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면서 온지유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감상했다. 율이 온지유를 거만하게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율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다. 율은 순식간에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신무열이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온지유 앞을 막아서면서 물었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오빠, 온지유가 날 괴롭혀서 어쩔 수 없었어. 날 무시하는 걸 어떡하냐고!”율은 울먹이면서 말했고 뛰어난 연기력으로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신무열은 어이가 없었고 차가운 눈빛으로 율을 노려보면서 물었다.“그래?”“진짜야.”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신무열의 표정을 본 율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온지유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제일 잘 알아. 네가 왜 온지유한테 이러는지도 알고 있어. 이번이 마지막 기회니까 다음부터 여기에 오지 마.”신무열이 차갑게 내뱉은 말은 비수가 되어 율의 가슴에 꽂혔다. 온지유는 무표정으로 서 있었지만 율은 온지유가 기뻐하는 줄 알았다. 화가 난 율이 신무열한테 따졌다.“오빠, 내가 오빠 여동생인데 왜 외부인을 감싸고 도는 거야?”율은 갈라지는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신무열은 미간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그 이유는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잖아. 당장 나가. 두 번 말하기 싫으니까 알아서 해.”율은 울면서 달려 나갔지만 신무열은 신경 쓰지 않았다. 율이 이곳에 왔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지유를 위해서 율을 내쫓은 건 화를 참았기 때문이다.만약 신무열이 화낸다면 어떤 짓을 벌일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신무열은 온지유한테 잔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율이 나가자마자 온지유는 신무열한테서 몇 걸음 떨어졌다. 신무열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날 이용하고 나서 버리는 거예요?”신무열은 가장 다정한 목소리로 온지유에게 두려움을 선물했다. 신무열이 온지유에게 잘해주는 것 같겠지만 검증 결과가 그전과 같다면 보호해 주지 않을 것이다. 이곳을 나간 여이현이 안전해졌으니 온지유도 움직일 때가 되었다. 죽더라도 시도해 보고
온지유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알고 있어요. 난 신무열 씨를 막을 자격이 없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이제는 신무열 씨 여동생이 날 괴롭히러 오지 않게 해주세요.”“그렇게 할게요.”신무열은 온지유의 부탁을 무시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온지유가 홍혜주와 나민우를 찾았으니 다시 노예 수용소로 돌아갈 일은 없었다. 온지유는 신무열한테 말했다.“이제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되죠? 노예 수용소에 가서 사람을 찾으려고요.”신무열이 온지유를 향해 물었다.“블랙 카드 아직 갖고 있죠?”신무열은 온지유에게 준 블랙 카드를 돌려받지 않았기에 마음대로 다닐 수 있었다. 온지유는 입술을 깨물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무서우니까 요한이랑 같이 갈래요.”혼자 나갔다가는 율이 미친 듯이 달려들 수도 있었다. 온지유는 살아서 나가기 위해 신무열한테 부탁했고 신무열은 주저 없이 허락했다.“그래요.”온지유는 노예 수용소에 들어가서 그전에 만났던 여자아이를 찾았다. 그러고는 요한에게 물었다.“이 아이를 내가 갇혔던 방으로 데리고 가도 돼요?”요한은 노예 수용소에 오랫동안 갇혀있은 15살짜리 여자아이를 온지유에게 맡긴다고 해서 큰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신무열이 온지유가 과한 요구를 하지 않는 이상, 모두 온지유 뜻대로 하게 내버려두라고 요한에게 당부했었다. 요한은 손을 내저었고 온지유는 여자아이를 데리고 그전에 갇혔던 방으로 향했다. 여자아이 몸에 상처가 더 많아졌고 그 방은 여전히 그대로여서 약이 남아있었다.온지유는 여자아이를 침대에 앉힌 뒤, 조심스럽게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 여자아이는 온지유를 은인으로 생각했다.“언니는 들어온 지 오래되었는데 몸에 상처가 하나도 없고 요한이 보호해 주고 있네요? 이곳에서 지위가 높은 요한도 언니 편이니까 날 밖으로 내보내 줄 수 있는 거죠? 언니,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여자아이는 이렇게 살아있을 바에는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
