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수는 유진우에게 맞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엄홍수는 고귀한 신분이었다. 누구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이 자식 미친 건가? 어떻게 감히?’“멈춰요! 당장 멈춰요!”심연수가 급히 유진우를 제지했다. 하지만 엄홍수는 이미 피떡이 되어있었다.“유진우 씨, 큰 사고 쳤어요!”심연수는 한숨을 쉬고는 급히 엄홍수를 부축해 약을 먹이고 혈자리를 누르며 그를 깨우려 했다.엄홍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유진우뿐만 아니라 벽하파 전체가 엄건호의 미친 듯한 보복을 받게 될 것이다.“애초에 당신과 같이 앉지 말았어야 했어, 우리도 당하게 생겼잖아!”심호중은 화가 나기도 했고, 당황스럽기도 했다.‘젠장! 왜 이런 미친놈을 만났지? 엄홍수의 지위는 신경 쓰지도 않고, 구정파의 힘도 무시하고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정말 미쳤어!’“유진우 씨! 곧 보복당할 거예요. 어서 도망치세요, 어서요!”한예슬은 긴장한 표정으로 유진우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었다. 하지만 유진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누가 내 아들을 때렸어?”이때 문밖에서 호통 소리가 들렸다. 이어 풍채 있는 중년 남자가 무사 한 무리를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걸어들어왔다. 바로 구정파 장문, 무주 최고의 무사 엄건호였다.“망했다! 엄 장문님이 오셨어!”“엄 장문님이 화내시면 무주에서 아무도 대적할 사람이 없을 거야!”“흥! 도련님을 때리다니, 이제 어떡하나 보자!”엄건호의 출현에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구경꾼들은 불똥이 튈세라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고소하다는 눈빛, 곧 죽을 사람을 보는 눈빛으로 유진우를 쳐다보았다.“망했다! 이제 도망치지도 못해...”한예슬이 절망했다. 유진우를 위해 마지막 기회를 만들어주려 했지만 이제 늦었다.“어휴... 할 수 있는 게 없네.”심연수가 동정 어린 눈빛으로 한숨을 쉬었다. 엄건호가 직접 온 이상 유진우는 이제 죽은 목숨이었다.“불행을 몰고 오는구먼!”심호중이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유진우가 죽는 건 그렇다
“일이 복잡하게 됐네.”차가운 표정의 유진우를 본 엄건호의 등에 식은땀이 돋았다.‘운이 지지리도 없지, 유진우를 마주치다니. 오늘 맞아 죽진 않겠지?’“아빠, 뭐 해요? 빨리 때려요! 때려죽여요! 달걀로 바위를 쳤다는 걸 보여줘요!”“닥쳐!”엄건호는 호통을 치고는 엄홍수의 뺨을 내리쳤다.짝!얼마 남지도 않은 치아가 튕겨 나오고, 안 그래도 부어있던 얼굴은 더욱 못 볼 꼴이 되었다.“아빠? 절... 절 왜 때려요?”엄홍수가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어릴 적부터 그는 어화둥둥 자라왔다. 꾸중 한 번 하지 않던 아빠였는데, 오늘은 모든 사람 앞에서 그의 뺨을 때렸다.‘웬일이지? 미쳤나?’“왜 때리면 안 되는데? 네가 맞을 짓을 한 거잖아. 내 지위를 턱 대고 밖에서 함부로 싸다니며 내 명성을 망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오늘 한 번 제대로 교육해야겠다!”엄건호는 욕을 내뱉으며 다시 주먹을 휘둘러 엄홍수를 땅에 때려눕혔다. 그러고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이젠 발길질까지 하기 시작했다. 원수지간이기라도 한 듯 엄건호의 행동에는 자비가 없었다. 엄홍수가 연신 비명을 질렀다.“응?”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경악했다. 그들의 생각대로라면 엄건호는 엄홍수의 편에 서 유진우를 벌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자기 아들을 때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이렇게나 세게.“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무슨 일이지? 약을 잘못 먹었나?”“글쎄? 아들 사랑으로 소문나신 분인데, 오늘은 웬일이지?”“너무 잔인해! 이건 훈육이 아니라 화풀이잖아!”“...”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며 속닥거렸다. 놀라움, 경악, 약간의 연민이 들어있는 대화였다.유진우에게 그렇게 맞은 것도 모자라 이젠 자기 아빠에게까지 맞다니, 너무 처참했다.이상한 점은, 엄건호는 평소 아들 사랑으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누구라도 그의 아들을 건드리면 손발을 자르는 건 기본이고 당장 죽여버리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아들을 호되게 혼내고 있었다.
