음속엔 온통 온지유 뿐이잖아. 그런데 너랑 온지유 사이를 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지 않아?”노승아는 더 짙은 미소를 지었다.누군가는 노승아에 대한 처벌이 너무도 잔인하다고 했지만 여이현은 그저 싸늘한 눈빛으로 지켜볼 뿐이다.그와 온지유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노승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았다....한편 온지유 쪽.인명진은 그녀를 데리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온몸에 힘이 빠진 온지유는 심지어 헛구역질도 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온지유는 더는 걸을 수가 없었다. 헛구역질하던 그녀는 결국 토하기 시작했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인명진은 너무도 걱정스러웠다.“지유야, 여이현 씨가 있는 곳까지 가려면 한참 멀었어. 얼른 기운 차려야 해. 안 그러면 노석명이 뒤쫓아 올 거야!”이곳에 한시라도 벗어나고 싶었던 인명진은 온지유를 데리고 얼른 도망치고 싶었다.그의 머릿속엔 오로지 하나의 생각뿐이다. 반드시 온지유를 살려내는 것.그걸 온지유가 모를 리가 있겠는가?하지만 그녀와 법로의 관계가 떠올랐
만약 이곳에서 죽는대도 이건 온지유의 운명이었다. 온지유는 누군가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인명진은 점점 작아지는 온지유의 목소리를 눈치챘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흔들며 말했다.“온지유, 정신 차려. 노석명이 너한테 무슨 짓을 했다는 거 알고 있어. 하지만 살아남아야 해. 제발 살아줘. 여기서 살아남으면 내가 어떻게든 해독제를 만들어 줄게. 그러면 전부 다 괜찮아질 거야!”그는 거의 울부짖었다. 눈가에 눈물도 맺혔지만 온지유은 이미 눈을 감아버린 상태였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젠장!”인명진은 이를 빠득 갈면서 욕설을 날렸다. 머릿속에 노석명의 얼굴만 떠올랐다.그는 노석명을 증오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찾아가 노석명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노석명이 망가뜨린 사람은 아주 많았다. Y 국에서 오랫동안 권력을 쥐고 살면서 자신의 딸마저 법로의 딸인 것처럼 꾸며 모두를 속이고 있었다.그럼에도 노석명은 온지유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만약 노석명이 온지유를 납치해서 실험하지 않았더라면, 독을 먹이지 않았더라면 온지유가 이렇게 될 일은 없었다.한순간 인명진에게 단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 그것은 바로 노석명을 찾아가 노석명의 시체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것.다만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도망이었다. 그가 죽어도 괜찮았지만 온지유가 죽어서는 안 되었다.그는 온지유를 업은 채 계속 달렸다. 한 번도 쉬지 않고 말이다....한편 노석명 쪽.그는 비록 도망쳤으나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김명무는 대충 치료를 해준 뒤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노석명이 그를 불러세웠다.“넌 네가 지금 바로 달려가면 걔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김명무는 바로 달려가 노승아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노승아가 Y 국으로 온 순간부터 그는 노승아를 따라다니며 경호했다. 그랬기에 노승아의 원래 얼굴이 어떤지도 알고 있었다. 아주 예뻤다.설령 노승아가 율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해도 김명무는 여전히 노승아의 성형 전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노승아는 결국 죽었다. 여이현의 눈앞에서.잔인한 체벌에 노승아는 그 짧은 시간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다.그녀는 친모의 손에 이끌려 노석명에게 보내지게 되었고 노예 수용소에서 한동안 생활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실험은 너무 고통스럽고 잔인했다.죽는 그 순간 그녀는 여전히 자신을 낳아준 친아버지가 누군지 몰랐다.그녀는 죽어서도 편히 눈을 감지 못했다.죽기 전 그녀가 했던 말이 여전히 여이현의 귓가에 맴돌았다.“여이현, 내가 널 얼마나 오랫동안 좋아했는데. 넌 항상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 나도 알고 있어. 네가 지금 온지유를 위해 나한테 복수하고 있다는 거. 내가 죽어도 너희 둘은 행복하게 살지 못할 거야. 내가 저주할 거니까! 너랑 온지유는 절대 행복하게 살 수 없어!”노승아에게 내린 체벌은 목숨을 잃을 정도가 아니었다.그러나 노승아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죽을 줄은 몰랐다.여이현은 그럼에도 냉담하게 말했다.“용경호, 노석명이 실험을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나? 노석명을 찾아서 이 시체를 선물로 줘.”“대장님, 노승아 씨가 한 말을 너무 마음에 담지 마시길 바랍니다. 죽음이 닥쳐오니 두려움에 헛소리하는 겁니다. 죽기 전 다들 한 마디씩 내뱉은 말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면 그럼 세상 사람 전부가 예언가가 아니겠습니까?”여이현의 옆에 있던 용경호는 어두워진 여이현의 안색을 발견하곤 행여나 노승아가 한 말을 신경 쓸까 봐 얼른 몇 마디 보탰다.사실 그는 노승아가 이런 식으로 죽어버리는 건 너무 가벼운 벌이라고 생각했다.노승아가 한 짓이 수도 없이 많았고 심지어 도망치기도 했다.이런 범죄자라면 시체를 뜯어 짐승에게 먹이로 던져줘도 시원찮았다.하지만 그들은 군인이었고 이런 일을 할 수 없었다.여이현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픽 웃었다.“당연하지.”노승아가 죽었다는 소식은 빠르게 노석명의 귀에도 들려왔다. 여이현은 애초에 노승아의 죽음을 숨길 생각은 없었고 오히려 더 소식을 퍼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