온지유는 아이를 불렀다.아이는 걸음을 멈추더니 몇 초간의 침묵 후 다시 걸음을 옮겼다.그러자 온지유는 빠르게 다가가 아이의 앞을 가로막았다.“여기서 그렇게 고생하면서 살았는데 정말로 다른 생각한 적 없었어?”그녀는 아이의 손목을 힘 있게 잡았다.‘생각?'‘어떻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까?'아이는 노예였다. 법로의 부하들은 하나같이 덩치가 크고 험악하게 생겼을 뿐 아니라 무기도 들고 있었다. 설령 다른 생각을 한 적 있다고 해도 아이에겐 힘이 없었다. 더구나 다른 노예들이 아이와 같은 생각을 하리란 보장도 없었다.여하간에 이곳에서 받은 고통은 끝이 없었고 해탈의 지경에 오른 일부 사람들은 현실을 받아들였다.“전 그냥 살고 싶을 뿐이에요. 만약 사는 것도 할 수 없다면 차라리 고통 없이 빨리 죽는 게 나아요.”아이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온지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아이는 고작 10살이 조금 넘었다. 하지만 짓고 있는 미소에선 씁쓸함이 느껴졌고 눈빛은 공허했다. 꼭 이미 이 세계에서 80년은 산 사람 같았다.그녀는 아이의 어깨를 토닥였다.“이러나저러나 죽음이라면 우리 함께 노력해 보자. 죽어도 가치 있게 죽는 게 낫잖아. 나한테 계획이 있어.”아이는 견고한 온지유의 눈빛에 결국 마음을 바꾸었다....율은 화가 난 채 집으로 돌아왔다.그녀의 머릿속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 온지유를 죽이는 것.온지유를 찾아갔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신무열도 왔다. 온지유와 다툼을 벌이자 신무열은 상황을 묻지도 않고 바로 온지유의 편을 들어주었다.그녀가 손을 대려고 했다면 신무열은 바로 그녀를 말릴 것이다.율은 노석명을 찾아갔다.그러나 노석명 쪽 부하가 그녀를 입구에서부터 막아섰다.“아가씨, 장로님께서 아무도 만나지 않을 거라고 하셨습니다.”율은 당황했다.신무열은 그렇다 쳐도 노석명까지 그녀를 만나려 하지 않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내가 누군지 알면서 지금 날 막는 거야? 장로님은 대체 뭐하기에 날 만나려 하지 않는 건데
노석명이 손을 휘젓자 누군가 바로 코브라를 커다란 유리 용기 안에 넣었다. 코브라는 인명진의 몸을 타고 올라가더니 목을 꽉 물었다.인명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통을 참을 뿐 소리를 내지 않았다.예전에 당한 것이 비하면 이런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노석명이 그를 이 안에 가두었다는 것 또한 그가 쓸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렇다면 절대 노석명은 그를 죽일 리가 없었다.인명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꼬았다.“이럴 거면 차리라 날 죽여. 아니면 살아 있는 송장으로 만들어.”숨이 붙어 있는 한 인명진은 어떻게든 기회를 노려 역습할 생각이었으니까.노석명은 인명진보다 더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인명진, 넌 내가 너한테 그런 기회를 줄 것 같나? 아니지, 법로가 자랑스럽게 여기던 작품이 다시 돌아온 걸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한 사람이 자기가 만든 작품을 본다면 아주 기뻐할 것이다. 그것도 전보다 더 미치게 좋아할 것이다.하지만 이런 협박은 인명진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그는 이미 최악의 결말까지 생각하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물론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품고 있었다.그런데 돌아가던 도중에 노석명에게 잡힐 줄은 몰랐다.“그럼 왜 날 법로한테 데려가지 않았지? 노석명,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는 네가 더 잘 알겠지!”인명진의 안색은 창백하기 그지없었고 검은색을 띠고 있는 입술은 유난히도 눈에 띄었다.그러다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다.노석명은 기세등등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그는 오랫동안 이 방에만 있었고 밖을 나간 적 없었다. 그러다가 문 앞에 서 있는 율을 발견하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여긴 어쩐 일이지?”전에 이미 율에게 말했었다. 그가 율을 찾아가기 전까지 오지 말라고. 그런데 율은 그의 말을 귓등으로 듣고 또 찾아왔다.“부탁이 있어요.”율은 솔직하게 말하며 노석명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노석명은 차가운 얼굴로 율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른 방으로 갔다.다른 방으로 들어온 뒤 노석명은 결국 참지 못하고 화를