심연수 일행은 어쩔 바를 몰랐다. 그 천하의 엄건호가 직접 그들에게 사과를 했으니 말이다.“아들 교육 똑바로 해요, 그러지 않았다가 큰 사고라도 치면 그땐 후회해도 소용없어요.”유진우가 차갑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몇백 쌍의 눈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유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X발! 이 자식 미쳤나? 감히 엄건호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죽는 게 무섭지 않은 건가?’“죽고 싶은 거예요? 그만 말해요!”심호중이 깜짝 놀라 말했다. 엄홍수를 그렇게 때려놓고 아무 일 없는 것도 이미 하늘이 도운 일인데, 그런 줄도 모르고 이제 엄건호를 지적하다니.“어서 엄 장문님한테 사과해요!”옆에 선 심연수가 유진우에게 눈치를 주었다. 유진우의 행동에 그녀도 머리가 지끈거렸다.모든 사람들이 마음 졸이고 있던 그때, 엄건호가 옅게 웃더니 대답했다.“옳으신 말씀입니다. 제가 잘 교육해서 절대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또다시 놀랐다. 일은 계속해서 그들의 생각을 비껴갔다. 엄건호가 언제부터 이렇게 친절했던가? 지적당하고도 웃으며 받아들이다니, 정말 이상했다.“네, 그게 좋겠네요.”유진우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식사 중에 죄송합니다. 그럼.”엄건호는 다시 한번 사과하고는 무사들을 이끌고 도망치듯 식당을 빠져나갔다.“다행이다! 이제 안전해요!”한예슬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웬일이지? 장문님 좀 이상하지 않아?”심호중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엄건호는 확실히 평소와 달랐다.“먼저 잘못하기도 했고, 보는 눈도 많으니 그런 거겠죠.”심연수는 머리를 짜내 그럴듯한 설명을 덧붙였다.“어찌 됐든 아무 일 없으니 됐어요.”한예슬이 활짝 웃었다. 심호중은 팔짱을 끼고 차가운 눈길로 유진우를 쳐다보며 말했다.“흥! 장문님 마음이 넓으시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몰라! 어이! 경고하는데 앞으로는 함부로 하지 마요. 당신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우리까지 끌어들이지 말란 말이에요!”“맞아
다음 날 새벽.유진우 일행은 아침 일찍 일어나 블랙 숲으로 향했다. 길이 험해 차가 다닐 수 없기에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어제부터 많은 사람들이 블랙 숲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숲이 너무도 큰 탓에 들어간 사람들은 보물을 찾기는커녕 모두 길을 잃어 우왕좌왕했다.반 시간 뒤 유진우 일행은 블랙 숲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 들어가는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보였다.“무덤 위치 정확히 알아요?”유진우가 갑자기 물었다. 심연수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그건 아직 몰라요. 지금 블랙 숲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다들 운에 맡기는 거예요. 운 좋은 사람이 보물을 찾는 거죠.”바다에서 바늘 찾기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들은 무주 사람들이라 블랙 숲에 대해 잘 알기에 많은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유진우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이렇게나 큰데, 그냥 찾는다면 언제 찾을지 몰라요.”“다른 방법이 있는 거예요?”심연수가 물었다.“솔직하게 말할게요. 인여궁에 아는 사람이 있어요. 절 믿으신다면 제가 앞장설게요.”“정말요? 너무 잘됐어요!”심연수가 활짝 웃었다. 유진우가 이런 쓸모가 있을 줄은 몰랐다.심호중이 반신반의하며 물었다.“허풍 떠는 거 아니죠?”“믿기 싫으면 믿지 마요.”유진우는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듯 앞장섰다.인여궁 사람들은 한 시간 전 블랙 숲에 들어섰다. 홍청하가 길에 표식을 해뒀다 했으니, 그대로 가면 무덤을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갑시다.”심연수가 앞으로 가자는 제스처를 취하며 사람들을 이끌었다.“건방지기는, 블랙 숲에 왔으면 결국 내가 보호해 줘야 하잖아?”심호중은 그런 유진우를 보며 불만스러운 듯 땅에 침을 퉤 뱉었다. 이 팀의 리더는 심호중이었고, 지휘해야 할 사람도 그였다. 그런데 외지인 주제에 그 자리를 뺏는다니? ‘건방지게!’블랙 숲에 들어서자 주위가 어두워지며 온도가 급격히 내려갔다. 숲이 온통 안개로 가득했다. 게다가 어둡기까지 해 시야가 급격히 좁아졌다.유진우는 팀의 맨
그러고는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다들 뒤처지지 말고 바짝 따라붙어.”심연수는 한 마디 소리 지르고는 바로 따라붙었다. 유진우가 혹시라도 눈이 돌아 적의 함정에 빠질까 걱정되었다.사람들이 10분 정도 질주한 끝에 드디어 광활한 지대가 나타났다. 축구장 크기만 한 공터였는데 잔디 같은 생명체라곤 없이 전부 흙과 돌뿐이었다. 그리고 맨 가운데는 묘의 깊은 구멍이 있었다.칠흑같이 어두운 구멍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 시각 구멍 주변에는 이미 막강한 실력의 무사들이 가득했다. 무사들은 혹시라도 다른 이가 다가올까 주변을 경계하며 구멍을 지켰다.“설마 저게 바로 고영은의 묘야?”나무 뒤에 숨어서 칠흑같이 어두운 구멍을 보고 있던 심호중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적어도 이곳에 보름 정도 있어야만 보물이 있는 장소를 찾을 줄 알았는데 반나절 만에 찾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역시 하늘도 그의 편인 모양이다.“상황을 보니까 저기인 것 같아. 그런데 금강파 제자들이 먼저 선수 쳤어.”미간을 찌푸린 심연수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금강파는 담주의 최고 파벌이다. 비록 구정파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만약 제대로 붙는다면 그들에게 좋을 게 없었다.“선배, 저 사람들 인여궁 제자 두 명을 잡아갔어요. 아무래도 나올 때까지 기다릴 건가 봐요.”한예슬이 바로 이상한 점을 캐치했다.금강파 제자들이 전부 묘의 구멍을 지키고 있고 게다가 인질까지 잡고 있었다. 인여궁 사람들이 나온다면 무조건 공격할 게 뻔했다.“이미 사부님께 연락했으니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보면서 지원 기다리자.”심연수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지금 그들의 힘으로는 절대 금강파를 상대할 수 없었고 사부가 직접 나서야만 했다.“그때까지 못 기다릴 것 같아요.”유진우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주변에 얼마나 많은 세력이 몰렸나 봐봐요.”“네?”심연수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니나 다를
슉!옹동철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그들에게 쏠렸다. 하나같이 눈빛이 살벌했고 먹잇감을 노리듯 호시탐탐 노렸다. 현장에 본투비 레벨 고수가 수두룩하여 반경 100m 안의 인기척은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들켰어요!”한예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선배들, 인제 어떡해요?”“뭘 그렇게 당황해? 내가 있는 한 아무 일 없을 거야. 나 따라와!”심호중은 옷에 묻은 흙을 툭툭 털면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걸어갔다.상대 세력에 고수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벽하파도 절대 만만하지 않았다. 일대일로 싸운다면 이길 자신이 있었다.“가자, 가서 저들을 만나자.”심연수는 손을 흔들며 한 무리 후배들을 이끌고 모습을 드러냈다. 숲속에 숨어서 가만히 지켜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나 빨리 들킬 줄은 생각지 못했다.“다 모인 것 같은데 인제 어떻게 처리할까?”옹동철이 검을 어깨에 메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일단 다 같이 손을 잡는 게 어때? 보물을 찾은 다음에 공평하게 나눠 가지는 거야. 그럼 서로에게도 다 좋잖아.”심호중이 갑자기 제안을 건넸다. 사실 그는 딱히 욕심이 없었다. 보물을 조금만 손에 넣어도 만족할 수 있었다.“기우 씨, 어떻게 생각해요?”금강파 큰 제자 진용이 물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설기우가 가장 두려운 상대였다.“나눠 가지는 건 괜찮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요.”설기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섬뜩하게 말했다.“한 사람만 더 적으면 좋을 텐데.”“한 사람요? 그게 누구죠?”옹동철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넷이서 나누는 것보다 셋이 나누면 더 많이 나눠가질 수 있었다.“천학문, 금강파, 벽하파는 명문 파벌이지만 사해파만 도적 집단이야. 그럼 누굴 없애는 게 좋을까?”설기우가 웃을 듯 말 듯 했다.그의 말에 세 제자의 시선이 전부 옹동철에게 쏠렸고 하나같이 살벌했다.“네?”옹동철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기우 씨, 무사라면 다 몫이 있어요.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너같이 극악무도한 도적이 우리와 한 팀이 될 자격이 있다고
약한 자를 괴롭히는 건 심호중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설기우, 이 X발 놈아!”옹동철이 분노를 터뜨렸다. 하지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설기우의 검에 가슴을 찔려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단 몇 분 사이에 사해파 제자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 다 처리해버렸다.“도적놈 주제에 감히 우리에게 덤벼? 제 주제도 모르는 놈!”설기우가 장검을 휙 휘두르자 시뻘건 피가 사방에 튀었다.“저기요! 방금 벽하파는 왜 꿈쩍도 안 했어요?”진용이 고개를 돌려 보니 심호중 일행이 요지부동으로 서 있었다. 몸에 피 한 방울 묻지 않고 깨끗한 걸 보면 방금 싸우지 않은 게 분명했다.“사해파 하나 처리하는데 금강파와 천학문이 나서도 충분하잖아요. 굳이 나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심호중이 덤덤하게 말했다. 별다른 뜻은 없는 말이었지만 금강파와 천학문이 듣기에는 점잔을 빼는 것 같았다.“우리가 사람을 죽이는 걸 보면서도 가만히 있었다고요? 벽하파는 어부지리로 보물을 얻겠다는 건가요?”진용의 태도가 별로 좋지 않았다.“오해입니다. 절대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심연수가 바로 설명했다.“방금 너무 빨리 끝났어요. 우리가 반응하기도 전에 사해파를 싹 다 처리했더라고요.”