“온지유가 이미 이곳에 있다고요.”율은 손톱을 뜯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시도해야 한다.온지유가 죽지 않으면 그들이 하는 일에 방해가 될 뿐이다.노석명은 차갑게 율을 훑어보았다.“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하지. 굳이 계속 똑같은 말을 하면서 일깨워 줄 필요 없어. 돌아가. 가서 네가 할 일을 해.”“네.”율은 고개를 숙인 채 노석명이 하라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한편 여이현 쪽.그는 상세한 계획을 짰다.여이현은 먼저 공격을 발동할 수 없었다. 비록 지난번은 얼렁뚱땅 넘어갔지만 이번은 온지유를 홀로 Y 국 내부에 남겨둘 수 없었다.인명진에게 문자도 보내 보았지만 인명진은 여전히 답장하지 않았다.이내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기계적인 목소리만 들려왔다.“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후...”이런 상황에서 인명진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도 이상했다.여이현은 바로 성재민에게 지시를 내렸다.“이 번호 위치 추적해.”인명진은 온지유가 Y 국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지금 마치 뜨거운 가마솥 위에 있는 개미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있다.얼마 지나지 않아 성재민은 인명진의 위치를 추적해왔다.“대장님, 인명진 씨는 지금 Y 국 내부에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위치를 추적할 수 있었던 것도 인명진이 GPS 기능을 켜두었기 때문이다.여이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인명진이 신무열과 만난다면 어쩌면 온지유를 풀어줄 수 있을지도 몰랐으니 말이다.그는 어떻게든 신무열과 연락을 해볼 생각이다.그러나... 신무열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하는 수 없이 직접 찾아갈 수밖에 없다.이 일로 이미 법로의 심기까지 건드리게 되었다.법로는 신무열을 불렀다.“신무열, 그게 무슨 의미지? 스스로 나락으로 빠지겠다는 거냐?”법로는 Y 국의 미래를 신무열에게 맡길 생각이었지만 신무열은 딱히 관심이 없어 보였다. 허구한 날 밖으로 나가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쳤다.돌아왔으면서도 심지어 다른 사람
법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온지유를 위해 지금 여기서 반란이라도 일으켜 나랑 맞설 생각이냐?”“전 그동안 간섭한 적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제 사람과 제가 하는 일에도 간섭하지 마세요. 그렇게 한가로우시면 충심을 바친 부하나 찾아가 보시는 게 어떠세요.”충심을 바친 사람은 노석명과 하 장로였다.신무열이 자리를 뜨려고 하자 법로가 언성을 높였다.“그럼 여이현이 널 찾고 있다는 건 알고 있느냐? 화국의 이름으로 말이다.”신무열은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이현이 온지유를 위해 이렇게까지 할 것이라곤 전혀 상상도 못 했다.대답이 없는 신무열의 모습에 법로가 말했다.“난 화국과 전쟁을 벌이고 싶지 않다.”화국과 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죽음의 길에 스스로 발을 들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화국은 100년 전의 화국과 많이 달랐다. 이것이 화국의 병사들이 평화를 유지하면서 다치지 않은 이유기도 했다.그리고 현재 많은 국가들이 화국을 아주 존경하고 있었다.신무열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전쟁을 좋아하시는 게 아니었어요? 권력을 손에 쥐는 걸 아주 좋아하시잖아요. 아니에요?”비꼬는 신무열에 법로는 아주 낮게 깔린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그렇다고 해도 난 강대국과 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단다.”나라가 강대할수록 쉽게 건들 수 없었다.신무열은 여전히 비꼬았다.“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하다니. 지금 Y 국이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요. 전부 다 그쪽과 노석명 때문이잖아요. 아닌가요?”이 말을 끝으로 신무열은 더는 법로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몸을 돌려 가버렸다.법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Y 국은 현재 아주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권력은 이들에게 있었을 뿐 아니라 약육강식의 세계였던지라 바뀌는 건 크게 없었다.다만 노석명을 찾아가 대화를 나눠볼 때가 되었다.법로를 뒤로한 채 신무열은 아주 구석지고 조용한 곳으로 왔다.어두운 곳에서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머문 그는 여이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여이현