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에 심연수는 불안하기만 했다.“흥!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요?”진용이 호시탐탐 노려보았다.“진용 씨, 아무래도 벽하파가 우리와 같은 마음이 아닌 것 같아요. 손잡고 벽하파부터 해결하고 우리끼리 나눠 갖는 건 어때요?”설기우가 갑자기 제안했다.“하하... 나도 마침 그 생각이에요.”진용이 씩 웃었다. 셋이서 나누는 것보다 둘이 나누는 게 더 좋은 건 사실이었다.“경고하는데 함부로 하지 마!”두 사람이 손을 잡자 심호중은 바로 칼을 뽑아 들고 더는 예를 갖추지 않았다.“우리 벽하파는 사해파처럼 너희들이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싸우기 시작하면 쌍방 다 죽어!”“다 죽는다고? 흥! 웃기고 있네.”진용이 싸늘하게 웃었다.“나와 기우 씨가 손을
쿵!바닥에 떨어진 진용의 머리를 본 순간 사람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 설기우가 이토록 잔인한 사람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조금 전까지 실실 웃으며 전우라고 하더니 돌아서자마자 머리를 잘라버렸다. 정말 극악무도하기 짝이 없었다.“선배!”놀라움도 잠시 금강파 제자들이 노발대발했다. 그런데 그들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진작 준비를 마친 천학문 제자들이 학살을 벌이기 시작했다.처참한 비명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금강파 제자 대부분이 바닥에 쓰러졌다. 나머지 제자들도 설기우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뭐야?”잔인하기 그지없는 천학문 제자들을 보며 벽하파도 바로 경계하기 시작했다. 저마다 칼을 뽑아 들고 공격할 준비를 마쳤다.“설기우, 너 이렇게 비겁한 놈일 줄은 몰랐어. 감히 기습을 해?”심호중은 눈살을 찌푸리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천학문은 그래도 명문 파벌인데 이런 비겁한 수단을 쓰다니, 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었다.“허허... 이기면 충신이고 지면 역적이랬어. 마지막에 웃을 수만 있다면 수단이 비겁한들 뭐 어때?”설기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은 수치스러운 게 아니라 영광스럽다고 여겼다.세간은 원래 약육강식인 곳이다. 보물을 위해서 사람 좀 죽이는 게 뭐가 대수라고.“이기면 충신이고 지면 역적이다? 흥, 네가 이긴 것 같아? 나도 여기 있어!”심호중이 무섭게 호통쳤다.“너?”설기우의 얼굴에 하찮음이 가득했다.“네까짓 게 뭔데? 이류 파벌 제자가 무슨 배짱으로 내 앞에서 큰소리쳐?”“무엄하다!”“감히 우리 선배님을 무시해? 죽고 싶어?”그의 말에 벽하파 제자들이 펄쩍 뛰었다. 천학문이 강하긴 했지만 그들도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그리고 큰 선배까지 있어 아예 이길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설기우, 적당히 나대. 재간 있으면 나와 일대일로 붙어보든가. 내가 제대로 보여줄게.”심호중이 사납게 몰아붙였다.“일대일? 좋아, 네 재주가 어떤지 한번 봐야겠어.”설기우는 경멸 섞인 표정으로 손가
삼 분 후, 모든 호룡각의 킬러들은 이미 피를 뿌린 채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온몸이 피로 물든 유진우는 흔들리며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의 몸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고 내면의 강력한 진기 역시 모두 사라지면서 그는 이제 거의 죽음에 가까웠다. 눈앞의 풍경은 점점 흐릿해지고 심장박동은 거의 멈춰 있었다. “이렇게 많은 위험을 겪고도 결국엔 내가 내 사람의 손에 죽다니, 정말 웃기네.” 유진우는 차가운 웃음을 짓고 가슴에 박힌 칼을 내려다보며 두 손으로 칼을 움켜잡고 힘껏 뽑았다. 순간,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죽을 때 칼이 몸에 꽂혀 있는 건 보기 싫었다. 칼을 빼자 유진우는 머리가 어지러워지며 결국 ‘쿵!’하고 땅에 쓰러졌다. 이내 의식이 완전히 끊어졌다. 유진우가 쓰러질 때 그의 몸에 항상 지니고 있던 부적이 갑자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 빛은 금빛으로 변하며 유진우의 이마에 흡수되더니 사라졌다. 영혼 부적이 그의 몸속으로 들어가면서 그 안의 강력한 에너지가 유진우의 사지와 백골을 휘감으며 퍼졌다. 이전에 사철수가 뿌린 이상한 독은 이 에너지에 접촉하자마자 급속히 분해되었고 더 이상 저항할 힘이 없었다. 유진우의 내부 상처와 방금 뚫린 치명적인 칼자국도 이 에너지를 받고 조금씩 회복되었다. 그 에너지 안에는 생명의 기운이 넘쳐흘러 원래 생명을 잃었던 유진우를 천천히 죽음의 문턱에서부터 끌어당기고 있었다. 이 시각, 수십 리 떨어진 어느 비밀 저택에서 명상 중이던 이청성은 갑자기 몸이 움찔하더니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 그녀의 완벽한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호신 부적이 손상된 건가?” 이청성은 이마를 찡그리며 손가락으로 수를 놓으며 계산을 했고 그 결과를 확인하고 얼굴이 크게 변했다. “큰일 났다!” 생각할 틈도 없이 이청성은 곧바로 마법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는 몸을 한 줄기의 빛으로 바뀌더니 황급히 어딘가로 향했다. 이 시각, 호룡각의 비밀 기지 안에서는 가면을 쓴 한 남자가 금색 의
이제 유진우가 할 수 있는 건 함께 죽는 것뿐이었다. “응?” 유진우의 빠른 철권을 맞닥뜨린 사철수는 눈이 커지며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막았다. “펑!”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철수의 두 팔이 그대로 부러졌고 그의 몸은 마치 자루처럼 10미터 정도 날아가다가 땅에 떨어졌고 입에서는 피가 터져 나왔다. “배신자!” 유진우는 눈을 부릅뜨고 분노를 터뜨리며 계속 공격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사철수는 상황이 급박해지자 두 손으로 인을 그렸고 발을 힘껏 구르자 갑자기 그의 몸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한 무더기의 옷만 남았다. 이건 분명히 기문둔술이었다. “와!” 사철수가 도망친 뒤 유진우는 거칠게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그는 흔들리며 쓰러질 듯한 몸을 지탱했다. 전 상처가 아물지 않았고 몸은 독에 중독되었으며 가슴을 관통한 그 칼이 여전히 그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었다. 이제 유진우는 죽음 직전까지 다가갔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전하!” 손도운은 절망하며 소리를 질렀지만 중상을 입은 상태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진우 형님!” 왕현 역시 비틀거리며 일어설 수 없었다. 세 사람의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고 게다가 호룡각의 킬러들이 여전히 주변에 많았다. “왕현 씨! 손도운을 데리고 먼저 가요!” 유진우는 부서진 몸을 힘겹게 지탱하며 어떻게든 쓰러지지 않으려고 했다. 칼이 몸에서 뽑지 않는 한 대략 한 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진우 형님! 그럼 형님은요?” 왕현은 당황스러워하며 물었다. 세 사람 중 유진우의 부상이 가장 심각했다. “걱정하지 마요. 저는 수련이 깊으니 죽지 않아요.” 유진우는 겨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만 떠들고 손도운 데리고 가요!” 왕현은 계속 말하려 했지만 유진우의 호통에 말을 잇지 못하고 결국 손도운을 부축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호룡각의 킬러들은 두 사람을 쫓지 않고 오히려 유진우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표는 분명했다. 다른 두 명
유진우는 혼란스러웠다. 갑자기 자신을 습격한 사철수를 보며 순간적으로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그는 내통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의심해 왔다. 왕현, 유공권 등도 그중 하나였지만 유독 사철수만은 의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철수는 그동안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었고 왕부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 그래서 그는 사철수에 대해 항상 죄책감을 느껴왔고 그랬기에 아까 전심을 다해 치료해 주었던 것이다. 자신이 독에 걸리고 상처를 입어도 사철수를 구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하지만 그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왕부의 결사대원이었고 마치 가족처럼 여기던 사철수가 뒤에서 칼을 꽂을 줄은... ‘도대체 왜? 왜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아저씨? 뭐 하시는 거예요?” 유진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장혁아, 미안하다. 이렇게 해야만 했어.” 사철수의 얼굴은 복잡해 보였고 그 눈빛에는 죄책감이 섞여 있었다. “예전에 내가 말했지. 그때의 진실을 조사하지 말라고. 그런 건 죽음을 부를 위험이 크다고. 그런데 왜? 왜 너는 그걸 듣지 않았니? 너는 잘 살 수 있었는데 왜 이렇게 스스로 죽으려 드는 거야?” “당신... 도대체 누구야?” 유진우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나 사철수는 서경 중군 부장이지만 그전에 내 진짜 신분은 호룡각의 밀사였다.” 사철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호룡각의 밀사?” 유진우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사철수가 호룡각에서 보낸 첩자라는 사실을. ‘그렇다면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들이 그를 습격한 것은 사철수가 미리 정보로 전달했기 때문일까? 그리고 그때 터졌던 검은 독기 역시 사철수의 짓이라고?’ 사철수는 일부러 자신을 독에 중독시켜 유진우에게 독을 풀게 하면서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가 공격할 기회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얽힌 계략은 그를 완벽하게 속여왔고 지금까지 아무런 의심 없이 믿고 있던 것들이 전부 거