그렇다면 일단 신무열에게 다가가야 한다.하지만 온지유는 오늘 율은 물론이고 신무열과 요한도 본 적 없었다.그녀가 사람을 불러서 신무열을 불러 달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신무열이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신무열은 꼭 독심술을 하는 것 같았다.그녀를 보자마자 신무열은 살풋 웃으며 물었다.“보아하니 날 찾고 있었던 것 같은데 맞아요?”“네.”온지유는 부정하지 않았다.심지어 그녀는 신무열에게 두 걸음 다가가 솔직하게 말했다.“생각 정리가 끝났거든요. 전 지금 여이현에게 연락하고 싶어요.”온지유는 결심을 내린 단호한 눈빛으로 신무열을 보았다. 신무열의 시선에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여이현 씨한테는 내가 이미 연락했어요. 인명진이 이미 Y 국으로 왔다고 하더군요.”“!”인명진이 이미 Y 국에 왔다는 것은 여이현과 인명진이 그간 연락을 이어오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그는 정말로 그녀를 위해 여이현과 연락을 이어오고 있었던 것일까? 온지유는 마음이 무거워졌다.만약 정말로 그런 것이라면 인명진 마음속에 그녀는 얼마만큼 자리를 잡은 것일까.그녀에게 잘해주는 것 또한 그녀가 진짜 율이라서 그런 것은 아닐까.그렇게 생각한 온지유는 호흡이 빨라지고 심장도 빠르게 뛰었다.인명진이 그녀에게 선물도 주고 잘해주었지만 하필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율, 그럼 지금 존재하는 율은 누구지?'온지유는 순간 무언가 떠올라 고개를 들어 신무열을 빤히 보았다.“무열 씨, 율 씨는 누가 찾아온 거예요?”“노석명이요.”신무열은 숨김없이 말했다.온지유는 노석명의 이름을 곱씹었다. 순간 깨달았다.‘노석명은 노승아와 연관이 있지 않았었나?'신무열은 온지유의 바로 앞에 서서 온지유의 표정과 반응을 전부 살펴보고 있었다.“노석명과 노승아는 부녀 사이에요. 그래서 전 저와 무열 씨 유전자 검사 결과서는 가짜라고 생각해요.”유전자 검사는 총 세 곳의 병원에서 진행되었다. 하지만 신무열의 직감은 여전히 반전이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신무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 초 뒤 그는 핸드폰 하나를 온지유에게 건넸다.“비밀번호는 없어요.”말을 마친 뒤 신무열은 자리를 떴다.핸드폰을 들고 있는 온지유는 이 핸드폰이 커다란 바위를 든 것처럼 무겁게 느껴졌다.지금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지만 여이현에게 연락할 수 있게 되어 그녀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여이현의 전화번호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빠르게 핸드폰 너머로 여이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인명진 씨를 찾은 건가요?”여이현은 신무열이 연락한 줄 알았다.그러나 핸드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온지유의 목소리였다.“인명진 씨한테 연락했었어?”비록 아주 의아했지만 속으로는 아주 기뻐하고 있었다. 온지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목소리엔 힘이 있었다. 어딘가 다치거나 고문당하지 않은 것 같았다.그럼에도 여이현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온지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한테 계획이 있어. 어떤 것은 속에서 밖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어.”그녀는 말하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신무열은 그녀의 시야에 없었다. 여이현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지유야, 충동적으로 움직이면 안 돼. 이건 네가 할 일이 아니야. Y 국 쪽은... 내가 이미 나라에 신청했어.”온지유는 여이현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화국의 군인들은 Y 국과 다른 나라의 군인들과 달랐다. 화국의 군인은 조직적으로 엄격한 규율을 지키며 움직였고 무슨 일을 하든 전부 보고를 올렸다.“이현 씨, 난 이현 씨를 이해할 수 있어. 날 바로 구하러 오지 않아도 난 이해해. 난 그냥 뭐라도 좀 하고 싶었어.”온지유는 핸드폰을 꽉 잡으며 숨을 들이쉬었다.그녀는 여이현이 바로 달려와 자신을 구해주지 않아 원망한 적이 없었다. 그저 여이현의 안전만 걱정하고 있었다.여이현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뭘 할 필요는 없어. 인명진 씨가 지금 Y 국에 있어. 무슨 계획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유 너는 걱정할 필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