두 손이 맞붙으며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유진우는 몸을 한 번만 움찔했을 뿐인데 모든 힘을 가볍게 막아냈다. 반면,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유진우의 한 손에 의해 수십 미터나 날아가며 땅에 떨어졌고 코와 입에서 피를 토하며 온몸의 경락이 반쯤 부서져버렸다. “너... 너 어떻게 이렇게 강한 거지?”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가슴을 움켜잡았고 얼굴에는 놀람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유진우는 분명 독에 중독되었고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런데 어떻게 단순한 한 방으로 나를 이렇게 쉽게 물리친 거지? 우리의 실력 차이가 이렇게 컸던 건가?’ “내가 기습당하기 전에 내 실력을 조사하지 않았나?” 유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입가에는 검은 피가 묻어 있었다. 사철수 몸속의 독은 이미 모두 빠져나갔고 목숨에 지장은 없었다. 유진우 자신은 부상을 입고 독에 중독되었지만 깊은 수련 덕분에 당장 쓰러지지는 않았다. “넌 아무리 강해도 결국 그냥 무도 마스터에 불과하다. 우리는 충분히 널 죽일 수 있어!”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큰 소리로 외쳤다. 호룡각이 파괴된 날, 그곳의 고위 인물들은 대부분 죽임을 당했다. 남은 사람들은 각자 흩어져 싸웠고 사실상 더 이상 조직을 구성할 수 없었다.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는 잘 모르지만 서경 왕부의 음모였고 유진우가 그 모든 일의 주범이라고 알고 있었다. 오늘 그는 유진우가 서경 왕부의 밀사를 만나러 온다는 비밀 정보를 받고 이곳으로 온 것이다. 복수를 꿈꿨지만 상대가 이토록 강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흥! 만약 내가 그저 평범한 무도 마스터였다면 아마 오래전에 죽었을 거야. 지금 살아있는 게 기적이지.” 유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대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건가?”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눈을 크게 뜨며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유진우가 겨우 20대 중반의 나이라면 이렇게 젊은 나이에 대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빠르고 정확하게 내리쳤다. 전신의 강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렸고 뒤에서 기습 공격을 한 탓에 방어할 틈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유진우가 여전히 사철수를 치료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주변 상황을 전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긴 칼을 내리칠 때 유진우는 재빨리 호신 진기를 발동시켜 몸에 방어막을 만들었다. “쾅!”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의 긴 칼이 유진우의 호신 진기를 강하게 가격했다. 그 충격으로 잔잔한 물결처럼 진기의 파장이 퍼져 나갔다. 엄청난 반동에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의 칼은 튕겨져 나가고 그는 몸이 휘청이며 뒤로 물러섰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방금 자신은 전력을 다해 칼을 내리쳤고 심지어 기습 공격이었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유진우는 죽지는 않아도 크게 다쳤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를 보면 전혀 흔들리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오히려 자신이 밀려서 뒤로 물러섰다. ‘이 어린놈이 나보다 더 강하다고?’ “윽!” 그때, 치료 중이던 유진우가 갑자기 검은 피를 토했다. 얼굴은 온통 새카맣게 변했다. 방금 전 독기는 너무 강력해서 유진우의 몸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막을 수 없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사철수를 치료하는 데 너무 많은 진기를 소모한 탓이었다. 그로 인해 독소를 억제할 수 없었고 그대로 오장육부에 침투해버린 것이다. 게다가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의 기습에 맞서려고 무리하게 방어를 했고 그로 인한 여러 가지 충격이 겹쳐 결국 피를 토하게 된 것이다. “하하하, 결국 너도 다 죽어가고 있구나!”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유진우가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며 웃음을 터뜨렸다. ‘엄청 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한 방에 바로 무너지네.’ “이번엔 너의 목숨을 가져가겠다!”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떨어진 칼을 다시 움켜잡고 유진우에게 달려들어 한 번 더 칼을 휘둘렀다. “전하!” 중상을 입
“난 너랑 시간 낭비할 생각 없어! 꺼져!”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가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는 더 이상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맹렬히 공격을 시작했다. 원래 서로 비슷한 수준이던 손도운은 금세 밀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실력은 결국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전에 손도운이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와 팽팽하게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의 뜨거운 혈기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제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가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손도운의 그 우세는 사라졌고 남은 건 오직 순수한 실력 차이였다. 이제 싸움은 더 이상 간단한 기술이나 혈기 싸움이 아니었다. 실력의 차이가 승패를 가를 수밖에 없었다. “죽어라! 죽어라!”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며 공격을 퍼부었다. 그 공격은 점점 더 강력해지고 격렬해졌다. 손도운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오직 방어할 뿐 반격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3분 내로 손도운은 완전히 패배할 것이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이 모습을 본 유진우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고 앞에 나서려는 순간 갑자기 경계심이 솟구쳤다. 아직 반응하기도 전에 ‘펑!’하는 소리와 함께 발아래에서 검은 안개가 퍼져 나갔다. 유진우는 본능적으로 호신 진기를 발동시켜 방어막을 형성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그 검은 안개는 마치 영혼처럼 유진우의 호신 진기를 뚫고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더욱 기이한 것은 이 안개가 눈, 귀, 입, 코, 그리고 피부의 모든 모공을 통해 침투해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이지?” 유진우는 깜짝 놀라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아무리 많은 것을 봐왔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호신 진기마저 막지 못하는 이런 괴이한 안개는 대체 뭐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유진우는 곧바로 기운을 모아 독을 빼내려 했다. 비록 이 검은 안개가 매우 이상하긴 했지만 그의 실력이라면 그것을 제거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장혁아! 괜찮아? 아무
손도운의 검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빨랐다.게다가 그의 검술은 극히 사납고 위압적이며 전형적인 군무 스타일로 꾸밈이 없고 불필요한 움직임이 없었다.그의 모든 움직임과 검법은 살인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깔끔하고 효과적이면서 매우 폭력적이었다.4대 호법의 진형이 신비롭기는 했지만, 손도운의 빠른 검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그들이 진형을 바꾸려고 할 때마다 손도운은 빈틈을 발견하고 빠른 검으로 돌파했다.한 차례의 교전 끝에 네 사람은 완전히 제압당해 반격할 여지가 없었다.“손 장군님이 이렇게 강한 무도 마스터인 줄 몰랐네요!” 사철수는 조금 놀랐다.“유만수의 근위병이자 밀정단까지 이끄는 자인데 당연히 평범할 리가 없죠.” 유진우는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손도운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는 예사롭지 않을 거라고 느꼈다.유만수로부터 중임을 받고 연경까지 먼 길을 왔다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손 장군님의 나이를 보아하니 겨우 30대에 불과한데 이런 성취를 거둘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위왕 님 곁에는 숨은 인재들이 많네요.”사철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끝났네요.”유진우가 불쑥 말했다.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도운의 공세가 거세졌다.거센 파도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칼날의 기세는 막을 수 없었다.초반부터 기세가 꺾인 4대 호법은 순간적으로 압박을 받아 열수를 버티기도 전에 손도운의 빠른 검에 처져 입과 코로 피를 뿜으며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졌다.“흥! 감히 전하를 해치려고 해? 그전에 내가 든 검이 동의하는지 물어봐!”손도운은 살기가 가득한 아우라를 뿜으며 위풍당당하게 말했다.그가 유진우를 마주했을 때 보여준 겸손함은 온데간데없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렸다.“고수를 만났네.”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손을 들어 계속 공격하려는 4대 호법을 제지했다.“이제 당신 차례야!”손도운은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고 칼끝을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의 얼굴을 향해 겨눴다.“흥! 네가 4명을 이겼다고 해서
그들은 어둠 속을 지니면서 자신을 희생하는 용사들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소중하고 중점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존재였다.“전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도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전하의 신분이 특수하여 모든 세력이 은밀히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밀정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쉽게 노출될 수 있었다.“손 장군님, 왕부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 텐데 지금 상황이 어떤지 말씀해 주세요.” 유진우가 다시 물었다.“전하, 지금 상황은...”손도운이 말을 꺼내기 무섭게 갑자기 아래층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그들은 눈길을 주고받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그들이 어떤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가면을 쓴 암살자 무리가 한꺼번에 달려들었다.암살자들은 날카로운 눈빛과 함께 강력한 아우라를 뿜어냈다.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선두에 선 한 사람은 붉은 옷을 입었고 그 옆에 있는 네 명은 흰옷을 입었고 나머지는 모두 검은색 옷을 입었다.“당신들 누구야?”왕현이 가장 먼저 검을 뽑아 유진우의 앞에 막아섰다.“전하, 먼저 가세요. 제가 뒤따라가겠습니다.”손도운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허리에 차고 있던 단검을 천천히 뽑았다.“유장혁! 네가 우리 호룡각을 무너뜨리고 각주를 죽였으니 오늘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해줄게!”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가 분노하며 소리쳤다.“고작 당신들 몇 명만으로 날 죽일 수 있겠어요?”유진우는 조용히 앉아서 차를 천천히 마시며 말했다.전혀 개의치 않는 무덤덤한 표정이었다.“이 오만한 놈아, 오늘 호룡각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 줄게!”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가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진 쳐! 저놈을 죽여라!”“예!”옆에 있던 흰옷의 암살자 네 명은 아무 말 없이 곧바로 검을 뽑아 들고 달려들었다.네 사람의 속도가 매우 빨랐고 움직임이 신비로웠으며 그들이 피하고 이동하는 모습은 거의 잔상만 보일 뿐이었다.가장 관건적인 것은 네 사람의 공격과 방어가 매우 잘 조율되어 있었고 진법이 완성되면서 살상력이 배가되었다.“나
“짧게는 반달, 길게는 1년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죠?”유진우의 몸은 경직되고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자신이 늘 유만수의 부작위를 원망했어도 그들은 결국 같은 피가 흐르는 부자였다.유만수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불안해하고 있었다.그의 곁에 남아있는 가족은 몇 명밖에 안 되는데 유만수까지 떠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 소식 확실한가요?”유진우는 침착해 보이려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만 테이블 밑에 숨어 있던 손을 저도 모르게 꽉 움켜쥐었다.“전하, 이 소식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확실합니다. 어르신께서 제가 전하께 알려드리는 것을 원치 않으시지만, 저는 전하께서 이 사실을 아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손도운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어르신께서 항상 몸이 정정하셨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거예요?”사철수가 물었다.“지난 10년 동안 어르신께서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서경을 지키고, 오랑캐의 침략을 막고, 모든 내부 세력도 항상 경계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어르신께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손도운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유만수의 근위병으로서 그는 모든 것을 안중에 두고 있었다.예전의 서경왕은 손가락만 까딱해도 조정과 민간을 뒤흔들 정도로 위엄있고 패기가 넘쳤다.그러나 이제 영웅은 죽어가고 있으며 그의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정말 슬프고 안타까웠다.“휴... 어르신께서 지난 몇 년 동안 정말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셨습니다. 혼자의 힘으로 서경 전체뿐만 아니라 용국의 절반에 가까운 영토도 함께 짊어지셨습니다. 비록 높은 공들을 세웠지만 몸이 너무 많이 상했습니다.”손도운은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유만수...또 다른 말은 없었어요?” 유진우는 감정을 억누르며 애써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서경은 전하의 영원한 집이니 전하께서 힘들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언제든지 돌아오셔도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손도운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